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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2. 연중 제1주간 월요일(뉴튼수도원 63일째)                                                                히브1,1-6 마르1,14-20


                                                                                          복(福)된 운명

                                                                                          -신비가의 삶-


언젠가 읽은 '재미없는 천국'의 미국, '재미있는 지옥'의 한국이라는 비유를 미국의 광활한 광야에 자립 잡은 뉴튼수도원에 와 있어 보니 실감합니다. 외적 자극과 도전이 없는 변화없고 역동성 부족한 환경에 자칫 안주하다 보면 무기력해 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사막의 영성'에서 간과해선 안 될 점입니다. 한국 같은 끊임없는 자극과 도전에, 외적 변화가 눈부시고 역동성 강한 환경에선 생존 본능만 남고 삶은 천박해질 위험이 있는 반면, 변화와 자극이 없는 사막 같은 광활한 외적 공간의 여기 수도원 환경에선 쉽게 '무기력(akedia;아케디아)의 늪'에 빠질 수 있으니, 양편 다 장단점을 보유하고 있는 셈입니다. '재미있는 천국'을 살 수는 없을까요? 방법은 단 하나 어느 환경에서든 깨어, 주님을 찾는 내적초월의 깊이의 여정에 항구한 노력뿐임을 깨닫습니다. 


어제 있었던 일화입니다. 여기 뉴욕에 계신 사촌 영숙 누님의 주선으로 누님의 아들 내과의사인 스테파노의 집에 초대 받아 여기 뉴욕, 뉴저지주에서 살고 있는 친지들을 모두 만나 오랜만에 축제와 같은 시간을 가졌습니다.

"어, 수철 형님, 작은 아버지와 똑 같아요. 이철 형님과도 똑 같구요.“

예전 중학교 3학년 때 만난, 그러니까 50년 만에 만난 저보다 한 살 적은 예전 경기중고(京畿中高)와 서울공대(工大)를 나온, 이젠 할아버지가 된, 독실한 장로교 신자인 '중철' 사촌 동생의 반가움 가득한 탄성이었습니다. 아버지가 포함된 7남(男)의 형제들과 1녀(女)의 고모에게서 태어난 사촌이 무려 55명이니 참 만나기가 힘든 사촌들입니다.

"얼마 전 면도를 하면서 거울에 비친 제 얼굴을 보는 순간 깜짝 놀랐어요. 아버지 얼굴과 똑 같았어요.“

이어진 사촌동생의 말이 예사롭지 않게 들렸습니다. 작년 산티아고 순례 때 보내준 제 사진을 본 후 영희 동생의 반가움 가득 담긴 카톡 답변 메세지도 잊지 못합니다.

"옛날 아버지 사진 보는 것 같네요. 똑같으세요.“


이 모두 역시 신비로운 만남, 복된 만남, 일종의 신비체험 같습니다. 운명적인 만남의 인간 존재임을 실감합니다. 이렇게 얼굴을, 사진을 보면서도 위로와 치유를 받을 수 있으니 말 그대로 '얼굴의 신비'입니다. 아마 나이들어갈수록 아버지를 닮은 얼굴이 되어 가나 봅니다. 예전 젊었을 때는 아버지를 닮았다는 말이 내심 못마땅했지만 지금은 편안한 마음으로 받아 들이니 바로 세월이 주는 성숙인것 같습니다. 순간 '아! 그러니까 하느님 아버지를 사랑하면 할수록 나이들어가면서 하느님 아버지 얼굴을 닮아가겠구나' 하는 은혜로운 깨달음도 마음 깊이 각인 되었습니다.


복된 만남, 복된 운명입니다. 만남의 신비입니다. 오늘 복음의 예수님과 제자들의 만남이 바로 그러합니다. 예수님을 만남으로 하느님을 향한, 또 이웃을 향한 자기초월의 사랑의 신비가의 삶이, 영적 삶이 시작됐기 때문입니다. 정말 예수님과 '시몬, 안드레아' 형제들, '야고보, 요한' 형제들과의 만남은 운명적입니다. 만일 이 형제들이 예수님을 만나지 못했다면 그 인생 어떠했을까요? 하느님의 섭리 앞에 '만약'이란 가정이 다 부질없는 말이지만, 평생 이 형제들은 갈릴래아 호숫가에서 고기잡이 하면서 평면적인 반복의 삶을 살다가 평범한 일상에 매몰되어 아까운 인생 마쳤을 것입니다. 


만약 우리 역시 주님을 만나 하느님의 자녀가 되지 않았다면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며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생각하면 주님과의 만남이 얼마나 결정적인 축복인지 깨닫게 됩니다. 저 역시 주님을 만나지 못했다면 수도사제가 되지 못했을 것이고 지금처럼 강론도 올리지 못했을 것입니다.

"주님은 내 운명이자 사랑입니다.“

2012년 성삼일 주님 만찬 미사 때 깨달음처럼 스친 고백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갈릴래아 호숫가에서 예수님을 만나 부르심에 응답한 이 형제들! 정말 은총의 기적입니다. 이제 주님은 이들의 운명이자 사랑이 되었습니다. 내가 따라 나선 것이 아니라 주님이 먼저 이들을 부르셨기에 따라 나선 것입니다. 은총의 부르심이 선행했던 것이며 우리의 경우도 똑같습니다. 만남의 충격이 얼마나 강렬했으면 모든 것을 버리고 주님을 따라 나섰을 까요. 아마 주님을 찾는 내적 열망을 한눈에 통찰하신 주님이심이 분명합니다.


"때가 차서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

이 말씀에 즉각적으로 응답한 제자들의 모습이 회개의 모범입니다. 이제부터 주님 향한 자기초월(自己超越)의 자유로운 수직적 비상(飛翔)의 내적여정이 시작됐음을 의미합니다. 밖으로야 평범한 예전 같은 일상 같아 보이지만 내적 상태는 예전과는 판이 합니다. 바로 목표로 하는 분이 분명해 졌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아드님을 만물의 상속자로 삼으셨을 뿐만 아니라, 그분을 통하여 온 세상을 만들기까지 하셨습니다. 아드님은 하느님 영광의 광채이시며 하느님 본질의 모상으로서, 만물을 당신의 강력한 말씀으로 지탱하십니다. 그분께서 죄를 깨끗이 없애신 다음, 하늘 높은 곳에 계신 존엄하신 분의 오른쪽에 앉으셨습니다.'(히브1,2ㄴ-3).


정말 은혜로운 고백입니다. 복음의 네 형제들 뿐 아니라 우리 역시 바로 이런 아드님 예수님을 따라 나섰으니 이보다 복된 일이 어디 있겠는지요. 주님은 우리 모두에게 복음의 네 어부 형제들처럼 문자 그대로의 전적포기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사람마다 성소의 양상은 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다만 각자 주님께서 불러주신 제 '삶의 자리'에서 주님의 부르심에 즉각적이고 전적인(immediate and total) 응답을 바라실 뿐입니다. 갈림없는 마음으로 항구히 주님을 따르고 사랑하는 것입니다. 


이래야 비로소 내적성장과 성숙이요 주님의 얼굴을 닮아갈 수 있고 소유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주님은 매일의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당신의 신비가가 되어, 당신을 따르는 내적초월의 여정에 항구할 수 있는 힘을 주십니다. 


"주님께 나아가면 빛을 받으리라. 너희 얼굴에는 부끄러움이 없으리라."(시편34,6).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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