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실하고 슬기로운 주님의 종 -깨어 준비하며 제 책임을 다 합시다-2020.10.21.연중 제29주간 수요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Oct 2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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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21.연중 제29주간 수요일                                                        에페3,2-12 루카12,39-48

 

 

 

충실하고 슬기로운 주님의 종

-깨어 준비하며 제 책임을 다 합시다-

 

 

 

오늘 복음 서두 말씀이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우리 모두를 대상으로 한 주님의 경고 말씀입니다.

 

“너희는 준비하고 있어라. 너희가 생각하지도 않은 때에 사람의 아들이 올 것이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한치 앞도 내다 볼 수 없는 우리들입니다. 생각하지도 않은 때에 주님이 오실 수도 있고, 뜻하지 않은 사건이나 사고나 죽음이 올 수도 있습니다. 또 다양한 사람도 만날 수 있습니다. 전번 교통사고를 통해서도 늘 깨어 기도하며 준비된 삶을 살아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하여 머리의 작은 흉터는 회개의 표지이자 감사의 표지가 되고 깨어 살라는 표지도 되겠습니다. 그뿐 만 아니라, 얼마전 예기치 못한 바오로 수사님의 죽음을 통해서도 늘 준비하며 깨어 살아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깨어 있어라’는 어제의 복음 주제에 이어 오늘은 충실한 종과 불충실한 종의 비유입니다. 과연 우리는 주님의 충실한 종인가 불충실한 종인가 성찰하게 합니다. 어제 복음은 모든 제자에게 내리는 깨어 있으라는 권고에 이어 오늘 복음은 공동체내에서 이런 저런 책임을 맡은 관리자로서 형제들을 책임진 이들에게 내리는 권고입니다. 특히 공동체의 장상들에게 해당되겠으나 정도나 양상의 차이일뿐 나름대로 책임을 진 우리 모두에게 해당됩니다.

 

“주인이 자기 집 종들을 맡겨 제때에 정해진 양식을 내주게 할 충실하고 슬기로운 집사는 어떻게 하는 사람이겠느냐? 행복하여라, 주인이 돌아와서 볼 때에 그렇게 일하고 있는 종! 내가 참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주인은 자기의 모든 재산을 그에게 맡길 것이다.”

 

언젠가의 구원이 아니라 오늘 지금 여기서의 구원 사건임을 깨닫습니다. 언제 주님이 오시더라도 주어진 책임을 다하며 살 때 구원이라는 것입니다. 과연 오늘 지금 여기에 주님이 오셨을 때 한결같이 책임을 다하고 있는 삶이겠는지요.

우리는 예외 없이 주님의 종들입니다. 나름대로 책임을 부여받는 종들입니다. 날마다 책임을 다하여 주님께 헴바치는 자세로 살아야 함을 봅니다. 무엇보다 책임을 다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여기서 책임을 맡은 자의 위치는 ‘특권’이 아니라 아니라 ‘섬기는 자’로서의 ‘시험test’이요 ‘신뢰trust’를 검증 받는 자리임을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매일 매순간 주어진 책임을 잘 수행함으로 ‘시험’에 통과하는 것이요, 주님은 물론 형제들의 ‘신뢰’를 얻는 것입니다. 시험을 잘 통과하면서 신뢰는 축적되고 바로 이것이 구원이요 행복의 비결입니다. 사실 신뢰보다 큰 자산은 없습니다. 

 

하루 아침에 형성되는 신뢰가 아니라 한결같은 정주의 삶중에 자기 책임을 다하는 시험을 통과하면서 자연스럽게 축적되는 신뢰입니다. 이런 이들이 정말 영적 부자입니다. 바로 이런 형제들이 모여 아름답고 튼튼하고 평화로운 공동체의 형성입니다. 무신불립無信不立, 신뢰가 없으면 서지 못한다는 어느 분의 좌우명도 생각납니다. 사실 신뢰를 잃으면 모두를 잃는 것이요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기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행복하여라, 주인이 와서 볼 때에 그렇게 일하고 있는 종!”

