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6.18.연중 제11주간 금요일 2코린11,18.21ㄷ-30 마태6,19-23
하늘에 보물을 쌓는 삶
-믿음, 희망, 사랑-
“나 언제나 주님을 찬미하리니, 내 입에 늘 찬양이 있으리라. 내 영혼 주님을 자랑하리니, 가난한 이는 듣고 기뻐하여라.”(시편34,2-3)
오늘 화답송 시편입니다. 하느님 찬미와 더불어 깊어지는 향주삼덕인 믿음, 희망, 사랑입니다. 그러니 하늘에 보물을 쌓는 삶에 하느님 찬미보다 더 좋은 수행은 없습니다.
요즘은 배밭 일은 주로 적과摘果입니다. 많이 열린 배열매들을 솎아내는 것입니다. 손이 많이 가기에 다섯 자매들이 품삯을 받고 일합니다. 얼굴에 눈만 내놓고 완전무장(?)하고 맹렬히 일하는 자매들 모습이 흡사 전투 현장의 군인같은 느낌도 듭니다. 혼자의 삶이라면 도저히 이렇게 일하지 않을 것이며 못할 것입니다. 가정의 주부이자 어머니이기에 이런 힘도 나올 것입니다. 보이지 않는 가정이란 배경의 힘이 얼마나 막강한지 깨닫습니다.
우리 수도자들이 정주의 삶에 한결같을 수 있는 힘은 어디서 나올까요? 역시 보이지 않는 배경에서 나옵니다. 바로 하늘에 보물을 쌓는 삶에서 나옵니다. 보물이 있는 곳에 마음도 있습니다. 참 보물은 무엇입니까? 하늘에 쌓는 믿음, 희망, 사랑입니다. 참 보물은 향주삼덕인 믿음, 희망, 사랑입니다. 바로 하늘이신 하느님을 향한 믿음, 희망, 사랑의 수행이 참 보물을 쌓는 삶이요 이런 사람은 땅에 발딛고 살지만 마음은 하늘이신 하느님께 둡니다.
참 기쁨, 참 행복도, 참 평화도 하늘에 보물을 쌓는 삶에서 나옵니다. 하늘에 보물을 쌓는 하느님 중심의 신망애信望愛의 삶이 깊어질수록 샘솟는 기쁨이요 평화요 행복입니다. 바로 평생, 매일, 끊임없이 공동체가 함께 찬미와 감사의 시편성무일도와 미사를 바치는 공동전례기도시간은 하늘에 보물을 쌓는 행복한 시간이기도 합니다.
제가 날마다 밤 일찍 일어나 강론을 쓰는 시간 역시 하늘에 보물을, 신망애의 보물을 쌓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강론을 읽으며 묵상하는 일 역시 하늘에 보물을 쌓는 일입니다. 심지어 주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하느님의 집인 수도원의 배즙을 팔아 주는 일도 하늘에 보물을 쌓는 일에 속합니다.
이런 공동전례기도와 함께 하느님 향한 믿음, 희망, 사랑도 깊어질 것이며 보이지 않는 하늘에 쌓는 보물도 나날이 많아질 것입니다. 이런 직접적으로 주님을 섬기는 공동전례의 은총은 이웃 섬김의 사랑으로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이웃 섬김의 사랑을 통해 결국은 주님을 섬깁니다.
하느님 향한 신망애의 표현인 이웃을 배려하여 돌보고care, 주고give, 돕고help, 나누고share, 받쳐주는support 모든 선행과 자선의 수행 역시 하늘에 보물을 쌓는 일입니다. 그러니 하늘에 보물을 쌓을 기회는 늘 차고 넘칩니다. 바로 오늘 지금 여기가 하늘에 보물을 쌓을 자리입니다. 바로 오늘 지금 여기서부터 시작되는 하늘길이요 하늘문입니다. 바로 하늘에 보물을 쌓는 삶은 삶의 비전과 가치에 관한 문제임을 깨닫습니다.
