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의 전사, 회개의 전사 -무지의 탐욕에 대한 답은 회개뿐이다-2021.4.8.부활 팔일 축제 목요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Apr 08,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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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4.8.부활 팔일 축제 목요일                                                          사도3,11-26 루카24,35-48

 

 

 

주님의 전사, 회개의 전사

-무지의 탐욕에 대한 답은 회개뿐이다-

 

 

 

“순교는 성체와의 결합이다.”

성전에 올라오는 도중 층계 벽의 말마디가 강렬한 충격으로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순교영성과 성체신심이 얼마나 하나로 깊이 결속되어 있는지 깨닫습니다. 내 순교영성과 성체신심에 깊은 울림을 주는 회개의 표징같은 말씀입니다. 

 

“진정한 생태적 회심과 행동으로 모든 피조물과의 친교를 회복하여, 우리 공동의 집인 지구를 위한 희망의 예언자가 되게 하소서.”

순교복자수녀회 제13차 총회를 위한 기도문중 한 대목 역시 깊은 울림을 줍니다. 요즘 생태적 회개와 행동이 얼마나 절박한지 깨닫습니다.

 

제가 강론쓰기에 앞서 말씀 묵상중 우선 생각하는 것은 강론 제목입니다. 제목은 강론의 ‘눈眼’같고 ‘창문窓門’과 같습니다. 몸에 눈이 없다고, 방에 창문이 없다고 생각해 보세요. 참 답답할 것입니다. 몸의 눈같고 방의 창문같은 강론 제목을 통해 내용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오늘 강론 제목은 ‘주님의 전사, 회개의 전사’에 부제는 ‘무지의 탐욕에 대한 답은 회개뿐이다’입니다. 수도사제생활 32년 동안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참 많이 애용했던 제목이 ‘주님의 전사’입니다. 아마 죽는 그날까지 제 애용하는 제목이 될 것입니다. 

 

수도생활은 예로부터 영적전쟁이라 칭하며 수도자는 주님의 전사라 칭합니다. 죽어야 끝나는 영적전쟁에 영원한 현역의 주님의 전사라는 것입니다. 하루하루가 영적전쟁의 현실이요, 늘 넘어지면 곧장 일어나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 파스카의 삶, 주님의 전사의 삶입니다.

 

주님의 전사는 구체적으로 회개의 전사입니다. 평생 회개의 여정중인 회개의 전사입니다. 사실 눈만 열리면 곳곳에 널려 있는 회개의 표징들입니다. 뜨거웠던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여당의 참패로 끝났습니다. 민심은 천심이라 이 또한 여당이나 국민들에게는 강렬한 회개의 표징이 됩니다. 여당 패배자 박후보자 회개의 성찰도 마음 짠하게 했습니다. 

 

-박 후보는 광주 민주화 운동의 아픔을 담은 박용주 시인이 15살에 쓴 ‘목련이 진들’의 한 구절, “목련이 지는 것을 슬퍼하지 말자/ 피었다 지는 것이 목련뿐이랴/ 기쁨으로 피어나 눈물로 지는 것이 어디 목련뿐이랴”를 읊으며 선거 패배애 대한 회한을 드러내며 담담히 고백합니다. “이른 새벽 하얀 목련이 피는 것을 보며 집을 나섰다. 목련의 단아하고 눈부신 흰빛에 맺힌 간절함이 봄을 말하고 있었다. 새로 피어나는 연초록 잎을 보며 깊은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

요즘 초목들의 연초록빛이 참 신비롭고 아름답고 눈부십니다. 새로 피어나는 연초록 잎이 상징하는 바 늘 새롭게 시작하는 파스카의 삶, 회개의 삶입니다. 우리가 매일 평생 바치는 성무일도의 시편이 우리에게 위로와 구원이듯이 큰 아픔을 겪는 분들에게 적절한 좋은 시 역시 위로이자 구원임을 깨닫습니다. 

 

어제 강론중에 환대에 대해 간단히 언급했습니다. 환대의 사랑 역시 강렬한 회개의 표징이 됩니다. 요즘 피정중 정성 가득한 식탁을 대할 때 환대의 사랑을 실감합니다. 이 또한 참으로 내 환대를 돌아보게 하는 회개의 표징이 됩니다. 

