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의 사람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2021.5.19.부활 제7주간 수요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May 19,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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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5.19.부활 제7주간 수요일                                                              사도20,28-38 요한17,1-11ㄴ

 

 

 

성령의 사람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

 

 

 

두 분이 보내준 편지글 마지막 말마디가 일치합니다.

-“건강하셔서 오래동안 함께 해 주세요.”

“건강하시고 지금처럼 이 자리에 오래오래 함께 해 주세요.”-

 

늘 여기 이 자리에 우리와 함께 해 주시는 주님이십니다. 늘 여기 이 자리, 정주의 수도원, 정주의 수도자들 존재 자체로 광야 인생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얼마나 큰 위로와 평화를 주는지요! 주님을 ‘당신’으로 빗댄 오래 전 써놓은 ‘사랑’이란 고백시가 생각납니다.

 

-“당신 언제나 거기 있음에서 오는 행복, 평화

세월지나면서 색깔은 바래다지만

당신 향한 내 사랑 더 짙어만 갑니다

안으로 안으로 끊임없이 타오르는 사랑입니다

세월 지나면서 계속 새로워지고 좋아지고 깊어지는

당신이면 좋겠습니다”-1997.3

 

바로 우리 수도자들 누구나의 소망이 이런 주님과의 한결같은 사랑일 것입니다. 어제 성규의 대가 아퀴나타 수녀에 대한 역시 성규의 대가 카르동 신부의 글중 마지막 말마디 평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여기서 체험하는 바는 거의 대부분 ‘감사(gratitude)’다. 이런 분 앞에서 다른 적절한 감정이 있겠는가? 수녀는 성규에 관해 많고도 많은 연구 성과를 냈을뿐만 아니라 온생애를 그 일로 보냈다.”

 

새삼 감사도, 행복도, 선물도 발견임을 깨닫습니다. 발명發明이 아니라 발견發見입니다. 성령의 은총으로 사랑의 눈만, 마음의 눈만 열리면 모두가 감사요 행복이요 선물임을 발견할 것입니다. 하나가 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주님 안에 하나임을 발견할 것입니다. 참으로 눈이 열릴 때 문제도 해결解決이 아닌 해소解消됨을 깨달을 것입니다. 무지에 눈이 가린 착각이나 오해로 기인하는 문제들은 얼마나 많은지요.

 

부활시기 절정의 마지막 제7주간이 참 아름답고 감사합니다. 주님 승천 대축일에서 성령강림대축일 사이의 오늘 5월19일은 우리 예수님과 하느님 안에서 영적 절친切親이자 영원한 도반道伴이신 부처님 오신날이기도 합니다. 경축하는 마음 가득합니다. 

 

요즘 한 주간 저녁 성무일도시 성령의 임하심을 청하는 찬미가가 참 좋습니다. 절로 ‘성령의 사람’이 된 느낌입니다. 사실 우리 모두는 ‘성령의 성전’이기도 합니다. 참 깊고 아름다운 7절까지 내용중 첫 두연만 나누고 싶습니다.

 

1.“창조자신 성령이여 우리 맘에 임하소서

고귀하온 은총으로 모든 조물 돌보소서

 

2.“우리들의 위로자며 천주 주신 선물이라

온갖 샘의 근원이며 타는 사랑 주시도다.”

 

이런 성령이 우리의 모두입니다. 성령은 사랑이요 생명입니다. 요즘 집무실 옆 야자매트 좁은 어둠과 절망의 틈바구니 사이 곳곳에서 빛을 찾아 솟아나는 생명의 초록색깔의 풀들이 새삼스런 감동입니다. 잔디밭 풀들은 생각없이 밟지만 야자매트 사이에서 힘겹게 솟아난 이들 싹은 차마 밟지도 뽑지도 못할 것 같습니다. 

 

그대로 성령의 사람, 파스카의 사람인 우리 하나하나를 상징하는 야자매트 사이로 올라오는, ‘민초(民草;백성을 질긴 생명력을 지닌 잡초에 비유한 말)와 같은 풀들입니다. 참으로 소중히 돌보고 배려해야 할 이웃 형제들입니다. 존경과 사랑보다는 존중과 연민의 사랑이 긴요합니다.

 

어제에 이어 두 분의 아름답고 감동적인 고별사의 계속입니다. 예수님의 하나가 되게 해달라는 제자들을 위한 고별 기도에 바오로의 에페소 교회 원로들을 위한 고별사입니다. 두분의 고별사는 우리 모두를 위한 고별사로 받아들여도 좋겠습니다. 몇가지 가르침을 나눕니다.

 

첫째, 진리로 거룩하게 되는 삶입니다.

세상을 떠나라는 것이, 거리를 두라는 것이 아니라 진리로 거룩한 사람이 되라는 것입니다. 이 또한 성령의 은총입니다. 진리로 성화되어 거룩한 사람이 될 때 저절로 세상 한 복판에서도 속화되지 않고 세상을 성화하는 빛과 소금으로, 누룩으로 살 수 있습니다. 이점에서 예수님과 바오로는 일치합니다.

