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하느님의 천사들이다 -찬미와 심부름-2020.9.29.화요일 성 미카엘, 성 가브리엘, 성 라파엘 대천사와 모든 거룩한 천사 축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Sep 29,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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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9.29.화요일 

성 미카엘, 성 가브리엘, 성 라파엘 대천사와 모든 거룩한 천사 축일

다니7,9-10.13-14 요한1,47-51

 

 

우리 모두 하느님의 천사들이다

-찬미와 심부름-

 

 

오늘은 참 아름답고 고마운 축일입니다. 바로 성 미카엘, 성 가브리엘, 성 라파엘 대천사와 모든 거룩한 천사 축일입니다. 세상 한 복판에서 천사처럼 살아가는 오늘 축일을 지내는 대천사 세례명을 가진 참 많은 모든 분들에게 주님의 축복을 비는 마음입니다. 

 

잠시 천사들에 대한 교회 공식 견해를 나눕니다. 교회는 천사들의 존재를 신앙 교리로 선언(제4차 라테라노 공의회, 제1차 바티칸 공의회)하였지만, 천사에 대한 학자들의 여러 학설에 대해 유권적 결정을 내린 적은 없습니다. 다만 교회는 미카엘, 가브리엘, 라파엘 천사의 이름 외에 다른 이름들을 사용하는 것을 금하고 있습니다. 오늘 세 대천사 축일과 수호천사 기념일을 제정하여 천사 공경을 권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수도승 전례력에서는 대천사를 비롯한 수도천사 및 모든 거룩한 천사들을 오늘 경축합니다. 

 

말 그대로 ‘천사들의 날’같은 기분 좋은 축일이요 우리 주변의 천사처럼 고마운 분들을 기념하고 기억하는 날입니다. 천사는 하느님으로부터 창조된 피조물로써 하느님을 모시고 하느님을 찬양하며 종종 하느님으로부터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에 천상의 메신저로 파견됩니다. 이런 사실은 우리가 성서에서도 자주 목격하는 사실입니다. 오늘 제1독서 다니엘서 전반부가 바로 하느님 옥좌 주변을 가득 에워싸고 있는 천사들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분의 옥좌는 불꽃같고, 옥좌의 바퀴들은 타오르는 불같았다. 그분을 시중드는 이가 백만이요, 그분을 모시고 선 이가 억만이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 감각의 대상인 이 세상과 우리의 감각을 초월하는 영의 세계도 창조하셨다는 것을 일깨우며 교회는 천사의 존재를 신앙 교리로 선포합니다. 천사들에 대한 교회의 견해를 개략적으로 소개했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오늘 축일을 지내는 세 대천사를 통해 우리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무한한 사랑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천사들은 그대로 자비하신 하느님의 현존을 드러내는 존재들입니다. 

 

미카엘은 “누가 하느님과 같은가?”라는 뜻이며, 천상 군대의 장수, 악에 대한 수호자, 임종자의 수호자로 등장합니다. 가브리엘은 ‘하느님의 힘’이란 뜻이며, 즈카르야와 마리아에게 각각 탄생을 알린 하느님의 사자로 등장합니다. 이어 라파엘은 ‘하느님의 치유’라는 뜻으로 토비아를 위해 파견된 천사이며, 맹인들의 수호천사로 큰 공경을 받습니다.

 

이처럼 천사들 이름 말마디 마다 하느님이란 뜻의 ‘엘’이 따라 붙는 것을 통해 천사들은 모두 하느님의 휘하에서 하느님의 전능과 자비를 드러내는 실재들임을 깨닫게 됩니다. 오늘 복음도 참 심오합니다. 제가 볼 때 나타나엘을 주님께 인도한 필립보는 나타나엘에게는 그대로 천사였습니다. 마침 어제 본당 사제가 친구 신부를 저에게 안내했을 때 친구 신부의 순수함에 마음이 끌려 나타나엘 대신 친구 신부의 이름을 넣어 말씀 처방전을 써줬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바오로 신부가 당신 쪽으로 가까이 오는 것을 보시고 그에 대하여 말씀하셨다. “보라, 저사람이야말로 참으로 이스라엘 사람이다. 저 사람은 거짓이 없다.’

