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천애인敬天愛人의 삶 -하느님 중심의 삶-2021.6.3.목요일 성 가롤로 르왕가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Jun 03,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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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6.3.목요일 성 가롤로 르왕가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

토빗6,10-11ㄱ.16-17;8,4-9ㄱ 마르12,28ㄱㄷ-34

 

 

 

경천애인敬天愛人의 삶

-하느님 중심의 삶-

 

 

 

“하느님은 힘으로 나를 동여 주시고, 

내 길을 고르게 닦아 주시며

 

암사슴의 다리마냥 날래게 해 주시고, 

높으나 높은 곳에 나를 세우셨나이다.”(시편18,33-34)

 

하느님은 이처럼 고마운 분이십니다. 수도원에 30년 이상 정주하다보니 세상의 변화가 한눈에 보입니다. 얼마나 변화무쌍한 세상인지 체감합니다. 앞에는 넓은 들판에 마을이 펼쳐진 동네들이였는데 별내 신도시가 들어섰고 곳곳에 즐비한 고층 아파트들입니다. 참 편리하고 빨라진 세상인데 사람들은 예전보다 더 바빠지고 여유도 없어 보입니다. 행복해보이지도 않고 웬지 모를 불안과 두려움에 그늘져 있습니다. ‘그늘’하니 광화문 교보문고에 걸려있는 글귀도 생각납니다. “올 여름의 할 일은 모르는 사람의 그늘을 읽는 일(김경인;여름의 할 일)”

 

제 경우도 2000년 전과 후가 확연히 구분됩니다. 2000년전에는 강론도 친필이었고 받은 편지도 모두 친필이었습니다. 노트북도 핸드폰도 이메일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바쁘게 생각되지 않았고 찾아오는 분들도 많았고 여유롭고 평화로운 분위기였습니다. 참 역설적으로 신속하고 편리해진 세상이라면 여유와 평화도 많이 누려야 할 텐데 갈수록 바빠지고 여유없는 세상이 되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웃음보다는 긴장한 얼굴이 대부분입니다. 수도원 피정을 다녀간 어느 자매의 진솔한 친필 편지에 감동했습니다.

 

-"늘 따뜻했습니다. 늘 환대해주었습니다. 늘 용기를 북돋아 주었습니다. 늘 든든했습니다. 요셉 수도원 덕분에 두 발을 땅에 딛고 일어섰습니다. 꺼져가는 심지 끄지 않으시고 꺾어진 갈대를 베지 않았습니다. 천하에 고아아닌 고아가 되어 나침판도 없이 숲속에서 길을 잃었을 때 만났습니다.

구세주가 따로 있나요?! 

예수님이 따로 있나요?!

하느님은 살아 계십니다. 덕분에 용기도 생겼습니다. 이제 가면 언제 올지 모르지만 생각만해도 든든한 요셉수도원입니다. ‘배밭’ ‘불암산’ ‘요셉’ ‘남양주’ 이름만 들어도 눈물겹도록 고맙습니다. 가슴 깊이 고마움만 가득 담아 갑니다. 모두 모두 건강히 행복하게 오래 오래 사세요.

“당신들이 있어 세상은 아름답습니다.”-2021.5.31.

 

감사와 사랑의 진솔한 마음이 가득 담겨 있는 내용이기에 아름답고 감동적입니다. 사면초가의 위기중 수도원을 만나 살아난 분의 고백입니다. 읽는 순간 떠오른 ‘경천애인의 수도공동체!’였습니다. 세상의 오아시스, 세상의 소금, 세상의 빛과 같은 공동체였습니다. 개인의 증거보다 공동체의 증거가 얼마나 결정적으로 중요한지 깨닫습니다. 그리하여 많은 분들이 그리스도의 빛을, 그리스도의 평화를, 그리스도의 사랑을, 그리스도의 생명을 찾아 수도원에 옵니다. 그리스도의 쉼터에서 쉬고, 그리스도의 배움터에서 배우고, 그리스도의 샘터에서 샘물을 마시고자 옵니다. 이 모두는 수도원의 존재이유를 보여줍니다.

