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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31.연중 제30주간 토요일                                                          필리1,18ㄴ-26 루카14,1.7-11

 

 

 

주님 사랑의 열매

-진실과 겸손, 기쁨과 자유-

 

 

 

“독수리가 제 새끼를 보호하듯이, 당신은 두 날개를 쳐시어 나를 품어주시고, 주님의 날개로 나를 인도하셨도다.”(신명32,11).

 

새벽 성무일도 시편 136장이 참 감미롭고 따뜻한 위로와 평화를 선사했습니다. ‘주님은 어지시다 찬양들 하라, 당신의 자비는 영원하시다’로 시작하여 매 구절 ‘당신의 자비는 영원하시다’ 후렴이 26절까지 계속 반복되었습니다. 시간되시면 시편136장 찾아 음미해보시기 바랍니다. 하느님 자비의 은총으로 살아가는 우리들입니다. 분도 성인도 ‘하느님의 자비에 대해 절대 실망하지 말라’(성규4,74)고 강조하셨습니다.

 

어제 두 분과의 만남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둘다 오래전부터 알게 된 60대 전후의 가난하나 믿음 하나만으로 혼자 사는 자매들입니다. 한 분으로 부터는 전화를 통한 눈물 가득 담긴 애원의 호소였습니다. 뜻밖의 전혀 예기치 못한 악성 유방암을 발견했고 상황이 아주 나빠 하느님께 기도해 살려 달라는 호소였습니다. 

 

신부님은 누구보다 하느님과 가까운 분이 아니냐는 것이었습니다. 왜 몸 하나뿐인 가난한 사람에게 이런 혹독한 불행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분간 매일 기도하고 미사봉헌한다 대답했지만 마음은 많이 안타깝고 답답했습니다. 주님의 자비를 간절히 청하며 기도하는 마음으로 강론을 씁니다. 즉시 떠오른 생각은 죽음 준비였습니다. 

 

참으로 깨어 늘 죽음을 준비하며 살아야 겠다는 생각입니다. 전혀 준비없이 지내다가 갑작스럽게 불행이나 죽음을 맞이한다면 얼마나 당황스럽겠나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복중의 복, 천복天福이 선종의 아름다운 죽음이 아니겠나 하는 생각입니다. 하여 분도 성인도, ‘날마다 죽음을 눈앞에 환히 두고 살라’ 말씀하셨습니다. 마지막 가장 중요하고 힘든 죽음의 시험 날짜는 알 수가 없으니 늘 준비하며 깨어 하루하루 살아갈 수뿐이 없겠습니다.

 

또 한 분은 온갖 산전수전 다 겪은 후 이제 좀 가닥이 잡힌, 그러나 여전히 힘든 상황에 있는 자매입니다. 세가지 문제를 놓고 자문을 구했습니다.

1.얼마간 돈을 모았다가 세계 여행을 해보며 삶을 다시 추스르고 싶다.

2.공동체에 들어가 생활해 보고 싶은 생각도 있다.

3.메주고리 성모 성지에 가서 평생 살고 싶다.

대화하며 세가지 다 비현실적이라 했습니다. 1에대한 다음 대안이 없다는 것입니다. 여행다녀 와서 어떻게 살 것이냐, 지금은 모험할 때가 아니라 했습니다. 2역시 대안이 아니라 했습니다. 새삼스럽게 공동생활은 도저히 불가능하다 했습니다. 3역시 이상일뿐 곧 한계에 부닥칠 것이라 모두 비현실적이요, 답은 오늘 지금 여기 가까이 있다 했습니다. 

 

답은 멀리 밖에 있지 않습니다. 구원의 진리는 언제나 평범한 일상의 지금 여기 있습니다. 지금까지 일관되게 살아 온 내 삶의 스타일에 답이 있습니다. 이어 겸손이 무어냐 묻기에 ‘분수에 맞게 기쁘게 감사하며 사는 것’이라 했습니다. 60대 초반이니 죽음도 멀지 않았다 했습니다. 오늘 지금 여기 내 삶의 자리에서 주님을 사랑하며 하루하루 충실히 한결같이 사는 것이 답이라 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주님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삶은 여정입니다. 하느님께 나서 하느님께 가는 믿는 이들의 삶의 여정입니다. 피정지도시 일일일생, 인생사계, 내 인생을 하루로, 또 일년 사계절로 압축해 보며 어느 지점에 와 있는지 확인, 점검하는 것이 좋다고 누누이 이야기 하곤 합니다. 결국 답은 주님을 사랑하며 하루하루 충실히 오늘 지금 여기를 사는 것임을 깨닫습니다. 하여 삶의 환상이나 거품은 걷히고 기본에 충실한 본질적 삶을 살게 됩니다.

