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영광을 위한 삶 -만남, 치유, 선포-2021.2.14.연중 제6주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Feb 14, 202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2021.2.14.연중 제6주일                                            레위13,1-2.44-46 1코린10,31-11,1 마르1,40-45

 

 

 

하느님의 영광을 위한 삶

-만남, 치유, 선포-

 

 

 

오늘 나병환자에 관한 말씀을 대하면서 떠오른 말마디가 외로움입니다. 오늘 제1독서 레위기의 다음 나병환자의 처지를 생각해 봅니다.

 

“악성 피부병에 걸린 병자는 옷을 찢어 입고 머리를 푼다. 그리고 콧수염을 가리고 ‘부정한 사람이오.’. ‘부정한 사람이오.’하고 외친다. 병이 남아있는 한 그는 부정하다. 그는 부정한 사람이므로, 진영 밖에 자리를 잡고 혼자 살아야 한다.”

 

혼자 격리되어 사람들에게 멸시와 차별, 혐오중에 살아가는 나병 환자들에게 신체의 병이나 아픔보다는 마음의 외로움이, 아픔이 치명적일 것입니다. 나병 환자들이 상징하는 바 갖가지 사유로 고립단절되어 외롭게 살아가는 숱한 사람들입니다. 아마 분명 외로워서 수도원을 찾는 이들도 참 많을 것입니다.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라는 널리 회자되고 있는 정호승 프란치스코 시인의 시도 생각납니다. 주님이 없는 외로움은 병이자 아픔일 수 있지만 주님 안에서 겪는 외로움을 축복일 수 있습니다. 어찌보면 외로움은 주님을 찾으라는 주님의 간곡한 초대의 표지일 수 있습니다. 

 

주님이 계시기에 외로움도 견뎌낼 수 있으며, 더 고마운 것은 외로움은 주님을 그리는 그리움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주 예전에 써놓고 애송했던 ‘외로움’과 ‘그리움’이란 시가 생각납니다.

 

-“삶은 외로움을 견뎌내는 것

외로움중에도 묵묵히 꽃들 피어 내는 것

하늘이 별들 피어 내듯

땅이 꽃들 피어 내듯.”-2001,8.17

 

-“그리움이 깊어지면 병이 된다 하지만

당신 향한 내 그리움은 기도가 되고 별이 됩니다

당신 영혼 하늘에 빛나는 별이 되어 수호천사 별이 되어

언제나 당신을 비출 것입니다”-1997.4

 

참 고마운 것은 주님 안에서 외로움은 곧 주님 향한 그리움으로 바뀐다는 것입니다. 외로움의 눈빛이 어둡고 무겁다면 주님을 기다리는 그리움의 눈빛은 별처럼 영롱하게 빛납니다. 제 집무실 책상 위 도예가 조카가 선물한 도자기의 핀란드 흰 올빼미 눈이 바로 그러합니다. 기다림의 눈빛처럼, 그리움의 눈빛처럼 늘 영롱하게 빛납니다. 외로움, 그리움, 기다림 모두 정답고 깊은 순 우리말입니다. 

 

바로 오늘 복음에서 주님을 찾았던 나병환자의 눈빛이 그러했을 것입니다. 오늘 복음의 나병환자의 치유과정을 통해 우리는 ‘하느님의 영광을 위한 삶’이라는 참 귀한 진리를 배웁니다.

 

첫째, 갈망과 찾음입니다.

사람 누구에게나 하느님 심어 주신 당신 향한 갈망과 열정, 그리움입니다. 바로 외로움은 이런 주님 향한 갈망과 열정, 그리움에로의 초대입니다. 바로 이런 갈망의 그리움으로 주님을 열렬히 항구히 찾는 것입니다. 참으로 진정한 성소의 표지는 이런 주님 향한 샘솟는 그리움, 갈망입니다. 바로 오늘 복음의 나병환자가 이런 갈망과 찾음의 모범입니다. 놀라운 것은 그가 좌절이나 절망하지 않고 끊임없는 갈망으로 주님을 찾았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세월 흘러 나이들어도 그리움의 열정만은 식어선 안됩니다. 갈망의 열정이 있어야 깨어 기도하게 되고 마음의 순수입니다. 참으로 그리움의 갈망이, 열정이 있을 때 살아있다 할 수 있습니다. 바로 하느님 향한 목마름이요 배고픔입니다. 하여 수도자를 하느님을 찾는 갈망의 사람, 그리움의 사람이라 정의합니다. 

