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6.29.월요일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사도12,1-11 2티모4,6-8.17-18 마태16,13-19

 

 

 

주님의 위대한 전사戰士

-교회의 양 기둥,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새벽 산책중 난데 없이 떠오른 “땅의 행복”이란 옛 자작시에 행복했습니다.

 

-“땅의 행복은 밤마다 누워 하늘 바라보며, 

별들 가득 담아 두었다가 꽃들로 피어내는 것이다.”-2001.8.20

 

하늘 사랑의 별들 가득 담아 두었다가 이웃 사랑의 꽃들로 활짝 피어내는 성인들이요, 바로 오늘 대축일을 지내는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가 그 좋은 모범입니다.

 

오늘은 6월 예수성심성월에 맞이하는 가톨릭 교회의 양대 수호 성인인 참 자랑스런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입니다. 예수성심의 사랑을 활짝 꽃피운 두 사도였습니다. 참 신기한 것이 아주 먼 2000년전 분이 아니라 지금도 가까이 살아있는 분처럼 느껴지는 두 사도입니다. 방금 힘차게 부른 입당 성가 291장이 이런 느낌을 더합니다.

 

“교회의 반석 성 베드로와 선교의 주보 성 바오로는 

신앙을 위해 순교하시고 승리의 관을 받으셨도다“

 

이어지는 가사도 모두 은혜로우며 두 사도의 삶을 잘 요약합니다. 너무나 양 극단의 두 사도가 주님 안에서 상호보완의 협력하에 사랑의 일치를 이루는 삶의 모습이 참 아름답게 생각됩니다. 

 

주님 향한 사랑의 절정이 순교의 죽음입니다. 두 사도의 순교 상황도 인상적입니다. 두 분 다 로마에서 67년 무렵 성 베드로는 십자가에 거꾸로 매달려 순교하였고, 역시 같은 해 성 바오로는 참수되었습니다. 순교의 죽음을 통해서 주님 안에서 완전히 일치된 두 사도입니다.

 

아니 두 사도뿐 아니라 모든 성인들이 예전 분들이 아니라 지금도 여전히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참 제가 좋아하는 말마디 “에버 오울드, 에버 니유(ever old, ever)”, 늘 옛스러우면서도 늘 새롭게 느껴지는 성인들입니다. 바로 파스카 신비의 은총 덕분입니다. 며칠전 타계한 김종철 선생에 대한 명진 스님의 감동적인 추도사를 읽으며 더욱 그런 느낌을 가졌습니다.

 

“선생님, 선생님 몇 번이나 불러 봅니다. 어디에 계십니까? 어디에 계십니까? 저는 승僧을 떠나 속俗으로 살고 선생님은 속俗을 떠나 승僧으로 사셨으니 선생님과 저는 승속僧俗이 바뀐 것 같습니다.”

 

‘어디에 계십니까?’ 죽은 자를 부르는 참 애닲은 울부짖음이 심금을 울립니다. 

김선생님이 명진 스님에게 주셨다는 “모든 사람에게 박수 받으려고 하지 마십시오. 그 길은 사기꾼의 길입니다.” 말마디도 깊은 여운으로 남아있습니다. 참으로 성인은 물론 훌륭하게 살았던 분들은 우리를 부끄럽게 함으로 귀한 가르침을 주십니다. 

 

그러나 우리는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를 향해 어디 계시냐고 묻지 않습니다. 주님 안에서 우리와 함께 계심을 믿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 거룩한 미사전례은총이기도 합니다. 하여 장례미사에 참석할 때 마다의 느낌은 언제나 죽음이 꼭 축제처럼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바로 주님 안에서 부활의 삶이 시작됐다는 믿음 때문일 것입니다.

 

스님의 ‘승을 떠나 속으로, 속을 떠나 승으로’ 말마디 역시 화두처럼 들립니다. 거룩한 수도원에서 속을 사는 수도자들도 있고, 세속 한복판에서도 거룩한 수도자처럼 사는 이들도 있을 것입니다. 문제는 장소가 아니라 어디에 살든 하느님을 찾는 열정에 있음을 봅니다. 어제 수도원 주차장 한 그루에 피어난 열정의 빨간 접시꽃 세송이를 보며 쓴 ‘사랑은 저렇게 하는 거다’란 시가 생각이 납니다.

