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7.20.연중 제16주간 월요일                                                           미카6,1-4.6-8 마태12,38-42

 

 

 

회개의 표징

-깨어 제자리에서 제정신으로 제대로 살기-

 

 

 

 

“주님, 새벽부터 넘치도록 자비를 베푸시어,

 우리 한생 즐겁고 기쁘게 하소서.”(시편90,14).

 

하느님 하시는 일은 놀랍기만 합니다. 모든 것이 하느님 손안에 있는 듯이 생각됩니다. 우연같지만 하느님의 섭리요 필연입니다. 만약이란 가정법을 상상하지만 부질없는 일입니다. 오늘은 엘리야 세례명을 지닌 이들의 영명축일이기도 합니다. 엊저녁 식사때는 잠시 우리 수도원의 이엘리야 수사의 영명축일 축하식을 갖기도 했습니다.

 

“수사님, 맨처음 요셉수도원에 온 것이 언제죠?”

“1990년도, 아마 초등학교 4학년 10세쯤 될 것입니다.”

 

제가 사제서품 2년차쯤 어머니 레나타 자매 손을 잡고 수도원을 자주 방문했던 아들, 그 부모님과 하나뿐인 여동생은 이미 세상을 떠났지만 엘리야 수사는 요셉 수도원의 수도사제가 되어 충실히 살고 있으니 이 또한 놀랍기만 합니다. 하느님께서 수도원에 주신 참 좋은 선물이 이엘리야 수도사제입니다. 이 또한 저에게 회개의 표징입니다.

 

바오로 수사님이 세상을 떠난 후 새삼 깨닫는 것은 평범한 일상의 위대함입니다. 바오로 수사님이 세상을 떠나셨어도 수도원의 일과표에 따라 한결같이 계속되는 평범한 일상이 바로 구원이요 진리임을 깨닫습니다. 바오로 수도형제는 영적전쟁중에 전사戰死하여 주님 곁에 갔어도 남은 ‘주님의 전사戰士’들인 수도형제들은 계속 영적전쟁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회개의 일상화, 회개의 생활화를 통해 늘 제자리에서 제정신으로 제대로 살게 하는 회개의 시스템과도 같은 수도원의 일과표가 고맙습니다.

 

“감정따라, 기분따라, 마음따라 살지 말고, 일과표의 궤도따라 사십시오. 일과표의 궤도에 항구하다 보면 떠났던 마음도 돌아와 제자리에서 제정신으로 제대로 살게 되어 안정과 평화이니 바로 이게 정주생활의 핵심이자 구원입니다.”

 

제가 늘 혼란중에 있는 분들에게 주는 조언이기도 합니다. 정주의 삶은, 늘 한결같은 삶, 늘 새롭게 시작하는 파스카의 삶을 뜻합니다. 바로 회개의 시스템과도 같은 일과표에 충실할 때 실현되는 삶입니다. 웅덩이에 고인 썩은 물이 아니라 끊임없이 하느님 바다 향해 맑게 흐르는 내적여정의 강같은 삶입니다. 이렇게 깨어 흐를 때 눈이 열려 발견되는 회개의 표징들입니다.

 

-“주님, 눈이 열리니 온통 당신의 선물이옵니다.

당신을 찾아 어디로 가겠나이까

새삼 무엇을 청하겠나이까

오늘 지금 여기가 하늘 나라 천국이옵니다.”-

 

행복기도 내용 고백 그대로입니다. 회개로 눈이 열릴 때 온통 하느님의 선물이자 회개의 표징들입니다. 눈만 열리면 회개의 표징, 구원의 표징, 희망의 표징들로 가득한 세상임을 깨닫습니다. 어제 고즈넉한 아침 시간에 수도원길, 하늘길을 걸으며 써놓은 고백글도 생각납니다. 저에겐 늘 거기 그 자리의 불암산이나 하늘길 수도원길도 회개의 표징이 됩니다. 

 

 -“혼자가 아닌 둘이다

어제도 오늘도 날마다 

주님과 함께 걷는 하늘길이다.”-

 

함께 하시는 주님에 의한 회개의 은총입니다. 회개의 표징중의 표징이 바로 늘 우리와 함께 하는 주님이십니다. 죽으시고 부활하신 파스카의 주님보다, 파스카의 미사축제보다 더 좋은 회개의 표징도 없습니다. 오늘 복음의 요나의 표징이 상징하는 바 파스카 예수님의 표징입니다.

 

“악하고 절개없는 세대가 표징을 요구하는구나! 그러나 요나 예언자의 표징밖에는 어떤 표징도 받지 못할 것이다.”

 

사실 믿음의 눈이 없는 자에게는 무슨 표징을 주어도 깨닫지도 믿지도 못할 것입니다. 믿음의 눈이 활짝 열려야 발견되는 회개의 표징들입니다.

 

“그러나 보라, 요나보다 더 큰 이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보라, 솔로몬보더 더 큰 이가 여기에 있다.”

 

바로 오늘 지금 여기 우리와 함께 계신 파스카의 예수님이야말로 참 좋은 회개의 표징, 구원의 표징, 희망의 표징이 됩니다. 그러니 더 이상 무슨 표징이 필요하겠는지요. 오늘 제1독서에서 미카예언자도 하느님을 잊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회개를 촉구합니다. 구원의 감격을 잊고 사는 이들에게 주시는 말씀이기도 합니다.

 

“내 백성아, 내가 너희에게 무엇을 하였느냐? 대답해 보아라. 정녕 나는 너희를 이집트 땅에서 데리고 올라왔고, 종살이하던 집에서 너희를 구원해 내었으며, 너희 앞으로 모세를, 아론과 미르얌을 보냈다.”

 

참으로 눈만 열리면 함께 사는 형제들 하나하나가 하느님의 선물이자 그 고유의 살아 있는 성경책이자 회개의 표징임을 깨달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다음 미카서 말씀은 우리 삶의 중심을 잡아 주는 참 좋은 회개의 표징이 됩니다. 

 

무려 44년전 지미 카터가 1976년 미국의 39번째 대통령에 당선되어 선서할 때 성구가 바로 오늘 미카서 마지막 부분 말씀이요, 당시 제가 28세 초등학교 교사시절 느꼈던 신선한 충격을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지미 카터(1924년생)는 미국 역대 최고령 대통령으로 현재 96세입니다. 

 

“사람아, 무엇이 착한 일이고, 주님께서 너에게 요구하시는 것이 무엇인지, 그분께서 이미 너에게 말씀하셨다. 공정을 실천하고 신의를 사랑하며, 겸손하게 네 하느님과 함께 걷는 것이 아니냐?”(미카6,8). 

 

바로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오늘 주님께서 우리 모두에게 회개를 촉구하며 주시는 말씀입니다. 바로 이렇게 살 때 우리 모두 복된 제자리에서 제정신으로 제대로 이웃에게 참 좋은 주님의 회개의 표징이 되어 살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몸과 이 마음 다한다 하여도, 내 마음의 바위, 나의 몫은 항상 하느님,

 하느님, 당신 곁에 있는 것이 내게는 행복, 이 몸 둘 곳 하느님, 나는 좋으니

 하신 일들 낱낱이 이야기 하오리다.”(시편93,26.28). 아멘.

 

  • ?
    고안젤로 2020.07.20 15:09
    "감정따라, 기분따라, 마음따라 살지 말고, 일과표의 궤도따라 사십시오. 일과표의 궤도에 항구하다 보면 떠났던 마음도 돌아와 제자리에서 제정신으로 제대로 살게 되어 안정과 평화이니 바로 이게 정주생활의 핵심이자 구원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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