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1.연중 제1주간 월요일 히브1,1-6 마르1,14-20
회개와 따름, 예닮의 여정
-늘 새로운 시작-
새벽 교황님의 홈페이지를 여는 순간 교황님의 미국민들에 대한 감동적인 호소가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미국에 대한 교황님의 염려가 얼마나 지대한지 깨닫습니다.
“미국사회에 뿌리 내린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화해를 촉진하라. 폭력은 언제나 자기파괴적이다(Violence is always self-destructive). 폭력은 어떤 것도 얻을 수 없고 많은 것을 잃게 한다. 만남의 문화, 배려의 문화를 살리고 공동선을 건설하라.”
그러니 자기파괴적인 폭력은 얼마나 어리석은 행위인지요! 오늘은 연중 제1주간 월요일 첫날 바야흐로 연중시기의 시작입니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의 갈릴래아 전도 시작으로부터 어부 네 사람을 부르는 일화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제 본격적인 예수님의 공생애가 시작되었음을 알립니다. 우리 역시 다시 주님을 따르는 여정이 시작되었음을 주지시킵니다.
“때가 차서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
시공을 초월하여 영원한 현재성을 지닌 말씀입니다. 바로 오늘 우리를 향한 말씀으로 예수님 설교의 요약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때는 유일회적 카이로스의 시간입니다. 언젠가 그날의 때가 아니라 오늘 지금 여기서 하느님의 나라가 시작되었다는 절박성을 띠는 말씀입니다.
그러니 우리 믿는 이에게는 언제나 카이로스의 구원의 때, 주님을 만나야 할 때라는 것입니다. 언젠가의 하느님의 나라가 아니라 바로 여기 오늘 지금의 때에 하느님의 나라를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하느님의 나라는 장소가 아니라 관계를 뜻합니다. 하느님과의 관계가 시작될 때 비로소 하느님의 나라도 시작됩니다.
여기 오늘 지금 도래한 하느님의 나라에 대한 응답은 회개를 통한 깨어있음입니다. 과거에 대한 반성 측면보다는 미래를 향한 힘찬 발걸음을 뜻합니다. 회개로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새로이 복음을 믿는 것이요 구체적으로 주님을 따르는 것입니다. 회개와 복음을 믿음은 주님을 따름으로 실현됩니다.
“나를 따라 오너라. 내가 너희를 사람 낚는 어부가 되게 하겠다.”
바로 예수님을 따르라 부르시자 시몬과 안드레아 형제가, 야고보와 요한 형제가 즉시 모든 것을 버리고 주님을 따라 나섭니다. 어부들의 회개는 부르심, 버림, 따름의 과정으로 표현됩니다. 따름의 궁극 목표는 나의 구원은 물론 이웃의 구원에 있음을 봅니다.
네 어부들의 삶에는 획기적 전환점이 된 것입니다. 참으로 예수님과의 운명적 만남입니다. 예수님께서 부르셨고 이에 대한 응답입니다. 네 어부들이, 또 우리가 따르는 주님은 누구입니까? 바로 다음 히브리서가 고백하는 아드님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아드님을 만물의 상속자로 삼으셨을뿐 아니라, 그분을 통하여 온 세상을 만들기까지 하셨습니다. 아드님은 하느님 영광의 광채이시며 하느님 모상으로서, 만물을 당신의 강력한 말씀으로 지탱하십니다. 그분께서 죄를 깨끗이 없애신 다음, 하늘 높은 곳에 계신 존엄하신 분의 오른쪽에 앉으셨습니다.”
바로 아드님 예수님의 정체입니다. 우리가 믿고 따르는 분은 초월자이시면서 언제나 늘 오늘 지금 현존하시는 예수님이십니다. 바로 이런 예수님을 따르는, 혼자가 아닌 더불어의 여정에 오른 우리들입니다. 새삼 예수님은 우리 삶의 목표이자 방향이요 중심이자 의미임을 깨닫습니다.
막연한 자기 실현이 아니라 도반들과 더불어 주님을 따르면서 주님을 닮아가면서 참 나의 실현임을 깨닫습니다. 그러니 회개와 따름의 여정은 그대로 더불어 예수님을 닮아가는 예닮의 여정임을 깨닫습니다.
부질없는 만약의 질문이지만 '구원의 출구'이신 주님의 부르심의 은총이 없었다면, 네 어부들의 삶은, 우리의 삶은 어떠했을까요? 한번뿐이 없는 유일회적 삶인데 평생을 살아도 주님을 만나지 못해 주님도 참 나도 모르고 세상을 떠난다면 얼마나 억울하고 허무할까요! 인생 무지와 무의미, 허무에 대한 답은 예수님뿐인데 말입니다. 그러니 예수님과의 만남은 천복의 은총임을 깨닫습니다.
예수님이 바로 하느님의 나라입니다. 예수님의 부르심에 대한 우리의 버림과 따름은, 회개는 한두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평생 여정입니다. 날마다 주님은 우리를 부르시고 우리는 이에 회개로 응답하여 불필요한 모든 것을 버리고 그분을 따라 나서는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 삶의 여정은 늘 한결같은 회개의 여정, 버림의 여정, 따름의 여정임을 깨닫습니다. 다음 고백처럼 말그대로 주님을 따라 하느님 바다 향해 맑게 흐르는 사랑의 강같은 내적여정의 삶입니다.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밖으로는 정주의 산, 안으로는 흐르는 강이 되어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끊임없이 주님을 따라
하느님 바다를 향해 맑게 흐르는 강이 되어 살았습니다.
때로는 좁은 폭으로 또 넓은 폭으로
때로는 완만하게 또 격류로 흐르기도 하면서
더불어
한결같이 결코 끊어지지 않고
계속 맑게 흐르는 하느님 사랑의 강이 되어 살았습니다.
하느님은 영원토록 영광과 찬미받으소서.”-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회개의 여정, 따름의 여정, 예닮의 여정에 항구하고 충실할 수 있는 힘을 주십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