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과 일치의 여정旅程 -사랑, 순수, 깊이-2021.3.10.사순 제3주간 수요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Mar 10,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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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3.10.사순 제3주간 수요일                                                            신명4,1.5-9 마태5,17-19

 

 

 

주님과 일치의 여정旅程

-사랑, 순수, 깊이-

 

 

 

엊그제의 순간적 깨달음을 잊지 못합니다. 고백성사 처방전 말씀을 정성껏 잘 썼는데 순간 “괜찮아 힘내”라는 빨간 스탬프 글자를 거꾸로 찍은 것입니다. 하여 다시 새로 썼고, ‘순간의 결정적 실수가 인생을 망칠 수 있겠구나!’ 하는 깨달음에 경책警責이 되고자 일지에 붙여 놨습니다.

 

제가 참 많이 강론 제목중 애용하는 말마디가 ‘여정旅程’입니다. 믿는 이들의 삶은 하느님께로부터 시작하여 하느님께 이르는 여정이라는 것입니다. 새삼 하느님은 우리 삶의 목표, 방향, 중심, 의미임을, 우리 삶의 모두임을 깨닫게 됩니다. 하여  삶의 여정을 일일일생一日一生, 하루로 압축할 때, 또 일년사계一年四季로 압축할 때 어느 지점에 와 있겠느냐 하는 것입니다. 이런 자각과 확인이 하루하루 분발奮發하여 ‘본질적 깊이의 삶’을 살도록 자극합니다.

 

예전 존경하는 신부님께서 수도자들이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느냐?’의 물음에 ‘규칙대로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이다.’라고 늘 대답했다는 일화가 생각납니다. 삶의 방법은 비상하지 않고 평범합니다. 평범해 보이는 일상의 율법이나 규정, 법규들을 잘 지키는 것입니다. 오늘 제1독서의 신명기에서 모세와 복음의 예수님의 가르침이기도 합니다.

 

“이스라엘아, 이제 내가 너희에게 실천하라고 가르쳐 주는 규정과 법규들을 잘 들어라.---너희는 그것들을 잘 지키고 실천하여라. 그리하면 민족들이 너희의 지혜와 슬기를 보게 될 것이다.”

 

예수님의 말씀도 대동소이합니다.

 

“내가 율법이나 예언서들을 폐지하러 온 줄로 생각하지 마라. 폐지하러 온 것이 아니라 완성하러 왔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하늘과 땅이 없어지기 전에는, 모든 것이 이루어질 때까지, 율법에서 한 자 한 획도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율법이나 규정과 법규들 하나하나 ‘소홀히’가 아닌 ‘소중히’ 다루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충 적당히 해서는 안됩니다. 악마는 디테일에 숨겨져 있습니다. 우리는 디테일에 강해야 합니다. 율법이나 모든 규정과 법규들 공동생활에 필요한 사랑의 수행들이기 때문입니다. 하나하나 사랑과 정성을 다해 실행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예수님은 율법주의자라는 말일까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절대적인 법은 율법이 아니라 사랑입니다. 사랑은 율법의 완성이요 분별의 잣대입니다. 참으로 사랑할 때 율법을 거스르지 않고 율법의 완성이 가능합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의 의로움이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의 의로움을 능가하지 않으면, 결코 하늘 나라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의 의로움을 능가하는 방법이 바로 사랑의 의로움입니다. 사랑할 때 마음의 순수요 삶의 깊이입니다. 과연 날로 주님과 깊어지는 사랑의 여정, 순수의 여정, 깊이의 여정인가 묻습니다. 참으로 중요한 것은 이들 수행을 통한 주님과 날로 깊어지는 사랑과 신뢰의 관계입니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을 볼 것이다.”

 

죄가 없어서 마음의 순수가 아니라 사랑할수록 마음의 순수입니다. 참으로 온맘으로 주님을 사랑할 때 마음의 순수요 깊이입니다. 부단한 사랑의 수행을 통한 마음의 순수와 자유요 섬김의 삶입니다. 저절로 올바른 분별의 지혜도 지니게 됩니다. 

 

수도생활의 직접적 목표는 마음의 순수요 궁극의 목표는 하늘 나라입니다. 비단 수도자뿐 아니라 믿는 모든 이들의 영적 삶이 이러합니다. 트라피스트회 드랑세 아빠스는 수도생활을 세가지 “C”로, 즉 Cercare(찾다), Cambiare(변화하다), Cantare(찬미하다)로 표현합니다. 

 

참으로 사랑으로 주님을 찾고 말씀을 실천할 때 순수한 마음의 변화요 이어 주님을 찬미할 때 기쁨과 평화의 하늘 나라의 실현입니다. 수도자뿐 아니라 믿는 모두에게 해당됩니다. 그러니 마음의 순수와 하늘 나라의 실현에, 끊임없이 평생 날마다 바치는 사랑의 찬미와 감사의 공동전례기도 수행이 얼마나 결정적으로 중요한지 깨닫게 됩니다.

 

지금은 일년 영적 농사의 성패를 좌우하는 빠스카의 사순시기 3월이자 성 요셉 성월입니다. 우리 믿는 이들은 빠스카의 학교에 평생 재학중인 빠스카의 학생들입니다. 넘어지는 게 죄가 아니라 자포자기의 절망으로 일어나지 않는 게 대죄입니다. 사랑의 찬미와 감사의 공동전례 기도와 더불어 날마다 깨어 넘어지면 곧장 일어나 새롭게 시작하는 빠스카의 삶이 주님과의 관계를 날로 깊게 하며 우리를 끊임없이 정화하고 성화하여 주님을 닮게 합니다. 바로 이것이 율법의 완성이요 율사와 바리사이들의 의로움을 능가하는 삶입니다. 그러니 주님과 일치의 여정은 예수님을 닮아가는 예닮의 여정임을 깨닫습니다. 

 

우리처럼 부를 때 마다 가까이 계서 주시는 우리 주 하느님 같은 신을 모신 위대한 민족은 세상 어디에도 없습니다. 바로 그리스도를 통해 그 하느님을 모시는 미사시간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빠스카의 사순시기, 주님과 일치의 여정에 항구하고 충실할 수 있도록 도와 주십니다. 모세를 통한 주님의 말씀으로 오늘 강론을 마칩니다.

 

“너희는 오로지 조심하고 단단히 정신을 차려. 너희가 미사중 두 눈으로 본 것들을, 두 귀로 들은 것들을 잊지 않도록 하여라. 그것들이 오늘 하루 너희 마음을 떠나지 않게 하여라.”(신명4,9참고).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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