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5.11.화요일
성 오도(879-942), 성 마욜로, 성 오딜로, 성 후고, 복자 베드로 베네라빌리스와
클뤼니 수도원의 아빠스들 기념일
사도16,22-34 요한16,5-11
성령의 인도에 따른 삶
-하느님은 구부러진 곡선위에서도 똑바로 쓰실 수 있다-
오늘 밤하늘도 맑고 밝았습니다. 대기도 은은한 향기로 가득합니다. 향기를 숨쉬는 느낌입니다. 하느님 선물하신 참 아름다운 세상입니다. 향기 맡고 가만히 뒤돌아 보니 아카시아꽃 향기였습니다. 시처럼 떠오른 글입니다.
-“향기맡고 뒤돌아 보니
아카시아꽃
향기맡고 뒤돌아 보니
당신
늘 향기로 남아있는
주님”-
오늘은 아카시아 꽃길의 ‘과수원 길’ 노래를 불러야 하겠습니다. 예전 1974년 초등학교 교사 첫 부임지 신림초교 교장님으로 계셨던 지금은 고인이 되신 김공선 작곡의 불멸의 동요입니다. 성령의 인도에 따른 삶이 바로 이런 꽃같은 삶, 하늘에 별같은 삶입니다. 예전 써놨던 ‘민들레꽃’이란 시가 생각납니다. 2002년도 미국에서 공부할 때 영역한 이 시를 보고 극찬 했던 여강사입니다.
-“어!
땅도 하늘이네
구원은 바로 앞에 있네
뒷 뜰 마당
가득 떠오른
샛노란 별무리
민들레꽃들!
땅에서도
하늘의 별처럼
살 수 있겠네.”-2001.4.16
땅에서도 하늘의 별처럼 살라고, 꽃같은 삶을 살라고 무수히 피고 지는 꽃들입니다. 피는 꽃도 예쁘고 소리없이 지는 꽃도 예쁩니다. 성령의 인도에 따라 살았던 성인들의 삶이 이러했습니다. 우리 모두 별같은, 꽃같은 삶을 살라고 부름받은 성소자들입니다. 기념, 기억하라고만 있는 성인들이 아니라 성인이 되어 살라고 하느님 친히 우리에게 본보기 선물로 주신 성인들입니다.
오늘 베네딕도회는 10-11세기 교회 하늘을 찬란히 수놓았던 별들같은 클뤼니 수도원의 성인 아빠스들을 위한 기념미사를 봉헌합니다. 베네딕도회 수도생활의 황금시기를 이룬 시기였습니다. 성 오도, 성 마욜로, 성 오딜로, 성 후고, 복자 베드로 베네라빌리스로 이어지는 무려 200년간 훌륭한 성인 아빠스들로 인해 유럽 교회의 발전에 핵심적 역할을 하며 전성기를 구가했던 클뤼니 수도회였습니다.
5월9일자 가톨릭신문과 가톨릭 평화신문은 온통 지난 4월27일 선종하신 고 정진석 니콜라오 추기경님 기사로 가득했습니다. 사목 표어대로 ‘모든 이에게 모든 것(omnibus omnia)’이 되어 별처럼, 꽃처럼, 성령의 인도에 따라 사셨던 정 추기경님이셨습니다. 두 신문의 머릿기사입니다.
-‘마지막 길 떠나며 남긴 선물 같은 한마디 “항상 행복하세요”’
‘천국에 드시어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이 되소서’-
미사를 주례한 염 추기경은 강론에서 “정 추기경님은 지난 2월22일 병자성사를 받으신 뒤 ‘하느님 만세!’를 외쳐 모두를 놀라게 하셨다”는 언급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말그대로 평생 ‘하느님 만세!’의 성인같은 삶을 사셨던 정 추기경님이셨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은 제자들을 위로하고 격려하십니다.
“이제 나는 나를 보내신 분께 간다. 너희는 마음에 근심이 가득하다. 내가 너희에게 진실을 말하는데 내가 떠나는 것이 너희에게는 이롭다. 내가 떠나지 않으면 보호자께서 너희에게 오지 않으신다. 그러나 내가 가면 그분을 보내겠다.”
결국은 주님께서 떠나셔도 당신께서 보내 주신 성령에 따라 두려워하지 말고 근심하지 말고 자유롭게 살라는 말씀이며, 이미 주님의 약속은 실현되어 우리는 보호자 성령 안에서 파스카 예수님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보호자께서 오시면 죄와 의로움과 심판에 관한 세상의 그릇된 생각을 밝히실 것이다.”
보호자 성령의 빛이 우리를 비추어 올바른 분별하에 구부러진 세상에서도 똑바로 살 수 있게 된다는 것이며, 오늘 사도행전에서 바오로와 실라가 그 모범을 보여줍니다. 어제 주석을 읽다가 은혜로운 말마디를 발견했습니다.
“하느님은 구부러진 곡선위에서도 똑바르게 쓰실수 있다(God can write straight with crooked lines)”
이 말마디 평생 마음에 새기고 어지럽고 혼란한 세상 성령에 따라 똑바르게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곡선의 외적 현실에서도 진리의 셩령에 따라 직선의 내적 현실을 살라는 말씀입니다. 사실 성령에 따라 살아가는 사람들은 성령께서 이렇게 살도록 도와 주십니다. 오늘 사도행전의 드라마 같은 현실을 통해 입증되는 진리입니다. 발에 차꼬가 채워진 채 가장 깊은 감방에 갇혀있던 절망적 상황에서 바오로와 실라스가 찬미기도를 바치는 모습이 참 감동적입니다.
‘자정 무렵에 바오로와 실라스는 하느님께 찬미가를 부르며 기도하고, 다른 수인들은 거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큰 지진이 일어나 감옥의 기초가 뒤흔들렸다. 그리고 즉시 문들이 열리고 사슬이 다 풀렸다.’
놀라운 기적에 이어지는 간수와 두 사도들간의 대화와 이후 전개되는 상황도 그대로 구부러진 곡선위에다 똑바로 글씨를 쓰시는 하느님의 모습을 발견합니다. 참으로 성령의 인도따라 살았던 찬미와 기도의 사도, 바오로와 실라스에게 일어난 기적입니다.
-“두 분 선생님, 제가 구원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주 예수님을 믿으시오. 그러면 그대와 그대의 집안이 구원을 받을 것이오.”-
간수는 그날밤 그 시간에 그들을 데리고 가서 상처를 씻어 주고. 그 자리에서 그와 온 가족이 세례를 받았다 합니다. 해피엔드로 끝나는 두 사도의 구부러진 곡선위에 똑바로 쓰신 성령의 행적이 참 아름답습니다. 여러분 각자의 삶의 뒤안길을, 삶의 성서를 렉시오 디비나 해 보십시오. 굽이굽이 구부러진 곡선의 인생길 위에 똑바로 살아 온 은총의 발자취를 발견할 것입니다.
성령에 따라 사십시오. 그러면 하느님은 성령을 통해 구부러진 곡선의 인생길 위에서도 똑바로 살게 하십니다. 두려움과 불안의 어둠은 성령의 빛에 흔적없이 사라질 것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어지럽고 혼란한 구부러진 삶의 현실에서도 똑바로 별처럼, 꽃처럼 아름답고 향기롭게 살게 하십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