 

참으로 주님께서 맡겨주신 책임의 시험을 잘 통과했을 때 주님께 신뢰받는 종들의 모습입니다. 거창한 행복의 구원이 아니라 각자 주어진 책임의 시험을 잘 통과하여 신뢰를 획득했을 때 진정 행복한 구원의 삶임을 깨닫습니다. 

 

참으로 하루하루 한결같이 오늘 지금 여기서 맡겨진 책임을 다할 때 아름다운 삶이요 구원입니다. 바로 우리는 주변에서 이런 아름다운 이들을 무수히 만납니다. 어제 예수 성심 자매회 오후 미사 모임엔 10분의 자매들이 참석했습니다. 가정의 주부이자 어머니로서 또 직장이나 교회의 일꾼으로서 성실히 책임을 다하며 살아 온 모습들이 아름다워 사진에 담기도 했습니다. 정말 아름답고 거룩한 사람은 자기에게 맡겨진 책임을 다하는 사람들이요 이런 이들은 웬만한 죄는 다 용서받습니다.

 

바로 이런 주님의 종으로서 전형적인 모범이 오늘 제1독서 에페소서의 주인공 바오로 사도입니다. 은총의 직무와 더불어 이민족들을 위해 복음의 일꾼으로 불림 받은 바오로 사도의 고백이 참 깊고 아름답습니다.

 

“하느님께서 당신의 힘을 펼치시어 나에게 주신 은총의 선물에 따라, 나는 복음의 일꾼이 되었습니다. 모든 성도들 가운데에서 가장 보잘 것 없는 나에게 그러한 은총을 주시어, 그리스도의 헤아릴 수 없는 풍요를 다른 민족들에게 전하게 하셨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지닌 나름대로의 책임이 은총의 선물임을 깨닫습니다. 새삼 ‘삶은 선물인가 짐인가?’ 하는 화두같은 물음이 생각납니다. 바오로의 고백처럼 우리 삶의 책임은 ‘무거운 짐’이 아니라 ‘은총의 선물’이란 자각이 참으로 중요합니다. 

 

참으로 기도할 때, 주님을, 공동체를, 삶을 사랑할 때는 우리 책임은 기쁨의 선물이 되지만 기도와 사랑이 사라졌을 때, 우리 책임은 무겁고 힘든 짐으로 변할 것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바오로 사도의 말씀도 생각납니다.

 

“내가 세상을 떠날 때가 다가온 것입니다. 나는 훌륭하게 싸웠고 달릴 길을 다 달렸으며 믿음을 지켰습니다. 이제는 의로움의 화관이 나를 위하여 마련되어 있습니다.”(2티모4,6ㄴ-7)

 

자기 책임을 완수한 바오로 사도의 유언같은 참 아름다운 고백입니다. 죽음에 앞서 매일 하루의 책임을 다 마친후 ‘나는 훌륭하게 싸웠고 달릴 길을 다 달렸으며 믿음을 지켰습니다’ 이런 고백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맡겨진 책임을 다한 충실하고 슬기로운 종과는 반대로 무책임했던 불충실한 종의 모습은 얼마나 불행하고 비참해 보이는지요. 누구의 탓도 아닌 자업자득 스스로 자초한 것입니다. 실감나게 표현되는 오늘 복음 후반부 주님의 말씀입니다.

 

“예상하지 못한날, 짐작하지 못한 시간에 그 종의 주인이 와서, 그를 처단하여 불충실한 자들과 같은 운명을 겪게 될 것이다.”

 

예상치 못한 날, 심판은 물론 사고나 죽음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충실하고 슬기로운 종처럼, 오늘 지금 여기서 깨어 기도하고 준비하며 처음이자 마지막처럼 생각하고 맡겨진 책임을 다하는 일이 결정적으로 중요합니다. 

 

주님은 특히 많이 주신 사람에게는 많이 요구하시고 많이 맡기신 사람에게는 더 청구하십니다. 그러니 내 맡겨진 일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주님의 도움을 청해야 하겠습니다. 사실 주님은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책임을 맡겨 주십니다. 주님은 매일의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충실하고 슬기로운 주님의 종이 되어 살도록 힘을 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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