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별력의 지혜와 사랑 -“건들이지 말고 그냥 내버려 두십시오”-2021.4.16.부활 제2주간 금요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Apr 16,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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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4.16.부활 제2주간 금요일                                                               사도5,34-42 요한6,1-15

 

 

 

분별력의 지혜와 사랑

-“건들이지 말고 그냥 내버려 두십시오”-

 

 

 

떠나야 할 때 잘 떠나는 것도 있어야 할 자리에 잘 있는 것도 말하지 않아도 좋을 때 말하지 않는 것도 분별력의 지혜입니다. 때에 맞는 적절한 인사나 말도 분별력의 지혜입니다. 말한마디 천량빚을 갚는다 합니다. 일상의 삶에서 특히 공동체 지도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이 분별력의 지혜입니다.

 

어제 수녀원 피정 지도를 끝내고 수도원에 돌아왔습니다. 떠나기전 아침식사전 감사인사와 더불어 축하노래, 감사카드도 선물 받고 잠시 행복했습니다. 이 또한 저를 위한 수녀님들의 분별력의 지혜이겠습니다.

 

“존경하올 이수철 요셉 신부님, 하느님을 향한 순수한 영적 감수성을 잃지 않으시고, 맑은 마음과 눈으로 모든 것 안에서 하느님을 만나시는 신부님을 뵈올 때 마다, 창설자 신부님을 뵙는 듯 행복했습니다. 주님의 성찬으로 주님과 일치하는 천상의 기쁨을 누리게 해 주심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2021.4,15 –금, 은경축 피정자 일동 드림-”

 

저에게 최고의 선물인 감사카드였습니다. 제 프란치스코 수도명을 요셉으로 착각했지만 오히려 기분이 좋았습니다. 요셉, 베네딕도, 프란치스코 모두가 제 사랑하는 성인들이기 때문입니다. 마침 무아無我 방유룡 창설자 신부님에 관한 두 권의 책을 가져오며 저를 돌봤던 수녀님께 감사와 양해를 구하는 메시지도 보냈습니다. 이 또한 분별력의 지혜이겠습니다.

 

“수녀님, 그동안 환대와 배려, 보살핌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참 편안했고 행복했습니다. 접견실에 좋은 책 많이 있어 2권 가져 갑니다. 이렇게 말씀드려 미안합니다. 잘 보고 수녀원 위해 많이 기도해 드릴께요!”

 

디테일에 강하다는 것, 일상의 사소한 일에도 분별력의 지혜를 다하는 것이겠습니다. 모든 덕의 어머니가 분별력이요 분도규칙의 특징입니다. 분별력의 대가 성 베네딕도입니다. ‘그분은 수도승들을 위한 규칙서를 탁월한 분별력과 명쾌한 문체로 저술하셨다.’라고 ‘베네딕도 전기’에서 대 그레고리오 교황의 언급입니다. 규칙서중 ‘64장 아빠스를 세움에 대하여’ 라는 내용중 분별력에 관한 부분을 나눕니다.

 

“자기의 명령에 있어서는 용의주도하고 깊이 생각할 것이다. 그 명령이 하느님께 관계되는 일이든 아니면 세속에 관계되는 일이든 분별있고 절도있어야 할 것이니,  ‘만일 내가 내 양의 무리를 심하게 몰아 지치게 하면 모두 하루에 죽어 버릴 것이다’ 하신 성조 야곱의 분별력을 생각할 것이다. 

이밖에도 모든 덕행들의 어머니인 분별력의 다른 증언들을 거울삼아, 모든 것을 절도있게 하여 강한 사람은 갈구하는 바를 행하게 하고, 약한 사람은 물러나지 않게 할 것이다.”

 

얼마나 자상한 성 베네딕도의 분별력의 지혜이자 사랑인지요! 모든 영성대가들의 특징은 탁월한 분별력의 지혜와 사랑입니다. 오늘 복음의 예수님이나 제1독서 사도행전의 율법교사 가말리엘 역시 분별력의 대가들입니다.

 

오늘 복음 후반부에서 예수님의 분별력의 지혜가 빛을 발합니다. ‘사람들은 예수님께서 일으키신 표징을 보고 “이분은 정말 세상에 오시기로 되어 있는 그 예언자시다.” 하고 말하였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이 억지로 모셔다가 임금으로 삼으려 한다는 것을 아시고, 혼자서 다시 산으로 물러가셨다.’

 

군중들의 유혹에서 예수님은 사막에서 악마의 유혹(마태4,8-9)을 연상하셨음이 분명합니다. 무욕의 지혜, 이탈의 지혜, 분별력의 지혜입니다. 이들의 유혹에서 벗어나 참으로 초연히 홀가분한 모습으로 하느님 안 제자리로 피신하는 분별력의 대가 대자유인 예수님이십니다. 

 

오늘 사도들에 대한 가말리엘의 분별력의 지혜 또한 우리에게 좋은 가르침이자 깨우침이 됩니다. 당시 유대 지도자들에게 주님 부활을 증언하며 사회 혼란을 부추기는 듯한 사도들이 정말 고치덩어리였을 것입니다. 가말리엘은 선동자 이자 반란자인 테우다스와 유다의 두 사건을 예로 들면서 사도들에 대해 명쾌하게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저 사람들 일에 관여하지 말고 그냥 내버려 두십시오. 저들의 그 계획이나 활동이 사람에게서 나왔으면 없어질 것입니다. 그러나 하느님에게서 나왔으면 여러분이 저들을 없애지 못할 것입니다. 자칫하면 여러분이 하느님을 대적하는 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정말 분별력의 대가, 분별력의 지혜입니다. 하느님께 대한 깊은 믿음의 은총 선물이 분별력의 지혜입니다. 말 그대로 하느님께 맡기고 건들이지 않고 그냥 내버려 두고 때가 될 때까지 꾹 참고 기다리며 잘 바라보는 것, 바로 이것이 일상에서 꼭 참고해야할 분별력의 지혜입니다. 성급히 결행했다가 후회하는 경우는 얼마나 많은지요. 인사人事는 만사萬事라 합니다. 위정자들의 경우 잘 분별하지 못하고 사람 잘 못 썼다가 낭패보는 경우는 얼마나 많은지요. 

 

일이든 사람이든 일상의 삶에서 분별력의 지혜는 필수입니다. 흔히 하는 말로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한다 하지 않습니까? 분별력의 지혜의 결핍으로 초래하는 혼란과 손실은 너무 막심합니다. 눈멀게 하는 무지입니다. 무지의 탐욕이, 교만이, 분노가, 어리석음이 사라질수록 빛을 발하는 분별력의 지혜와 사랑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 모두에게 분별력의 지혜와 사랑을 선물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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