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예수님처럼, 하느님처럼, 어머님처럼-2021.5.8.부활 제5주간 토요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May 08,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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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5.8.부활 제5주간 토요일                                                                사도16,1-10 요한15,18-21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예수님처럼, 하느님처럼, 어머님처럼-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바로 오늘 강론 제목입니다. 죽으시고 부활하신 파스카의 예수님처럼 사는 것입니다. 예수님 대신 하느님처럼! 을 넣어도 되겠습니다. 하느님처럼의 삶을 그대로 사신 예수님이기 때문입니다. 지상에서 가장 하느님 사랑을 닮은 분이 누구일까요. 두말할 것 없이 어머니일 것입니다. 그러니 이어 ‘어머니처럼! 넣어도 되겠습니다. 그러니 우리 믿는 이들이 살아야 할 삶은 파스카의 삶뿐이겠습니다. 

 

오늘은 어버이날입니다. 저 역시 나이를 먹어 갈수록 어머니를 생각하면 늘 회한悔恨만 가득한 마음이 됩니다. 죽을 때까지 어머니에 대해 회개하는 마음은 계속될 것입니다. 잘 해드린 것은 별로 없고 잘 해드리지 못한 것만 생각이 납니다. 가장 보고 싶은 분을 꼽으라면 저는 주저없이 예수님과 더불어 어머니를 꼽을 것입니다.

 

거의 50년전 여섯째 숙부 환갑때 어머니(제 할머니)를 그리며 ‘어머님 은혜’를 부르다 목이 메어 흐느껴 우시던 숙부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어린이 날은 ‘어린이 날’노래를 불렀는데 오늘은 ‘어머님 은혜’를 불러봐야 되겠습니다.

 

-“낳실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기를제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시며/손발이 다닳도록 고생하시네

하늘 아래 그 무엇이 넓다 하리요/어머님의 희생은 가이없어라.”-

 

3절 까지 이르는 구구절절 감동적인 가사와 곡을 전 세대에 걸쳐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얼마전 읽은 춘천교구 카톨릭 문우회 회원인 시인 심순덕 자매의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시가 감동적이라 소개합니다.

 

-“엄마는/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루 종일 밭에서 죽어라 일해도

 

엄마는/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찬밥 한 덩이로 대충 부뚜막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엄마는/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겨울 냇물에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질해도

 

엄마는/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배부르다 생각없다 식구들 다 먹이고 굶어도

 

엄마는/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손톱이 깎을 수 조차 없이 닳고 문드러져도

 

엄마는/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가 화내고 자식들이 속썩여도 전혀 끄떡없는

 

엄마는/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외할머니 보고싶다 외할머니 보고싶다, 그것이 그냥 넋두리인 줄만---

 

한밤중 자다 깨어 방구석에서 한없이 소리 죽여

울던 엄마를 본 후론

아!

엄마는 그래선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어제 코이노니아 한 자매님의 자전적 고백도 감동적이라 주고 받은 카톡 메시지를 소개합니다.

 

-“저희 아들이 6살 때 일이 생각납니다. 집에서 축구공을 갖고 놀지 말라고 여러 번 주의를 줬는데도 거실에서 공을 갖고 놀다 남편이 귀하게 여기는 도자기를 깨서 회초리로 엉덩이를 때리는데 아이가 엉엉 울면서 ‘엄마가 날 때려도 난 엄마를 사랑해요’라고 하더군요. 울면서 하는 말에 가슴이 찡했습니다. 저도 주님이 지금 저를 때려도 사랑합니다.”

“자매님, 아드님 6살 때 울면서 한 고백이 감동입니다. 지금 몇 살 되었나요?”

“지금 울 아들이 벌써 33살이네요. 생활속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일들을 생각해보면 한편의 드라마같은 일들이 참 많네요.”

“분명 효자 아드님일 것입니다.”

“네, 중학교때는 말안들어서 제가 야단을 치고 속상해하는데 아들이 하는 말이 ‘엄마의 길은 참 멀고도 험난하네요. 엄마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하더라구요. 믿고 기다려주니 지금은 든든한 아들이 되었네요.”

“‘저도 주님이 지금 저를 때려도 사랑합니다’란 자매님 주님 사랑 고백도 감동입니다.”-

 

바로 주님으로 인한 어떤 시련이나 고난, 박해가, 순교의 죽음이 와도 주님을 사랑하겠다는 주님 사랑의 고백입니다. 바로 순교자들의 사랑이 그러했습니다. 지금도 순교적 삶을 살아가는 무수한 형제자매들 마음안에 끊임없이 타오르는 주님 사랑의 불입니다.

 

이런 대화의 계기가 된 숙소에서 집무실 문앞까지 엊그제 깔린 카페트(야자매트;야자수로 만들었다 하며 요즘 공원이나 등산로에 많이 깔아놓는다 함)입니다. 사진에 담으니 흡사 수도원길 하늘길이 연상되는 천국에 오르는 하늘길을 상징하는 듯 하여 사진과 함께 다음 댓글도 달았습니다.

