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지금 여기서 새 하늘과 새 땅을 삽시다 -기쁨, 기도, 감사-2021.1.18.연중 제2주간 월요일(일치주간)

by 프란치스코 posted Jan 18,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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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8.연중 제2주간 월요일(일치주간)                                                히브5,1-10 마르2,18-22

 

 

 

오늘 지금 여기서 새 하늘과 새 땅을 삽시다

-기쁨, 기도, 감사-

 

 

 

새벽에 올 겨울들어 4번째 흰눈이 내렸습니다. 깨끗한 마음으로, 기쁘게 기도하며 감사하며 새 하늘과 새땅을 살라는 가르침을 줍니다. 하여 오늘 강론 제목은 “오늘 지금 여기 새 하늘과 새땅을 삽시다-기쁨, 기도, 감사-”로 정했습니다. 

 

이런저런 풍성한 예화로 오늘 강론을 시작합니다. 하루하루 아껴 쓰며 지낸 하루들인데 벌써 1월18일! 쏜살같이 흐르는 세월입니다. 흡사 하루하루 흘러가는 세월이 눈에 보이는 듯 합니다. 삶에 대한, 인간에 대한 통찰은 시공을 초월하여 동서고금 예나 이제나 변함없어 보입니다. 고문진보古文眞寶에 나오는 옛 중국 현인들의 짧막한 두 대조적인 시詩가 현재의 중요성을 실감케 합니다.

 

“오늘 즐기지 못하면/다시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가

백년도 못사는 인생이/천년 근심 늘 안고 있어라.”

 

“젊은 시절은 거듭 오지 않으며/하루에 새벽이 두 번 있진 않네

 때를 놓치지 말고 힘쓸진저/세월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네.”

 

대조적인 관점에 공감이 갑니다. 모두 오늘 지금 여기의 중요성을 강조한 글입니다. 엊그제 89세 노형제님의 면담고백성사차 방문에 감동했습니다. 불편한 노구를 이끌고 오셨는데 어제 추운 새벽에는 기도하며 산책하는 모습도 목격했습니다. 하루를 절실하게 사는 모습이었습니다. 

 

이런 노형제께서 집무실에 들어서자마자 큰 절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도 엉겁결에 큰 절로 맞절을 드렸습니다. 비움과 겸손과 감사가 가득 담긴 절이었고 고백성사후 처방전 말씀은 바오로 사도의 말씀을 써드렸습니다. 우울하고 어둡고 힘든 세월일수록 처방전 말씀은 이 한 말씀뿐입니다. 윗 한시에 대한 그리스도교신자들의 답입니다.

 

“항상 기뻐하십시오. 늘 기도하십시오, 어떤 처지에서든지 감사하십시오,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님을 통해서 여러분에게 보여주신 하느님의 뜻입니다.”(1테전5,16-18)

 

이 말씀에 덧붙여 반드시 찍어 드리는 스탬프 두 말마디중 -“웃어요”, “괜찮아 힘내”- 하나입니다. 우울해 하던 분들이 성구를 읽고 이 말마디를 읽으면서 정말 통쾌, 유쾌, 상쾌하게 활짝 웃는 모습을 자주 볼 때마다 저절로 웃게 됩니다. 윗 중국 한시와 비교하면 얼마나 긍정적이고 낙관적인지요!

 

이번 주 1월17일자 가톨릭 신문 21면 ‘사람과 사람’ 기사도 저에겐 신선한 충격에 교훈이었습니다 제 대구가대 1회 동기 졸업생 한분(김상진 신부)과 더불어 5명, 합하여 6분의 백발의 은퇴 사제들 사진과 더불어 반대편에는 흑발의 여섯분 새사제들 사진이 참 대조적이었습니다. 한쪽은 일몰의 퇴장 모습을, 반대쪽은 일출의 입장 모습을 상징하는 듯 했습니다. 하단에는 제 동기중 최초로 지병으로 선종한 사제(이승용 신부)의 사진이 게재되어 있었습니다. 한 순간에 흐른 30-40년 세월입니다.

 

새삼 오늘 지금 여기 현재 삶의 중요성을 상기시키는, 참으로 겸허하게 하는 사진들이었습니다. 살아있는, 죽는 그날까지 영원한 현역의 주님의 전사로 살아야 겠다는 자각을 새로이 하게 하는 사진들이었습니다. 

 

새벽 강론 쓰기전 우선 확인하는 것은 인터넷 뉴스요 제1번이 교황님 근황입니다. 2000년 역사상 이런 지칠줄 모르는 열정을 지닌 참목자 교황님은 처음일 것이니 가톨릭교회의 홍복洪福이자 천복天福입니다. 참으로 영원한 현역의 주님의 사랑의 전사, 가톨릭교회의 자랑! 날마다 주옥같은 생명의 말씀을 선사하시는 교황님이십니다.

