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6.24.수요일 성 요한 세례자 탄생 대축일

이사49,2-6 사도13,22-26 루카1,57-66.80

 

 

 

우리 삶의 영원한 모델

-주님의 충복忠僕인 성 요한 세례자-

 

 

 

“오묘하게 지어 주신 이 몸, 당신을 찬송하나이다.”(시편139,14ㄱ)

 

화답송 후렴이 신선한 감동으로 마음에 와 닿습니다. 이런 감사의 고백과 더불어 몸과 맘, 튼튼해 지는 은총을 받습니다.

 

“제대로 된 사람이 없다!”

 

어제 참으로 곤경중에 있는 분의 미사신청을 받으며 저절로 나온 탄식입니다. 이런저런 사유로 자기 탓없이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참 많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어려움입니다. 이대로 가다간 전 국토가 쓰레기장이 되겠고, 전 나라가 병원이 되겠다는 극단적인 생각도 들었습니다. 너무 1회용 쓰레기들이 많고 너무 영육으로 아픈 분들이 많습니다. 제대로 된 분을 찾아 보기 힘듭니다. 사람은 많은 데 사람이 없다 할까요. 

 

어제는 5개월만에 예수성심자매회 모임을 가졌습니다. 매월 1회 모임을 갖는데 코로나 사태로 인해 1월달에 모임을 갖고 6월 예수성심성월에 처음 모임을 가지니 참 반가웠습니다. 예수 성심 자매회 7명의 자매님들과 함께 조촐히 미사를 봉헌하니 흡사 예수 성심 대축일 미사를 드리는 느낌이었습니다. 예수성심을 닮아 모두가 열심한 분들입니다. 회장을 맡고 있는 자매는 벌써 10년을 훌쩍 넘었는데도 여전히 맡고 있습니다. 사람은 있는 데 참으로 할 만한 분들이 없기 때문입니다.

 

“사람 하나 만나고 싶다!”

 

아주 예전에 듣고 자주 강론에 인용했던 어느 수녀님이 던진 화두와 같은 말마디를 잊지 못합니다. 누구나의 마음 깊이에서의 갈망일 것입니다. 비상하게 잘난 사람이 아니라 자기가 누구인지 알아 제정신으로 제자리에서 제대로 반듯하게 사는 사람, 바로 이런 사람을 만나고 싶은 것입니다. 

 

우리는 바로 제대로 된 분, 참 사람 한 분을 오늘 만납니다. 사람 없다 탄식할 것이 아니라 내가 제대로, 참사람이 되어 사는 것입니다. 내 삶의 자리에서 힘껏 좁은 문을 통과하면서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사는 것입니다. 성인들을 기억, 기념할뿐 아니라 우리 하나하나 성인이 되라 있는 성인 축일들입니다. 하느님이 바라시는 바도 하느님 뜻하신 본래의 내가, 평범한 참 나의 성인이 되는 것입니다. 엊그제 써놓은 글도 생각납니다.

 

-“때되면 어김없이 거기 그 자리 피어나는 꽃이다

자귀나무꽃 은은한 향기 맡고 찾아 내는 꽃

접시꽃, 모 시인의 ‘접시꽃 당신’에 열광했던 때가 생각난다

시같으면 수절守節해야 했어야 마땅한데 곧 재혼해 잘 살고 있단다

까맣게 잊었겠지

누가 보아 주든 말든 알아 주든 말든

하늘 사랑만으로 행복한 청초한 모습에 향기 은은한 꽃들

무아無我의 사랑으로 피어난 진아眞我의 꽃들 

말없는 스승이다 부끄럽다”-

 

이런 하늘 사랑만으로 꽃같은 지족知足의 사람이 성인입니다. 누구도 탓하지 않고, 삼망三望함이 없이 삼감三感과 삼실三實을 사는 이들이 성인입니다. 원망, 절망, 실망의 백해무익한 삼망이요, 참으로 아름다운 감사, 감동, 감탄의 삼감에, 참으로 최선을 다하는 진실, 성실, 절실의 삼실입니다. 