 

“집무실 가는 카페트 깔린 길이 흡사 천국에 가는 하늘길, 파스카의 길, 겸손의 길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내려 감으로 올라가는 역설적 겸손의 하늘길!”

 

평생 내려감의 섬김과 순종의 사랑 길을, 비움의 길을 가시다가 부활하시어 하늘에 오르신 예수님 파스카의 길과 더불어 역시 평생 떠남의 비움의 길을 가시다가 임종후 하늘길에 오르시던 사부 성 베네딕도의 일화가 생각났습니다. 그레고리오 교황의 베네딕도 전기에 성인의 제자가 성인 임종시 본 환시입니다.

 

‘성인의 방에서부터 동쪽을 향해 하늘에 이르기까지 똑바로 나있는 길을 보았는데, 그 길에는 양탄자가 깔려 있고 수없이 많은 등불이 켜져 있었다. 그러자 그 위에 빛나는 옷을 입은 존엄한 분이 나타나시어 이 길이 누구를 위한 길인지 알겠느냐고 물으셨다. 그들이 모른다고 하자, “이 길은 주님께 사랑받는 베네딕도가 하늘로 올라가는 길이다”라고 말씀하시더라는 것이다.’(베전 37장)

 

참 깊은 깨우침을 주는 상징적 구원의 아름다운 일화입니다. 이 파스카의 하늘 길을 따라 이미 예수님에 이어 성모님이 올라가셨고 무수한 성인들, 그리고 성모님을 닮아 희생적 사랑을 다하시다 돌아가신 익명의 성녀들인 우리 어머니들이라 주저없이 말하고 싶습니다. 파스카의 하늘길, 바로 우리의 궁극의 희망이요, 용기백배하여 백절불굴, 칠전팔기의 순교적 삶을 살게 합니다.

 

“세상이 너희를 미워하거든 너희보다 먼저 나를 미워하였다는 것을 알아라. 너희가 세상에 속한다면, 세상은 너희를 자기 사람으로 사랑할 것이다. 그러나 너희가 세상에 속하지 않을 뿐 아니라 내가 너희를 세상에서 뽑았기 때문에, 세상이 너를 미워하는 것이다. ‘종은 주인보다 높지 않다.’고 내가 한 말을 기억하여라.”

 

예수님 당시 세상에 미움받고 박해받던 제자들의 현실을 보여줍니다. 지금은 신앙 자유의 좋은 세상이라 눈에 보이는 박해나 미움은 없지만 세상에 살지만 세상에 속하지 않은 신원만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정말 무서운 것은 외적 박해나 미움보다는 세속화로 세상에 동화되어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서의 존재이유를 잃는 것입니다. 

 

부와 권력, 탐욕으로 인한 세속화와 더불어 내적부패와 분열은 외적 박해나 미움보다 더 무서운 악마의 흉계입니다. 정말 대적하기 힘든 것은 눈에 보이는 적이 아니라 우리의 무지와 탐욕안에 숨어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악마입니다. 

 

악마의 간교한 획책으로 인해 부패와 분열로 안에서 부터 무너져 내리면 말 그대로 속수무책이요, 세상을 성화해야할 마지막 세상의 희망의 보루와 같은 교회가 속화되어 부패하고 분열된다면 대안이 없을 것입니다. 바로 오늘날 교회의 위기는 여기에 있다 봅니다. 세상의 성화가 아니라 세상에 속화되어 세상을 닮아 세상에 동화되어 간다는 것입니다. 바로 이런 세상과 교회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가 코로나 사태요 기후재난이 아닌가 싶습니다.

 

참으로 순교적 삶이, 자발적 극기와 절제의 삶, 생태적 회개와 내적혁명의 삶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대요, 주님 사랑의 관상적 차원을, 삶의 깊이와 순수를 회복해야 할 절박한 시기같습니다. 제1독서 바오로 일행의 성령에 따른 제2차 선교열정이 놀랍습니다. 바로 주님 사랑에 불붙었기에 지칠줄 모르는 자발적 순교적 선교활동이요, 마침내 순교로서 주님 사랑을 입증한 바오로 사도입니다. 

 

우리 어버이들, 특히 어머니들은 익명의 파스카 삶의 증인들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참으로 날마다 죽고 부활하는 파스카의 삶과 길을 통해 예수님을 닮아가면서 이미 하늘길 등정登程에 오른 우리들입니다. 바로 이 거룩한 파스카 잔치의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한결같이 파스카의 신비를 실천하며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살게 하십니다.

 

"주님 사랑 우리 위에 꿋꿋하셔라

주님의 진실하심 영원하셔라. 할렐루야!"(시편117,2).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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