 

“이들을 진리로 거룩하게 해 주십시오. 아버지의 말씀이 진리입니다. 아버지께서 저를 세상에 보내신 것처럼 저도 이들을 세상에 보냈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들을 위하여 저 자신을 거룩하게 합니다. 이들도 진리로 거룩해지게 하려는 것입니다.”

 

바로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를 진리로 거룩하게 합니다. 악惡에 대한 근본적 처방은 선善이 아니라 거룩할 성聖입니다. 거룩한 사람, 성인이 되는 것은 우리의 성소요 의무이자 책임입니다. 바오로의 말씀도 일맥상통합니다.

 

“이제 나는 하느님과 그분 은총의 말씀에 여러분을 맡깁니다. 그 말씀은 여러분을 굳건히 세울 수 있고, 또 거룩하게 된 모든 이와 함께 상속 재산을 차지하도록 여러분에게 그것을 나누어 줄 수 있습니다.”

 

말씀의 진리, 파스카의 예수님과 하나되어 살라는 것입니다. 참으로 이 거룩한 미사시간, 진리로 완전무장하는 시간이자 진리이신 파스카의 주님과 하나되는 시간입니다.

 

둘째, 주님의 양떼인 형제들을 잘 보살피는 삶입니다.

바오로 사도의 원로들에 대한 고별사도 그대로 우리를 향한 당부입니다. ‘감독’을 ‘형제’로 바꿔 읽어 봅니다.

 

“여러분 자신과 모든 양떼를 잘 돌보십시오. 성령께서 여러분을 양떼의 형제로 세우시어, 하느님의 교회 곧 하느님께서 당신 아드님의 피로 얻으신 교회를 돌보게 하셨습니다.”

 

형제들에 대한 보살핌과 배려는 바로 교회에 대한, 예수님께 대한 보살핌과 배려로 직결됨을 깨닫습니다.

 

셋째, 늘 깨어 있는 삶입니다.

바오로 사도의 감동적인 권고입니다. “내가 삼 년 동안 밤낮 쉬지 않고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을 눈물로 타이른 것을 명심하여 늘 깨어 있으십시오.” 늘 깨어 있는 삶, 역시 성령의 은총입니다. 깨어 있는 영적 훈련이 참 절실한 작금의 영적 현실입니다. 

 

깨어 있을 때 깨끗한 마음이요 이어지는 깨달음의 은총입니다. 오늘 지금 여기서 살게 하는 깨어 있음입니다. 깨어 있음은 성령의 빛입니다. 깨어 있을 때 악의 유혹에 빠지지 않고 일체의 적들도 침범하지 못합니다. 잠들어 있는 것이 아니라 깨어 있어 마음의 눈을, 마음의 귀를 활짝 열고 내적 고요 중에 경청의 자세로 사는 것입니다. 

 

넷째, 탐욕을 비우고 제자리 일에 충실한 삶입니다.

바오로의 무욕의 삶은 수도자들뿐 아니라 믿는 모든 이들의 모범입니다. 무욕의 지혜요 순수한 마음입니다. 눈멀게 하는 무지의 탐욕입니다. 

 

“나는 누구의 은이나 금이나 옷을 탐낸 일이 없습니다. 나와 내 일행에게 필요한 것을 이 두손으로 장만하였다는 사실을 여러분은 잘 알고 있습니다. 나는 모든 면에서 여러분에게 본을 보였습니다.”

 

바로 우리 수도자들이 자급자족의 이상을 지향하는 바람직한 노동관도 여기에 근거합니다. 그리하여 우리의 ‘기도하고 일하라’는 간명한 모토입니다. 하늘을 향하여 눈을 들어 기도하시는 예수님처럼 분명한 우선 순위대로 ‘기도하고 일하라’입니다. 기도와 일의 균형과 리듬이 성공적 정주생활을 가능하게 해줍니다. 시공을 초월하여 믿는 모든 이들을 향한 바오로의 고별사 선물이 참 고맙습니다. 

 

다섯째, 약한 이들을 거두어 주고 나누는 삶입니다.

참된 공동체 삶의 원리입니다. 역시 바오로 사도의 감동적인 권고입니다. “애써 일하며 약한 이들을 거두어 주고,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더 행복하다.’고 친히 이르신 주 예수님의 말씀을 명심하라는 것입니다.”

 

예수님을 보완하는 바오로 사도의 참 적절한 권고입니다. 파스카의 예수님과 일치의 절정을 살았던 바오로 사도입니다. 마지막 대목의 묘사도 감동적입니다. ‘바오로는 이렇게 말하고 나서 무릎을 꿇고 그들과 함께 기도하였다, 그들은 모두 흐느껴 울면서 바오로의 목을 껴안고 입을 맞추었다.’ 바오로의 장엄한 간절한 고별사는 함께 기도로 끝맺습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성령의 사람이 되어 당신을 중심으로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어 살게 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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