 

어제 삼종시 복음 강론도 핵심을 잡은 감동적 내용이었고, 오늘부터 시작되는 ‘일치주간’메시지도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하느님을 발견하는 것은 사랑을 발견하는 것을 뜻한다. 하느님의 부르심은 사랑이며, 사랑만으로 응답되어야 한다.”는 강론의 요지였고, 일치주간을 맞이하여서는 “예수님의 소망인 모두가 하나되는 것 즉 일치가 실현되도록 기도하자. 일치는 언제나 갈등보다 고귀하다(Unity is always higher than conflict)."는 요지의 내용이었습니다. 

 

어제 오후 뜻밖의 메시지도 충격이었습니다. 30년 동안 한결같은 수도원 예수님께 사랑을 쏟았던 50대 초반 자매의 남편이 50후반에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메시지였습니다. “신부님, 하늘나라 갔어요! 기도해 주세요.” 하늘나라 갔다는 신심의 표현이 그대로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거의 1년이상 온통 나라를 혼란케한 유명인사에 대한 기사도 깊은 울림을 주는 교훈이었습니다. “시대흐름을 거스른 정치인들의 운명, 유통기간은 끝나다”라는 요지의 기사중, ‘유통기간’이란 말마디가 잊혀지지 않습니다. 인생 누구나 유통기간이, 심지어는 사랑도 유통기간이 있다 합니다. 유명 바둑기사들만 봐도 전성기의 유통기간이 끝나면 서서히 뒤안길로 사라집니다. 아내 예쁜 얼굴의 유통기간은 혼인 예식날 사진 촬영때의 순간이고, 아내 고운 마음의 유통기간은 평생이란 말이 생각납니다.

 

그러나 우리의 향주삼덕 믿음 희망 사랑에는, 또 주님의 말씀에는 유통기간이 없습니다. 하느님을 믿는 신자들에게도 유통기간이 없습니다. 고전古典이나 고전같은 성인이나 위인들 역시 유통기간도 없고 유행을 타지 않습니다. 반면 신문은 유통기간 하루입니다. 인스탄트 시대 날로 유통기간도 짧아집니다. 그러나 위 사도 바오로의 말씀은 200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통되고 있지 않습니까! 오늘 복음 말씀과 제1독서의 말씀도 유통기간이 없고 영원합니다.

 

요한의 제자들과 바리사이들의 제자들은 단식하는데 왜 예수님 당신의 제자들은 단식하지 않느냐는 참 까칠한 꼰대같은 질문에 예수님은 현재의 중요성을 상기시키며 이들의 사고의 전환을 촉구합니다. 삶의 핵심은 단식이 아니라 사랑이라는 것입니다. 단식의 거부가 아니라 단식의 때에 단식하면 될 것이지, 왜 주님이신 당신과 함께 혼인잔치의 기쁨을 누려야 할 축제인생에 굳이 고해인생을 살려 하느냐는 이들의 무지와 완고함을 꾸짖는 말입니다. 

 

그대로 예수님 성심을 통해 환히 드러나는 하느님의 사랑입니다. 정말 분별과 식별의 잣대는 단식이나 율법이 아니라 하느님 사랑의 화신이신 예수님 자신임을 깨닫습니다. “예수님 같으면 어떻게 하실까?”에 답은 자명하게 나옵니다. 이런 예수님의 다음 복음 요지 말씀입니다.

 

“아무도 새 천조각을 헌 옷에 대고 깊지 않는다. 아무도 새 포도주를 헌 가죽 부대에 담지 않는다. 그러니 새 헝겊은 새 헝겊에 대고 기워야 하며,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삶의 지혜와 통찰이 가득 담긴, 그러나 너무 평범한 요지의 말씀입니다. 날마다 새롭게 변하는 새포도주의 현실에 맞게 새 부대의 사고와 시야를 지니라는 것입니다. 이래야 꼰대 소리 듣지 않고 유통기간없는 늘 새 하늘과 새 땅의 삶일 것입니다. 하여 평생 배움의 공부가 필수입니다.

 

예수님은 산전수전 다 겪은 분이기에 누구보다 우리의 처지를 잘 아십니다. 히브리서가 감동깊게 묘사하는 그대로입니다. 참 역설적으로 너무나 인간적이기에 너무나 신적인 예수님이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세상에 계실 때 당신을 죽음에서 구하실 수 있는 분께 큰 소리로 부르짖고 눈물을 흘리며 기도와 탄원을 올리셨고, 하느님께서는 그 경외심 때문에 들어 주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아드님이시지만 고난을 겪으심으로써 순종을 배우셨습니다. 그리고 완전하게 되신 뒤에는 당신께 순종하는 모든 이에게 영원한 구원의 근원이 되셨으며, 하느님께서는 멜키체덱과 같은 대사제로 임명하셨습니다.”

 

바로 대사제 파스카 예수님께 대한 심오한 묘사입니다. 바로 이런 대사제 예수님께서 당신 사제를 통해 친히 이 거룩한 미사를 집전하십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새 부대의 우리 마음 안에 새 포도주의 성령을, 사랑을 넘치도록 담아 주시어 우리 모두 당신의 더없이 깊은 사고와 당신의 드넓은 시야를 지니고 오늘도 새 하늘과 새 땅을 살게 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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