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헌의 삶 -날마다 성전 봉헌 축일이다-2021.5.29.토요일 요셉 수도원 성전 봉헌 축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May 29,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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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5.29.토요일   요셉 수도원 성전 봉헌 축일

에제47,1-2.8-9.12 요한2,13-22

 

 

 

봉헌의 삶

-날마다 성전 봉헌 축일이다-

 

 

 

-“만군의 주님이여, 계시는 곳 그 얼마나 사랑하오신고

그 안이 그리워, 내 영혼 지치나이다.

이 마음 이 살이 생명이신 하느님 앞에 뛰노나이다.

 

실로 당신의 궐내라면 천날보다 더 나은 하루,

악인들의 장막안에 살기보다는 차라리 당신 문간에 있기 소원이니이다.

 

주 하느님이 태양이시오 방패이시니 은총과 영광을 내리시고

티없이 걷는 이에게는 좋은 것 아니아끼시나이다.

만군의 주님이여. 당신께 의탁하는 사람 복되도소이다.”-(시편84장 참조)

 

성전 봉헌 축일, 마음에 와닿은 시편입니다. 올해는 요셉 수도원이 개원한지 만 34년(1987년3월19일)이 되는 해이고, 제가 부임후 정주한지 만33년(1988년7월11일)이 되는 해입니다. 오늘은 제15주년(2006.5.30.) 요셉수도원 성전 봉헌 축일이요 내일이 주일이기에 하루 앞당겨 거행하는 축일 미사전례입니다. 설레는 마음에 일어나니 시원한 바람에 새벽 정원에서 올려다 본 달밤의 밤하늘은 유난히 밝고 맑았습니다. 문득 24년전 쓴 ‘정주’란 짧은 시가 생각났습니다.

 

-“산처럼 

머물러 

정주의 삶을 살면

 

푸른 하늘

둥근 달

빛나는 별들

 

아름다운 하느님

배경이 되어 주신다.”-1997.8.11.

 

시를 읊으니 온통 행복감에 가득 젖어드는 기분이었습니다. 흡사 제가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처럼 생각되기도 했습니다. 정주 수도승의 하느님 사랑은 구체적 사랑으로 표현되기 마련입니다. 수도원을, 성전을, 수도원 자연경관을, 수도형제들을. 찾아오는 모든 이들을 사랑하고 특히 매일 평생 끊임없이 거행하는 성전 전례를 사랑합니다. 이런 사랑이 참으로 우리 삶을 온통 아름답게 만듭니다.

 

요즘 참 아름다운 계절에 사랑을 사진에 담기가 참 바쁩니다. 날마다 담는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이지만 늘 새롭고 좋습니다. 산책하며 꼭 사진에 담는 순서는 ‘예수성심상 앞 기도하다가 바위가 된 형상의 사람’, ‘수도원 하늘길’, 마지막으로 불암산 배경의 ‘수도원 성전’입니다. 어제는 막 피어나기 시작한 수녀원 담벼락을 넘어 온 ‘장미꽃들’도 사진에 담았습니다.

 

오늘은 저는 물론 우리 수도형제들과 무수한 은인들이 참으로 사랑하는 우리 요셉 수도원의 성전 봉헌 축일입니다. 많은 자매들이 ‘친정집에 오는 것 같다’, ‘올케 없는 오라버지 댁에 오는 것 같다’, 또 많은 형제자매들은 언제 봐도 그립고 좋은 ‘옛 고향집에 오는 것 같다’ 고백하는 참 정겹고 아름다운 요셉 수도원입니다.

 

참 아름다운 말마디가 봉헌이요 봉헌의 삶입니다. 오늘 복음은 어제처럼 성전정화에 관한 것입니다. 어제는 마르꼬 복음이고 오늘은 요한복음이지만 내용은 대동소이합니다. 새삼 날마다 성전 봉헌 축일이자 성전 정화 축일이란 생각이 듭니다. 우리 공동체는 그리스도의 몸인 성전이며 우리 하나하나도 주님의 성전입니다. 그러니 매일 성전 봉헌 축일 미사를 드리며 우리의 봉헌을 새로이 할 때 저절로 뒤따르는 성전정화의 은총입니다. 

 

어제 읽은 어린왕자 책중 아름다운 부분을 인용합니다. ‘별들’이, ‘사막’이, ‘낡은 집’이 상징하는 바 봉헌 축일을 지내는 우리 성전이자 또 주님의 성전인 보물같은 우리들 모두입니다.

 

-‘그러자 잠시 침묵을 지키던 어린왕자가 다시 입을 열었다.

“별들은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 한 송이 꽃 때문에---”

나는 “그렇지.”하고 대답하고는 말없이 달빛 아래서 주름처럼 펼쳐져 있는 모래 언덕들을 바라보았다.

“사막은 아름다워.” 어린왕자가 다시 말했다.

