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4.수요일 성 가롤로 보로메오 주교(1538-1584) 기념일
필리2,12-18 루카14,25-33
예수님을 사랑하고 따르는 제자들
-예수님 공부, 예수님 살기, 예수님 닮기-
오늘은 16세기 만46세로 선종한 이탈리아 출신, 성 가롤로 보로메오 주교 기념일입니다. 주교님은 하느님의 백성들을 섬기는 데 전적으로 온힘을 다한 참으로 이상적 목자였습니다. 그대로 예수님 공부, 예수님 살기, 예수님 닮기의 모범을 보여준 예수님을 사랑했던 제자이자 참 그리스도인이었습니다.
어제 코이노니아 자매회 월례 모임에는 여섯분의 자매들이 참석했습니다. 삶의 자리에서 예수님 공부, 예수님 살기, 예수님 닮기에 전념, 정진하는 아름다운 분들이라 미사후 사진을 찍으며 나눈 덕담입니다.
“성호경후에 찍은 성화같은 사진입니다. 이제 모두 성녀가 되었으니 각자 삶의 자리에서 예수님의 제자답게. 성녀답게 사십시오.”
어제 한겨레 신문의 한국의 대표적인 성서신학자 정양모 신부(1935-)의 인터뷰 기사가 감동적이었습니다. 예전 서강대에서 3년간 강의들을 때 신부님의 예리하게 빛났던 형형한 눈빛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2001년 성공회대에서 은퇴한 정양모 신부는 이미 타계한 유명한 사상가 신영복 선생의 결혼식을 주례했던 분이기도 합니다.
“내가 나이가 많아요. 내년이면 우리 나이로 여든 일곱입니다. 살아있는 동안 다 마쳐야겠다고 생각해 애를 써 결판을 냈어요. 다석 유영모 선생이 남긴 유일한 저서인 ‘다석일지’ 번역을 다 끝내고 원고를 출판사에 넘겼어요. 책은 빨라야 1년뒤에 나올 겁니다. 번역 원고가 200자 원고지 만장이 넘어요.”
참고로 다석 유영모 선생은 함석헌의 스승으로 기독교 사상을 동양의 유불선과 하나로 사유한 20세기 한국의 대표적 사상가로 노벨상을 받은 타고르 같은 위대한 종교 시인이기도 합니다. 86세 노령에도 그 업적이 참 대단한 ‘영원한 현역’의 예수님의 제자, 그리스도인 정양모 신부의 이어지는 기사내용입니다.
“사도행전 11장26절을 보면 우리 신앙의 선조들을 일컬어 그리스도인이라고 합니다. 그리스도와 인연을 맺은 사람들이죠. 그리스도인의 이런 정체성을 확립하려면 예수 공부와 예수 닮기가 가장 중요해요. 정교회나 가톨릭, 개신교 다 마찬가지입니다. 요즘 그리스도인들이 이름값을 못해요.”
문득 생각나는 박기호 신부의 산위의 마을 예수 살이 공동체입니다. 그러니 예수님을 사랑하고 따르는 제자들은 1.예수님 공부, 2.예수님 살기, 3.예수님 닮기, 셋이 필수 전제 조건임을 알게 됩니다. 예수님을 통해 하느님께 갑니다. 그러니 예수님 공부는 하느님 공부요, 예수님 살기는 하느님 살기요 예수님 닮기는 하느님 닮기가 됩니다. 바로 오늘 복음이 이를 명쾌하게 밝혀 줍니다. 예수님 친히 당신의 제자가 되기 위한 길을 제시해 줍니다.
첫째, “누구든지 나에게 오면서 자기 아버지와 어머니, 아내와 자녀, 형제와 자매, 심지어 자기 목숨까지 미워하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는 말씀입니다. 말그대로 친지나 자기를 미워하라는 것이 아니라 주님보다 더 사랑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사람 집착은 물론 자기 집착에서 벗어나야 예수님의 참제자라는 것입니다.
예수님 공부는 예수님 사랑하기 공부임을 깨닫습니다. 분도 성인도 ‘아무것도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보다 더 낫게 여기지 말라’ 하셨습니다. 참으로 주님을 사랑할 때 대자유인이 되어 무엇에도 걸림이 없는 이웃과 자기에 대한 참사랑, 즉 생명을 주는 사랑, 자유롭게 하는 사랑, 깨끗한 사랑, 아가페 사랑도 가능할 것입니다.