 

-“사랑하고 싶다

사랑은 저렇게 하는 거다

접시꽃 빨간 사랑

마음은 늘 하늘 사랑 꿈꾸는 사춘기다

 

살아있는 그날까지

아래서 위로

땅에서 하늘로

 

끊임없이

송이송이 폈다 지며 하늘님 향해 오르는

접시꽃 빨간 사랑

사랑은 저렇게 하는 거다”-

 

주님 향한 항구한 열정의 사랑이 바로 두 사도의 특징입니다. 그대로 두 사도뿐 아니라 모든 주님 향한 열정의 성인들이나 우리 믿는 모든 이들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시입니다. 오늘 영명축일을 지내시는 바오로 수사님에게도 이런 열정을 봅니다. 엊그제 식탁에서 노 선배 수도사제가 방문했을 때의 바오로 수사님의 고백같은 말마디를 잊지 못합니다.

 

“저는 아직도 팔팔합니다!”

 

88세 나이를 발음하면 팔팔이요 팔팔의 열정이라는 고백이니, 늘 하늘 사랑 꿈꾸는 사춘기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두 사도뿐 아니라 모든 성인들이 이런 주님 향한 열정의 사랑으로 살았음을 봅니다. 새삼 영적 젊음은 나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주님 향한 열정의 사랑에 있음을 봅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을 향한 베드로의 고백과 주님의 축복의 말씀은 베드로의 평생 사도직의 활동에 열정의 원천이 되었음을 봅니다.

 

-“스승님은 살아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이십니다.”

라는 신앙 고백에 이은 예수님의

“시몬 바르요나야, 너는 행복하다! 너는 베드로이다. 내가 이 반석위에 내 교회를 세울 터인즉, 저승의 세력도 그것을 이기지 못할 것이다.”-

 

어찌 이런 고백과 주님의 축복의 말씀을 잊을 수 있겠는지요. 평생 끊임없이 살아있어 지칠줄 모르는 열정의 샘이 되었을 것입니다. 여기에 요한복음 21장에서 세 번 거푸 확인하셨던 주님의 말씀,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라는 물음도 베드로의 평생화두가 되어 열정에 불을 붙였을 것입니다. 또 사지의 감옥에서 구출된 베드로의 체험적 고백의 기억도 사도의 삶에 열정에 불을 붙였을 것입니다.

 

“이제야 참으로 알았다. 주님께서 당신의 천사를 보내시어 헤로데의 손에서, 유다 백성이 바라던 그 모든 것에서 나를 빼내어 주셨다!”

 

제 2독서의 사도 바오로의 유언 같은 고백 역시 사도의 평생 열정의 삶을 요약합니다. 임종을 앞두고 이런 고백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지요. 하루하루 열정을 다해 살았던 결과의 고백일 것입니다.

 

“나는 훌륭히 싸웠고 달릴 길을 다 달렸으며 믿음을 지켰습니다. 이제는 의로움의 화관이 나를 위하여 마련되어 있습니다.”

 

참으로 영원한 현역의 주님의 위대한 전사, 성 바오로와 베드로 사도임을 봅니다. 주님 전사의 불퇴전의 투지는 열정의 사랑에 기인함을 봅니다. 새삼 주님의 전사로의 자질은 한결같은 주님 향한 열정의 사랑임을 확인합니다. 열정과 함께 가는 마음의 순수입니다. 순교자들의 후예로 순교영성을 사는 우리 수도자들의 필수적 자질이 바로 열정과 순수임을 깨닫습니다. 방금 부른 짧은 화답송 후렴의 가사와 곡이 긴 여운으로 향기처럼 남아있습니다.

 

“내 언제나 주님을 찬미하리라.”

 

끊임없는 사랑의 찬미가, 끊임없이 주님 향한 우리의 열정의 사랑을 불타오르게 합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늘 찬미와 감사, 그리고 열정과 순수의 삶을 통해 날로 당신을 닮도록 도와 주십니다. 바오로의 고백으로 강론을 마칩니다. 바오로의 고백은 바로 우리의 고백이기도 합니다.

 

“주님께서는 내 곁에 계시면서 나를 굳세게 해 주셨습니다. 주님께서는 앞으로도 나를 모든 악행에서 구출하시고, 하늘에 있는 당신 나라에 들어갈 수 있게 구원해 주실 것입니다. 그분께 영광이 영원무궁하기를 빕니다. 아멘.”(2티모4,17ㄱ.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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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안젤로 2020.06.29 08:34
    "내 곁에 계시면서 나를 굳세게 해 주셨습니다. 주님께서는 앞으로도 나를 모든 악행에서 구출하시고, 하늘에 있는 당신 나라에 들어갈 수 있게 구원해 주실 것입니다. 그분께 영광이 영원무궁하기를 빕니다. 아멘.”(2티모4,17ㄱ.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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