 

어찌 수도자뿐이겠습니까? 모두가 마음 깊이에서는 하느님을 목말라하고 배고파합니다. 하여 영혼의 갈증을 해갈하고 배고픔을 채우고자 이 거룩한 미사에 참여한 우리들입니다.

 

둘째, 만남과 치유입니다.

간절히 찾을 때 저절로 기도하기 마련입니다. 주님과의 소통의 사랑이, 개방이 기도입니다. 주님을 찾을 때 기도하게 되고 주님을 만납니다. 주님을 찾지 않으면 절대 만나지 못합니다. 갈망으로 찾을 때 눈이 열려 주님을 알아보지만 찾지 못해 영혼이 눈멀어 있으면 주님을 앞에 두고도 알아보지 못합니다.

 

나병환자의 마음은 갈망으로 주님 향해 활짝 열려 있었고 마침내 절호의 기회가 온 것입니다. 쏜살같이 예수님께 가서 도움을 청합니다. 분명 나병환자는 이 사람 하나뿐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아마 대부분 나병환자들은 체념과 절망의 자포자기로 무너져 내려 있었던 듯 합니다. 

 

그러나 이 나병 환자만은 주님께 희망을 두고 끝까지 찾고 기다렸던 듯 합니다. 그는 주님 앞에 무릎을 꿇고 소원을 고백합니다. 참으로 간절하고 절실한 믿음의 고백에 주님은 감동하셨음이 분명합니다. 주님을 감동시키는 순수한 믿음입니다.

 

“스승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이 하실 수 있습니다.”

 

똑같은 예수님께서 사제를 통해 이 거룩한 미사를 집전하십니다. 우리 또한 이런 나병환자와 같은 절실한 심정으로 심신의 병과 아픔을 치유해 주십사 기도할 때 심신의 치유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가엾은 마음이 드셔서 손을 내밀어 그에게 대시며 말씀하십니다. 그대로 미사은총을 상징합니다.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

 

그러자 바로 나병이 가시고 그가 깨끗하게 되었다 합니다. 그대로 미사에 참석한 우리 모두를 향한 주님의 치유의 구원선언입니다. 사실 심신의 치유와 건강에 미사은총보다 더 좋은 치유제도 예방제도 없습니다. 모두가 거리를 두고 멀리했지만 주님만은 나병환자와의 일치를 통해 그를 치유해 주셨습니다. 우리는 여기서 예수님의 1.가엾이 여기는 마음, 2.따뜻한 스킨쉽, 3.권위있는 말씀의 삼박자 치유의 구원원리를 배웁니다. 

 

어찌 나병 육신의 치유뿐이겠습니까? 외로움과 그리움, 차별, 무시, 혐오로 인한 온갖 마음의 온갖 병과 아픔도 치유되니 말 그대로 온전한 전인적 치유입니다. 정말 무서운 병은 무지와 허무, 무의미, 절망, 좌절, 우울증 같은 영혼의 병, 마음의 병입니다. 계속되는 코로나로 인해, 일자리를 잃고 생활고로 인해 얼마나 많은 이들이 생존의 위기로 심신의 병과 아픔을 겪고 있는지요! 외로움이니 그리움이니 하는 말마디들은 이런 분들에게는 사치스런 감상으로 들릴지도 모릅니다.

