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 중심의 삶 -기뻐하십시오, 초연하십시오, 보십시오-2020.12.14. 우리 연합회의 수호자 성녀 오딜리아 동정(662-720) 대축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Dec 14, 202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2020.12.14. 우리 연합회의 수호자 성녀 오딜리아 동정(662-720) 대축일

이사35,1-4ㄷ.5-6.10 1코린7,25-40 루카11,33-36

 

 

 

그리스도 중심의 삶

-기뻐하십시오, 초연하십시오, 보십시오-

 

 

 

오늘은 우리 연합회의 성녀 오딜리아 동정 대축일입니다. 원래는 어제 루치아 성녀와 같은 축일이었지만 주일이라 오늘로 이동하여 대축일로 지냅니다. 오늘은 또 중세기 스페인의 신비가 십자가의 성 요한 기념일인데 지내지 못함이 아쉽습니다. 성녀는 662년 탄생하셔서 720년 귀천하신 만 58년간 참 파란만장하고 치열한 삶을 사셨던 동정녀로 수녀원장까지 하신 분입니다. 성녀 오딜리아 귀천 1300주년을 맞이하는 올해 팜프렛에 우리 연합회의 모토가 한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리스도 나의 빛이 되시어 눈먼 이들에게 빛을 주시네”

(Christus lux, Lumen caecis)

 

분도 규칙 또한 그리스도 중심의 삶을 강조합니다. “아무것도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보다 앞세우지 마라.” 동정녀 축일 성무일도 저녁기도시 세 후렴 기사도 곡도 참 아름답고 깊었습니다. 모두 그리스도 중심의 사랑과 삶을 강조하는 내용들입니다.

 

-1.“나는 주님을 위하여 순결을 보존하여 찬란히 빛나는 등불을 들고 신랑인 당신을 마중나가나이다.”

2.“행복하여라, 행복하여라,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을 뵈오리다.”

3.“나의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그리스도 안에 자리 잡았도다.”

 

특히 세 번째 후렴은 예전 테제 마르꼬 수사님이 자주 수도원에 피정왔을 때 공감하며 격찬했던 내용입니다. 참으로 그리스도 중심의 정주의 삶을 살 때 진정한 안정과 평화라는 것입니다. 그리스도 중심의 삶이 참 아름답고 깊습니다. 내 중심의 삶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룹니다. 

 

어제 어느 지인들의 카톡 내용을 읽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지대한지 확인했습니다. 노년에 접어 들수록 ‘건강’과 ‘돈’에 대한 관심은 거의 우상 숭배 수준입니다.

 

-“매일 아침식사는 이렇습니다. 달걀, 단호박, 바나나, 피브리카, 고구마 1사라와 찐 토마토에 들깨가루와 올리브 오일을 넣은 것 1보시기 하고 수염차 1컵이 전부입니다.”

“난 요즘 꿀에 잰 평강을 두 세쪽, 그리고 잘 익은 늙은 호박, 양파, 양배추, 당근, 단호박을 1:1:1 비율로 삶아갈은 야채즙(호박죽)을 한보시기(340g), 우유 한컵, 사과 한 개 매일 아침으로 먹지요.”-

 

참 정성과 사랑이 가득담긴 긴 준비시간을 요하는 복잡한 아침 식단입니다. 이렇듯 건강 식단에 관심을 기울이듯 그리스도 중심의 영성생활에, 신앙에, 사랑에 관심을 가질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도 언뜻 들었습니다. 하여 새삼 믿는 이들의 노년의 품위 유지를 위한 우선 순위를-‘1.그리스도께 대한 사랑, 2.건강, 3.돈’- 다시 확인하게 됩니다. 

 

그리스도 중심의 삶이 온갖 걱정과 두려움에서, 세상 우상들에서 해방하여 우리 삶을 더욱 단순하고 자유롭게 하며 본질적인 일에 더욱 집중하게 합니다. 마음과 몸은 하나입니다. 영혼과 육신은 하나입니다. 믿는 이들의 전인적 건강을 위해 내 중심이 아닌 그리스도 중심의 삶이 우선임을 깨닫습니다. 어떻게 그리스도 중심의 삶을 실현할 수 있을까요?

 

첫째, 기뻐하십시오.

그리스도 중심의 사랑과 찬미의 삶을 살 때 샘솟는 기쁨입니다.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에서 샘솟는 기쁨입니다. 찬미의 기쁨입니다. 이런 순수한 기쁨보다 영육의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은 없습니다. 그리스도는 우리의 기쁨이자 희망이자 평화입니다. 그러니 이런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과 더불어 그리스도 친히 우리의 기쁨이자 희망, 평화가 되시니 이보다 건강에 결정적 도움이 되는 것은 없습니다. 어제에 이어 이사야 예언자는 우리 모두 기뻐하라 권고합니다.

