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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2.28. 사순 제2주일 

창세22,1-9ㄱ.10-13.15-18 로마8,31ㄴ-34 마르9,2-10

 

 

 

봄날같은 삶

-신비체험의 일상화日常化-

 

 

 

지난 사순 제1주간 교황청 전속 설교가인 칸타라메사 추기경은 사순절의 세 요소에 대해 강론했습니다. ‘1.회개하고 복음을 믿으라, 2.마음을 돌려 어린이같이 되어라, 3.미지근하지 말고 열렬한 사람이 되어라’ 바로 오늘 우리에게 주는 말씀이기도 합니다.

 

회개하여 어린이같이 되어 열렬한 영혼으로 살 때 봄날같은 삶이겠습니다. 이런 회개의 마음으로 살 때 땅속깊이 믿음의 뿌리내린 나무같은, 하늘 높이 희망의 가지 뻗은 나무같은 사람이 되어, 즉 깊이와 높이의 사람이 되어 살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이들이야 말로 신비체험의 일상화를 사는 사람들입니다. ‘봄날같은 삶-신비체험의 일상화’, 바로 오늘 강론 제목입니다. 

 

이제는 완연한 봄날입니다. 마냥 걸어도 마냥 좋은 봄길입니다. 봄길, 봄빛, 봄비, 봄바람, 봄꽃, 봄소식 등 봄이 들어가는 말마디는 다 정답고 향기롭습니다. 봄냄새가 납니다. 사실 봄에 관한 가곡도 많습니다. 어제는 산책중 ‘동무생각’과 ‘봄이오면’, 가곡도 불러봤습니다. 그리움의 대상을 주님으로 바꾸면 그대로 성가처럼 느껴지는 아름다운 가곡들입니다. 예전에 써놨던 ‘봄비’란 재미있는 짧은 시가 생각납니다.

 

“마음을 촉촉이 적시는 봄비

하늘 은총

내 딸 아이 하나 있다면 이름은 무조건

‘봄비’로 하겠다”-2005년 봄.

 

얼마전 화창한 봄날, 오랜만에 만난 수녀님과 십자로 중앙 예수님상 배경으로 셀프카 사진을 찍은후 사진을 전송하며 주고 받은 유쾌한 메시지도 잊지 못합니다. 제가 사진찍을 때는 반드시 성호경 기도를 바칩니다.

 

“사진처럼 늘 멋지고 행복하게 사세요! 사랑하는 수녀님, 예수님께서도 기뻐웃으십니다!”

“우와! 신부님께선 5년은 더 회춘하신 모습입니다. 주님께서 기뻐하시는 우리 신부님!”

 

회춘回春이라 말이 반가워 국어사전을 찾아 봤습니다. ‘1.봄이 다시 돌아옴, 2.심하게 앓던 병이 낫고 건강이 회복됨, 3.도로 젊어짐’ 바로 파스카 영성을 요약한 말마디 회춘이었습니다. 바로 이런 평범한 체험이 신비체험의 일상화를 가능하게 합니다. 유별난 신비체험이 아니라 사랑체험은 모두가 신비체험입니다. 어떻게 하면 봄날같은 삶을, 신비체험의 일상화를 이룰 수 있을까요. 간단합니다.

 

첫째, 제자리에 충실하십시오.

바로 우리 분도수도자들의 정주서원이 이에 해당됩니다. 우리가 주님을 만나야 할 곳은 어딘가 밖이 아니라 오늘 지금 여기입니다. 하느님은 어디나 계시기에 바로 오늘 지금 여기가 하늘 나라요 에버랜드요 세상의 중심입니다. 안주가 아닌 늘 내적으로 새로운 정주의 삶을 살 때 이뤄지는 신비체험의 현장이 되는 제자리입니다. 

 

중세 독일의 신비가 마이스터 엑카르트의 말이 생각납니다. 하느님을 집에 놔누고 밖에 외출하여 찾는 다는 것입니다. 외출한 것은 하느님이 아니라 바로 나라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모든 성인들이 제 삶의 자리에서 제정신으로 제대로 제역할을 하며 살았습니다. 바로 이의 모범이 오늘 제1독서 창세기의 믿음의 성조聖祖, 아브라함입니다. 하느님은 주님의 천사를 통해 두 번이나 거푸 삶의 제자리에 있는 아브라함을 부르십니다.

 

“아브라함아, 아브라함아!”

“예, 여기 있습니다.”

 

깨어 있다가 즉시 응답하는 아브라함입니다. 침묵의 사람, 경청의 사람, 기도의 사람, 늘 주님과 함께 살았던 아브라함임을 깨닫습니다. 얼마나 전폭적으로 아브라함을 신뢰한 하느님이신지 마음에 깊이 와닿습니다. 모리야 산에서 마침내 사랑하는 외아들 이삭을 번제물로 바치라는 주님의 명령에 순종하는 모습에서 아브라함 믿음의 진면목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둘째, 은총의 선물인 신비체험을 갈망하십시오.

오늘날의 비극이자 불행은 신비 의식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참으로 신비감각의 상실보다 큰 손실도 없습니다. 삶의 신비가 인간의 품위를 지켜줍니다. 늘 새로운 삶을 살게 하는 원천이 신비체험입니다. 신비체험을 사랑하고 갈망하는 주님의 신비가로 사시기 바랍니다. 

