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의 여정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2020.9.20(일)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1821-1846)와 성 정하상 바오로(1795-1839)와 동료 순교자 대축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Sep 20,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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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9.20(일)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1821-1846)와 성 정하상 바오로(1795-1839)와 

동료 순교자 대축일

지혜3,1-9 로마8,31ㄴ-39 루카9,23-26

 

 

구원의 여정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오늘은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를 비롯한 103위 동료 순교자 대축일입니다. 9월 순교자 성월중 절정의 날입니다. 1791년 신해박해를 시작으로 1866년 병인박해에 이르기까지 거의 1세기 동안 일만여명이 순교하였으니 교회 역사상 전무후무한 일입니다. 순교자 성월 9월에 맞이하는 한국 순교자 성인 대축일, 아마 주일이 아녔더라면 세계 모든 가톨릭 교회에서 오늘 의무기념미사를 봉헌할 것입니다. 

 

이날이 되면 17년전 2003년 잠시 미국 생존 수도원에 머물 때 축하받았던 일이 생생히 떠오릅니다. 이날은 독서기도시 성 김대건 안드레아의 서간이 영어로 낭독되었고, 한국 순교 성인들 기념 미사후 여러 수도자들로부터 축하인사를 받았을 때 우리 순교성인들이 참 자랑스러웠습니다. 

 

오늘 입당송 성가는 아쉽게도 부르지 못했지만 영성 깊으신 시인 최민순 신부 작사에 이문근 신부 작곡의 두 대표적 성가가 생각납니다. 언제 불러도 감동적인 한국 순교 성인들을 기리는 성가, ‘순교자 찬가(283)’와 ‘병인 순교자 노래(289)’를 각각 1절씩만 나누고 싶습니다. 오늘 시간되면 이 두 장의 성가 마지막절까지 깊이 음미하시며 꼭 불러 보시기 바랍니다.

 

-“장하다 순교자 주님의 용사여/높으신 영광에 불타는 넋이여

칼아래 스러져 백골은 없어도/푸르른 그 충절 찬란히 살았네

무궁화 머리마다 영롱한 순교자여/승리에 빛난 보람 우리게 주옵소서”-

 

-“피어라 순교자의 꽃들아 무궁화야/부르자 알렐루야 서럽던 이 강산아

한목숨 내어던진 신앙의 용사들이/끝없는 영광속에 하늘에 살아있다”-

 

구구절절 우리에게 순교열정을 고무, 고취시키는 참 감동적인 가사입니다. 참 자랑스러운 한국 천주교 순교 성인들입니다. 오늘 미사중 감사송도 이에 화답하는 듯 아름답고 깊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저희 선조들을 복음의 빛으로 불러 주시어, 무수한 순교자들의 피로 교회를 세우시고 자라게 하셨으며, 그들의 갖가지 빛나는 덕행을 갖추고 혹독한 형벌 속에서도 죽기까지 신앙을 지켜, 마침내 아드님의 승리를 함께 누리게 하셨나이다.”

 

참 축복받은 한국입니다. 이건 제가 2014년 안식년때 전국에 산재한 순교성지들중 일부 성지를 방문하며 절감했던 사실입니다. 마치 한국땅 전국토가 하느님의 거룩한 땅 성지처럼 느껴졌습니다. 한국 가톨릭 교회는 참 보물인 순교 성인들에 순교성지를 지닌 진짜 영적 부자 교회구나 하는 자부심도 들었습니다. 한국은 순교성인들의 전구로 하느님의 가호하에 번영할 수 뿐이 없겠구나, 결코 망할 수 없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얼핏 눈에 띤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하상 바오로 평신도의 생몰 연대도 충격입니다. 전 언제나 성인축일을 지낼 때 마다 생몰生沒 연대를 확인해 보며 저보다 더 살았나 적게 살았나 살펴 보곤 합니다. 성 대건 안드레아는 고작 25세의 꽃다운 청춘에 순교하셨고, 성 하상 바오로는 한창 중년의 나이인 고작 44세에 순교하셨으니 우리에겐 또 충격입니다. 

 

‘이렇게 살아도 되겠는가?’ 하는 부끄러움과 더불어 분발심을 갖게 하는 순교성인들입니다. 기념하고 기억할 뿐 아니라 우리 역시 성인이 되라 있는 성인축일입니다. 사실 우리 가톨릭 신자들에게는 순교 성인들의 순교 영성의 DNA를 지니고 있음을 믿습니다. 그러니 분발하면 우리 모두 성인이 될 수 있습니다. 