 

모든 성인들이 그렇지만 오늘 대축일을 지내는 성 요한 세례자가 우리 삶의 빛나는 모델입니다. 하느님의 참 좋은 선물입니다. 성 요한 세례자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하느님의 선물들입니다. 어떻게 하면 선물인생 아름답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요. 삶은 선물이자 동시에 과제입니다. 평생 노력해야 하는 과제입니다.

 

첫째, 내가 누구인지 아는 것입니다.

믿는 우리는 결코 우연한 존재가 아닙니다. 오늘 이사야서 주님의 종의 둘째 노래는 많은 신앙의 선배들이 자기의 정체성을 확인했던 내용입니다. 성 요한 세례자뿐 아니라 우리 역시 주님의 종입니다. 

 

주님의 종하니 우리 수도원의 개인 복돌이가 생각납니다. 수사님들의 전폭적 사랑을 받고 있는 충견忠犬 복돌이처럼 주님을 충성스러이 따르는 ‘주님의 충복忠僕’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고백을 통해 자신의 신원을 끊임없이 확인했을 요한 세례자입니다.

 

“주님께서 나를 모태에서부터 부르셨다. 어머니 배 속에서부터 내 이름을 지어 주셨다. 그분께서 나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나의 종이다. 너에게서 내 영광이 드러나리라.’”

 

그대로 셰례 받아 하느님의 자녀가 된 우리의 신원입니다. 결코 무의미란 우연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너는 나의 종이다. 너에게서 내 영광이 드러나리라” 바로 이 말씀이 우리의 존재이유입니다. 또 이렇게 살아야 합니다. 주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삶, 얼마나 아름답고 행복한 삶인지요. 결코 비상한 어려움이 아닙니다. 마음을 다해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삶입니다. 이런 이들은 좌절해도 곧장 일어나 다시 새롭게 시작합니다.

 

“나는 쓸데 없이 고생만 하였다. 허무하고 허망항 것에 내 힘을 다 써버렸다. 그러나 내 권리는 나의 주님께 있고, 내 보상은 하느님께 있다.”

 

참으로 하느님께 희망과 신뢰를 둘 때 허무와 무의미의 심연에 빠지지 않습니다. 좌절의 순간, 엑소더스, 탈출하여 곧장 일어나 새롭게 시작합니다. 다시 하느님의 영광을 위하여 참 나의 삶을 시작합니다.

 

둘째, 주님과의 관계를 깊이하는 것입니다.

혼자서 참 나의 실현은 불가능합니다. 무엇보다 주님과의 관계가 결정적입니다. 예수님 없는 요한 세례자 생각할 수 없듯이 예수님 없는 우리도 생각할 수 없습니다. 곧 무지와 허무, 무의미한 삶에 자기를 잃습니다. 

 

참으로 주님을 몰라 무지와 허무, 무의미한 삶중에 자기를 잊고 사는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지요. 대부분의 정신질환도 여기에 근거합니다. 오늘 제2독서 사도행전에서 바오로의 요한 세례자에 관한 인용이 참 적절합니다. 요한은 사명을 다 마칠 무렵 그 삶의 비밀을 밝혀 줍니다.

 

“너희는 내가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나는 그분이 아니다. 그분께서는 내 뒤에 오시는데, 나는 그분의 신발끈을 풀어 드리기에도 합당하지 않다.”

 

예수님의 선구자 요한의 고백입니다. 참으로 예수님을 중심한 겸손하고 진실한 요한의 삶임을 깨닫습니다. 성 요한을 통해 환히 드러나는 예수님의 모습이자 영광입니다. 주님과의 깊어지는 일치의 관계를 통해 환히 드러나는 주님의 영광이요 참 나의 실현입니다. 

