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와 삶 -주님의 기도-2021.6.17.연중 제11주간 목요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Jun 17,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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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6.17.연중 제11주간 목요일                                                            2코린11,1-11 마태6,7-15

 

 

 

기도와 삶

-주님의 기도-

 

 

 

기도와 삶은 함께 갑니다. 기도해서 사람입니다. 기도없는 삶은 공허空虛하고 삶이 없는 기도는 맹목盲目이요 맹신盲信이 광신狂信이 될 수 있습니다. 하루하루가 하느님의 선물이자 은총입니다. 이를 깨닫게 해주는 것이 끊임없는 기도입니다. 정말 살기위해, 참 사람으로 살기위해 기도해야 합니다. 저에게 강론을 쓰는 밤시간은 기도시간이자 공부시간이자 회개시간입니다.

 

사람은 혼자가 아닙니다. 사람은 섬이 아닙니다. 혼자의 순례 여정이 아니라 ‘더불어together’의 여정입니다. 여기 수도원도 마찬가지입니다. 세상과 격리된 수도원이 아니라 세상 깊숙이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세상에 활짝 열려 있는 세상의 중심입니다. 세상 믿는 이들과 더불어의 여정중에 있는 수도원입니다.

 

어제 저녁휴게 시간, ‘많은 분들이 배즙을 주문했어요!’ 감격에 벅찬 농장수사님의 기뻐하는 모습에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감사하는 마음 가득했습니다. 세상 곳곳에서 함께 하는 더불어 여정중의 도반들에 대한 감사와 감동의 마음이었습니다. 오늘 저녁미사중 감사미사 봉헌하려 합니다. 

 

선물중의 선물, 특히 요셉 수도공동체의 선물이 다가오는 7월11일에 종신서원할 요즘 배밭 부책임자로 배밭 육체노동에 맹활약중인 정 아브라함 수사입니다. 상본의 성구와 더불어 정성 가득 두 손으로 배를 봉헌하는 듯한 소박한 그림도 참 좋았습니다.

 

“아브라함아!”(창세22,1)

 

이보다 더 좋은 성구 본 적이 없습니다. “예, 여기 있습니다!” 답이 생략되어 있어 더 강렬한 느낌을 줍니다. 더불어 떠오른 ‘3더3덜’에 대한 깨달음에 각오입니다. ‘1.더 공부하고, 2.더 기도하고, 3.더 운동하기’와 ‘1.덜 먹고, 2.덜 쓰고, 3.덜 쓰레기내기’, 이런 생각 또한 기도의 열매이자 하느님 사랑의 표현입니다. 어제 또한 시원한 바람에 참 눈부시게 아름다운 날이었습니다. 하느님 선물의 하루임을 실감한 날이었습니다. 주님의 축복을 비는 마음에 아름다운 하늘길 자연 배경에 제 모습을 넣은 사진을 여러 지인들과 ‘단 하나의 소원’이란 시와 함께 나누기도 했습니다.

 

“당신의 하늘이, 당신의 나무가, 당신의 그늘이, 당신의 바람이, 당신의 빛이, 당신의 길이, 당신의 모두가 되고 싶다”

 

단 하나의 소원이 있다면 영원하신 임이신 당신의 모두가 되고 싶다는 생각뿐입니다. 지난 삶의 뒤안길을 돌아다 보면 굽이굽이 하느님 자비의 손길을 느낍니다. 작년 ‘대천사 축일’인 9월29일에 고속도로에서의 대형교통 사고에도 건재할 수 있었던 기적도 순전히 주님의 은총입니다. 바로 4년전 ‘공동체 나들이’ 때인 대천사 축일 날(2017.9.29.) ‘롯데 시네마’에서 어느 화가가 30분만에 그려준 초상화의 발견도 새로운 감동이었습니다.

 

작년에 교통사고시 구사일생 생환生還 체험과 더불어 올해의 상반기 잊지 못할 체험은 사순시기 첫날 재의 수요일 아침미사후 산책시 발견한 수도원 십자로 중앙에 위치한 예수성심상 바위판이 그대로 기도하는 사람으로 보였던 것입니다. 그 이후로 날마다 산책시 ‘늘 거기 그 자리’에서 기도하는 모습의 형상은 볼 때 마다 새로운 감동으로 와닿곤 합니다.

 

“하느님의 아드님, 주 예수 그리스도님, 죄인인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주님, 제 뜻이 당신 뜻이 되게 하소서!”

“주님, 사랑합니다. 찬미합니다. 감사합니다. 기뻐합니다. 차고 넘치는 행복이옵니다. 이 행복으로 살아갑니다!”

 

바로 새벽 산책시 마다 예수 성심상 기도하는 형상의 바위 앞에서 바치는 기도입니다. 기도하는 사람 누구나 하느님 주신 이름이 있다면 ‘이 행복’일 것입니다. 기도해야 합니다. 살아갈수록 간절히 남는 생각은 끊임없이 기도해야 겠다는 것 하나뿐입니다. 이런 기도하고 싶은 청정욕淸靜慾은 얼마든지 좋습니다. 

