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학교學校, 사랑의 여정旅程 -아름다움의 잣대, 분별의 잣대-2021.5.6.부활 제5주간 목요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May 06,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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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5.6.부활 제5주간 목요일                                                                 사도15,7-21 요한15,9-11

 

 

 

사랑의 학교學校, 사랑의 여정旅程

-아름다움의 잣대, 분별의 잣대-

 

 

 

60년대 후반 풍미했던 대중 가요가 생각납니다. 당시 고등학생시절 라디오를 들으며 흥얼흥얼 따라 불렀던 ‘사랑을 하면은 예뻐져요’란 가요입니다. 가사 일부만 소개합니다.

 

-“사랑을 하면은 예뻐져요, 사랑을 하면은 꽃이피네

아무리 호박꽃 아가씨도, 

사랑을 하면은 꽃이피네, 사랑을 하면은 예뻐져요

키다리 뚱뚱보 아가씨도”-

 

어찌 아가씨뿐이겠는지요. 사랑이 피어난 웃는 얼굴은 그대로 꽃같은 얼굴이기에 남녀노소 누구든 웃으면 정말 예쁩니다. 사랑을 하면은 예뻐져요, 정말 만고불변의 진리입니다. 사랑은 그대로 아름다움으로 표현되기 마련입니다. 사랑의 아름다움입니다. 

 

하느님의 사랑이 자연만물의 아름다움으로 표현된 어제 5월5일 어린이날은 참 눈부시게 아름다운 사랑으로 충만한 날이었습니다. 늘 찍어도 아름다운 자연 환경에 감동하여 많은 사진을 찍었습니다. 사진은 말 그대로 ‘빛의 예술’임을 깨닫습니다.

 

수녀원 미사시 강론중 망설이던차 어린이날 노래를 함께 부르니 수녀님들의 꽃같이 피어난 얼굴들에 음성도 그대로 소녀들의 음성이라 몸도 마음도 환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점심식사후 세기중 안토니오 수사가 ‘봄꽃’, ‘이발’이란 시제詩題를 제시하여 짧은 자작시로 응답하니 이 또한 사랑의 표현이겠습니다.

 

-“봄비/맞으며

봄길/걷다가

봄꽃/만나다

바로/당신이다!”-

 

-“또렷이/드러나는/얼굴

새롭게/시작하는/날

아/좋다/이발하는 날

이 기쁨/이 행복에 산다

내/이름은/이 행복!”-

 

저녁식사후 세기중 스테파노 주방 수사와의 정담情談도 생각납니다. 수사들마다 연중 휴가가 있고 너무나 분명한 사실은 긴 듯 보였든 휴가기간이 끝나면 어김없이 귀원한다는 것입니다. 우리 인생 휴가가 끝나면 아버지의 집으로의 귀가 날이 바로 죽음의 날이 겠고, 문제는 아무도 아버지의 집으로의 죽음의 귀가 날짜를 모른다는 것이나 분명 그날은 올것입니다. 다음 스테파노 수사님의 말이 저에겐 화두처럼 들렸습니다.

 

“휴가 기간이 지나갈수록 수도원 집에 돌아가고 싶더라구요.”

 

우리 인생 휴가도 끝인 죽음이 다가올수록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커진다면 얼마나 좋겠는지요. 신록과 꽃들이 어우러진 세상이 이처럼 아름답다면 아버지의 집은 얼마나 아름답겠는지요. 몸과 마음 잘 관리하여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기쁘게 아버지의 집으로 귀원할 수 있도록 하루하루 날마다 깨어 준비하며 살아야 하겠습니다. 죽음이 있어 삶이 참 소중한 선물임을 깨닫습니다. 참 많이도 인용했던 사부 성 베네딕도의 말씀입니다.

 

“죽음을 날마다 눈앞에 환히 두라!”(성규 4,47)

 

어떻게 하면 보람있게 인생휴가 끝나고 후회없이 기쁜 마음으로 아버지의 집에 귀가할 수 있겠는지요. 쏜살같이 흐르는, 강물처럼 흐르는 세월입니다. 과연 우리 인생여정, 일일일생 하루로 압축하면, 일년사계(봄-여름-가을-겨울)로 압축하면 어느 지점에 와 있겠는지요. 이런 자각이 깨어 사랑의 선물같은 오늘 하루를 처음처럼, 마지막처럼, 평생처럼 살게 합니다.

 

답은 사랑뿐입니다. 수없이 나눴던 어느 분의 임종어 세 말도 생각납니다. ‘미안하다, 고맙다, 사랑한다’, 결론은 ‘사랑한다’입니다. 인생은 ‘사랑의 학교’이자 ‘사랑의 여정’입니다. 평생 사랑을 배워가는, 졸업이 없는 평생 사랑의 학인이요, 사랑에는 영원한 초보자인 우리들입니다. 

