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4.12.부활 제2주간 월요일 사도4,23-31 요한3,1-8
배경의 힘
-기도와 말씀, 찬미와 감사의 전례 공동체-
배경이, 소위 말하는 백이 좋아야 합니다. 배경에 감사해야 합니다. 오랜 세월 지내다 보면 배경을 닮아가기 때문입니다. 배경이 없거나 미미하면 그 존재도 미미하기 초라해지기 마련입니다. 명산대찰名山大刹이라는 말도 있듯이 큰 절은 유명한 산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여기 태령산 배경의 ‘무아의 집’이요, 불암산 배경의 제 소속의 성 베네딕도회 요셉수도원입니다. 산 배경에는 어김없이 푸른 하늘의 배경이 있습니다. 참 많이도 인용한 ‘하늘과 산’이라는 제 자작시를 소개합니다.
“하늘 있어 산이 좋고, 산 있어 하늘이 좋다.
하늘은 산에 신비를 더하고, 산은 하늘에 깊이를 더한다.
이런 사이가 되고 싶다, 이런 사랑을 하고 싶다.”-1997.3
산이 상징하는 바 우리 믿는 이들이라면, 배경의 하늘이 상징하는 바 하느님이요, 예수님이요, 교회요, 우리 수도공동체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말하는 배경의 의미는 훨씬 깊고 풍부합니다. 산과 그 배경의 하늘처럼, 참으로 밀접한 배경과의 관계에 있는 우리들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우리 수도자들의 자랑은 ‘기도와 말씀, 찬미와 감사의 전례 수도 공동체’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 수도자가 매일 평생 끊임없이 바치는 공동전례기도의 은총이 공동체의 일치를 이루고 기쁨과 평화를 선사하며 우리를 부단히 정화하고 성화하여 주님을 닮게하며 샘솟는 활력의 원천이 됩니다. 이런 공동체 배경의 관점에서 오늘 말씀을 대하면 그 이해가 확연해 집니다.
오늘 복음의 세상의 빛이신 예수님을 찾은 구도자 니코데모가 밤중에 예수님을 찾은 것을 보면 그가 출중한 자질을 지녔을지 몰라도 두려움에 싸여 있는 느낌을 받습니다. 바로 자신의 배경의 초라함을 느껴 참 좋은 배경의 빛이신 예수님을 찾았음이 분명합니다. 주고 받은 대화에서 분명히 감지됩니다. 아마도 예수님의 두 번 거듭된 답변에 무지한 니코데모는 큰 깨우침을 얻었을 것입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에게 말한다. 누구든지 위로부터 나지 않으면 하느님의 나라를 볼 수 없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에게 말한다. 누구든지 물과 성령으로 태어나지 않으면,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
위로부터, 물과 성령의 세례성사로 거듭 태어나 파스카의 예수님을 배경으로 일치의 삶을 살 때 비로소 하느님 나라의 실현이라는 것입니다. 과연 세례 받아 위로부터 거듭 새로 태어난 우리들은 과연 오늘 지금 여기서 하느님의 나라를 살고 있는지 자문하게 됩니다. 거듭된 예수님의 말씀도 참 깊고 풍부한 깨우침을 줍니다.
“육에서 태어난 것은 육이고 영에서 태어난 것은 영이다. ‘너희는 위로부터 태어나야 한다.’고 내가 말하였다고 놀라지 마라. 바람은 불고 싶은 대로 분다, 너는 그 소리를 들어도 어디에서 와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 영에서 태어난 이도 이와 같다.”
그대로 파스카의 예수님을 지칭하는 말씀이요, 우리 영성생활이 목표하는바 궁극의 경지이겠습니다. 참으로 예수님과의 일치로 무엇에도 걸리지 않는 성령에 따른 자유로운 삶, 참으로 완전한 자기 실현의 삶을 상징합니다. 무엇보다 우리가 감사해야 할 것은 평생 날마다 거행하는 성체성사가 세례성사를 보완하면서 우리를 이런 완전한 자유의 하느님 나라의 실현에 이르게 한다는 것입니다.
니코데모와 참 좋은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사도행전의 베드로와 요한입니다. 두 사도는 위에서, 물과 성령으로 태어나 빛 속에 살기에 두려움이 없고 담대하며 자유롭습니다. 평생 예수님과 함께 지내면서 보고 배운 데다가 부활하신 예수님과 함께 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무엇보다 두 사도의 자랑은 참 좋은 배경의 사도들의 공동체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두 사도의 활력의 원천이, 비밀이 환히 드러납니다.
동료 사도들은 두 사도의 말을 듣고 한마음으로 목소리를 높여 하느님께 아룁니다. 주목할 것은 여기 기도에 인용된 시편2장입니다. 시편은 예나 이제나 믿는 이들에게 기도의 교과서이자 학교임을 입증합니다. 시편을 그리스도의 관점에서 렉시오 디비나하여 제 삶의 영적 양식으로 삼은 사도들임을 깨닫습니다. 참으로 우리 수도공동체처럼 ‘기도와 말씀, 찬미와 감사의 전례 사도 공동체’라 일컬을 만 합니다. 이러 사도들의 공동체가 한마음이 되어 바치는 공동기도는 얼마나 장엄한지요!
“이제, 주님! 저들의 위협을 보시고, 주님의 종들이 주님의 말씀을 아주 담대히 전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저희가 그렇게 할 때, 주님께서는 손을 뻗으시어 병자들을 고치시고, 주님의 거룩한 종 예수님의 이름으로 표징과 이적들이 일어나게 해 주십시오.”
개인기도가 줄 수 없는 엄청난 위력을 지닌 통쾌한 공동기도가 용기백배하게 합니다. 공동기도의 위력은 금방 드러나 기도를 마치자 그들이 모여 있는 곳이 흔들리면서 모두 성령으로 가득 차, 하느님 말씀을 담대히 전하니 흡사 오순절 성경 강림의 분위기입니다.
참 좋은 배경을 지닌 우리들입니다. 무엇보다 ‘기도와 말씀, 찬미와 감사의 전례 수도 공동체’의 배경은 우리의 큰 자랑이자 고마움입니다. 우리는 이미 물과 성령의 세례로 위로부터 태어난 이들입니다. 여기에 주님은 날마다 이 거룩한 찬미와 감사의 미사공동전례의, 성체성사의 은총으로 우리 모두 성령 충만한 삶을, 또 거듭 새롭게 태어나 빛과 생명, 진리와 정의, 기쁨과 평화의 하느님 나라를 살게 하십니다.
“너희는 그리스도와 함께 다시 살아났으니 저 위에 있는 것을 추구하여라. 거기에는 그리스도가 하느님 오른쪽에 앉아 계신다.”(콜로3,1).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