 

이런 이들에게 주님은 신비체험을 선물하십니다. 오늘 산 높은 곳에서 주님의 은총으로 주님의 애제자 셋,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이 주님의 변모를 체험합니다. 예수님의 변모에 깊은 충격을 받은 베드로의 고백입니다.

 

“스승님, 저희가 여기에서 지내면 좋겠습니다. 저희가 초막 셋을 지어 하나는 스승님께, 하나는 모세께, 또 하나는 엘리야께 드리겠습니다.”

 

나머지 두 제자들도 같은 심정이었을 것입니다. 아마 예수님의 변모체험과 자신들의 내적변모체험의 은총은 이어지는 십자가의 길에서 예수님과 세 제자들에게 마르지 않는 내적 힘의 샘이 됐을 것입니다. 영육으로 지친 제자들에게 부활의 영광을 앞당겨 보여 주신 하느님 배려의 사랑임이 분명합니다.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

 

산상에서의 변모체험에 집착하여 안주할 것이 아니라 주님의 말씀에 순종하면서 일상의 삶의 제자리로 돌아가 십자가의 길을 가라는 하느님의 말씀입니다. 수도원의 피정이 아무리 좋아도 결국은 제자리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세 제자들처럼 아브라함도 이삭을 번제물로 바치려는 결정적 순간에 하느님을 체험합니다. 

 

“그 아이에게 손대지 마라, 그에게 아무런 해도 입히지 마라. 네가 너의 아들, 네 외아들까지 나를 위하여 아끼지 않았으니, 네가 하느님을 경외하는 줄을 이제 내가 알았다.---네가 나에게 순종하였으니, 세상 모든 민족들이 너의 후손을 통하여 복을 받을 것이다.”

 

아마 이런 하느님 신비체험은 아브라함의 믿음의 여정에 결정적 힘이 되었을 것입니다. 바로 이런 아브라함의 하느님 향한 사랑과 순종의 믿음이란 ‘디엔에DNA’를 고스란히 전수받은 우리 구원자 예수님이심을 깨닫습니다. 아브라함과 이사악 부자간의 모습이 은연중 상징하는 바, 하느님 아버지와 외아들 예수님입니다. 아브라함이 이사악을 바쳤다 돌려 받은 것처럼 하느님은 우리를 위해 예수님을 십자가의 번제물로 내 놓으셨다가 부활시키시어 우리에게 구세주로 돌려주셨습니다. 

 

셋째, 신비체험의 고백을 통해 그리스도 중심의 삶을 확고히 하십시오.

꼭 높은 산에서의 신비체험만이 아니라 우리의 평범한 일상에서 계속되는 신비체험입니다. 바로 우리는 공동전례기도인 시편성무일도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주님의 변모와 더불어 우리의 내적변모를 신비로이 체험합니다. 신비체험과 고백은 거의 동시적입니다.

 

신비체험의 일상화를 가능하게 하는 시편성무일도와 미사를 통한 매일 평생 끊임없이 반복되는 찬미와 감사, 믿음과 희망, 사랑의 무수한 하느님 향한 고백들입니다. 바로 우리는 이런 공동전례기도의 고백을 통해 주님을 만남으로 거룩한 변모를 체험합니다. 

 

하여 우리는 신비 변모체험의 은총으로 끊임없이 정화되고 성화되어 점차 신망애信望愛의 사람, 진선미眞善美의 사람으로 변모되어 주님을 닮아가는 것입니다. 이런 변모의 여정에서 그리스도 중심의 삶은 더욱 확고해 집니다. 오늘 제2독서 주님을 체험한 바오로의 확신에 넘친 고백은 그대로 우리이 고백이 됩니다.

 

“우리를 의롭게 해 주시는 분은 하느님이십니다. 누가 우리를 단죄할 수 있겠습니까? 돌아가셨다가 참으로 되살아 나신 분, 또 하느님의 오른쪽에 앉아 계신 분, 그리고 우리를 위하여 간구해 주시는 분이 바로 그리스도 예수님이십니다.”

 

참으로 그리스도 주 예수님이야말로 우리 삶의 영원한 중심이자 영원한 도반임을 깨닫습니다. 참으로 그리스도 예수님과의 우정을 날로 깊이하는 것이 우리 삶의 모두임을 깨닫습니다. 더불어 나누고 싶은 행복기도입니다.

 

“그리스도 예수님

당신은 저의 사랑, 저의 생명, 저의 기쁨, 저의 행복입니다

하루하루가 감사와 감동이요 감탄이옵니다

날마다 새롭게 시작하는 아름다운 하루이옵니다.“

 

신비체험의 일상화를 통해 봄날 같은 삶을 사시기 바랍니다. 그러니 1.정주의 제자리에 충시하십시오. 2.신비체험의 은총을 갈망하십시오, 3.끊임없이 주님을 고백함으로 신비체험의 일상화와 더불어 주님 중심의 삶을 견고히 하십시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를 변모시켜 주시어 날로 주님을 닮아가게 하십니다. 

 

“나는 주님 앞에서 걸어가리라. 살아 있는 이들의 땅에서 걸으리라.”(시편116,9).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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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안젤로 2021.02.28 10:48
    "사랑하는 주님, 주님 주신
    거룩한 이 시간 회개와 감사를 통해 흔들지 않는
    믿음의 자녀가 되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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