둘째, “누구든지 제 십자가를 짊어지고 내 뒤를 따라오지 않는 사람은 내제자가 될 수 없다.”
예수님 살기는 바로 내 책임의 십자가, 내 운명의 십자가, 내 구원의 십자가를 끝까지 지고 주님을 따르며 제자리에서 제정신으로 제대로 제몫을 다하는 것이겠습니다. 남과 비교할 것도 남을 부러워할 것도 없는 자기만의 고유한 십자가입니다.
이또한 주님을 사랑하듯 내 십자가를 사랑할 때 주님의 은총으로 내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르는 예수님 살기도 가능하겠습니다. 참으로 예수님을 사랑할 때 자발적 기쁨으로 자기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항구히, 충실히 따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그가 예수님을 진짜 사랑하는지는 제 십자가를 지는 모습을 통해서 그대로 검증됩니다.
이어지는 탑의 비유와 전쟁의 비유는 주님을 끝까지 따를 수 있을지 깊이 성찰하고 분별해야 함을 가르칩니다. 예수님은 절대 무리하게 제 십자가를 지라하지 않습니다. 남과 경쟁하듯 제 십자가를 질 것이 아니라 분별의 지혜를 발휘하여 제 분수에 맞게 제 십자가를 지면 됩니다. 하느님은 등수를 보지 않습니다. 도중하차 하지 말고 제 십자가를 지고 제 페이스대로 끝까지 완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셋째,“누구든지 자기 소유를 다 버리지 않는 사람은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말그대로 다 버리라는 것이 아니라, 참으로 소유로부터 자유로워져 존재를 사는 대자유인이 되라는 것입니다. 이 또한 주님 사랑의 열매입니다. 주님을 사랑할수록 탐욕에서 벗어나 자기를 비움으로 재물에 집착함이 없이 초연한 마음, 무소유의 자유로운 정신으로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참 좋은 살아있는 최고의 보물, 사랑하는 주님을 모셨기에 버림과 비움, 따름은 저절로 뒤따르게 될 것입니다.
바로 예수님 닮기에 결정적 요소가 자기 떠남, 자기 버림, 자기 비움임을 봅니다. 그러니 예수님을 닮는 예닮의 여정중 부단히 ‘자기 모음에서 자기 떠남’으로, ‘자기 쌓기에서 자기 버림’으로, ‘자기 채움에서 자기 비움’으로 전환되야 함을 봅니다.
예수님을 참으로 사랑하여 평생 ‘주님의 학인’이 되어 예수님 공부에, 평생 ‘주님의 전사’가 되어 예수님 살기에, 평생 ‘주님의 형제’가 되어 예수님 닮기에 정진하는 자가 예수님의 참 제자입니다. 제1독서 필립비서에서 바오로가 고맙게도 예수님의 참 제자가 되는 구체적 처방을 가르쳐 줍니다. 그대로 예수님의 참 제자, 바오로의 삶을 반영합니다.
1.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여러분 자신의 구원을 위하여 힘쓰십시오.
2..무슨 일이든 투덜거리거나 따지지 말고 하십시오.
3.비뚤어 뒤틀린 이 세대에서 허물없는 사람, 순결한 사람, 하느님의 흠없는 자녀가 되어, 이 세상에서 별처럼 빛날 수 있도록 하십시오.
4.생명의 말씀을 굳게 지니십시오.
5.순교적 봉헌의 삶중에도 기뻐하십시오. 나와 함께 기뻐하십시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당신의 참제자가 되어 한결같이 당신을 사랑하여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부단히 자기를 버리고 비우며 자발적 기쁨으로 당신을 따르게 하십니다. 다음 아름다운 화답송 시편 고백이 이 은혜로운 미사시간에 너무 잘 어울립니다.
“주님은 나의 빛, 나의 구원이시로다. 주님께 청하는 오직 한 가지, 나 그것을 얻고자 하니, 내 한 평생, 주님의 집에 살며, 주님의 아름다움 바라보고, 그분의 성전 우러러보는 것이라네.”(시편27,1ㄱ.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