 

참으로 믿는 이들에게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것이 그리스도 예수님과 우정의 사랑입니다. 과연 영원한 평생 스승이자 도반이신 주 그리스도 예수님과 날로 깊어지는 우정의 관계인지요. 정말 주님을 사랑한다면, 날로 주님과 우정의 사랑이 깊어져 주님을 닮아간다면 저절로 진실과 겸손한 삶이 뒤따를 것입니다. 

 

바로 오늘 복음에 대한 답도 됩니다. 허영이나 교만에 윗자리를 찾는 이들에게 주님은 낮은 자리에, 끝자리에 앉을 것을 권하십니다. 참으로 주님을 사랑하여 집착이 사라진 이탈의 초연한 사람들은 자리에 연연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진실하고 겸손한 이들은 숨겨진 낮은 자리, 끝자리를 택할 것입니다. 이들은 자기 중심도, 이웃 중심도 아닌 주님 중심의 삶을 사는 이들입니다. 

 

주님을 사랑함으로 허영이나 위선이 아닌 진실한 삶을, 교만이 아닌 겸손한 삶을 사는 이들은 참으로 맑고 향기롭고 아름답습니다. 봄꽃 향기같은 사람들이기 보다는 가을 단풍같이 넉넉하고 편안한 참 매력적인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누구보다 복음의 결론과 같은 다음 주님 말씀에 깊이 공감할 것입니다.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

 

역설적 영적 진리입니다. 자신을 낮추어 진실과 겸손의 인품을 지닌 주님을 닮은 이들은 저절로 높아질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사실 이들은 주님은 물론 이웃 사람들에게도 신뢰와 사랑을 받습니다.

 

참으로 주님 사랑의 영원한 롤모델은 제1독서 바오로 사도입니다. 비록 육신은 감옥에 갇혀 있어도 그 영혼은 참으로 자유롭습니다. 오히려 기쁨 가득한 분위기입니다. 이런 기쁨과 자유는 순전히 그리스도 예수님과의 깊은 우정의 사랑에 기인함을 깨닫습니다. 바오로의 고백을 공동번역으로 나눕니다. 죽음 준비에 이보다 더 좋은 답은 없습니다.

 

“나의 간절과 기대와 희망은 내가 무슨 일에나 부끄러움을 당하지 않고 늘 그러했듯이 지금도 큰 용기를 가지고 살든지 죽든지 나의 생활을 통틀어 그리스도의 영광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나에게는 그리스도가 생의 전부입니다. 그리고 죽는 것도 나에게는 이득이 됩니다. 그러나 내가 이 세상에 더 살아서 보람있는 일을 할 수 있다면 과연 어느쪽을 택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그 둘 사이에 끼어 있으나 마음 같아서는 이 세상을 떠나 그리스도와 함께 살고 싶습니다. 또 그 편이 훨씬 낫겠습니다. 그러나 여러분을 위해서는 내가 이세상에 더 살아 있어야 하겠습니다.”(필리1,20-24)

 

외람된 말씀이지만 저 또한 바오로와 비슷한 심정입니다. 세상 미련이나 집착을 떠났기에 저리도 맑고 순수한 ‘기쁨’과 초연한 ‘자유’를 누리는 바오로 사도입니다. 세상도 좋으나 세상을 떠나 주님과 함께 사는 것이 더 좋겠다는, 그러나 세상이 나를 필요로 하기에 더 살아야 하겠다는, 양자택일을 앞두고 ‘행복한 고민’을 하는 바오로 사도입니다. 

 

‘나에게는 그리스도가 생의 전부입니다’(필리1,21ㄱ) 말씀은 제 은경축 상본의 성구이기도 합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당신과의 일치를 깊게 하시며 진실과 겸손, 기쁨과 자유를 선사하십니다. 끝으로 행복기도 한연과 화답송 시편 한구절로 강론을 마칩니다.

 

-“주님

당신은 저의 전부이옵니다

저의 사랑, 저의 생명, 저의 기쁨, 저의 행복이옵니다

하루하루가 감사와 감동이요 감탄이옵니다

날마다 새롭게 시작하는 아름다운 선물의 하루이옵니다”-

 

“제 영혼이 하느님을, 생명의 하느님을 목말라하나이다. 하느님의 얼굴을 언제나 가서 뵈오리이까?”(시편42,3).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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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안젤로 2020.10.31 08:08
    "답은 멀리 밖에 있지 않습니다. 구원의 진리는 언제나 평범한 일상의 지금 여기 있습니다. 지금까지 일관되게 살아 온 내 삶의 스타일에 답이 있습니다. 오늘 지금 여기 내 삶의 자리에서 주님을 사랑하며 하루하루 충실히 한결같이 사는 것이 답이라 했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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