정말 존엄한 품위의 삶, 빛의 자녀이자 하느님 자녀다운 삶은 하늘에 보물을 쌓을 때 가능합니다. 끊임없이 하늘에 보물을 쌓을 때 저절로 이탈과 초연의 자유로운 삶입니다. 사실 아무도 앗아갈 수 없고, 또 빼앗아올 수 없는, 돈주고 살 수 없는, 또 누가 대신 해 줄 수 없는 스스로 하늘에 쌓는 보물입니다. 참으로 이런 이들이 부유하고 행복하고 지혜롭고 자유로운 사람들입니다.
그러니 참행복을 위해 평상시 끊임없이 하늘에 보물을 쌓는 수행이 얼마나 본질적인지 깨닫습니다. 참으로 하늘에 보물을 쌓는 삶에 맛들일 때, 하느님 맛과 더불어 점차 사라지는 세상 맛입니다. 어제까지 칠극에 관한 책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1.교만을 누름, 2.질투를 가라앉힘, 3.탐욕에서 벗어남, 4.성냄을 가라앉힘, 5.식탐을 막음, 6.음란함을 막음, 7.나태함을 막음, 바로 수행의 요체를 말하고 있습니다. 평생 수행이 칠극의 수행임을 깨닫습니다. 바로 인간 무지의 병인 칠죄종에 대한, 칠극을 위한 근원적 치유의 처방은 단 하나 하늘에 보물을 쌓는 삶입니다. 하늘에 보물을 쌓는 삶이 바로 지상에서 하늘 나라 천국을 사는 삶입니다. 그러니 수도자는 물론이고 참으로 영적 삶을 추구하는 자를 ‘하늘에 보물을 쌓는 자’라 정의할 수 있겠습니다. 이런 사람이 정말 지혜로운 사람입니다.
“너희는 자신을 위하여 보물을 땅에 쌓아 두지 마라. 땅에서는 좀과 녹이 망가뜨리고 도둑들이 뚫고 들어와 훔쳐간다.”
그러나 바로 이것이 대부분 어리석은 무지의 사람들의 현실입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제대로 살아보지도 못하고 무지의 탐욕에 눈멀어 땅에 보물을 쌓다가 세상을 떠나는 지요. 땅에 쌓아도 쌓아도 여전히 배고프고 목마른 삶을 살다가 세상을 떠난다면 얼마나 허망하고 억울하겠는지요!
“그러므로 하늘에 보물을 쌓아라. 거기에서는 좀도 녹도 망가뜨리지 못하고, 도둑들이 들어오지도 못하며 훔쳐가지도 못한다. 사실 너의 보물이 있는 곳에 너의 마음도 있다.”
이런 이들이 진정 지혜로운 자들입니다. 제대로 제정신으로 사는 이들입니다. 땅에 보물을 쌓는 사람과 극명하게 대조되는 참으로 영적 삶을 추구하는 자들입니다. 하늘에 마음이 있기에 마음 또한 맑고 밝을 것이며 향기로울 것입니다. 참으로 아름답고 향기로운 사람이요 내적으로 풍요롭고 자유로운 사람들입니다. 하느님을 닮아 영적 시야도 넓고 깊습니다.
눈은 마음의 거울입니다. 마음이 맑고 밝고 깊어야 눈도 맑고 밝고 깊습니다. 몸의 등불은 눈입니다. 내적 눈으로 보는 것이 내 삶의 모든 것을 결정합니다. 내 눈이, 내 삶의 비전이 건강하다면 내 몸도, 내 전존재도 빛으로 가득할 것입니다. 내 마음이, 내적 눈이 병들어 있다면 내 온 몸도 어둠이 가득할 것입니다.
참으로 우리의 삶에서 가장 가치있는 분명한 비전을 위해 필요로 하는 것이 볼 수 있는 눈이요 빛입니다. 돈, 지위, 권력, 명예를 넘어 하늘의 보물을 볼 수 없는 사람들은 실로 어둠 속에 사는 자들입니다. 참 삶은 소유를 더해 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누구인지 아는 바로 사랑이요 관계입니다. 과연 어둠속의 무지한 삶인지 빛속의 지혜로운 삶인지 살펴보게 합니다.
