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 정화 -우리 하나하나도 옹달샘 성전이다-2020.11.9.월요일 라테라노 대성전 봉헌 축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Nov 09,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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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9.월요일 라테라노 대성전 봉헌 축일                                  에제47,1-2.8-9.12 요한2,13-22

 

 

 

성전 정화

-우리 하나하나도 옹달샘 성전이다-

 

 

 

오늘은 라테라노 대성전 봉헌 축일입니다. 오늘 축일은 324년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라테라노 대성전을 지어 봉헌한 것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이 대성전은 ‘모든 성당의 어머니요 으뜸’으로 불리면서 현재의 베드로 대성전으로 옮겨지기 전까지 거의 천년 동안 역대 교황이 거주하던 교회의 행정 중심지였습니다. 각 지역 교회가 로마의 모교회와 일치되어 있음을 드러내고자 오늘 축일을 지내는 것입니다.

 

믿는 이들의 일치의 중심이, 고향집 같은 곳이, 강물이 시작되는 원천의 옹달샘 같은 곳이 바로 우리 자모慈母이신 교회입니다. 오늘 제1독서 에제키엘서 소제목 ‘성전에서 솟아 흐르는 물’은 그대로 옹달샘 성전을 가리킵니다. 구상 시인의 ‘오늘’이란 시의 첫연도 옹달샘으로부터 시작되는 강같은 우리 삶임을 보여 줍니다.

 

-“이 하루는 저 강물의 한 방울이

어느 산골짝 옹달샘에 이어져 있고

아득한 푸른 바다에 이어져 있듯

과거와 미래가 하나다”-

 

어제 뜻밖의 반가운 만남을 잊지 못합니다. 만추의 가을날 단풍 아름다운 주님의 집인 요셉수도원을 생전 처음 찾아 면담 고백 성사를 본 82세 고령의 로사 할머니입니다. 면담 고백 성사가 끝나갈 무렵의 대화 내용입니다.

 

“어느 형제가 자주 보내주는 신부님 강론이 저에게 옹달샘 같아요. 매일매일 옹달샘물 떠 마시 듯 강론을 읽어요. 교통 사고 당한 머리는 어떠세요? 계속 기도했습니다. 앞으로 저에게 강론을 보내 주세요. 오래오래 건강하셔서 강론을 매일 올려 주세요.”

 

면담성사후 ‘아이구, 소원성취했다’ 혼자 독백 하며 집무실을 떠난 로사 할머니입니다. 요셉 수도원 옹달샘 은총의 물이 강이 되어 온 세상으로 흘러가는 모습이 흡사 제1독서 에제키엘서의 성전 옹달샘에서 솟아 세상 곳곳으로 흐르는 생명수의 강을 연상케 합니다. 디지털 문명의 긍정적 축복의 현실을 보여줍니다. 

 

즉시 생각난 23년전 써놨던 옹달샘이란 자작시를 보며 초발심의 각오를, 제 신원을 새로이 확인했습니다.

 

-“누가 뭐래도/하늘이 무너져도

나/불암산의 옹달샘으로/머무르리라

확장도/개발도/홍보도/그 무슨 인위의 장식도 없이

자연 그대로의/옹달샘으로/나/머무르리라

임안에 숨어사는/옹달샘으로/나/머무르리라

목마른 이들에게/샘솟는/물이 되리라”-1997.4.3.-

 

23년전, 아니 1989년 사제서품후 매일 강론을 써 나누며 옹달샘에서 솟아 흐르는 강물로 산지 무려 31년이 지났으니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를 드립니다. 예나 이제나 제 간절한 소원은 살아 있는 그날까지 불암산의 주님 옹달샘으로 머무르는 것입니다. 더불어 생각나는 그 즈음의 ‘푸른 삶’이란 시입니다.

 

-“푸른 산/맑은 물/푸른 삶/맑은 영성

산에/가까울수록/흐르는 물은/맑고

하느님께 가까울수록/흐르는 영성/또한 맑다”-1997.4.

 

그러고 보니 하느님이 옹달샘입니다. 예수님이 옹달샘입니다. 주님의 집인 성전이 옹달샘입니다. 주님을 닮은 우리 순수한 형제자매들 하나하나가 옹달샘입니다. 저에겐 눈에 보이는 요셉 수도원 성전이 옹달샘입니다. 수도형제들이 얼마나 사랑하는 성전인지 흡사 영혼의 고향집 같은, 영혼의 옹달샘 같은 수도원 성전이요 성전에 늘 현존하시는 주님이십니다. 수도원에서 휴가를 잊고 지낸지 수십년이 된 까닭을 다음 고백시가 밝혀 줍니다.

 

-“가고 싶은데/갈 곳이 없네/보고 싶은데/볼 분이 없네

가고 싶은 곳/오늘 지금 여기 '주님의 집' 수도원

보고 싶은 분/오늘 지금 여기 계신 '주님'뿐이네”-2020.11.5

 

그러니 이런 맑고 순수한 생명수 끊임없이 샘솟는 옹달샘 성전이 오염되는 것에 열화같이 의노義怒하시는 예수님의 모습은 너무 자연스럽습니다. 세상을 정화淨化하고 성화聖化해야 할 세상의 마지막 보루와 같은 옹달샘 성전이 세상에 오염, 속화俗化되면 이보다 더 심각한 영적 위기도 없습니다. 

 

“이것들을 여기에서 치워라. 내 아버지의 집을 장사하는 집으로 만들지 마라” 말씀과 더불어 성전을 정화하시며 의미심장함 말씀을 주십니다. “이 성전을 허물어라, 그러면 내가 사흘 안에 다시 세우겠다.”

 

예수님 예언은 그대로 실현되어 마침내 죽으시고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한 몸 교회에 속한 우리들이 되었습니다. 이제 우리 하나하나 거룩한 성전이 되었음을 이 거룩한 미사가 입증합니다. 오늘 ‘그리스도의 배필인 성령의 성전의 교회의 신비’를 밝힌 감사송은 얼마나 은혜로운지요!

 

“아버지께서 기도하는 집에 자비로이 머무르시며, 끊임없이 은총을 내려 주시어, 저희가 성령의 성전이 되고, 거룩한 생활로 주님 영광의 빛을 드러내게 하시나이다.”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축성된 우리 하나하나가 성령의 성전, 오아시스 옹달샘입니다. 매일 오아시스 옹달샘 샘터 미사를 통해 우리 모두 거룩한 옹달샘 성전에 생명수의 강이 되어 세상 광야로 파견됩니다. 다음 에제키엘서 말씀은 그대로 우리를 살리는 풍성한 미사 은총을 상징합니다.

 

“이렇게 이 강이 닿은 곳마다 모든 것이 살아난다. 이 강가 이쪽저쪽에는 온갖 과일 나무가 자라는데, 잎도 시들지 않으며 과일도 끊이지 않고 다달이 새 과일을 내놓는다. 이 물이 성전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그 과일은 양식이 되고 잎은 약이 된다.”(에제47,9ㄷ.12).

 

우리 영혼의 식食과 약藥인 주님의 말씀과 성체를 모시는 은혜로운 미사시간입니다.

“하느님, 저희가 은총의 성전이 되고, 마침내 영광스러운 하느님의 집에 들어가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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