 

또 하나의 잊지 못할 선물은 스승의 날 즈음에 방문했던 44년전 초등학교 6학년때 제자들이 불러 줬고 이어 만들어 준 ‘스승의 은혜’와 ‘어린이 날’ 노래 동영상입니다. 거의 날마다 산책시 동영상의 노래를 들으며 영원한 스승이신 ‘주님의 날’처럼, 영원한 동심童心의 ‘어린이 날’처럼 생각하고 지내려 노력합니다.

 

기도중의 기도가 바로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 가르쳐 주신 주님 삶의 노하우가 압축 요약된 주님의 기도입니다. 참으로 군더더기가 말끔히 생략된 본질적인 기도입니다. ‘그러므로 기도가 하느님의 은총에서 영감을 받은 열정으로 길어지는 경우가 아니라면, 기도는 짧고 순수해야 한다’(성규20,4)는 사부 성 베네딕도의 기도에 관한 가르침도 생각납니다. 

 

바로 예수님의 평생 삶이 압축된 기도와 삶을 보여주는 기도입니다. 참으로 예수님을 닮음으로 참 사람의 내가 되게 하는 참 귀한 보물같은 기도입니다. 우리 삶의 목표目標와 방향方向, 중심中心과 의미意味를 선명히 드러내 주는 생명과 구원의 기도입니다.

 

이런 주님의 기도와 삶이 요약 압축된 주님의 기도가 평생 예닮의 여정중에 있는 우리 모두에게 주님과의 일치를 촉진합니다. 그 좋은 본보기가 제1독서의 ‘열정과 순수’의 사도 바오로입니다. 사도의 감동적인 다음 고백이 이를 입증합니다.

 

“나는 하느님의 열정을 가지고 여러분을 위하여 열정을 다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생각이 미혹되어 그리스도를 향한 성실하고 순수한 마음을 저버리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여러분과 함께 있을 때에 나에게 필요한 것들이 있었지만 누구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았습니다. 나는 어떠한 경우에도 여러분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고 자제하였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입니다. 내 안에 있는 그리스도의 진리를 걸고 말하는데, 나의 이런 자랑은 아무도 막지 못할 것입니다. 내가 여러분을 사랑하지 않아서 이겠습니까? 하느님께서는 아십니다!”

 

‘하느님께서 아십니다!’ 마지막 말씀이 깊은 울림을 줍니다. 하느님께서 바오로를 아시듯 바오로 또한 깊이 하느님을 알고 있음이 분명합니다. 하느님이 나를 아시듯 나는 하느님을 얼마나 아는지 자문하게 됩니다. 이런 바오로의 열정과 순수가 넘치는 고백들을 통해 그가 살아계신 하느님과 얼마나 깊은 일치의 관계에 있는지 깨닫습니다. 물론 그리스도를 통해서 그리스도와 함께 그리스도 안에서의 하느님 체험입니다. 어떻게 우리도 날로 주님과의 깊어가는 일치의 체험을 할 수 있겠는지요.

 

답은 단 하나, 오늘 복음에 나오는 주님의 기도뿐입니다. 주님의 기도와 더불어 주님과의 일치 또한 깊어집니다. 우리 모든 인류 가족의 하늘 아버지입니다. 믿는 이들은 물론이고 심지어 믿지 않는 이들도 모두가 하느님의 자녀들이요 우리의 형제자매들입니다. 바로 이런 깨달음이 심화深化되고 삶의 현장에서 복음 선포의 삶으로 실현實現될 때 아버지의 뜻도 이뤄지는 것이고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는 것이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되는 것입니다.

 

바로 주님의 기도는 주님의 은총과 더불어 우리의 협력의 응답이 있어야 함을 자각自覺하게 합니다. 바로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더욱 분발奮發, 분투奮鬪의 삶을 살게 합니다. 참으로 헛된 환상幻像과 우상偶像에서 벗어나 거룩한 가난을, 자유로운 단순소박한 본질적 삶을 살게 하는 기도입니다. 내일을 위한 기도가 아니라 바로 오늘을 위한 기도입니다. 

 

오늘 지금 여기서 하느님의 나라를 살게 하는 기도입니다. 날마다 일상에서 필요한 일용할 양식을, 상호간의 용서와 하느님의 용서를, 유혹에 빠지지 않기를, 악에서 구함 받기를 청하는 기도입니다. 주님의 절대적인 은총과 더불어 우리의 협력과 책임을 자각케 하는 기도입니다. 주님의 기도가 환히 계시되는 절정絶頂의 자리는 이 거룩한 미사시간입니다.

 

하늘 아버지를 모신 형제자매들이 함께 마음을 다해 주님의 기도를 바친후, 오늘 일용할 양식의 결정체인 생명의 빵, 천사들의 양식인 주님의 성체를 모심으로 주님과 하나되는 우리들입니다. 바로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예닮의 여정중에 있는 우리 모두 주님의 사랑, 주님의 생명, 주님의 평화, 주님의 기쁨, 주님의 행복이 되어 하느님 나라를 살게 하십니다. 우리를 통해 실현되는 하느님의 나라요 하느님의 영광입니다.

 

“할렐루야!

내 마음 다하여 주님을 찬송하리라. 올곧은 이들의 모임에서, 집회에서.

주님께서 하신 일들 크기도 하시어, 그것들을 좋아하는 이들이 모두 깨친다.”(시편111,1-2).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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