 

날로 빈부의 격차가 심해진다 합니다. 어제 몇분의 형제들의 의견에도 공감했습니다. 나라만의 힘으로 역부족이니 IMF 때 금모으기 등을 통해 위기를 극복했던 것처럼, 이익공유제란 말도 나왔듯이 있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지갑을 열어 가진 것을 나누는 거국적 사랑의 운동으로 자영업자들, 소상공인들도 함께 살도록 해야 하지 않겠나 하는 의견들이었습니다.

 

셋째, 파견과 선포입니다.

주님과의 만남과 치유로 끝이 아닙니다. 곧장 파견과 선포로 이어져야 비로소 치유와 구원의 완성입니다. 복음 후반부가 치유받은 나병환자의 파견과 더불어 복음 선포의 활약상을 보여줍니다.

 

‘그는 떠나가서 이 이야기를 널리 퍼뜨리기 시작하였다. 그리하여 예수님께서는 더 이상 드러나게 고을로 들어가지 못하시고, 바깥 외딴곳에 머무르셨다. 그래도 사람들은 사방에서 그분께 모여들었다.’

 

치유의 구원을 받은 나병환자가 제 본연의 삶의 자리로 파견되어 복음 선포의 일꾼이 되니 그를 통해 빛나는 하느님의 영광입니다. 하느님의 영광을 위한 삶, 믿는 이들 모두의 궁극의 목표입니다. 이보다 영육의 건강에 좋은 처방의 삶도 없습니다. 바로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에 참석한 우리 모두를 향해 바오로 사도를 통해 명쾌하게 말씀하십니다.

 

“여러분은 먹든지 마시든지, 그리고 무슨 일을 하든지 모든 것을 하느님의 영광을 위하여 하십시오.---무슨 일을 하든 모든 사람을 기쁘게 하려고 애쓰는 나처럼 하십시오. 나는 많은 사람이 구원을 받을 수 있도록, 내가 아니라 그들에게 유익한 것을 찾습니다. 내가 그리스도를 본받는 것처럼 여러분도 나를 본받는 사람이 되십시오,”

 

예수님과 일치된 삶을 통해 하느님의 영광을 환히 드러내는 바오로 사도 자신을 본받으라는 주님의 말씀입니다. 바로 이에 근거한 “모든 일에 하느님께 영광!”(규칙57,9) 이란 분도규칙의 말씀이 수도원 입구 정문 바위판에 새겨져 있습니다. 이어지는 복음 말미 예수님의 지혜로운 처신도 우리에게 좋은 가르침이자 깨우침이 됩니다. 바로 군중들의 과열된 열광의 분위기를 피하여 외딴곳에서 아버지와의 친교를 통해 새롭게 자신을 충전시키는 주님의 모습에서 주님의 분별의 지혜를 배웁니다. 

 

그래도 사람들은 사방에서 예수님께 모여들었다 하니 새삼 예수님을 통해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하느님 영광의, 하느님 생명의, 하느님 구원의 빛이자 향기임을 깨닫습니다. 

 

주님은 연중 제6주일, 사순시기를 앞두고 우리 모두에게 참 좋은 가르침을 주셨습니다. 우리 삶의 궁극 목표인 하느님의 영광을 위한 삶을 살라는 것입니다. 바로 오늘 복음의 나병환자가 롤모델이 됩니다. 그러니 이를 위해,

 

1.주님을 찾는 지칠줄 모르는 갈망과 열정을 지니십시오.

2.주님을 만나 치유받으십시오.

3.제 삶의 자리로 파견되어 복음 선포의 삶을 사십시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 모두의 영육의 병과 아픔을 말끔히 치유해 주시어 당신 복음선포의 일꾼으로 각자 제 삶의 자리로 파견하시어 하느님의 영광을 위한 삶을 살게 하십니다. 

 

“행복하여라, 죄를 용서받고, 잘못을 씻은 이! 행복하여라, 주님이 허물을 헤아리지 않으시고, 그 영에 거짓이 없는 사람!”(시편32,1-2). 아멘.

 


Articles

30 31 32 33 34 35 36 37 38 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