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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6.16.연중 제11주간 수요일                                                        2코린9,6ㄴ-11 마태6,1-6.16-18

 

 

 

하느님 중심中心의 삶

-자선, 단식, 기도-

 

 

 

“내 마음이 당신을 향하여 있사오니, 주여 이 종의 영혼에게 기쁨을 주소서”(시편86,4)

 

“정의와 법은 당신 왕좌의 바탕, 사랑과 진실은 당신의 길잡이외다.

복되어라, 거룩히 기뻐할 줄 아는 백성은, 주여 당신 얼굴의 빛속에 걸으리다.”(시편89,15-16)

 

아침 시편 성무일도중 마음에 와닿은 성구입니다. 이런 하느님 찬미와 감사가 하느님 중심의 삶을 확고히 해줍니다. 하느님 중심의 삶 자체가 넘치는 하느님 축복의 선물입니다. 하느님 중심의 삶, 사제생활 초창기부터 참 많이 사용했던 강론 주제입니다만 지금도 여전합니다. 오늘 강론 주제 역시 하느님 중심의 삶입니다. 하느님 중심의 삶이 분명하고 확고해져야 단순소박한 삶입니다. 뿌리없이 방황하거나 표류하는 일도 적어집니다. 

 

‘기도하고 일하라’ 분도회의 모토요, 요셉수도원의 상징이자 로고인 하늘과 불암산의 사진이 이를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기도하고 일하고, 하늘보고 땅보고, 하느님 보고 사람보고---그대로 하느님 중심의 삶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기도와 일의 결실結實이 바로 구체적 수확물인 배열매들입니다. 어제는 재무담당이자 농장책임자인 마르꼬 수사님이 작은 목소리에 수줍은 모습으로 부탁했습니다. 

 

“배즙이 많이 남아있네요. 한 번 강론에 올려 주세요.”

 

얼마전 수도서원 40주년을 지낸 분이며 요셉수도원에 정주하기 32년째 되는 수도원의 가보家寶같은 수사님입니다. 참으로 하느님 중심의 기도와 삶이 몸과 마음에 밴 수사님입니다. 수도원 홈페이지에 소개된 내용입니다.

 

“작년 겨울에 짠 배즙이 아직 많이 남아 있습니다.

품질에는 이상이 없으니 주문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늘지고 서늘한 곳에 보관하시면 1년 넘어도 괜찮습니다.

 * 40봉-34,000원(택배비 포함)

* 80봉-60,000원(택배비 없음)

* 120봉-90,000원(택배비 없음)

도서산간 지역(제주도 등 섬과 산골지역) 택배비 4000원이 추가됩니다.

010-9798-8115”

 

이 또한 땅에 발딛고 사는, 뿌리내리고 사는 우리 정주의 수도형제들 삶의 현실입니다. 하느님의 은총과 수사님들의 노력, 기도와 노동의 구체적 배열매들이요, 수도영성생활의 물적 기반이자 주 수입원인 배즙 판매입니다. 아무쪼록 잘 판매되어 우리 수사님들이 하느님 중심의 수도생활에 더욱 정진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또 하나 재미있는 예화가 있어 소개드립니다. 요즘 다섯분의 자매들이 배적과에 여념이 없습니다. 사진을 찍어 드리고 격려의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보름 엄마가 제일 예뻐요!”

“진수 엄마가 제일 예뻐요!”

 ---

 

이렇게 보낸후 속으로 웃었습니다. 말한마디 천량빚을 갚는다 했습니다. 이런 유머스런 덕담이 자존감을 높입니다. 바로 이것이 하느님의 평가 방법입니다. 상대 평가가 아니라 절대 평가입니다. 하느님 눈에는 하나하나가 제일인 1등입니다. 하나하나가 제일 예쁩니다. 누구와 비교할 수 없는 유일무이한 보물같은 존재들입니다. 이렇게 하느님 중심의 삶을 살 때 서서히 바뀌어 가는 우리의 시야요 안목입니다. 하나하나가 ‘신의 한 수’같은 제일 예쁜 이들의 공동체요, 바로 하느님 나라의 실현임을 깨닫습니다. 모든 수행이 목표하는 바도 하느님 중심의 삶을 깊이 하고자 위함입니다.

 

자기 중심의 삶에서 하느님 중심의 삶의로의 전환의 결과는 무엇입니까?

이기적 삶에서 이타적 삶으로, 피상적 삶에서 본질적 삶으로, 활동적 삶에서 관상적 삶으로, 외적 삶에서 내적 삶으로, 넓이의 삶에서 깊이의 삶으로, 위선적 허영의 삶에서 진실한 삶으로, 교만한 삶에서 겸손한 삶으로, 무지의 삶에서 지혜의 삶으로, 불순한 삶에서 순수한 삶으로, 폐쇠적 삶에서 개방적 삶으로, 불평불만의 삶에서 찬미와 감사의 삶으로, 비관적 삶에서 낙관적 삶으로의 전환을, 무게 중심의 이동을 뜻합니다. 