 

그러니 우리 삶의 여정은 영원한 주님이자 스승이자 도반이신 주님과의 관계를 깊이하는 것임을 깨닫습니다. 늘 되뇌이며 사랑을 고백해야 할 주님이십니다.

 

-“주님, 당신은 저의 모두이옵니다.

저의 사랑, 저의 생명, 저의 기쁨, 저의 행복이옵니다.

하루하루가 감사와 감동이요 감탄이옵니다.

날마다 새롭게 시작하는 아름다운 하루이옵니다.”-

 

 

셋째, 광야의 고독을 잘 활용하는 것입니다.

즈카르야가 하느님의 뜻을 깨달아 응답한 것도 긴 내면의 광야의 고독과 침묵의 피정을 통해서 였음을 봅니다. 바로 그 결실이 다음 묘사에서 잘 드러납니다.

 

-즈카르야는 글 쓰는 판을 달라고 하여 ‘그의 이름은 요한’이라고 썼다. 그러자 모두 놀라워하였다. 그때에 즈카르야는 즉시 입이 열리고 혀가 풀려 말을 하기 시작하면서 하느님을 찬미하였다.-

 

바로 우리가 매일 아침성무일도 마지막에 바치는 그 유명한 즈카르야의 찬미가입니다. 고독과 침묵의 내적 광야의 피정중에 즈카르야에게 선물처럼 주어진 요한이란 이름이요 아름다운 찬미가입니다. 오늘 복음의 마지막 말마디도 의미심장합니다.

 

“아기는 자라면서 정신도 굳세어졌다. 그리고 그는 이스라엘 백성 앞에 나타날 때까지 광야에서 살았다.”

 

광야 수도원에서 수련장 하느님의 지도하에 고독과 침묵중에 단련된 요한의 정신임을 봅니다. 정말 굳센 정신, 굳센 영혼을 위해 내적 광야의 고독과 침묵은 필수입니다. 닫히 광야의 고독과 침묵이 아니라 하느님과 이웃에 활짝 열린 내적 연대의 고독과 침묵입니다. 

 

오늘날 신자들이 삶의 깊이를 잃어가는 것도 내적 광야의 부재에서 기인합니다. 예수님은 하루의 일과가 끝나면 광야의 고독으로 물러나 하느님과 깊은 친교를 통해 내적 깊이를 더하면서 자신을 충전했습니다. 바로 다음 고백처럼 우리의 앞문은 세상에, 뒷문은 광야에 열려 있어야 합니다. 저 역시 이른 새벽 광야의 고독과 침묵의 시간중에 강론을 씁니다.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활짝 열린 앞문, 뒷문이 되어 살았습니다. 

앞문은 세상에 활짝 열려 있어 

찾아오는 모든 손님들을 그리스도처럼 환대(歡待)하여 영혼의 쉼터가 되었고

뒷문은 광야의 고요에 활짝 열려 있어 

하느님과 깊은 친교(親交)를 누리며 살았습니다

하느님은 영원토록 영광과 찬미 받으소서”-

 

제대로 살아야 합니다. 하루하루 제정신으로 하느님 주신 내 제자리에서 제몫을 다하며 사는 것입니다. 제대로 사는 사람없다고, 사람 하나 없다고 탄식할 것이 아니라 나부터 성인답게, 하느님의 자녀답게 살아가는 것입니다. 살 줄 몰라 무지의 삶이요, 살 줄 알면 지혜로운 성인의 삶입니다. 성 요한 세례자 우리를 위해 전구해 주십니다. 주님을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성 요한처럼 우리 모두 ‘주님의 충복忠僕이 되어 살게 하십니다. 아멘.

 

  • ?
    고안젤로 2020.06.24 08:15
    "우리는 바로 제대로 된 분, 참 사람 한 분을 오늘 만납니다. 사람 없다 탄식할 것이 아니라 내가 제대로, 참사람이 되어 사는 것입니다. 내 삶의 자리에서 힘껏 좁은 문을 통과하면서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사는 것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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