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聖人이 되라 불림받고 있는 우리들 -오늘 지금 여기가 ‘구원의 꽃자리’ 하늘 나라이다--2021.5.26.성 필립보 네리 사제(1515-1595) 기념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May 26,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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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5.26.성 필립보 네리 사제(1515-1595) 기념일 

집회36,1-2.5-6.13-22 마르10,32-45

 

 

 

 

성인聖人이 되라 불림받고 있는 우리들

-오늘 지금 여기가 ‘구원의 꽃자리’ 하늘 나라이다-

 

 

 

“주님 찬양하라 내 영혼아, 내 안의 온갖 것도, 그 이름 찬양하라.

내 영혼아 주님 찬양하라, 당신의 온갖 은혜 하나도 잊지 마라.”(시편103,1-2)

 

새벽 성무일도 시편 성구가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날마다 평생 끊임없이 바치는 찬미와 감사의 기도보다 영육靈肉의 치유와 건강에 좋은 식食과 약藥은 없습니다. 하느님 찬미와 감사의 맛과 기쁨으로 살아가는 우리 수도자들입니다.

 

어제도 온종일 때때로 제자들의 동영상 노래, ‘스승의 은혜’를 들으며 행복감 가득한 중에 지냈습니다. 엊그제의 벼락같은 은총의 깨달음을 잊지 못합니다. 

 

“아, 그가 쓰는 말과 글과 어휘와 행동에서 그의 과거와 현재의 삶이, 심지어 미래의 삶까지 고스란히 다 들어나는 구나!” 하는 깨달음입니다. 

 

44년만에 찾은 동심童心 그대로의 순수한 모습을 보고 깨달은 진리입니다. 13세 초등학교 6학년때 제자들이 지금은 환갑을 내다보는 57세의 장년이 되었는데도 그 시절 그대로의 순수한 마음이 정말 고맙고 반갑고 기뻤습니다. 가열加熱차게 불러줬던 ‘스승의 은혜’와 서정적인 동요童謠들은 얼마나 가슴 벅찬 행복이었던지요. 동영상을 본 어느 수녀님도 감동을 전해 줬습니다.

 

“눈물이 고이네요. 감격스럽습니다. 신부님과 제자분들 모두가 행복한 시간이었네요. 덕분에 제가 힐링되었습니다.”

 

제가 감동을 나눈 궁극의 이유도 행복감을 통한 힐링이었습니다. 제자들과 나눈 메시지도 나눕니다. 도대체 57세의 장년 제자들이 제 눈에는 꼭 6학년 소년들처럼 보이니 너무 신기했습니다.

 

-“사랑하는 제자 옥현아, 참 이상하고 신기하다. 손주들 재롱 보고 듣는 것 같아 동영상 노래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 않고 좋구나! 고맙다! 옥현아, 중년을 훨씬 넘어 환갑을 내다 보는 장년의 너희들인데 꼭 6학년 어린이들 제자들 같이 생각되니 너무 신기하다!”

 

“ㅋㅋㅋ 저희도 선생님 앞에 가면 6학년으로 돌아가는 것 같아요!”-

 

어쩌면 하느님 앞에서는 나이에 상관없이 우리 모두 하느님의 어린이처럼 보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득 3시경 성무일도시 두 번째 후렴, “어린이와 같이 되라. 그렇지 않고는 하늘 나라에 들어가지 못하리라.”라는 복음 성구가 떠올랐습니다. 천국입장이 보장된 동심童心의 제자들임을 깨닫습니다.

 

꽃처럼 다양한 사람들입니다. 꽃처럼 다양한 성인들입니다. 누구나 예외없이 성인이 되라 불림 받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바로 자기 고유의 ‘참나眞我’의 성인이 되어 행복하게 사는 것은 우리 삶의 존재이유입니다. 세상에 태어난 의미이자 보람이자 기쁨입니다. 어느 삶의 자리에서건 마음만 먹고 결심하여 한결같이 분투奮鬪의 노력으로 주님을 따라 살기만 하면 은총의 도움으로 누구도 성인이 될 수 있으니 어떤 변명도 핑계도 댈 수 없습니다.

 

어제 성 베다 축일에 이어 오늘은 성 필립보 네리 사제 축일입니다. 베다 성인이 63세를 살았고 오늘 필립보 네리 사제 성인은 80세까지 비교적 장수했던 성인입니다. 성인들의 나이 또한 참 다양합니다. ‘얼마나’ 많이 오래 살았느냐가 아니라, 나이에 관계 없이 ‘어떻게’ 섬김과 겸손의 사랑을 살았느냐가 성덕의 잣대임을 봅니다.

 

필립보 네리 사제는 기쁨속에 복음을 산 참 매력적인 성인입니다. “주님 안에서 기뻐하십시오. 거듭 말합니다. 기뻐하십시오.”(필립4,4)라는 바오로 사도의 말씀을 일생의 표어로 사셨던 성 필립보 네리를 사람들은 기쁨과 단순함의 성인으로 기억합니다. 이미 생전에 로마 신자들이 가장 사랑하고 존경하며 따른 인물이었으며 교황께서 내린 추기경 직위를 끝내 사양하고 가난한 이들과 함께 살다가 1595년 5월26일 병상에서 다음과 같은 유언을 남기고 선종하셨습니다.