 

마지못해 억지로가 아닌 능동적 자발적 행위의 수행입니다. 바로 어둠에서 빛으로, 절망에서 어둠으로, 죽음에서 생명으로의 전환같은 파스카 구원의 수행임을 깨닫습니다. 참으로 하느님을 마음을 다해 사랑할 때 저절로 자발적 하느님 중심의 삶이요 수행도 훨씬 탄력이 붙기 마련입니다. 세상에 이보다 더 큰 축복은 없습니다.

 

요즘 칠극七克이란 책을 보고 있습니다. 예수회 출신의 스페인 선교사로 중국이름은 방적아, 자는 순양이 쓴 책입니다. 1616년 중국에서의 천주교 박해로 마카오로 추방된 후 47세로 병사하기전 한문으로 쓴 책이 번역되어 나온 것입니다. 마음을 다스리는 7가지 성찰을 담은 책입니다.

 

'1.교만을 누름, 2.질투를 가라앉힘, 3.탐욕에서 벗어남, 4.성냄을 가라앉힘, 5.식탐을 막음, 6.음란함을 막음, 7.나태함을 채찍질함'에 관한 구체적 수행방법이 소개되어 있는 책입니다. 칠극의 수행을 통해 극기복례克己復禮요, 우리 식으로 말해 하느님 안 제자리로의 복귀입니다. 바로 이런 수행을 자발적으로 기쁘게 행하게 하는 원동력이 하느님 사랑입니다. 하느님 사랑과 더불어 하느님 중심의 삶이 깊어질수록 이런 칠극의 은총입니다. 참 안타까운 점은 칠극에는 하느님 은총의 개념이 희박하다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은 세가지 기본적 수행을 소개됩니다. 참 자선, 참 기도, 참 단식에 대한 수행입니다. 참으로 하느님을 사랑하여 하느님 중심의 삶을 사는 이들은 저절로 숨겨진 겸손한 수행으로 향하기 마련입니다. 

 

1.자선을 베풀 때에는 저절로 오른 손이 하는 일을 왼 손이 모르게 합니다. 자선을 숨겨두어 숨은 일도 보시는 아버지께서 갚아 주시도록 합니다. 

2.기도할 때는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은 다음, 숨어 계신 아버지께 기도합니다. 숨은 일도 보시는 아버지께서 갚아 주심을 믿기 때문입니다. 

3.단식할 때는 머리에 기름을 바르고 얼굴을 씻습니다. 단식한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지 않고, 숨어 계신 아버지께 보이기 위함입니다. 숨은 일도 보시는 아버지께서 갚아 주실 것을 믿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진짜 겸손한 수행입니다. 참으로 자유롭고 행복한, 관상과 활동이 조화된 내적 부요의 수행자들입니다. 말 그대로 하느님 중심의 삶의 은총의 열매들입니다. 수행을 보면 그의 하느님 사랑과 하느님의 중심의 삶이 어느 정도인지 드러납니다. 외적인 허영을 만족시킨 위선자들과 내적 겸손의 수행자에 대한 예수님의 반응이 극명하게 대조됩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들은 자기들이 받을 상을 이미 받았다.”

자아를 만족시킨 하느님 중심이 아닌 자기 중심의 헛 수행을 한 허영의 위선자들을 향한 말씀입니다. 이런 선언을 듣는다면 얼마나 허망할까요!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

내 중심이 아닌 하느님 중심의 진실한 수행자들에게 주시는 주님의 말씀입니다. 이런 선언을 듣는 다면 얼마나 가슴 뿌듯한 행복일까요!

 

우리의 수행생활을 성찰하게 하는 참 좋은 가르침입니다. 하느님 중심의 참 자선은 이웃과의 소통을, 참 기도는 하느님과의 소통을, 참 단식은 나와의 소통을 촉진시켜 온전한 일치의 관계를 형성시켜 줍니다. 바로 하느님과 관계를, 이웃과의 관계를, 나와의 관계를 회복시켜 주는, 참 기도, 참 자선, 참 단식의 수행입니다. 바로 이런 하느님 중심의 삶의 모범이 제1독서의 바오로 사도요 참 선행의 모습을 잘 보여줍니다.

 

“저마다 마음에 작정한 대로 해야지, 마지못해 하거나 억지로 해서는 안됩니다. 하느님께서는 기쁘게 주는 이를 사랑하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여러분에게 넘치게 주실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여러분은 언제나 모든 면에서 모든 것을 넉넉히 가져 온갖 선행을 넘치도록 할 수 있게 됩니다.”

 

한결같이 하느님 중심의 수행의 삶에 충실할 때 넘치는 축복임을 깨닫습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하느님 중심의 삶에 정진할 수 있도록 도와 주십니다.

 

“행복하여라, 주님을 경외하고, 그분 계명을 큰 즐거움으로 삼는 이! 부귀영화 그의 집에 넘치고, 그의 의로움이 길이 이어지리라. 올곧은 이들에게는 어둠 속에서 빛이 솟으리라. 그 빛은 너그럽고 자비로우며 의롭다네.”(시편112,1-4참조).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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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안젤로 2021.06.16 08:06
    "저마다 마음에 작정한 대로 해야지, 마지못해 하거나 억지로 해서는 안됩니다. 하느님께서는 기쁘게 주는 이를 사랑하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여러분에게 넘치게 주실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여러분은 언제나 모든 면에서 모든 것을 넉넉히 가져 온갖 선행을 넘치도록 할 수 있게 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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