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좋은 날 -한결같은 삶-2021.5.13.부활 제6주간 목요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May 13,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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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5.13.부활 제6주간 목요일                                                             사도18,1-8 요한16,16-20

 

 

 

날마다 좋은 날

-한결같은 삶-

 

 

 

평상심平常心이 도道입니다.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 날마다 좋은 날입니다. 평범한 일상을 한결같이 살아내는 한결같은 삶이 행복이자 구원이요 아름답습니다. 주변을 보면 한결같은 삶을 살라는 표지들로 가득합니다. 산책때 마다 예수 성심상 아래 예수님 발치에 엎드려 기도하다 바위가 된 사람 형상의 바위를 볼 때 마다 늘 새로운 감동입니다. 그대로 한결같은 기도의 삶을 살라고 주어진 선물같은 표지입니다. 예전 형제들과 바다 소풍시 늘 거기 그 자리에 있었던 ‘바위섬’을 보고 쓴 시가 생각납니다.

 

“바위섬을 배우라

대응하지도

반응하지도 

지키지도 않는다

비바람 파도에

고스란히 내어맡겨

고스란히 받아들여 깎이고 닦여

자기완성에 이르지 않았는가

신비롭고 아름다운

자기완성에!”-1997.11.10.

 

바로 어제 이런 분을 만났습니다. 참 파란만장한 세월을 한결같이 믿음으로 살아 온 분이 지인의 안내를 받고 처음 수도원을 방문한 것입니다. 제 강론을 수년간 매일 보면서 오늘의 방문을 기대했다는 것입니다. 일부 주고 받은 내용들입니다.

 

“35년을 살다가 이혼하고 혼자 삽니다. 정말 힘들고 어려운 결혼생활이었습니다. 그렇게 오래 살았는데도 남편 생각이 하나도 나지 않습니다.”

“아, 자매님이 믿음으로 한결같은 삶을 사셨기에 하느님께서 아프고도 나쁜 추억을 말끔히 청소해 주신 것입니다. 말그대로 은총의 선물입니다. 한결같이 잘 사셨기에 주님은 오늘 같은 아름다운 주님의 집 수도원 방문의 선물도 주셨습니다.” 화답했습니다.

 

어떤 분은 면담성사차 들어오자 “고백성사때 죄를 고백하고자 그렇게 많이 생각하며 준비했는데 하나도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말하기에 “하느님께서 죄를 다 지워주셨으니 생각나는 대로 말씀하십시오.” 하고 화답한 적도 생각이 납니다. 이런 죄의 잊어버림도 한결같이 순수한 삶을 살아 온 이들에게 주시는 은총의 선물입니다. 

 

새벽 일어나 정원을 거닐면서 늘 거기 그 자리에 24년전 작고 아담했던 소나무가 이젠 큰 소나무가 되었고 지금도 여전히 한결같이 제자리를 지키고 있음 또한 새삼스러운 감동이었습니다. 이어 떠오른 당시 지었던 ‘무아無我의 품’이란 시였고 지금도 여전한 소망은 모든 이들의 ‘무아의 품’이 되는 것입니다.

 

“꽃에 사뿐히 나비 앉듯이

어디선가 나비처럼 날아 와 

사뿐히 앉은 두 수녀님

아늑한 그늘의 품 안에서 

정담을 나눈다

넉넉한 그늘의 품이

무아의 품이 부러웠다

모두의 넉넉한 품이

그늘의 품이 

무아의 품이 되고 싶었다”-1997.8.10.

 

참으로 마음을 다해 하느님을 믿는 순수한 이들에게는 일일시호일 날마다 좋은 날에 한곁같은 삶입니다. 봄은 봄대로 여름은 여름대로 가을은 가을대로 겨울은 겨울대로 좋습니다. 흐린날은 흐린대로 맑은 날은 맑은 대로, 비오는 날은 비오는 대로, 눈오는 날은 눈오는 대로, 바람부는 날은 바람부는 대로 잔잔한 고요한 날은 고요한 대로 좋습니다. 햇볕 환한 대낮은 대낮대로 좋고 별들 반짝이는 정적의 밤은 밤대로 좋습니다. 꽃피는 날은 꽃피는 대로 좋고 꽃지는 날은 꽃지는 대로 또 좋습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말아야 함을 배웁니다. 일희일비 하다 보면 마음도 몸도 알게 모르게 다칩니다. 예수님 부재하신다 하여 슬퍼할 것도 없고 예수님 함께 계신다 하여 크게 기뻐할 것도 없습니다. 몰라서 무지에 눈이 가려 없음이나 있음이지 주님은 언제나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늘 우리와 함께 계셔서 구부러진 곡선의 외적 인생 여정의 삶중에도 한결같은 믿음으로 반듯한 내적 삶을 살도록 이끄십니다.

 

“‘조금 있으면 너희는 나를 보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다시 조금 더 있으면 나를 보게 될 것이다.’하고 내가 말한 것을 가지고 서로 묻고 있느냐?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는 울며 애통해하겠지만 세상은 기뻐할 것이다. 너희가 근심하겠지만, 그러나 너희의 근심은 기쁨으로 바뀔 것이다.”

 

모두가 지나갑니다. 기쁨과 슬픔, 평화와 불안, 희망과 절망, 빛과 어둠, 생명과 죽음은 바로 영적 삶의 리듬이자 파스카의 삶을 상징합니다. 이런 삶의 리듬을 잘 바라볼 때 일희일비하지 않고 일일시호일 날마다 좋은 새 날을, 한결같은 정주의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지난 수요일 일반 알현 시간에 교황님의 기도에 관한 말씀도 일부 생각이 납니다.

 

“우리는 곤궁중에 은총을 청하나 분투의 노력은 하지 않는다. 아니다. 기도는 ‘하나의 싸움(a fight)’이고 주님은 언제나 우리와 함께 계신다. 우리는 인생 마지막 길목에 서서 뒤돌아 볼 때 말하게 될 것이다. ‘나는 혼자였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니었다.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예수님께서 나와 함께 계셨다!’”

 

참 은혜로운 말씀입니다. 분명 그러할 것입니다. 오늘 사도행전에서 한결같은 열정으로 복음 선포의 사명을 다하는 바오로 사도의 삶이 감동적입니다. 새삼 대부분의 경우들 환경 탓이 아닌 내 믿음 부족의 탓임을 깨닫습니다. 동분서주 바오로의 말씀 전파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타성에 젖어 무기력하고 나태해진 우리에게는 참신한 자극이 됩니다. 마지막 대목에서 바오로 사도의 노력이 열매를 맺는 모습도 참 마음 흐뭇하게 합니다.

 

‘회당장 크리스포스는 온 집안과 함께 주님을 믿게 되었다. 코린토 사람들 가운데에서 바오로의 설교를 들은 다른 사람도 믿고 세례를 받았다.’

 

최소한의 교회형태가 가정이요 가정교회입니다. 가정마다 교회를 이룬다면 얼마나 아름답고 이상적이겠는지요. 사막같은 세상에 보금자리, 오아시스 공동체가 가정교회입니다. 단 두식구의 부부가정이라도, 1인 가구일지라도 한결같은 기도의 삶이 가정을 주님의 집으로 만듭니다. 나름대로 규칙적인 일과에 따라 한결같은 기도생활을 권합니다. 한결같은 기도의 생활화가 일일시호일 날마다 좋은 날, 한결같은 삶을 이뤄줍니다.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일일시호일 날마다 좋은 날, 한결같은 날을 살게 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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