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행복, 참사람의 길 -말씀과의 일치-2020.10.10.연중 제27주간 토요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Oct 10,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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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10.연중 제27주간 토요일                                                      갈라3,22-29 루카11,27-28

 

 

참행복, 참사람의 길

-말씀과의 일치-

 

 

말씀을 사랑하는 이들은 영혼이 아름답습니다. 얼굴도 생명의 빛으로 환합니다. 어제 벼르고 별로 생전 처음 다섯분이 멀리서 1박2일 수도원에 피정왔습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제 매일 강론을 읽으며 삶의 지침으로 삼아 매일 말씀으로 살아 왔다는 참 아름다운 분들이라 사진에 담았습니다.

 

오늘 복음은 단 두 절로 짧지만 울림은 참 깊습니다. 말씀 주제를 ‘한 부인의 성모 칭송’이라 일컫기도 하고, ‘참행복’이라 일컫기도 합니다. 예수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고 계실 때 군중 속에서 한 여자가 목소리를 높여 말합니다. 아이를 둔 모든 어머니들의 심중을 반영합니다. 한 여자와 예수님의 주고 받는 대화가 흡사 선사들의 선문답처럼 짧지만 간절하고 절실합니다.

 

“행복합니다, 선생님을 배었던 모태와 선생님께 젖을 먹인 가슴은!”

“행복합니다, 오히려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지키는 사람들은!”

 

둘 다입니다. 성모님은 예수님을 낳아 기르셨기에 복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지킨 신앙인이기에 복되다는 것입니다. 우선적인 참행복은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지키는 믿음의 사람들에게 있다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눈에 위대함은 부여받은 은사와 특권에 있는 게 아니라 하느님께 바치는 응답에 있습니다. 성모님의 위대함의 참 원천은 그녀가 예수님의 어머니로 선택받았기 때문이 아니라, 천사의 수태고지시 무조건적 “예Yes”의 응답에 있습니다. 성모님은 십자가 예수님의 발치에 슬픔중에 서 계실 때도 참으로 믿음 깊이 '예Yes'의 자세로 응답하셨고, 시종일관 끝가지 말씀을 들었고 그 말씀을 지켰습니다. 

 

모전자전, 성모님에 그 아드님 예수님입니다. 이런 “예Yes’의 응답에서는 모자분이 일치합니다. 말씀의 사람, 순종의 사람, 믿음의 사람이 성모님이자 예수님입니다. 한마디로 “Yes-man”(‘예’의 사람)이자 자기를 비운 ‘케노시스, 비움의 사람’입니다. 

 

예수님의 위대함도 악령들에 대한 지배나 적대자들에게 침묵중에 보인 그분의 능력에 있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아버지의 말씀을 듣고 지켰다는 데 있습니다. 하여 아버지께서 원하신 것과 당신이 말씀하시고 행하신 것이 전적인 일치를 이뤘던 예수님이셨습니다. 바로 이점이 예수님은 물론 성모님의 위대한 점입니다.

 

참행복한 삶을 위해 평생 끝까지 말씀사랑이 말씀들음과 말씀실천이 얼마나 결정적이요 절대적인지 깨닫습니다. 겸손도 순종도 믿음도 이런 말씀사랑과 말씀들음과 말씀실천의 열매입니다. 저절로 믿음의 성장과 성숙이 아닙니다. 말씀을 통한 주님과의 일치가 깊어지면서 이와 함께 하는 믿음의 성장과 성숙입니다. 바오로 사도가 강조하는 바도이런 믿음입니다. 시공을 초월하여 주님은 바오로를 통해 오늘의 우리에게 은혜로운 말씀을 주십니다.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을 통하여, 믿는 여러분들이 약속을 받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은 모두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믿음으로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습니다. 그리스도와 하나되는 세례를 받은 여러분은 다 그리스도를 입었습니다. 그래서 유다인도 그리스인도 없고, 종도 자유인도 없으며, 남자도 여자도 없습니다. 여러분은 모두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하나입니다.”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하나되게 하는 믿음의 은총입니다. 세례은총은 물론 말씀을 통한 믿음은총이 우리를 그리스도를 옷입게 합니다. 하느님 안에서 믿음의 자녀가 되어, 믿음의 형제자매가 되어 온전한 평등과 평화를 누릴 수 있습니다. 그러니 평생 날마다 말씀을 사랑하고 말씀을 들으며 말씀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결정적인 구원의 열쇠인지 깨닫습니다.

 

저절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삶은 은총의 선물이자 평생과제요, 말씀을 듣고 지키는 것이 바로 평생과제입니다. 누구나의 공통적 소망은 참된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예전 가끔 주고 받던 말마디가 생각납니다. ‘그 사람 진국이다!’ 참되어 거짓이 없는 사람이, 바보스러울 정도로 진실하고 성실하고 충실한 사람이 진국입니다. 바로 말씀을 통해 주님과 일치가 깊어질수록 이런 진국의 참사람에 참행복입니다.

 

말씀없는 영혼은 반쪽입니다. 말씀은 빛이자 생명이자 영입니다. 말씀과 영혼의 일치가 깊어질 때 생명의 빛을 발하는 성령 충만한 영혼입니다. 그러니 참사람이 되는데 평생 말씀을 듣고 지키는 일이 얼마나 결정적인지 깨닫습니다. 인간 영혼의 고질적 질병인 무지와 허무에 대한 답도 말씀뿐임을 깨닫습니다. 말씀에 대한 전적 순종의 응답뿐입니다. ‘예스 맨’이 되는 것입니다. 말씀의 빛이 무지와 허무의 어둠을 몰아냅니다.

 

주님을 사랑하는 이들은 말씀을 사랑합니다. 말씀은 주님의 현존입니다. 말씀을 통해 주님을 만나 치유받고 위로받는 영혼들이요, 희망과 기쁨, 평화와 행복을 선사받는 우리들입니다. 시편1장도 참행복이 말씀에 있음을 밝혀 줍니다.

 

“행복하여라! 주님의 가르침을 좋아하고 그분의 가르침을 밤낮으로 되새기는 사람. 그는 시냇가에 심겨 제때에 열매를 내며 잎이 시들지 않는 나무와 같아 하는 일마다 잘 되리라.”(시편1,2-3)

 

시편 119장은 무려 176절까지 계속되는데 아마 시편에서 가장 길것입니다. ‘말씀 찬가’로 명명하고 싶습니다. 얼마나 주님의 가르침을, 말씀을 사랑한 시편의 사람들인지 깨닫습니다. 처음부터 마음 설레게 하는 시편의 고백입니다.

 

“행복하여라, 그 길이 온전한 이들! 주님의 가르침을 따라 걷는 이들!

행복하여라, 그분의 법을 따르는 이들! 마음을 다하여 그분을 찾는 이들!

불의를 저지르지 아니하고 그분의 길을 걷는 이들!”(시편119,1-3).

 

시간되면 시편119장 176절 끝가지 잘 음미하며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배는 밥으로 채울수 있어도 영혼은 밥으로 채울 수 없습니다. 영혼의 식이자 약인 주님 말씀만으로 채울 수 있는 영혼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말씀과 성체의 은총으로, 우리 모두 영혼과 육신의 아픔과 상처를 치유하시고 튼튼히 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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