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17.화요일 헝가리의 성녀 엘리사벳 수도자(1207-1231)기념일
요한묵3,1-6.14-22 루카19,1-10
죄인에서 성인으로의 참 아름다운 구원의 삶
-환대와 회개, 자기인식-
참 다양한 가톨릭 교회의 참 보물인 성인성녀들입니다. 어제 우리는 중세기 독일의 가장 위대한 신비가인 분도회 수녀 성녀 대 제르투르다 기념미사를 봉헌했고, 오늘은 이어 헝가리의 성녀 엘리사벳 수도자 기념미사를 봉헌합니다. 세상적 눈으로 보면 참 파란만장한 불우한 환경속에서 고작 24세 짧은 생애를 살았지만 주님을 만나 참 구원의 삶을 살았던 성녀 엘리사벳입니다. 무려 성녀의 3배 나이를 살고 있다는 사실이 저를 더욱 분발케 합니다.
신심이 깊었던 성녀는 어려서부터 참회와 고행 생활을 하며 많은 사람에게 자선을 베풀었으며 남편인 루트비히4세가 십자군 전쟁에 참여하여 전염병으로 사망하자 재속 프란치스코회에 가입하여 기도생활과 자선활동에 전념하던 중 스물 넷의 이른 나이에 선종했습니다.
성녀 엘리사벳은 독일인에게 가장 사랑받는 성인으로, 또 자선 사업의 수호성인이자 재속 프란치스코회의 수호성인으로 공경받고 있습니다. 선종 다음해 성녀의 영성 지도 신부였던 콘라트는 자신이 쓴 편지에서 성녀의 영적 풍요로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증언합니다.
“이 여인만큼 관상에 깊이 젖어 들어간 이를 일찍이 본적이 없다. 수사들과 수녀들이 여러 번 목격했듯이 그녀가 기도의 은밀함에서 나올 때 그 얼굴은 광채로 빛나 그 눈에서 태양같은 광선과 같은 빛이 쏟아져 나온 것을 자주 볼 수 있었다.”
기도중에 주님과 일치함으로 지옥같은 현실에서도 천국을 살았던 신비가 성녀 엘리사벳이었습니다. 선종후 성녀의 무덤에서 치유의 기적이 일어나면서 시성 절차가 빠르게 시작되다 선종 4년후인 1235년 5월28일 성령강림대축일에 이탈리아 페루자에서 엘리사벳은 교황 그레고리오 9세에 의해 성대히 성인품에 올려졌습니다. 오늘 아름다운 본기도가 성녀의 삶을 요약합니다.
“하느님, 복된 성녀 엘리사벳에게 가난한 이들 안에서 그리스도를 알아보고 공경하게 하셨으니, 그의 전구를 들으시어, 저희도 가난하고 고통받는 이들을 한결같은 사랑으로 섬기게 하소서.”
성인성녀들을 통해 누구나 각자 삶의 자리에서 성인이 되라 불림 받고 있는 성소자임을 깨닫게 됩니다. 성인들의 특징중 주목되는 것이 깨어 있음과 회개입니다. 오늘 제1독서의 주옥같은 말씀은 그대로 우리를 향한 회개의 충고처럼 들립니다.
“나는 네가 한 일을 안다. 너는 살아 있다고 하지만 사실은 죽은 것이다. 깨어 있어라. 회개하여라. 네가 깨어나지 않으면 내가 도둑처럼 가겠다. 승리하는 사람은 흰옷을 입을 것이다. 나는 생명의 책에서 그의 이름을 지우지 않을 것이고 내 아버지와 그분의 천사들 앞에서 그의 이름을 안다고 증언할 것이다.”
깨어 회개한 성인들에게 입혀지는 승리의 흰옷이 우리에게 입혀지는 미사시간이자 우리의 이름이 생명의 책에 적혀 있음을 확인하는 미사시간입니다. 이어 주님은 회개의 촉구와 더불어 가난한 존재의 인간 실상을 깨달아 알라 하십니다.
“나는 네가 한 일을 안다. 너는 차지도 않고 뜨겁지도 않다. 네가 차든지 뜨겁든지 하면 좋으련만! 네가 이렇게 미지근하여 뜨겁지도 차지도 않으니, 나는 너를 입에서 뱉어버리겠다. ‘나는 부자로서 풍족하여 모자람이 없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비참하고 가련하고 가난하고 눈멀고 벌거벗은 것을 깨닫지 못한다.”
