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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20.연중 제29주간 화요일                                                        에페2,12-22 루카12,35-38

 

 

 

'깨어 있음' 예찬

-행복하여라, 깨어 있는 사람들!-

 

 

 

오늘 복음은 짧지만 강렬하고 아름답습니다. 복음의 주제도 선명합니다. ‘깨어 있어라’, 바로 우리 수도원의 문도미니코 수사의 종신서원 상본의 성구요 성전 뒷벽 양쪽 커다란 올빼미 눈이 상징하는 바 역시 이와 일치합니다. 제의방에 있는 핀란드 흰올빼미 도자기 작품의 초롱초롱 빛나는 까만 눈도 깨어 있음을 상징합니다. 마침 얼마전 읽기를 끝낸 베네딕도 16세 전임 교황님의 ‘종말론 책에서 언뜻 본 말마디도 생각납니다.

 

-“내가 너희에게 하는 이 말은 모든 사람에게 하는 말이다. 깨어 있어라.”(마르13,37). 부활하신 분과 세상 시간의 특별한 관계에 인간이 부합하는 방법은 역사철학이나 역사신학이 아니라 ‘깨어 있음’이다.-

 

-교회는 전례에서 마치 그분과 함께 가는 것처럼 세상에 그분의 거처를 마련해 놓아야 한다. ‘깨어 있음’이라는 주제는 전례를 실제로 거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임무 속으로 들어가면서 심화된다.-

 

전례에 참여하는 필수 전제 조건이 바로 ‘깨어 있음’임을 깨닫습니다. 마침 제1독서 에페소서의 소 제목은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됨’인데 공동체가 그리스도 중심으로 깨어 있을 때 비로소 온전한 일치임을 깨닫게 됩니다. 시공을 초월하여 오늘 우리 모두를 향한 주님의 복음 말씀입니다.

 

“너희는 허리에 띠를 매고 등불을 켜 놓고 있어라. 혼인잔치에서 돌아오는 주인이 도착하여 문을 두드리면 곧바로 열어 주려고 기다리는 사람처럼 되어라. 행복하여라, 주인이 와서 볼 때에 깨어 있는 종들!”

 

장면이 참 선명하고 아름답고 긴박합니다. 발목까지 늘어지는 겉옷 자락을 올려 띠로 묶는 것은 즉시 일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춘 모습이요, 이스라엘인들이 파스카 축제를 지낼 때에 취하는 여행자의 자세요, 메시아를 기다리는 몸가짐이기도 합니다. 우리의 끊임없는 기도등 종파를 초월하여 모든 종교가 공통적으로 지향하는 바가 깨어 있음입니다.

 

깨어 있음은 은총입니다.

깨어 있음은 빛입니다. 깨어 있음의 빛이 무지의 어둠을 밝힙니다.

깨어 있음은 지혜입니다.

깨어 있음은 겸손입니다.

깨어 있을 때 마음의 순수입니다.

깨어 있을 때 살아 있습니다.

깨어 있을 때 깨달음도 옵니다.

깨어 있을 때 어둠의 유혹도 없습니다.

깨어 있을 때 영육의 건강입니다.

깨어 있음은 축복입니다.

깨어 있음은 기도입니다.

깨어 있음은 침묵입니다.

깨어 있음은 기다림입니다. 주님을 기다릴 때 깨어 있습니다.

깨어 있음은 주님의 현존입니다.

대부분의 사고나 불행은 깨어 있지 않을 때 발생합니다.

제가 9.29일 대천사 축일에 고속도로에서 대형교통 사고에도 무사할 수 있었음은 사고 순간 내내 깨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보다 시피 은총의 기적처럼 일체의 후유증도 없고 머리에 흉터의 흔적도 거의 없는 모습입니다.

 

어제 어느 자매가 선물한 빵 포장지의 세 영어 말마디가-love, free, happiness- 좋아 카톡 사진에 담았습니다. 즉시 깨어 있음에 연결되었습니다.

 

깨어 있음은 사랑입니다.

깨어 있음은 자유입니다.

깨어 있음은 행복입니다.

 

그러니 깨어 있음은 영성생활의 모두입니다. "깨'자 돌림의 순 우리말 말마디들, 즉 '깨어 있다', '깨어 나다', '깨치다', '깨다', '깨닫다', '깨끗하다' 등 영성생활에 얼마나 결정적인지 깨닫습니다. 오늘 지금 여기 깨어 살며 최선을 다할 때 내일은 내일대로 주님이 잘 돌봐 주시어 잘 될 것이니 내일 걱정은 전혀 안해도 됩니다. 쓸데 없는 시간 낭비요 기우입니다. 믿음 부족의 반영입니다. 마치 강론이 깨어 있음 예찬이 되고 말았습니다. 계속 이어지는 복음 말씀도 고무적입니다. 마지막 죽음도, 또 주님을 맞이하는 순간도 깨어 있기를 간절히 소망해야 하겠습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주인은 띠를 매고 그들을 식탁에 앉게 한 다음, 그들 곁으로 가서 시중을 들 것이다. 주인이 밤중에 오든 새벽에 오든 종들의 그런 모습을 보게 되면 종들은 행복하다.”