 

이 말씀이 생각나 써줬는데 바로 오늘 축일 복음임을 알고 얼마나 신기하던지요! 이 복음을 강론할 때 마다 반드시 언급하는 이 대목입니다. 주님과 나타나엘의 만남은 참사람과 참사람, 영혼과 영혼, 순수와 순수, 천사와 천사의 만남을 상징합니다. 예수님과의 만남을 통해 참 나를 발견한 나타나엘에게는 그대로 평생 잊지 못할 구원체험이었을 것입니다. 나타나엘은 우리 수도자는 물론 모든 신자들이 롤모델임을 깨닫습니다.

 

결코 우연한 만남이 아니라 나타나엘의 하느님 찾는 갈망이 무르익어 순수가 절정에 이르렀을 때 선물처럼 주어진 만남이겠습니다. 천사같은 순수와 열정의 두분의 만남은 이어지는 나타나엘의 고백에서 절정을 이룹니다.

 

“스승님, 스승님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십니다. 이스라엘의 임금이십니다.”

 

천사처럼 순수한 영혼의 눈에 환히 드러난 예수님의 정체입니다. 자기의 신원을 알아 챈 예수님은 한껏 고무되어 나타나엘에게 놀라운 일들이 일어날 것을 은밀히 예고해 줍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는 하늘이 열리고 하느님의 천사들이 사람의 아들 위에서 오르내리는 것을 볼 것이다.”

 

그대로 예수님은 우리 모두의 하늘길이자 하늘문으로 계시됩니다. 바로 이 복음 말씀은 창세기의 야곱이 꿈에 본 하느님과 그의 백성들을, 즉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사다리를 오르내리는 하느님의 심부름꾼인 천사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강생하시고 부활하신 하느님의 아드님 예수님은 바로 하느님과 그의 백성들 사이의 다리와 같고 사다리와 같습니다. 

 

이런 면에서 예수님은 하느님의 진리와 사랑의 궁극의 사자로써 대천사들의 대천사라 할 수 있겠습니다. 예수님을 통해서 하느님은 우리에게 오셨고, 예수님을 통해서 우리는 하느님께 갑니다. 그러니 제1독서 다니엘 예언서 후반부 말씀이 오늘 복음의 이런 예수님을 통해서 실현됨을 봅니다.

 

“그에게 통치권과 영광과 나라가 주어져, 모든 민족과 나라들, 언어가 다른 모든 사람들이 그를 섬기게 되었다. 그의 통치는 영원한 통치로서 사라지지 않고, 그의 나라는 멸망하지 않는다.”

 

모든 이들의 아버지께 이르는 진리와 생명의 길이자 다리이자 사다리인 파스카의 예수님이 온 우주는 물론 인류역사의 중심이 되심에 대한 예언으로 점차 실현되고 있음을 믿습니다.

 

천사들중의 천사가 예수님이십니다. 천사의 역할은 하느님 찬미와 하느님의 심부름꾼 역할입니다. 그러니 매일 평생 끊임없이 성당 제대 주변에서 하느님을 찬미하며 하느님의 심부름꾼이 되어 일하면서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 수도자들은 그대로 하느님의 천사들을 닮았습니다. 천사처럼 살다가 천사처럼 떠나신 바오로 수사님입니다.

 

비단 수도자들뿐 아니라 세상에서 하느님을 찬미하고 하느님의 심부름꾼이 되어 살아가는 모든 신자분들 역시 익명의 천사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천사같은 역할을 새롭게 확인하는 이 거룩한 미사시간입니다. 화답송 후렴처럼 천사들 앞에서 찬미 노래 부르는 우리들입니다.

 

“주님, 천사들 앞에서 찬미 노래 부르나이다.”(시편138,1ㄷ).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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