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적 승리의 삶 -인내와 구원-2020.12.26.토요일 성 스테파노 첫 순교자 축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Dec 26,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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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26.토요일 성 스테파노 첫 순교자 축일 

사도6,8-10;7,54-59 마태10,17-22

 

 

 

영적 승리의 삶

-인내와 구원-

 

 

 

아침 성무일도 독서후 응송이 마음이 와 닿았습니다.

"주님은 나의 힘, 나의 영광이시나이다."

 

오늘은 어제 예수님의 탄일에 이어 첫 순교자 성 스테파노의 천상 탄일입니다. 참 축일의 배치가 절묘합니다. 첫 순교자란 영예로운 호칭대로 예수님을 그대로 닮은 성 스테파노의 순교 축일이자 동시에 천상 탄일입니다. 역시 순교의 죽음은 마지막이 아니라 새 생명의 시작임을 봅니다. 바로 이것이 우리의 궁극의 희망입니다. 교황청 전속 설교가 칸타라메싸 추기경의 대림 첫 강론 중 ‘죽음은 영원한 삶에로의 다리이다(Death is bridge to eternal life)’라는 말마디도 생각납니다. 

 

새삼 첫 순교자 스테파노의 죽음을 통해 예수님 성탄은 낭만이나 감상이 아닌 냉혹한 현실임을 보여 줍니다. 아주 예전 해인사 백련암의 성철 스님을 인터뷰했던 기자와의 일문일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백련암은 어떤 곳인가?”

“세상을 속이는 곳이다!”

 

착각과 환상중에 외관의 이상만 보지 말고 내면의 현실을 보라는 것입니다. 수도원이 밖으로는 천국같이 보여도 안으로는 영적 전투 치열한 최전방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건 제가 자주 체험한 일이기도 합니다. 한동안 피정지도후 귀원하여 집무실에 들어 왔을 때는 마치 영적 야전사령부野戰司令部에 돌아와 다시 영적 전투를 시작한 느낌이 들곤 했습니다. 믿는 이들 누구나 죽어야 끝나는 영적 전투의 삶입니다.

 

예수님 성탄 츄리나 소박하게 꾸며진 성탄 구유등 목가적이고 동화같은 장면을 보면 감상이나 낭만에 빠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현실이 아니라 순전히 착각이자 환상이라는 것입니다. 성탄의 실제 배경이나 이후 전개되는 상황을 보면 얼마나 위험한 환경중에 태어난 주님인지 잘 드러납니다. 

 

불가의 석가탄일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룹니다. 왕궁에서 왕자로 태어난 신록 아름다운 5월 중의 석가탄일과 여관방 구유에서 12월 동지를 지나 깊은 밤 엄동설한 추위중에 맞이하는 예수님 탄일입니다. 불가의 연꽃과 그리스도교의 십자가의 비움을 예시하는 구유 역시 첨예한 대조를 이룹니다.

 

바로 성탄의 낭만과 감상을 일거에 거둬버리고 성탄의 진실과 현실을 보여 주는 오늘 첫 순교자 성 스테파노 축일에 배치된 말씀입니다. 복음의 박해 현실이 그대로 사도행전 1독서에서 스테파노를 통해 재현됩니다. 

 

“사람들이 너희를 넘길 때, 어떻게 말할까, 무엇을 말할까 걱정하지 마라. 너희가 무엇을 말해야 할지, 그때에 너희에게 일러 주실 것이다. 사실 말하는 이는 너희가 아니라 너희 안에서 말씀하시는 아버지의 영이시다.”

 

오늘 복음 말씀 그대로 스테파노가 사도행전에서 그 모범을 보여 줍니다. 참으로 예수님의 으뜸 제자로서 손색이 없습니다. 사도행전의 묘사되는 스테파노는 말 그대로 치열한 영적전쟁에서 승리의 삶을 보여줍니다. 은총과 능력이 충만한 스테파노는 예수님처럼 큰 이적과 표징들을 일으키고 적대자들과 논쟁에도 이들을 압도하는 스테파노의 지혜와 성령입니다. 오늘 축일을 맞이하는 우리 수도원의 가보家寶와도 같은 부원장이자 주방장인 스테파노 수사님 역시 지혜와 성령이 충만한 분입니다.