 

“광야와 메마른 땅은 기뻐하여라. 사막은 즐거워 꽃을 피워라. 너희는 맥풀린 손에 힘을 불어넣고, 꺾인 무릎에 힘을 돋우어라. 굳세어져라, 두려워하지마라. 그때에 눈먼이들은 눈이 열리고, 귀먹은 이들은 귀가 열리리라. 그때에 다리저는 이는 사슴처럼 뛰고, 말못하는 이는 환성을 터뜨리리라.”

 

얼마나 신바람 나는 장면입니까! 바로 그리스도를 만날 때 기쁨과 더불어 놀라운 내적변화를 상징하는 영감넘치는 말씀입니다. 참으로 그리스도 안에서 늘 기뻐할 때 영육의 건강입니다. 

 

둘째, 초연하십시오.

무관심이 아니라 관심하되 집착하지 않는 것입니다. 세상 모두는 지나갑니다. 세상에 대한 멸시나 무시가 아니라 이들에 집착하여 빠지지 않는 것입니다. 탐욕의 늪에 빠지지 않는 것입니다. 결혼이냐 독신이냐 문제가 아니라 집착이냐 이탈이냐가 문제입니다. 결혼도 독신도 성소입니다. 사랑하되 세상 사물에, 서로에 집착하지 않는 사랑입니다.

 

참으로 그리스도 중심의 삶이,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이 깊어지면서 저절로 집착에서의 이탈로 초연한 사랑, 눈밝은 깨끗한 아가페 사랑을 할 수 있습니다. 제2독서 바오로의 가르침의 핵심이기도 합니다. 바오로 사도의 다음 말씀에 공감이 갑니다.

 

“때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제부터 아내가 있는 사람은 아내가 없는 사람처럼, 기뻐하는 사람은 기뻐하지 않는 사람처럼, 물건을 산 사람은 물건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처럼, 세상을 이용하는 사람은 이용하지 않는 사람처럼 사십시오. 이 세상의 형체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나가는 것들에 사로잡히지 말고, 매사 집착하지 말고 초연하라는 것입니다. 참으로 집착에서 벗어날 때 자유요 참 기쁨입니다. 세상에 소유되지 않고 세상의 주인이 되어 살 수 있습니다. 풀소유가 아닌 무소유의 삶을, 소유가 아닌 존재의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이 모두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그리스도 중심의 삶입니다.

 

셋째, 보십시오.

있는 그대로 보는 것입니다. 육안이 아니라 심안으로, 영안으로 보는 것입니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을 볼 것이다.” 마음의 눈이, 심안이 밝을 때 하느님을 봅니다.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과 함께 가는 마음의 순수입니다. 참으로 그리스도를 사랑할수록 심안은 밝아져 편견이나 선입견없이 있는 그대로의 실상을 보며 지혜로운 분별도 가능합니다. 

 

“네 눈은 네 몸의 등불이다. 네 눈이 맑을 때에는 온몸도 환하고, 성하지 못할 때에는 몸도 어둡다. 네 안에 있는 빛이 어둠이 아닌지 살펴보아라. 네 온몸이 환하여 어두운 데가 없으면, 등불이 그 밝은 빛으로 너를 비출 때처럼, 네 몸이 온통 환할 것이다.”

 

마음이 맑고 밝으면 눈도 맑고 밝고 몸도 맑고 밝습니다. 저절로 영육의 전인적 치유와 구원입니다. 눈은 건강의 척도입니다. 눈은 마음의 거울, 몸의 거울입니다. 눈-마음-몸이 하나로 연결되었음을 봅니다. 

 

참으로 생명이자 빛이신 그리스도를 사랑하여 그리스도 중심의 삶이 깊어질 때 말그대로 빛의 자녀들이 될 것입니다. 그리스도를 닮아 맑고 밝은 미음의 눈으로 제대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참으로 심안으로, 영안으로 잘 보는 것은 얼마나 중요한지요! 새삼 우리의 영적 삶은 마음의 눈이 열려가는, 밝아져 가는 개안의 여정임을 깨닫습니다. 

 

무지의 어둠을 비추는 그리스도의 빛입니다. “그리스도는 나의 빛, 눈먼 나에게 빛을 보여 주시네.” 오틸리아 베네딕도 연합회의 모토가 고맙습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의 눈을 열어 주시어 그리스도의 중심의 삶에 항구하고 충실하도록 도와 주십니다. 아멘.

 


Articles

35 36 37 38 39 40 41 42 43 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