 

“보십시오, 주님께서는 저처럼 고통을 바치면서 십자가에 못박혀 달려 계시는데, 이 비천한 저는 이런 호화스러운 자리 위에서 친절한 사람들의 간호를 받으며 쉬고 있으니 참 염치없는 노릇입니다. 예수 그리스도 이외의 것을 원하는 자는 참으로 해야 할 일을 모르는 자입니다.”

 

필립보 네리 성인의 영성에 대해 그가 세운 오라토리오회 회원이기도 한 현대의 저명한 신학자 루이 부이에는 “그처럼 큰 초자연적 은총 속에서 자연스럽게 살아가고. 신비적 체험을 일상의 상식과 잘 결합시킨 성인은 거의 없다”고 요약합니다. 역시 오라토리오회 회원이었던 성 존 헨리 뉴먼 추기경이 선택한 인생 모토인 “마음이 마음에 말한다(Cor ad cor loquitur)”라는 문구는 창립자 성 필립보 네리의 정신을 잘 말해 줍니다. “기쁨없는 덕은 참된 덕이 아닙니다.”라는 성인의 말씀도 잊지 못합니다.

 

비상한 성인만 있는게 아니라 평범한 일상의 성인들이 대부분입니다. 마음만 먹고 항구히 노력하면 누구나 주님의 은총으로 다음 '구원의 꽃자리' 제 자작시에 등장하는 들꽃처럼 일상의 평범한 성인이 될 수 있습니다.

 

-“볼품없이 

초라한 

버려진 땅

 

결코 

자리 

탓하지 않는다

 

그 어디든 

뿌리 내리면 

거기가 내 자리다

 

하늘만 

내려다 보시면, 볼 수 있으면 

행복이다

 

누가 

보아 주든 말든, 알아 주든 말든 

상관하지 않는다

 

때되면 

꽃처럼 

활짝 피어나 주변을 환히 밝힌다

 

바로

오늘 지금 여기가

구원의 꽃자리 하늘 나라이다”-2021.5.21

 

이런 들꽃같은 분을 소개합니다. 어제의 감동적인 장면입니다. 거의 20년 이상을 매월 제 강론을 교정하고 제본하여 갖다 준 분으로 어제도 무거운 강론집을 들고 집무실 앞에 도착했고, 준비했던 수도공동체가 마련해준 ‘교황님 강복장’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전달했습니다. 마침 집무실에서 청소중이던 세분의 예수성심자매회 회원들이 큰 박수로 축하해 줬습니다.

 

문득 천국입장시 하느님께 받을 상장에 이어 하느님곁에서 시중들던 천사들의 축하 박수소리가 연상되었습니다. 후에 감사의 메시지를 통해 그 자매님이 얼마나 큰 감동을 받았는지 교황님 강복장의 위력을 실감했습니다.

 

“교황님 강복장을 가슴에 안으니 가슴이 뭉클하며 눈물이 나옵니다. 아무 생각도 안나는데 성체안에 주님께 감사와 사랑을 드리고 존경하옵는 ‘성 베네딕도회 요셉수도원’ 모든 분들게 진심으로 감사드리옵니다. 왜 그런지 뜨거운 눈물이 나옵니다. 전혀 생각지 못한, 꿈인지 생시인지 싶습니다.”

 

어떻게 성인이 될 수 있겠는지요. 답은 간단합니다. 오늘 복음이 답을 줍니다. 섬김과 겸손의 사랑의 삶에 항구하는 것입니다. 

 

“너희 가운데에서 높은 사람이 되려는 이는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또한 너희가운데서 첫째가 되려는 이는 모든 이의 종이 되어야 한다. 사실 사람의 아들은 섬기러 왔고, 또 많은 이들의 몸값으로 자기 목숨을 바치러 왔다.”(마르10,43-45).

 

사실 윗 성구중 일부는 제 사제서품 상본의 성구이기도 합니다. 새삼 섬김의 영성, 섬김의 직무, 섬김의 권위, 섬김의 리더쉽 등 섬김의 사랑만이 성덕의 잣대임을 깨닫습니다. 저절로 집회서의 기도가 절로 나옵니다. 일부 말마디를 바꿔도 무방하겠습니다.

 

“당신의 안식처인 저희에게 자비를 보이소서. 당신 위업에 대한 찬미로 저희를 채우시고, 당신 영광으로 당신의 성전인 저희를 채우소서. 주님, 당신 백성인 저희에 대한 호의로, 당신 종들인 저희의 기도를 들어 주소서.”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날로 당신을 닮아 성인이 되도록 도와 주십니다. 화답송 후렴의 집회서 말씀으로 강론을 마칩니다.

 

“주님, 당신 자비의 빛을 저희에게 보이소서.”(집회36,1).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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