 

주님의 환대의 사랑을 환히 드러내는 이 거룩한 미사 역시 우리에겐 참 좋은 회개의 표징이 됩니다. 우리를 환대하는 주님과 주님을 환대하는 우리의 사랑이 만나 회개의 완성입니다. 미사 시작 인사에 이어 참으로 우리를 겸허하게 하는 참회 고백 기도는 평범한 듯 하지만 얼마나 깊고 아름다운지 늘 할 때 마다 새로운 감동입니다.

 

“전능하신 하느님과 형제들에게 고백하오니, 생각과 말과 행위로 죄를 많이 지었으며, 자주 의무를 소홀히 하였나이다. 제 탓이요, 제 탓이요, 저의 큰 탓이옵니다. 그러므로 간절히 바라오니 평생 동정이신 성모 마리아와 모든 성인과 형제들은 저를 위하여 하느님께 빌어 주소서.”

 

회개는 신자생활의 모두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마음을 눈멀게 하는, 마음의 고질병인 무지와 탐욕에 대한 처방도 끊임없고 한결같은 회개뿐입니다. 회개의 여정을 통해 자기를 알아갈 때 비로소 무지로 부터의 해방에 겸손과 지혜입니다. 

 

“하늘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

 

예수님의 공생애 첫 일성이 회개의 촉구입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부활하신 주님은 제자들에게 “평화가 너희와 함께!” 평화를 선물하신 후 제자들에게 주님의 증인, 회개의 증인이 될 것을 당부하십니다.

 

“성경에 기록된 대로, 그리스도는 고난을 겪고 사흘 만에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다시 살아나야 한다. 그리고 예루살렘에서부터 시작하여, 죄의 용서를 위한 회개가 그의 이름으로 모든 민족들에게 선포되어야 한다. 너희는 이 일의 증인이다.”

 

죄의 용서를 위한 회개요, 새삼 죄의 용서에 전제되는 바 회개임을 깨닫습니다. 주님을 향한 부단한 방향의 재정립이, 삶의 방식의 철저한 전환이 회개입니다. 주님을 향해 늘 새롭게 시작하는 파스카의 삶이 바로 주님의 증인으로서의 회개의 삶입니다.

 

오늘 솔로몬 주랑에서 설교하는 베드로 사도야 말로 참으로 모범적인 주님의 전사요 주님의 증인이자, 회개의 전사요 회개의 증인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의 회개를 촉구하는 베드로의 설교가 참으로 힘이 있습니다. 그대로 시공을 초월하여 무지한 우리 모두에게 주시는 말씀처럼 들립니다. 

 

“여러분은 거룩하고 의로우신 분을 배척하고 살인자를 풀어달라고 청한 것입니다. 생명의 영도자를 죽였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그분을 다시 일으키셨습니다. 우리는 그 증인입니다.--- 이제 형제 여러분, 나는 여러분도 여러분의 지도자들과 마찬가지로 무지한 탓으로 그렇게 하였음을 압니다.---그러므로 회개하고 하느님께 돌아와 여러분의 죄가 지워지게 하십시오.---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종을 일으키시고 먼저 여러분에게 보내시어, 여러분 하나하나를 악에서 돌아서도록 하여 여러분에게 복을 내리게 하셨습니다.”

 

무지에 대한 답은 회개뿐입니다. 회개와 더불어 하느님의 축복의 응답입니다. 평생 회개의 여정에 충실할 때 비로소 무지의 어둠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하느님의 자녀, 빛의 자녀, 참 나로 살 수 있습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주님의 전사, 회개의 전사가 되어 회개의 여정에 항구하고 충실할 수 있도록 도와 주십니다. 끝으로 파스카의 삶을 요약한 제 좌우명 고백기도로 강론을 마칩니다.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날마다 자기를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라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일일일생, 하루를 처음처럼, 마지막처럼, 평생처럼 살았습니다.

저에게 하루하루가 영원이었습니다.

어제도 오늘도 이렇게 살았고 내일도 이렇게 살 것입니다.

하느님은 영원토록 영광과 찬미받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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