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참 좋은 선물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2021.6.6.주일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Jun 06,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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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6.6.주일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탈출24,3-8 히브9,11-15 마르14,12-16.22-26

 

 

 

하느님의 참 좋은 선물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지난 주일은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대축일이었고 오늘 주일은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입니다. 그대로 우리를 위한 하느님 사랑의 절정의 축일입니다. 이런 거룩하신 대축일을 통해 역으로 인간이 얼마나 존엄한 품위의 존재인지 깨닫게 됩니다. 참으로 거룩하신 하느님을 닮아 하느님의 자녀다운 삶을 살아야 하겠다는 각오를 새로이 하게 됩니다. 저절로 나오는 고백입니다.

 

“주님, 사랑합니다. 찬미합니다. 감사합니다. 기뻐합니다. 차고 넘치는 행복이옵니다. 이 행복으로 살아갑니다.”

 

오늘 화답송 시편의 고백도 그대로 우리의 심중을 대변합니다.

 

“구원의 잔 받들고, 주님의 이름을 부르리라.

내게 베푸신 모든 은혜, 무엇으로 주님께 갚으리오?

구원의 잔 받들고, 주님의 이름을 부르리라.”

 

오늘 아침성무일도시 마음에 감동으로 와닿은 참 아름다운 아침기도 후렴과 즈카르야의 노래 후렴도 생각납니다. 하느님 사랑은 이렇듯 아름다운 전례로 감동스럽게 표현됩니다.

 

“당신 백성을 천사들의 음식으로 배불리셨고, 하늘의 빵을 우리들에게 주셨도다. 알렐루야.”

 

“나는 하늘로부터 내려 온 살아있는 빵이로다. 이 빵을 먹는 사람은 누구든지 영원히 살리라.”

 

하느님 사랑을 먹고 사는 사람들입니다. 바로 이 거룩한 미사시간 천사들의 음식이자 하늘의 빵이신 성체성혈을 모시고 영원한 생명을 누리며 아름답고 거룩하게 살아가게 될 우리들입니다. 문득 김지하 시인의 '밥'이란 시가 생각납니다. 민중신학자 고故 안병무 박사가 성체성사의 본질을 참 잘 드러냈다고 극찬極讚했던 시입니다.

 

“밥은 하늘입니다

하늘을 혼자 못 가지듯이

밥은 서로 나눠 먹는 것

밥은 하늘입니다

하늘의 별을 함께 보듯이

밥은 여럿이 같이 먹는 것

밥이 입으로 들어갈 때에

하늘을 몸속에 모시는 것

밥은 하늘입니다

아아 밥은 서로 나눠 먹는 것”

 

언제 읽어도 감동입니다. 바로 하느님 사랑의 표현이 밥이자 성체성혈입니다. 비단 공동 미사전례는 성당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식당에서의 공동식사로 또 일상에서 사랑의 나눔으로 연장됨을 봅니다. 참으로 하느님 자녀들의 삶은 성체성사화된 사랑의 삶임을 깨닫습니다. 이래야 비로소 성체성사의 완성이자 하늘 나라의 실현입니다. 

 

참으로 하느님께서 우리 인류에게 주신 최고의 선물이 예수님이요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을 모시는 이 거룩한 미사임을 깨닫습니다. 장상 사임후 오랫 동안 양노원에 계신 분의 말씀도 생각납니다.

 

“나 휴가 못간다. 낙樂이라곤 미사 하나뿐인 노인들을 두고 어떻게 휴가 갈 수 있겠나? 나 휴가 못간다.”

 

나이들어 갈수록 남는 낙樂이라곤 미사뿐이 없다는 고백을 자주 듣곤 합니다. 가톨릭 교회도 교회 생활의 원천이며 절정인 성찬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장엄하게 고백합니다.

 

‘성찬례는 그리스도교 생활 전체의 원천이며 정점이다. 교회의 모든 교역이나 활동과 마찬가지로 다른 모든 성사들은 성찬례와 연결되어 있고 성찬례를 지향하고 있다. 실제로, 지극히 거룩한 성체성사 안에 교회의 모든 영적 선이 내포되어 있다. 곧 우리의 파스카이신 그리스도께서 그 안에 계신다.’(가교1324)

 

자 그렇다면 이런 주님의 사랑에 어떻게 응답하며 살아야 할까요? 어떻게 살아야 하느님의 은혜에 보답하여 하느님의 자녀답게 살 수 있을까요? 저는 네 측면에 걸쳐 답을 찾아냈습니다.

 

첫째, 사랑입니다.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입니다. 성 베네딕도도 당신 수도승들에게 그 무엇도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보다도 앞세우지 말라 하셨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최후만찬시 당신 존재 전체를 사랑으로 내어 주신 주님께 대한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이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입니다. 

 

참으로 매일 우리의 밥으로 오시는 하늘이신 그리스도 예수님이신데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지요! 바로 이런 사랑의 표현이 순교요 순교적 삶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최후만찬시 주님은 성체성혈을 나누시며 말씀하십니다.

 

“받아라. 이는 내 몸이다.”

“받아 마셔라. 이는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내 계약의 피다.”