그러니 깨어 있다가 주님의 환대에 응답함이 우선입니다. 주님의 사랑의 환대를 통해 회개와 더불어 참 자기를 깨달아 발견하는 우리들입니다. 바로 이 거룩한 미사시간 주님은 우리를 환대하시고 우리 또한 주님을 환대함으로 주님과 사랑의 일치중에 회개와 더불어 치유가 이뤄지는 은총의 시간입니다.
오늘 복음도 어제에 이어 참 아름답습니다. 자캐오의 주님과의 만남이 참 운명적입니다. 자캐오가, 우리가 주님을 만나지 못했다면 지금 어디서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무엇보다 주님과의 만남이 일생일대 최고의 축복임을 깨닫습니다.
주님의 환대에 응답과 더불어 회개함으로 완전히 눈이 활짝 열린 자캐오입니다. 동족들에게 멸시받던 세관장이자 부자였던 자캐오의 진면목을 한눈에 알아 챈 주님이십니다. 주님은 차별과 혐오, 편견을 넘어 자캐오의 순수한 마음을 통찰, 직시하십니다. 참으로 자캐오의 진심을 알아 본 사람은 예수님 한 분뿐이었습니다.
회개한 성인은 있어도 부패한 성인은 없습니다. 주님의 환대에 응답해 주님을 만남으로 회개하여 성인이 된 자캐오의 주님과 만남이 참 아름답고 감동적입니다. 예수님을 보고 싶은 갈망에 돌무화과 나무에 올라가 있는 눈물겨운 작은 키의 자캐오 모습과 자캐오를 올려다 보는 예수님의 모습이 한폭의 아름다운 그림같이 눈에 선합니다.
“자캐오야, 얼른 내려 오너라. 오늘은 내가 네 집에 머물러야 하겠다.”
그대로 미사에 참석한 우리를 향한 말씀같습니다. 주님의 사랑의 눈길은 곳곳을 향하며 어느 하나도 놓치지 않습니다. ‘아, 주님께서 나를 보셨다!’, 자캐오의 놀라운 충격은 상상을 초월했을 것입니다. 예수님을 기쁘게 환대한 자캐오처럼 우리 역시 주님을 기쁘게 환대하는 미사시간입니다. 아니 예수님은 언제나 우리의 환대를 고대하십니다. 묵시록의 말씀이 그대로 깨어 있던 자캐오를 통해 실현됨을 봅니다.
“보라, 내가 문 앞에 서서 문을 두드리고 있다. 누구든지 내 목소리를 듣고 문을 열면, 나는 그의 집에 들어가 그와 함께 먹고 그 사람도 나와 함께 먹을 것이다.”
그대로 미사를 통해 실현되는 구원의 사건입니다. 늘 우리의 환대를 고대하시는 주님이십니다. 자캐오 처럼 주님을 참으로 환대할 때 놀라운 회개의 기적이 발생합니다. 회개와 더불어 자캐오의 눈은 활짝 열렸고 탐욕의 무지로부터 해방되어 참나를 찾았으니 바로 이것이 구원입니다.
자캐오의 회개에 따른 사랑 실천의 고백과 기쁨에 환호하는 주님의 말씀이 참 감동적입니다. 마침내 죄인 자캐오가 주님을 만남으로 성인이 되는 순간입니다. 우리 역시 주님을 만나 회개함으로 성인이 되는 이 거룩한 미사시간입니다. 아마 주님과 이 만남의 추억은 자캐오의 평생 삶에 마르지 않는 구원의 샘 역할을 했을 것입니다.
“보십시오. 주님! 제 재산의 반을 가난한 이들에게 주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다른 사람 것을 횡령했다면 네 곱절로 갚겠습니다.”
주님은 당신의 사랑의 환대에 자발적 회개의 실천으로 응답한 자캐오에게 지체없이 구원을 선언하십니다. 주님은 자캐오는 물론 시공을 초월하여 바로 미사에 참석한 우리 모두를 향해 말씀하십니다.
“오늘 이 집에 구원이 내렸다. 이 사람도 아브라함의 자손이다. 사람의 아들은 잃은 아들을 찾아 구원하러 왔다.”
‘오늘 이 집에 구원이 내렸다.’는 말씀 오늘 하루 마음에 담고 구원의 성인이 되어 사시기 바랍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