그것은 사실이었다. 나는 언제나 사막을 사랑했다. 사막에서는 모래 언덕 위에 앉아 있으면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무엇인가 침묵 속에서 빛난다.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린 왕자가 말했다. “그것이 어딘가에 샘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지---”

나는 사막의 그 신비로운 빛남이 무엇인지를 문득 깨닫고 흠칫 놀랐다. 어린 시절, 나는 오래된 낡은 집에서 살았다. 그 집에는 보물이 감춰져 있다는 이야기가 전설처럼 전해오고 있었다. 물론 보물을 발견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그것을 찾으려 든 사람도 아마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 보물로 하여 그집 전체는 매력이 넘쳤다. 우리 집은 저 가장 깊숙한 곳에 보물을 감추고 있는 것이었다.‘-

 

참 아름답고 깊은 상징들을 담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참으로 이런 별들이, 사막이, 매력이 넘치는 집이, 무엇보다 어린왕자가 그리운 시절입니다. 깊이 잘 들여다 보면 예수님이, 봉헌의 삶을 사는 우리 하나하나가 어린왕자요 별이요 사막이요 집일 수 있습니다. 아름다운 꽃을 품고 살아가는 별이, 샘을 품고 살아가는 사막이, 보물을 품고 살아가는 집일 수 있습니다. 참으로 영원한 생명의 주님과 함께 봉헌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입니다. 이를 모르고 무지의 어둠 중에 참으로 아까운 선물의 삶을 기쁨도 감사도 없이 무기력하게 탕진하며 살아간다면 얼마나 억울하고 허무하겠는지요!

 

오늘 복음의 예수님이 흡사 지구별에 온 어린왕자처럼 생각됩니다. 그러나 심각하고 위태한 성전 속화俗化의 현실에 의노義怒하지 않을 수 없는 어린왕자 예수님입니다.

 

-“이것들을 여기에서 치워라. 내 아버지의 집을 장사하는 집으로 만들지 마라.”하고 이르셨다. 제자들은 “당신 집에 대한 열정이 저를 집어삼킬 것입니다.”라고 성경에 기록된 말씀이 생각났다.-

-“이 성전을 허물어라. 그러면 내가 사흩 안에 다시 세우겠다.”-

 

죽으시고 사흘만에 부활하신 파스카 예수님 덕분에 우리는 눈에 보이는 가시적可視的 성전과 더불어 참으로 매력이 넘치는 그리스도의 몸인 공동체 성전을, 그리고 우리 하나하나 존재의 성전을 지닐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오늘 제1독서 에제키엘서의 주님의 집 성전에서 세상을 향해 흐르며 모두를 살리는 ‘생명수生命水의 강’은 그대로 이 거룩한 성전 미사전례 은총을 상징합니다. 

 

바로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이런 성전 봉헌奉獻을, 성전 정화淨化를 이뤄줌으로 우리 모두 세상을 살리는 '생명수의 강'이, 또 삶을 아름답게 가꾸는 ‘삶의 예술가’가 되어 살게 합니다. 언젠가 자매와 나눈 카톡 덕담도 생각납니다.

 

-“자매님은 참 아름다운 ‘삶의 예술가藝術家’ 같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어머나---감사합니다! 항상 격려해 주시고. 칭찬해 주시니 아침부터 힘이 납니다. 오늘도 새날을 주신 주님! 감사와 찬미를 드립니다.”-

 

사막같은 세상에서 주님 '생명수의 강'이 되어 봉헌의 삶을 살아가는 참 아름다운 삶의 예술가들 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만한 세상입니다. 바로 오늘 이 성전 봉헌 축일에 봉헌의 서원을 새롭게 하는 스테파노 수사님과 마르꼬 수사님도 참 아름다운 ‘삶의 예술가’이자 ‘삶의 프로’로 손색이 없습니다. 두 분 서원 갱신 증서를 인용합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아멘.

저는 50년전 1971년 1월21일

존경하는 오도환 오도 아빠스 앞에서

정주하고 수도승답게 생활하며 순명할 것을 서원했습니다.

오늘 다시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 서원을 새롭게 합니다.

2021년 5월29일

남양주 성 요셉수도원에서 

김기룡 스테파노 수사-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아멘.

저는 40년전 1981년 1월17일 

존경하는 이동호 아빠스 앞에서

정주하고 수도승답게 생활하며 순명할 것을 서원했습니다.

오늘 다시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 서원을 새롭게 합니다.

2021년 5월29일

남양주 성 요셉수도원에서 

안대해 마르꼬 수사-

 

쏜살같이 흐르는 세월입니다. 짧아서 슬프고도 아름다운 인생이요 세상입니다. 삶의 무상無常함에서 빛나는 생명과 사랑의 아름다움입니다. 이미 윗 두 아빠스님은 세상을 떠난지 오래입니다. 주님의 이 거룩한 요셉수도원 성전 봉헌 축일 미사 은총이 우리 모두 아름다운 삶의 예술가가 되어 아름다운 성전봉헌과 성전정화의 삶을 살게 하며, 주님의 성전을 영혼의 샘터로, 배움터로, 쉼터로 만들어 줍니다. 감동적인 ‘수쉬페(Susclpe)’로 우리 봉헌을 새롭게 합시다.

 

-“주님, 주님의 말씀대로 저를 받으소서, 그러면 저는 살겠나이다. 주님은 저의 희망을 어긋나게 하지 마소서. 영광이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아멘.”-

 

3시경후 성경소구 바오로 사도의 말씀이 하두 엄중하여 급히 추가합니다.

 

“여러분은 자신이 하느님의 성전이며 하느님의 성령께서 자기 안에 계시다는 것을 모르십니까? 만일 누구든지 하느님의 성전을 파괴하면 하느님께서도 그 사람을 멸망시킬 것입니다. 하느님의 성전은 거룩하며 여러분 자신이 바로 하느님의 성전이기 때문입니다.”(1코린3,16-17).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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