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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3.2.사순 제2주간 화요일                                                         이사1,10.16-20 마태23,1-12

 

 

 

섬김의 사랑,섬김의 권위

-너희는 모두 형제다-

 

 

 

어제는 마음을 촉촉이 적시는 은총의 봄비였는데 오늘 3월 둘째날은 봄눈입니다. 사순시기 깨끗한 마음으로 살라 내려주신 흰눈, 봄눈의 선물같습니다. 눈 덮인, 흰눈꽃(雪花) 가득 피어난 수도원 주변의 풍경이 신비롭고 아름답기가 천상적이자 환상적입니다. 

 

“너희는 모두 형제다”

한눈에 들어온 오늘 복음중 한말씀입니다. 더불어 생각나는 교황님의 세 번째 회칙인 인간의 형제애와 사회적 우애를 다루는 사회회칙 ‘모든 형제들(Fratelli Tutti)’입니다. 우리 수도원의 아랫집 숙소의 명칭도 ‘형제의 집’입니다. 수도공동체 성원들의 삼중 신원, 주님의 전사, 주님의 학인, 주님의 형제중 특히 강조되는 측면이 주님의 형제들로서의 형제애입니다. 

 

요즘 코로나 사태와 더불어 최대의 화두로 등장한 말마디는 ‘기후위기’일 것입니다. 이런 추세로 가면 인류의 종말이 얼마 안남았다는 절박한 분위기입니다. 그 마지노선이 2050년이라 하며 앞으로의 10년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합니다. 새벽 이색적 뉴스도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환경파괴를 집단 학살처럼 국제범죄로 규정하자”는 움직임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는 뉴스였습니다. 

 

자연만물까지 형제라 부르면서 형제애를 강조했던 성 프란치스코의 영성이 생태문명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있습니다. 회개의 사순시기, 쓰레기를 덜 내는 생태적 회개가 참으로 절실한 때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요즘 많이 강조되는 것이 식탁의 기본을 바꾸야 한다는 것입니다. 일부 기사를 인용합니다.

 

“육류에 대한 인류의 열렬한 선호 탓에 600억 마리가 넘는 동물이 사육되고 있으며, 그 동물들을 위한 식량과 목초지를 위해 농지의 4/5가 이용되고 있다는 충격적 사실이다. 이산화탄소, 아산화질소, 메탄을 포함한 축산 배출물은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의 20%를 차지한다. 농업에서 삼림벌채, 음식물 쓰레기에 이르기까지 다른 모든 식품 관련 배출에 축산까지 추가한다면, 우리가 먹는 음식이야말로 지구 온난화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인류는 지구의 온 생명을 게걸스럽게 갉아 먹어치워왔다. ‘먹방’은 동시대 인간의 생활 방식에 대한 가감없는 적나라한 자화상이다. 하여 식습관의 변화는 지구의 진로를 변경할 수 있는 가장 쉬우면서도 강력한 처방일 수 있다. 하여 누군가는 ‘우리가 날씨다(We are the Wether)’라 선언할 수 있었던 것이다.”

 

참으로 적게 먹고 적게 쓰는 간소한 삶이 지구 형제는 물론 인류를 살리는 구체적 회개 실천의 길임을 깨닫게 됩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이 향하는 대상은  율법학자들이나 바리사이들이 아니라 당신의 제자들인 우리들입니다. 이들을 반면교사로 삼아 내 제자들인 너희는 그래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아마 당대 예수님의 제자들중 율법학자들이나 바리사이들처럼 윗자리나 높은 자리를 탐하고 인사받기를, 스승이라 불림받기를 좋아하는 허영의 사람들도 있었던 듯 합니다. 

 

사실 이런 허영은 우리 인간의 보편적인 부정적 모습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주님의 생각은 참으로 단호합니다. 추호의 주저함도 없습니다. 그대로 오늘 우리를 향한 말씀입니다.