 

개인이든 공동체든 경천애인의 하느님 중심의 삶이 우선입니다. 참으로 경천애인의 삶, 하느님 중심의 삶이 깊어갈수록 건강하고 견고한 삶입니다. 대부분의 혼란과 방황, 표류는 중심을, 하느님 중심을 잃어 자초한 경우들입니다. 오늘 복음이 우리 삶의 중심을 확실히 잡아 줍니다. 첫째가는 계명이 무엇인가 물었는데 예수님은 가장 큰 계명으로 답해주십니다. 시공을 초월하여 오늘 우리 모두에게 주시는 만고불변의 진리입니다. 우리 하나하나가, 또 우리 믿음의 수도공동체가 그대로 ‘이스라엘’입니다.

 

“첫째는 이것이다. ‘이스라엘아, 들어라. 주 우리 하느님은 한 분이신 주님이시다. 그러므로 너는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둘째는 이것이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 이보다 더 큰 계명은 없다.”

 

경천애인의 사랑의 이중계명이 우리 삶의 중심입니다. 분명한 우선순위가 하느님 사랑에 이어 이웃사랑입니다. 구별할 수 있을지언정 분리할 수 없습니다. 하느님 사랑의 진정성은 이웃 사랑으로 검증됩니다. 참으로 하느님을 사랑하면 이웃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웃사랑을 통해 하느님 사랑이 환히 드러납니다. 예수님의 답변에 감복한 율법학자도 즉시 공감합니다.

 

“훌륭하십니다, 스승님, ‘그분은 한 분뿐이시고 그 밖에 다른 이가 없다.’ 하시니, 과연 옳은 말씀입니다. 또 ‘마음을 다하고 생각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그분을 사랑하는 것’과 ‘이웃을 자기 자신처럼 사랑하는 것’이 모든 번제물과 희생 제물보다 낫습니다.”

 

경천애인의 사랑의 이중계명이 우리 삶의 모두임을 말해줍니다. 613개 율법조항들이 이 가장 큰 계명 하나로 요약됩니다. 말그대로 우리 삶의 중심이, 의미가, 목표가, 방향이 되는 말씀입니다. 참 사람이 되어 참 행복한 삶을 사는 길도 가장 큰 계명의 실천뿐입니다. 마음과 몸은, 영혼과 육신은 하나입니다. 참으로 경천애인의 가장 큰 계명의 실천이 깊어질수록 확보되는 심신의 건강, 영육의 건강입니다. 경천애인의 사랑이야 말로 우리 삶의 건강에 최고의 식食이자 약藥임을 깨닫습니다.

 

우선적인 것이 하느님 경외의 사랑입니다. “행복하여라, 주님을 경외하는 모든 사람!”, 오늘 화답송 후렴도 참 행복은 하느님 경외에 있음을 보여줍니다. 갈림없는 온마음, 온생각, 온정신, 온힘을 다해 하느님 사랑하는 마음으로 기도, 일, 공부 등 우리의 모든 수행에 목숨을 걸고 매진邁進하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갈림없는 사랑의 수행이 마음을 순수하게 하고 자유롭게 하며 이웃을 위한 섬김의 사랑에 올인하게 합니다. 결국 하느님 사랑의 진정성은 섬김의 이웃 사랑의 열매로 검증됩니다. 예수님께서는 율법학자가 슬기롭게 대답하는 것을 보시고 이르십니다.

 

“너는 하느님의 나라에서 멀리 있지 않다.”

참으로 경천애인, 사랑의 이중계명을 실천하는 오늘 바로 지금 여기가 구원의 꽃자리, 주님을 만나는 하느님의 나라라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확고부동한 너무 자명한 삶의 진리, 사랑의 진리에 어느 누구도 감히 묻지 못하였다 하니 너무 당연합니다.