 

무지와 허무에 대한 궁극의 답도 사랑뿐입니다. 사랑의 빛이 무지와 허무의 어둠을 몰아냅니다. 칠흑의 어둠속에 잠긴 밤도 사랑의 태양이 떠오르면서 만물은 고유의 아름다움으로 빛을 발합니다. 이런 빛이 있어 사진도 찍습니다. 사진이 ‘빛의 예술’이듯 삶은 ‘사랑의 예술’임을 실감합니다. 그러니 심기일전, 초발심의 자세로 다시 사랑 공부에 정진해야 하겠습니다.

 

“아버지께서 나를 사랑하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사랑하였다. 너희는 내 사랑 안에 머물러라. 내가 아버지의 계명을 지켜 그분의 사랑 안에 머무르는 것처럼, 너희도 내 계명을 지키면 내 사랑 안에 머무를 것이다.”

 

어제에 이어 ‘머무르다’란 단어가 세 번 연거푸 나옵니다. 늘 주님 사랑 안에 머물러 정주의 삶을 살라는 것입니다. 주님이 먼저 사랑해 주셨기에 사랑할 수 있는 우리들입니다. 늘 주님 사랑 안에 머무를 때 우리는 퍼내고 퍼내도 늘 샘솟는 주님 사랑의 샘이 됩니다. 지칠줄 모르는 사랑이 됩니다. 하느님 사랑의 수맥水脈에 닿아있는 우리 사랑의 샘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퍼내고 퍼내야 늘 맑은 샘물이듯 사랑도 그러합니다. 마치 매일 퍼내고 퍼내도 늘 샘솟는 제 사랑의 강론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저절로 주님 사랑 안에 머무르는 삶이 아니라 부단히 사랑의 계명을 실천할 때 주님 사랑 안에 머무르게 되고 주님 사랑 안에 머무를 때 더욱 사랑의 계명을 실천하게 될 것입니다. 머무름과 사랑의 실천은 함께 가는 역동적 관계임을 깨닫습니다. 

 

저는 사랑의 이중계명인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에 자연을 더하여 사랑의 삼중계명이라 칭하고 싶습니다. 기후변화, 기후위기, 기후재난이 절박하게 와닿는 자업자득의 중병重病이 든 지구의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이대로 가다간 인류의 종말을 피할 수 없다 합니다. 지구나 자연의 종말이 아닌 인류의 종말입니다. 

 

“내가 너희에게 이 말을 한 이유는, 내 기쁨이 너희 안에 있고 또 너희 기쁨을 충만하게 하려는 것이다.”

 

사랑의 빛에 이어 사랑의 기쁨, 사랑의 충만입니다. 충만한 기쁨의 삶의 원천은 사랑뿐입니다. 텅 빈 허무를 텅빈 충만으로 바꿔주는 사랑입니다. 그러나 어제 읽은 기사는 충만한 기쁨보다 더 중요한 것을 깨닫게 했습니다.

 

“아이들한테 행복은 ‘기쁨이 충만한 상태’라기보다는 ‘삶이 예측 가능하고 일관성이 지켜지는 안정감이 있는 상태입니다. 한결같이 편안한 마음으로 안아줄 때 아이들은 행복하죠. 아이를 돌보는 부모의 행복은 바로 아이의 행복입니다. 부모의 불안은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옮겨 갑니다. 내재화하는 거죠. 어린 시절부터 아이들이 발달지연이나 문제행동 등을 보인다면 이는 부모의 불안이 아이들한테 내재화한 탓이 커요.”(한겨레5.5; 21면;육아정책연구소;박상희 소장)

 

어찌 아이들뿐이겠습니까? 어른도 똑 같습니다. 편안한 마음으로 안아 주는 사랑의 공동체가 참 좋은 공동체입니다. 위로와 치유, 평화를 위해 누구에게나 평생 배워야 할 과제가 사랑공부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유일한 처방도 탐욕의 바이러스가 아닌 사랑의 바이러스, 행복의 바이러스입니다. 사랑도 웃음도 기쁨도 행복도 전염됩니다.

 

사랑을 하면은 예뻐집니다. 아름다워집니다. 아름다움으로 표현되는 사랑입니다. 사랑할수록 아름다워지니 사랑은 아름다움의 잣대입니다. 더불어 사랑은 분별의 잣대도 됩니다. 제1독서 사도행전에서 어제에 이어지는 유다계 그리스도교 신자들의 극단의 주장에 대한 베드로의 처방과 야고보의 처방이 이를 증명합니다.

 

“지금 여러분은 왜 우리 조상들도 우리도 다 감당할 수 없던 멍에를 형제들의 목에 씌워 하느님을 시험하는 것입니까? 우리도 그들과 마찬가지로 주 예수님의 은총으로 구원받는 다고 믿습니다.”

 

야고보 사도 역시 베드로의 의견에 공감하여 다른 민족들 가운데에서 하느님께 돌아선 이들에게 어려움을 주지 않으려는 사랑의 배려로 준수 사항을 최소화하며 최종 결론은 내일 제1독서에 나옵니다. 참으로 사랑이 깊은 영성의 대가일수록 사랑의 잣대에 의한 올바른 분별을 합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사랑의 성체성사 은총으로 우리 모두 하루하루 날마다 ‘사랑의 인생 학교’에서 후회없는 ‘사랑의 여정’을 살게 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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