 

마태복음의 깨어 있다가 주인을 맞이한 혼인잔치의 슬기로운 다섯 처녀들처럼 깨어 있다가 주님을 반갑고 기쁘게 환대할 때, 주님도 우리를 시중들며 환대한다니 얼마나 가슴벅찬 행복한 주님과의 만남인지요! 그대로 오늘 복음은 깨어 기다리다가 오시는 주님을 환대하는 미사잔치 장면을 상징하는 듯 참 은혜롭습니다.

 

2020년 한해는 참 각별한 사상 초유의 잊지 못할 해로 기억될 것입니다. 코로나19 감염병으로 참으로 깨어 내적 삶에 전념할 기회를 선물로 받은 한해입니다. 두달 여의 긴 장마와 수해와 태풍에도 배밭 피해는 전무하고 오히려 풍작에 배맛은 근래 드물게 좋으니 저절로 하느님 찬미와 감사가 솟아 납니다.

 

또 올해는 제가 장마가 계속된 두 달 동안 맑게 흐르는 시냇물과 물오리들이 좋아 시냇가를 가장 많이 산책하며 난생 처음 동요를 가장 많이 부른 해이기도 합니다. 얼마전부터 시냇물은 말라 끊기고 물오리들도 떠나 이제 시냇가 산책은 끝냈습니다. 

 

끊임없이 맑게 흐르는 시냇물은 그대로 참 좋은 깨어 있음의 영적 상징입니다. 맑게 흐르는 물이 끊기니 고인 웅덩이 물은 썩고 잡초들은 우거지고 맑은 백사장 모래들은 이끼들로 보기도 흉합니다. 바로 끊임없이 매일 평생 규칙적으로 바치는 우리의 공동전례기도 즉 시편성무일도와 미사가 바로 웅덩이에 고인 썩은 물의 개인이나 공동체가 아니라 끊임없이 맑게 흐르는 개인을, 공동체를 만들어 준다는 것입니다.

 

아마 깨어 있음의 최대의 적은 치매일 것입니다. 유비무환입니다. 치유보다는 예방이 백배 낫습니다. 평소 깨어 있음의 훈련이 치매 예방에는 최고의 처방일 것입니다. 제 좌우명 자작시도 깨어 있음을 상징합니다.

 

-“밖으로는 정주의 산, 천년만년 깨어 임 기다리는 산

안으로는 강, 천년만년 깨어 임 향해 흐르는 강”-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깨어 끊임없이 

하느님 바다 향해 흐르는 강(江)이 되어 살았습니다. 

때로는 좁은 폭으로 또 넓은 폭으로

때로는 완만(緩慢)하게 또 격류(激流)로 흐르기도 하면서

결코 끊어지지 않고 계속 흐르는 '하느님 사랑의 강(江)'이 되어 살았습니다.”

 

참으로 그리스도 중심으로 깨어 있을 때 공동체의 평화와 일치의 선물도 주어집니다. 어제이 이어 오늘 제1독서 에페소서도 참 아름답고 깊고 은혜롭습니다.

 

“그리스도는 우리의 평화입니다. 그분께서는 당신의 몸으로 우리를 하나도 만드시고 우리를 가르는 장벽인 적개심을 허무셨습니다. 하여 당신 안에서 우리를 하나의 새인간으로 창조하시어 평화를 이룩하시고 십자가를 통해서 한 몸 안에서 하느님과 화해시키시어 그 적개심을 당신 안에서 없애 셨습니다.”

 

그대로 깨어 봉헌하는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얼마나 놀라운지 보여줍니다. 참으로 그리스도 중심으로 깨어 일치의 평화를 이룰 때, 비로소 다음과 같은 영원한 현재진행형중에 있는 아름다운 공동체의 성장과 실현임을 깨닫습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전체가 잘 결합된 이 건물이 주님 안에서 거룩한 성전으로 자라납니다. 여러분도 그리스도 안에서 성령을 통하여 하느님의 거처로 지어지고 있습니다.”

 

참 좋으신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깨어 있는 우리 모두에게 이런 끊임없이 성장하는, 늘 좋고 새롭고 아름다운 살아 있는 공동체를 선물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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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안젤로 2020.10.20 10:18
    회사일로 바쁘지만 그래도 신부님의 강론을 매일 읽고 묵상의 습관을 통하여
    많은 시간 깨어 있으려고 노력하기에 부족하지만 처음엔 단순하게 읽다가
    다음엔 나름대로의 느낌을 적었지만 이젠 말씀중 기억하고 싶은 내용으로
    댓글을 달고 있습니다(기도와 공부가없다보니 많은 한계를 느낍니다)
    부족하지만 이러한 끈(팬티끈)이라도 붙잡고 있기에 조금씩 성당활동과
    미사참례가 늘어가고 있습니다
    퇴직후 더큰 영성생활을 위한 댓글의 습관을 통해 항상 주님과 함께 하겠습니다

    댓글이 내용이 부실하더라도 이해 기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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