 

바로 오늘 복음 첫구절이 명쾌하게 그 성인이 되는 길을 보여줍니다. 비범한 성인이 아니라 누구나 결심하고 실천하면 될 수 있는 평범한 구원의 여정에 성인의 길입니다. 세상에 태어난 목적이자 보람은 우리 모두 성인이 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모든 사람에게 말씀하셨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루카9,23)-

 

주목할 말마디가 ‘모든 사람’, ‘누구든지’입니다. 예외 없이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참 삶의 길, 구원의 길, 생명의 길입니다. 이 길 말고 다른 구원의 길은 없습니다. 이미 우리는 모두 알게 모르게 이렇게 살아가고 있으니 우리 모두 성인들이라 믿습니다. 어느 시인의 독백같은 고백이 생각납니다. 

 

“한 사람의 인생에서 돌아갈 곳이 있고 돌아갈 사람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행복인가! 고단한 삶의 무게로 지친 몸과 마음을 회생시켜 주고 다시 살아갈 힘을 주는 곳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축복인가!”

 

바로 우리에게 해당되는 말입니다. 돌아갈 영혼의 고향집같은 교회가 있고, 돌아갈 분, 바로 파스카의 예수님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하여 그렇게 많은 분들이 예수님을 만나러 고향집같은 수도원을 찾습니다. 바로 이런 예수님께서 오늘 우리에게 구원의 생명에 이르는 순교영성을 살 수 있는 길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바로 날마다 하루하루 자기를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르는 것입니다.

 

순교영성을 일상화, 생활화하라는 것입니다. 날마다 자기를 버리고, 비우고, 제 책임의 십자가, 제 운명의 십자가를 지고 씩씩하고 기쁘게 한결같이 도반들과 함께 주님을 따르는 것입니다. 비교할 것도 원망할 것도 없이 하느님께 찬미와 감사를 드리면서 늘 새롭게 시작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가르침에 근거한 제 좌우명 마지막 연을 다시 나눕니다.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날마다 자기를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라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일일일생(一日一生), 하루를 평생처럼, 처음처럼, 마지막처럼 살았습니다.

저에겐 하루하루가 영원이었습니다.

어제도 오늘도 이렇게 살았고 내일도 이렇게 살 것입니다.

하느님은 영원토록 영광과 찬미 받으소서.“

 

바로 제1독서 지혜서가 이런 우리를 격려합니다. 그대로 우리를 두고 하시는 은혜로운 말씀입니다. 참으로 날마다 자기를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항구히 충실히 주님을 따르는 우리들에게 주시는 축복의 말씀입니다.

 

“주님을 신뢰하는 이들은 진리를 깨닫고, 그분을 믿는 이들은 그분과 함께 사랑 속에 살 것이다. 은총과 자비가 주님의 거룩한 이들에게 주어지고, 그분께서는 선택하신 이들을 끝까지 돌보신다.”

 

그러니 분발하여 다시 십자가의 길 여정에 오르는 것입니다. 바로 끊임없이 샘솟는 사랑이 그 원동력이 됩니다. 주님의 사랑을 체험하는 것입니다. 참으로 우리를 향한 주님의 사랑이 샘솟는 힘의 원천입니다. 주님을 열렬히 항구히 사랑하게 합니다. 바오로 사도가 고백하는 그리스도를 통해 나타난 하느님의 사랑이 참 놀랍고 감동적입니다. 

 

“무엇이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갈라놓을 수 있겠습니까? 환난입니까? 역경입니까? 박해입니까? 굶주림입니까? 헐벗음입니까? 위험입니까? 칼입니까?

 

그러나 우리는 우리를 사랑해 주신 분의 도움에 힘입어 이 모든 것을 이겨내고도 남습니다. 나는 확신합니다. 죽음도, 삶도, 천사도, 권세도, 현재의 것도, 미래의 것도, 권능도, 저 높은 곳도, 저 깊은 곳도, 그 밖의 어떠한 피조물도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 예수님에게서 드러난 하느님의 사랑에서 우리를 떼어 놓을 수 없습니다.”

 

늘 읽어도 감동입니다. 도대체 이런 그리스도를 통해 드러난 하느님의 사랑앞에 불가능이란 없습니다. 바로 이런 사랑의 힘이 우리 모두 구원의 여정에,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충실히 따르게 합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바로 이런 사랑을 우리 모두에게 선물하십니다. 우리 모두를 향한 주님의 은혜로운 사랑의 약속 말씀입니다.

 

“보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28,20ㄴ).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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