그러니 인간 삶에서 가장 소중한 참 보물이 무엇인지 식별할 수 있는 삶의 비전과 가치를 지닐 수 있도록 기도해야 합니다. 참으로 믿는 이들의 삶은 전적으로 삶의 비전, 희망, 꿈에 관한 것임을 깨닫습니다. 하늘에 신망애의 보물을 쌓아갈수록 늘 푸른 비전과 희망, 꿈을 지닐 것입니다.
바로 이의 전형적 모범이 제1독서의 바오로 사도입니다. 한 번 제1독서 2코린토 11장 23절부터 28절까지 읽어 보십시오. 얼마나 극한 상황들입니까! 도저히 살아날 수 없는 지옥같은 상황의 연속입니다. 참으로 지옥같은 환경속에서 바오로 사도가 무너지지 않고 독야청청할 수 있음은 하늘에 쌓아놓은 엄청난 보물 덕분입니다. 하느님은 하늘에 보물을 쌓아 놓는 사람들을 절대 방치하지 않습니다. 당신 눈동자처럼 돌보십니다.
“내가 자랑해야 한다면 나의 약함을 드러내는 것들을 자랑하렵니다.”
약함을 통해 드러나는 하늘 보물의 위력임을 깨닫게 되니 하느님 자랑, 하느님 찬미, 하느님 감사뿐입니다. 하늘에 쌓아 놓은 보물! 바로 백절불굴의 삶을 가능하게 하는 내적 힘의 원천임을 깨닫습니다. 사실 연옥같은, 지옥같은 환경중에도 하늘에 보물을 쌓으며 천국을 사는 분투奮鬪의 사람들도 자주 만나곤 합니다.
어제 반가운 메시지와 더불어 동영상을 선물받았습니다. “강론 말씀을 준비하시는데 도림천 물소리를 보내 드립니다. 삼성동 근처에서 작년에 찍은 동영상입니다.” 들으니 정말 하느님의 생음악처럼, 우렁차게 흐르는 물소리가 참 시원하고 마음을 씻는 듯 했습니다. 이 동영상을 자매와 나눴을 때 자매와 나눈 메시지도 잊지 못합니다.
“시냇물이 소리가 나는 이유는 돌, 자갈들이 있어서라고 읽었습니다.”
-기막힌 설명입니다. 강론에 인용하겠습니다. 고난과 시련의 자갈길 인생 여정 울려 퍼지는 찬미와 감사의 물결소리 같아요!-
그대로 바오로처럼 고난과 시련의 인생 여정중에 우렁차게 울려퍼지는 찬미와 감사의 물결소리임을 깨닫습니다. 바로 인간의 승리, 믿음의 승리, 하느님의 승리를 뜻합니다. 한결같이 하늘에 보물을 쌓는 삶에 충실할 때 어떤 역경중에도 힘차게 울려 퍼지는 참미와 감사의 물결소리입니다. 진실의 기록紀錄이자 고백告白이자 증언證言인 ‘조국의 시간’에서 읽은 잊혀지지 않는 구절입니다.
“당신이 지옥을 통과할 것이라면, 계속 걸어라.”(윈스턴 처칠)
“견디며 기다려라, 그리고 희망을 가져라.”(몬테크리스토 백작)
“사람은 패배를 위해 만들어지지 않았다. 사람은 파괴될 수는 있지만 패배할 수는 없다.”(노인과 바다)
바로 지옥 한 복판에서도 하느님은 함께 하십니다. 하늘에 보물을 쌓는 이들은 파괴될 수도 패배할 수도 없습니다. 지옥같은 세상에서도 천국을 삽니다. 하느님께서 함께 계시기에! 바로 이 거룩한 찬미와 감사의 미사시간, 하늘에 보물을 쌓는 시간이자 주님께 살 힘을 받는 참 은혜로운 시간입니다.
“주님을 바라보아라. 기쁨이 넘치고, 너희 얼굴에는 부끄러움이 없으리라.”(시편34,6).
"하느님, 내 마음을 깨끗이 만드시고, 내 안에 굳건한 정신을 새로 하소서."(시편51,12).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