 

세상에 주님과 사랑으로 일치되는 이 미사시간보다 행복한 시간도 없을 것입니다. 인생 무지와 허무에 대한 근원적 치유의 처방도 그리스도의 성체성혈 은총뿐임을 깨닫게 됩니다. 오늘 복음전 성체송가 23절도 참 은혜롭습니다.

 

“참된 음식 착한 목자 주 예수님 저희에게 크신 자비 베푸소서.

저희 먹여 기르시고 생명의 땅 이끄시어 영생 행복 보이소서.”

 

 

둘째, 감사입니다.

새 계약의 중재자이신 그리스도께 대한 감사입니다. 그리스도께 대한 감사는 그대로 하느님께 대한 감사도 됩니다. 오늘 제1독서 탈출기에서 모세는 피를 뿌리며 말합니다. “이는 계약의 피다.” 그러나 구약의 의식에는 뭔가 2%가 부족합니다. 제단과 백성에게 뿌리는 피는 다름 아닌 동물의 피였던 것입니다. 바로 이를 능가하는 그리스도의 피, 성혈입니다. 히브리서 저자의 통쾌한 고백입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염소와 송아지의 피가 아니라 당신의 피를 가지고 단 한 번 성소로 들어가시어 영원한 해방을 얻으셨습니다.”

 

영원한 영을 통하여 흠없는 당신 자신을 하느님께 바치신 그리스도의 피, 성혈의 정화 은총은 얼마나 놀라운지요! 우리의 양심을 죽음의 행실에서 더욱 깨끗하게 하여 살아 계신 하느님을 잘 섬기게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새 계약의 중개자입니다. 첫째 계약 아래에서 저지른 범죄로부터 우리들을 속량하시려고 그분께서 돌아가시고 부활하시어, 부르심을 받은 우리 모두가 약속된 영원한 상속 재산을 받게 해 주셨습니다. 참으로 구약의 모세를 완전히 능가하면서 보완하는 아무리 감사해도 부족한 새 계약의 중개자 그리스도 예수님이십니다. 

 

셋째, 찬미입니다.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한 것이 찬미입니다. 물론 하느님 찬미입니다. 찬미의 사랑, 찬미의 기쁨, 찬미의 행복입니다. 찬미의 맛으로 살아가는 찬미의 사람인 우리 수도자들입니다. 예수님 역시 이스라엘의 후손답게 찬미와 감사가 몸에 밴 분이십니다. 참으로 성체성사적 삶은 찬미와 감사의 삶입니다. 바로 우리가 날마다 평생 끊임없이 바치는 찬미와 감사의 공동전례 시편기도와 미사전례기도가 성체성사적 삶을 완성에로 이끌어 줍니다. 

 

오늘 복음중 최후만찬시 분명히 언급되는 두 말마디입니다. ‘예수님께서 빵을 들고 찬미를 드리신 다음’에 이어, ‘또 잔을 들어 감사를 드리신 다음’의 두 말마디에서 찬미와 감사가 한 셋트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들은 찬미가를 부르고 나서 올리브산으로 갔다.’ 복음 말미에서 보는 것처럼 찬미로 시작해서 찬미로 끝나는 최후만찬임을 봅니다.

 

성무일도시 우리는 ‘주님을 찬미합시다’ 하면, ‘하느님 감사합니다’로 화답합니다. 제 행복기도중 강조되는 바 역시 찬미와 감사의 기도와 삶입니다.

 

“끊임없는 찬미와 감사의 기도와 삶중에 주님 당신을 만나니 당신은 우리를 위로하시고 치유하시며, 기쁨과 평화, 희망과 자유를 선사하시나이다.”

 

넷째, 희망입니다.

성체성혈의 성체성사야 말로 희망의 성사입니다. 성체성사 성찬례는 어제의 예수님을 되새기는 회상제回想祭요, 오늘의 그리스도를 섬기는 현존제現存祭요, 내일의 주님을 기다리는 희망제希望祭라 할 수 있습니다. 참으로 과거를 새로이하고 현재에 충실하면서 미래의 희망을 북돋아 주는 성체성사의 은총입니다. 

 

이런 생생한 희망의 은총 선물이, ‘늘 옛스러우면서도 늘 새로운(ever old, ever new)’, 영원한 청춘의 영혼으로 살게 합니다. 바로 이런 황홀한 미래를 앞당겨 보여 주는 저녁 성무일도 마니피캇 후렴과 성체송가24절도 참 깊고 아름다워 감동을 줍니다.

 

“오 거룩한 잔치여 예수의 몸은 음식이 되었도다. 수난의 기념, 은총의 충만, 장차 영광의 보증이로다. 알렐루야.”

 

“전지전능 주 예수님 이 세상에 죽을 인생 저 세상에 들이시어,

하늘 시민 되게 하고 주님 밥상 함께 앉은 상속자로 만드소서.”

 

죽음에 이르게 하는 병이 절망이요 허무입니다. 바로 희망의 성사, 사랑의 성사인 성체성사야 말로 절망과 허무에 대한 최고 처방의 명약名藥이자 영약靈藥임을 깨닫습니다.

 

살만한 세상입니다. 바로 이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성혈의 성체성사 은총 덕분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성체성사의 은총으로 우리 모두 주님을 닮아 사랑의 사람, 감사의 사람, 찬미의 사람, 희망의 사람이 되어 한결같이 성체성사적 찬미와 감사의 삶에 정진精進하게 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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