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無知의 죄 -회개 은총이 답이다-2020.8.26.연중 제21주간 수요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Aug 26,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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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8.26.연중 제21주간 수요일                                                    2테살3,6-10.16-18 마태23,27-32

 

 

 

무지無知의 죄

-회개 은총이 답이다-

 

 

 

요즘 복음은 마태복음 23장, 율사들과 바리사이들에게 일곱 차례 불행을 선언하시는 내용들입니다. 마태복음 5장 산상설교 서두의 행복선언과는 너무 극명한 대조를 이룹니다. 이처럼 똑같은 사람이 행복선언의 대상도 될 수 있고, 불행선언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봅니다. 오늘은 불행선언의 마지막 여섯째, 일곱 째부분입니다.

 

“불행하여라, 너희 위선자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아! 너희가 겉은 아름답게 보이지만 속은 죽은 이들의 뼈와 온갖 더러운 것으로 가득 차 있는 회칠한 무덤과 같다.”

 

“불행하여라, 너희 위선자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아! 너희가 예언자들의 무덤을 만들고 의인들의 묘를 꾸미면서 ‘우리가 조상들 시대에 살았더라면 예언자들을 죽이는 일에 가담하지 않았을 것이다.’하고 말한다.”

 

한마디로 무지의 어리석은 사람들입니다. 그대로 우리의 부정적 모습일 수 있습니다. 무지의 죄입니다.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 당대의 엘리트 지식인들이 아닙니까? 이들은 물론 시공을 초월하여 모든 시대 사람들의 회개를 촉구하는 말씀입니다. 

 

지식은 탁월했을지 몰라도 자기를 아는 지혜와 겸손은 완전히 수준 미달임을 봅니다. 완전히 자기에 눈먼 사람들입니다. 예수님께서 표리부동表裏不同한 위선적 삶을 얼마나 혐오하셨는지 깨닫습니다. 참으로 악순환의 무지의 죄를 끊어버리는 회개 은총입니다.

 

참으로 하느님 안 제자리로 돌아와 하느님을 알고 나를 알게 하는 회개입니다. 회개를 통해 하느님을 알고 나를 알아가면서 비로소 무지로부터 벗어나 겉과 속이 같은 진실한 사람, 겸손한 사람, 지혜로운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이런 회개야 말로 참 귀한 은총입니다. 하여 우리 삶은 회개의 여정이자 하느님과 나를 알아가는 앎의 여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의 모든 수행의 핵심은 회개를 통한 참나의 실현에 있음을 봅니다. 참으로 부정적 모습의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은 우리의 반면교사가 됩니다. 예전 어느 수도형제의 말을 들으며 웃은 일이 있지만 잊혀지지 않습니다.

 

“나는 책임자 신부님을 통해서 저렇게 살면 안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하여 그와 반대로 살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러고 보면 주변의 모두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우리의 스승이 될 수 있습니다. 제1독서가 오늘 복음에 대한 답을 줍니다. 바오로 사도의 2테살로니카서 말씀은 게으름에 대한 경고입니다. 질서와 근면에 관한 훈계입니다. 진실과 겸손은 이론이나 추상이 아닙니다. 

 

제자리에서 제정신으로 제몫의 일을 하며 제대로 한결같이 살아갈 때 저절로 진실하고 겸손한 인품의 형성입니다. 하여 기도와 공부와 노동이 균형잡힌 기본에 충실한 질서있는 삶을 강조하는 분도회 정주서원의 삶입니다. 무질서한 삶보다 영적 삶에 해로운 것은 없습니다. 

 

무질서한 삶으로 내적으로 무너지기 시작하면 아무도 도와 줄 수 없습니다. 그러니 기도와 공부와 노동이 균형잡힌 평범한 일과표에 충실함이 얼마나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영적 삶의 처방인지 깨닫습니다. 하여 제가 자주 피정자들이나 상담차 오는 분들에게 강조하는 말이 있습니다.

 

“감정따라, 기분따라, 마음따라 살지 말고, 일과표의 궤도 따라 사십시오. 시간이 지나면 떠났던 마음도 돌아오고 내적 안정과 평화, 질서도 이뤄집니다. 그러니 하루의 중심과 질서를 잡아주는 매일 미사의 은총이 참으로 좋습니다. 매일 미사는 못드리더라도 매일 미사책 입당송부터 영성체후 기도까지 깊이 묵상하면서 그날의 영적 양식으로 삼으시기 바랍니다.”

 

이런 좋은 영적 습관이 저절로 끊임없는 회개의 삶을 살게 합니다. 날로 진실하고 겸손하고 지혜로운 사람이 되게 합니다. 저절로 치유되는 내외적 분열의 치유입니다. 바로 위선자들의 치명적 영적 질병은 내적 일치가 아닌 내적 분열에 있음을 봅니다. 안과 밖이 다르니 내적 평화와 안정은 요원합니다. 

 

바로 이런 내적일치의 삶의 모범이 제1독서의 바오로 사도 일행입니다. 복음의 위선자로 질타받는 율사와 바리사이들과 극명한 대조를 이룹니다. 테살로니카 교우들은 물론 오늘 우리 모두를 향한 주님의 말씀입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여러분에게 지시합니다. 무질서하게 살아가면서 받은 전통을 따르지 않는 형제는 누구든지 멀리 하십시오. 우리는 여러분과 함께 있을 때에 무질서하게 살지 않았고, 아무에게서도 양식을 거저 얻어먹지 않았으며, 오히려 여러분 가운데 누구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수고와 고생을 하며 밤낮으로 일하였습니다. 우리 스스로 여러분에게 모범을 보여 여러분이 우리를 본받게 하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우리는 여러분 곁에 있을 때, 일하기 싫어하는 자는 먹지도 말라고 거듭 지시하였습니다.”

 

진정 이런 질서있는 삶이 내적일치의 진실하고 건강한 삶입니다. 참으로 우리를 부끄럽게 하는, 분발하게 하는 말씀입니다. 앞서 복음의 율사들과 바리사이들과는 너무나 극명한 대조를 이룹니다. 마침 어제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풀과의 전쟁’중 제 집무실 주변에서 예초 작업의 육체노동에 전념하던 수도형제에게 보낸 칭찬의 메시지가 생각납니다.

 

“예초刈草 솜씨가 일취월장日就月將 놀랍고 멋집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무지의 죄가, 하느님을 모르고 나를 모르는 무지의 죄가 만악의 근원이요 불행의 뿌리가 됩니다. 답은 하나 부단한 회개 은총뿐입니다. 참으로 끊임없는 회개를 통해 주님과 내적 일치가 깊어지면서 무지에서 벗어나 진실하고 겸손하고 지혜로운 참나의 실현입니다. 매일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삶의 중심과 질서를 잡아 주면서 회개와 더불어 이렇게 전인적, 통합적 삶을 살도록 도와 주십니다.

 

“평화의 주님께서 친히 온갖 방식으로 여러분에게 언제나 평화를 내려 주시기를,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이 여러분 모두와 함께 하시기를 빕니다.”(2테살3,16.18).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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