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종의 여정 -순종을 사랑하십시오-2021.4.15.부활 제2주간 목요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Apr 15,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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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4.15.부활 제2주간 목요일                                                                사도5,27-33 요한3,31-36

 

 

 

순종의 여정

-순종을 사랑하십시오-

 

 

 

삶은 순종입니다. 산다는 것은 순종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수도생활을 사랑하듯이 순종을 사랑하십시오. 사랑이 답입니다. 비단 순종뿐 아니라 주님을 사랑하듯 정결, 청빈, 기도, 공부, 노동, 겸손, 침묵, 경청, 마음의 순수등 모든 수행 덕목을 사랑하십시오. 

 

이제 오늘 피정이 끝나면 홀가분한 마음으로 저는 제 수도원 집으로 돌아가고 수녀님들은 각자 소임지로 떠날 것입니다. 떠나야 할 때 잘 떠나는 것보다 큰  은총은, 아름답고 중요한 것은 없을 것입니다. 떠나야 할 때 떠나지 못하고 어정쩡하게 머물러 있다면 참 보기 민망할 것입니다. 

 

인생피정 끝나고 마지막 떠날 때의 죽음의 은총도 이러했으면 좋겠습니다. 이에 대한 유일한 답은 순종의 여정에 한결같이 충실한 것 뿐이겠습니다. 어제 양 베네딕타 총원장 수녀님의 짧은 한 말씀도 저에겐 평생화두처럼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여전如前하시네요!”

 

역시 순종의 여정에 충실할 때 여전한 한결같은 삶이겠습니다. 우리 삶의 여정은 순종의 여정입니다. 일상의 크고 작은 순종의 여정에 충실해야 마지막 순종의 죽음도 잘 맞이하여 하느님께 이를 수 있습니다. 우리 순종의 여정의 중심에는 파스카의 예수님이 계시고 순종을 통해 파스카의 예수님을 만납니다. 다음 필리피서 그리스도 찬가는 언제 들어도 감동적입니다. 

 

“그분께서는 하느님의 모습을 지니셨지만 하느님과 같음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으시고, 오히려 당신 자신을 비우시어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 사람들과 같이 되셨습니다. 이렇게 여느 사람처럼 나타나 당신 자신을 낮추시어 죽음에 이르기까지, 십자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순종하셨습니다.”

 

겸손과 비움이 순종과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봅니다. 예수님의 전 생애가 하느님 아버지께 대한 순종의 여정으로 요약될 수 있겠습니다. 우리 또한 순종의 여정을 통해 예수님을 닮아가니 그대로 순종의 여정은 예수님 닮기, 예닮의 여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마 주님 앞에 갔을 때도 마음의 얼굴 검사로 하느님 나라 입장이 결정될 것입니다. 순종의 여정에 항구하고 충실함으로 얼마나 예수님 얼굴을 닮았느냐가 통과의 기준이 된다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도 예수님을 믿어 순종하는 것이 얼마나 구원에 결정적인지 보여줍니다.

 

“하느님께서 보내신 분께서는 하느님의 말씀을 하신다. 하느님께서 한량없이 성령을 주시기 때문이다. 아버지께서는 아드님을 사랑하시고 모든 것을 그분 손에 내주셨다. 아드님을 믿는 이는 영원한 생명을 얻는다. 그러나 아드님께 순종하지 않는 자는 생명을 보지 못할 뿐만 아니라, 하느님의 진노가, 그 사람위에 머무른다.”

 

새삼 순종의 믿음이요, 순종의 생명이요, 순종의 축복임을 깨닫습니다. 순종은 영성생활의 모두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침묵, 경청, 겸손도 결국은 순종으로 완성됨을 봅니다. 자발적 사랑의 순종이야 말로 참된 영성의 잣대요, 참된 성덕의 표지입니다. 이런 순종이 우리를 진정 자유로운 사람, 아름다운 사람, 지혜로운 사람이 되게 합니다. 그대로 순종 예찬이 되고 말았습니다. 

 

하여 복음적 권고중 하나가 정결, 청빈에 이어 순종이고, 분도회의 3대 서원 역시 정주와 수도자다운 생활에 이어 순종이 마지막에 자리잡습니다. 공동체 일치의 결정적 덕목이 바로 순종임을 깨닫습니다. 

 

오늘 제1독서 사도행전의 믿음의 용사들인 베드로와 사도들, 정말 순종의 사람들입니다. 이렇게 사도들이 담대할 수 있음은 순전히 순종의 은총임을 깨닫습니다. 순종의 사람들에게 선사되는 성령이 사도들을 담대한 믿음의 용사들로 만들었음이 분명합니다. 베드로와 사도들의 고백입니다.

 

“사람에게 순종하는 것보다 하느님께 순종하는 것이 더욱 마땅합니다. 우리 조상들의 하느님께서는 여러분이 나무에 매달아 죽인 예수님을 다시 일으키셨습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는 그분을 영도자와 구원자로 삼아 당신 오른쪽에 들어 올리시어, 이스라엘이 회개하고 죄를 용서받게 하셨습니다. 우리는 이 일의 증인입니다. 하느님께서 당신께 순종하는 이들에게 주신 성령도 증인입니다.”

 

어느 하나 생략할 수 없는 사도들의 확신에 찬 고백이 그대로 오늘 우리에게도 진리입니다. 순종의 축복이요 순종하는 이들에게 선사되는 성령입니다. 순종하는 사도들이 이처럼 담대할 수 있음은 순전히 성령의 은총임을 깨닫습니다. 영원한 구원의 표징, 희망의 표징, 회개과 용서의 표징, 순종의 표징이 바로 죽으시고 부활하신 파스카의 예수님이십니다. 

 

참으로 예수님을 믿고 사랑할수록 예수님을 닮아 우리 역시 순종의 사람이 될 것이며 우리 영적 삶의 유일한 목표이기도 합니다. 사도행전의 사도들과 더불어 생각나는 영국의 토마스 모어 성인의 순교일화도 생각납니다. 영국 교회의 수장으로서 헨리 8세 왕을 인정하기를 거부했을 때의 성인의 고백입니다.

 

“저는 왕의 훌륭한 종입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우선적 종입니다(The king’s good servant but God’s first)”

 

자신의 생명을 잃게 하는 믿음의 타협을 거부한 토마스 모어입니다. 믿음의 사람 토마스 모어에게는 왕이 아닌 하느님께 순종하는 길 말고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것입니다. 

 

토마스 모어 성인뿐 아니라 무수한 신자들이 하느님께 애오라지 순종의 믿음을 지키다 순교했으니 말 그대로 순종의 순교입니다. 순교는 성체와의 결합입니다. 순종은 살아 있는 순교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성체성사의 은총으로 우리 모두 자발적 사랑의 순종의 순교적 삶에 항구할 수 있는 힘을 주십니다. 

 

“주님이 얼마나 좋으신지 너희는 맛보고 깨달아라. 행복하여라, 그분께 몸을 숨기는 사람!”(시편34.9).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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