 

오늘 제1독서의 어제 주인공 토빗과 오늘 주인공인 그의 아들 토비야가 경천애인의 모범입니다. 말그대로 그 아버지에 그 아들 부전자전입니다. 오늘 제1독서에 없는 어제 토빗의 유언중 계속되는 내용을 인용합니다.

 

“언제나 주 너의 하느님을 찬미하여라. 그리고 너의 길을 올바르게 해 주십사고, 너의 길과 너의 뜻이 성공을 거두게 해주십사고 그분께 간청하여라. 모든 좋은 것을 주시는 분은 주님이시다. 얘야, 이 분부를 늘 기억하고 네 마음에서 지워지지 않도록 하여라.”(토빗4,19)

“얘야, 우리가 가난하게 되었다고 해서 두려운 생각을 품지 마라. 네가 하느님을 경외하고 모든 죄악을 피하며 주 너의 하느님께서 보시기에 좋은 일을 하면, 큰 재산을 얻을 것이다.”(토빗4,21)

 

오늘 제1독서 말미에서 토비야와 사라의 신혼부부가 잠자리에 들기전 토비야의 기도가 참 아름답고 감동적입니다. 하느님 찬미의 사랑이 우선입니다. 하느님 경외의 사랑과 사라를 통한 이웃 사랑의 일치가 참 절묘합니다. 

 

“저희 조상들의 하느님, 찬미받으소서. 당신의 이름은 대대로 영원히 찬미받으소서. 하늘과 당신의 모든 조물이 당신을 영원히 찬미하게 하소서. 이제 저는 욕정이 아니라 진실한 마음으로, 저의 친족 누이를 아내로 맞아들입니다. 저와 이 여자가 자비를 얻어, 함께 해로하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마지막 구절의 기도 분위기도 참 거룩하고 아름답습니다. ‘그들은 “아멘. 아멘”하고 함께 말하였다. 그러고 나서 그날 밤 잠을 잤다.’(토빗8,9ㄱ). 마침 교황님의 6월의 기도지향이 ‘결혼의 아름다움’이며 그 전문을 인용합니다. 공동체 삶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도 영감을 주는 기도지향입니다.

 

-“특히 이 힘든 시기에 젊은이들이 결혼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하는데 진실입니까? 결혼하여 함께 삶을 나눈다는 것은 아름다운 것입니다. 어렵고 복잡한 시대 결혼 여정은 쉽지 않을 수 있으나 노력할 충분한 가치가 있습니다. 이 긴 삶의 여정중에 남편과 아내는 혼자가 아닙니다. 예수님께서 이들과 동반해 주십니다. 결혼은 사회적 행위가 아닙니다. 그것은 마음으로부터 태어난 성소입니다. 그것은 특별한 준비를 요하는 각자 남은 삶에 대한 의식적 결정입니다. 

 

결코 이것을 잊지 마십시오. 하느님은 우리를 위해 꿈을 즉 사랑의 꿈을 꾸십니다. 그분은 우리가 그 꿈이 우리의 것이 되기를 바라십니다.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지원을 바라며 결혼을 준비하는 젊은이들을 위해 기도합시다. 그들이 사랑안에서 너그럽게, 충실하게, 인내로이 성장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이보다 가치있는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더불어together’ 여정 중에 있는 우리 믿는 모든 이들이 경청해야 할 가르침입니다. 이런 아름다운 더불어 부부 여정의 삶 또한 경천애인의 열매입니다. 

 

오늘 우리는 가롤로 르왕가 성인과 그의 동료 순교자들의 기념미사를 봉헌합니다. 이 아프리카 순교성인들의 순교상황을 대하면서 순교의 죽음은 사랑의 성체와의 결합이자 경천애인 사랑의 절정임을 깨닫게 됩니다. 온마음과 온정신, 온힘을 다해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다 불의한 권력에 희생된 19세기 아프리카 우간다의 순교성인들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경천애인의 사랑을 통해 날로 예수성심의 사랑을 닮아가게 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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