 

“그러나 너희는 스승이라고 불리지 않도록 하여라. 너희의 스승님은 한 분뿐이시고 너희는 모두 형제다. 또 이 세상 누구도 아버지라고 부르지 마라. 너희의 아버지는 오직 한 분, 하늘에 계신 그분뿐이시다. 그리고 너희는 선생이라고 불리지 않도록 하여라. 너희의 선생님은 그리스도 한 분 뿐이시다.”

 

이런 철저한 자각에서 겸손과 섬김의 영성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과 우리 세 주교님의 일화도 생각납니다. 교황님의 회칙에 싸인 모습입니다. 귀퉁이에 작은 글씨로 ‘francisco’ 라는 철자입니다. 또 “예 이문희입니다.” “예 장익입니다” 라는 전화 받을 때의 두 주교님, 김수환 추기경 고별사 때 “강우일 아뢰옵니다” 라는 말마디들이 참 신선했으니 이 또한 겸손의 표현이겠습니다. 

 

섬김의 사랑, 섬김의 겸손입니다. 참 아름답고 매력적인 모습이 섬김의 모습입니다. 잘 귀기울여 듣는 경청의 섬김의 자세로 거룩한 공동전례에 참석하고 있는 우리들입니다. 분도성인 역시 당신의 수도 공동체를 “주님을 섬기는 배움터”로 정의합니다. 이 모두가 오늘 복음의 주님 말씀을 근거로 합니다.

 

“너희 가운데에서 가장 높은 사람은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

 

섬김과 겸손이 하나로 결합되어 있음을 봅니다. 섬기는 자가 겸손한 자입니다. 진정 누구나 승복하는 권위도 섬김의 권위뿐입니다. 제가 참 많이 인용했던 수도원 초창기에 있었던 예화가 거의 30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합니다. 불친절했던 제 행위에 거칠게 항의하는 피정신청자의 질책에 소스라치게 깨달았던 섬김의 직무인 서비스업에 대한 자각입니다. 

 

“아, 나는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구나. 서비스업의 3대 필수요건 즉 ‘1.친절한 사람, 2.실력있는 유능한 사람, 3.내외적 좋은 환경’을 갖춰야 되겠구나” 하는 깨달음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대표적인 서비스업인 음식점의 요리사, 학교의 교사, 병원의 의사, 주님의 서비스업 수도원의 우리 수사를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오늘 제1독서 이사야서는 ‘거짓 경신례와 참된 경신례’에 관해 다루는 내용중 일부입니다. 전례 따로 삶 따로가 아니라 참된 경신례는 그 삶을 통해 진위가 드러난다는 것입니다. 섬김이나 정의나 공정의 실천이 함께 할 때 참된 경신례의 전례라는 것입니다. 사회교리의 실천으로 입증되는 참된 경신례라는 것입니다. 주님께서 이사야를 통해 말씀하시는 참된 경신례의 핵심은 사순시기의 구체적 회개 실천의 내용이기도 합니다.

 

“너희 자신을 씻어 깨끗이 하여라. 내 눈 앞에서, 너희의 악한 행실들을 치워버려라. 악행을 멈추고, 선행을 배워라. 공정을 추구하고, 억압받는 이를 보살펴라. 고아의 권리를 되찾아 주고 과부를 두둔해 주어라.”

 

모두가 섬김의 형제애에 포함되는 사랑의 실천 행위들입니다. 주님 친히 섬김의 형제애의 모범을 보여주셨습니다. “서로 섬기자(Serviamus invicem)”, 바로 고故 시몬 베드로 아빠스님의 모토이기도 했습니다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섬김의 직무에 최선을 다할 수 있는 힘을 주십니다. 

 

“올바른 길을 걷는 이는 하느님의 구원을 보리라.”(시편50,23ㄴ). 아멘.

 

  • ?
    고안젤로 2021.03.02 08:54
    "사랑하는 주님, 주님께서 주신 섬김의 모범을 생각하면서 오늘 지금 이자리에서 실천하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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