 

이런 주님의 영적 전사, 성 스테파노의 고백을 통해 평소 성인의 든든한 배경이자 버팀목이 되셨던 하느님과 예수님이 계시됩니다.

 

“보십시오, 하늘이 열려 있고 사람의 아들이 하느님 오른 쪽에 서 계신 것이 보입니다.”

 

오늘 화답송 시편도 성 스테파노가 즐겨 기도로 바쳤으리란 생각이 듭니다. 우리의 영적 전투에 큰 도움이 되는 고백의 기도입니다.

 

“이 몸 보호할 반석되시고, 저를 구원할 성채되소서, 당신은 저의 바위, 저의 성채이시니, 당신 이름 위하여 저를 이끌어 주소서. 제 목숨 당신 손에 맡기오니, 주님, 진실하신 하느님, 저를 구원하소서.”

 

바로 이런 기도를 바친 성 스테파노에게 구원자이신 당신의 모습을 계시해 주신 예수님이심이 분명합니다. 참으로 성 스테파노의 결정적 영적 승리의 삶의 증거가 성인의 임종어입니다. 그대로 주님이자 스승이신 예수님의 임종어를 닮았습니다. 

 

“주 예수님, 제 영을 받아 주십시오.”

"주님, 이 죄를 저 사람들에게 돌리지 마십시오."

 

돌에 맞아 순교하면서 바친 마지막 임종어가 영적 승리는 물론 이웃 사랑의 진수를 보여줍니다. 과연 내 죽음시 마지막 임종어는 무엇이 될지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다음 복음의 예수님 말마디가 그대로 입증됩니다.

 

“너희는 내 이름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미움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끝까지 견디는 이는 구원을 받을 것이다.”

 

끝까지 인내하는 자가 궁극의 승리자로 구원을 받습니다. 끝까지 인내하여 영적 전투에 최선을 다하다가 순교한 첫 순교자 스테파노가 그 좋은 본보기입니다. 전사戰死해야 전사戰士인데 주님의 영적 전사戰士로서 전사戰死의 순교로 영원한 승리의 구원을 선물로 받은 성인입니다. 

 

성밖에서 순교의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도 그대로 예수님을 닮았습니다. 예수님은 성밖에서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셨고, 스테파노는 성밖에서 박해자들의 돌에 맞아 순교하였습니다. 스테파노를 죽인 그 증인들은 겉옷을 벗어 사울이라는 젊은이의 발앞에 두었으니, 섭리의 하느님은 스테파노의 뒤를 잇게 될 ‘신의 한 수’와도 같은 미래의 사도 바오로를 예비하고 있음을 봅니다. 

 

새삼 ‘순교의 피는 믿음의 씨앗(the blood of martyrs is the seed of faith)’이란 진리를 확인하게 됩니다. 스테파노의 거룩한 순교는 분명 사울에게 깊은 충격이 되었을 것입니다. 하느님의 시야는 우리와 비할 수 없이 끝없이 깊고 넓고 멀리 펼쳐져 있습니다. 더불어 그 누구도, 그 무엇도 하느님 섭리의 여정을 좌절시킬 수 없음을 깨닫습니다. 

 

이런 하느님의 시야로 현실을 직시할 때 일희일비하지 않고 끝까지 인내와 지혜로 최선을 다할 수 있을 것이니 성령께서 하시는 일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영적 전투에 당신의 영적 전사로서 인내와 지혜로 영적 승리의 삶을 살게 하십니다. 아침 성무일도 아름다운 즈카르야 후렴으로 강론을 마칩니다.

 

"첫 순교자인 스테파노에게 천국문이 열리고, 그는 승리의 월계관을 받았도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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