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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6.26.연중 제12주간 토요일                                                              창세18,1-15 마태8,5-17

 

 

 

참 훌륭한 삶

-겸손한 믿음, 말씀의 희망, 환대의 사랑-

 

 

 

"인간이 무엇이기에 아니 잊으시나이까. 그 종락 무엇이기에 따뜻이 돌보시나이까.

천사들보다는 못하게 만드셨어도, 영광과 존귀의 관을 씌워 주셨나이다."(시편8,5-6)

 

아침 성무일도시 마음에 와닿은 주옥같은 시편입니다.

존엄한 품위의 인간입니다.

참으로 살고 싶습니까?

참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까?

참 좋은 욕망이요 욕심입니다. 이런 청정욕淸淨慾은 얼마든지 좋습니다. 옛 사막을 찾은 구도자들의 한결같은 소망은 참으로 진짜 살고 싶은 욕망뿐이었습니다. 한 번뿐이 없는 유일회적 삶, 참으로 보람있고 행복하게 살고 싶은 욕망뿐이었습니다. 평범하지만 오랜만에 수도원을 찾은 분들이 반가워하며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항상 그 자리에서 지켜주시고 버팀목이 되어 주신 신부님 감사합니다.”

“신부님, 고맙습니다. 건강히 계셔 주셔서 참 좋습니다.”

 

참 좋은 삶은 한결같은 삶입니다. 내일도 어제도 아닌 언제나 오늘 지금 여기를 사는 사람입니다. 어제 나눈 깨달음도 잊지 못합니다. 며칠전 우아하든 하얀 태산목꽃이 누렇게 시들었습니다. 눈부시게 빛나던 빨간 장미꽃들이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두 경우의 사진을 전송하며 나눈 글입니다.

 

“제행무상諸行無常의 깨달음이 우리를 자유롭게, 사랑하게 합니다. 오늘 지금 여기를 살게 합니다. 그분만을 믿고 바라보며 사랑하게 합니다.”

 

다 변해도 그분만을 향한 믿음, 희망, 사랑은 한곁같아야 합니다. 이런 한결같은 믿음, 희망, 사랑을 지닌 신망애信望愛의 사람이 참 좋은, 훌륭한 사람입니다. 구체적으로 겸손한 믿음, 말씀의 희망, 환대의 사랑입니다. 바로 오늘 복음의 백인대장이, 제1독서 창세기의 아브라함에게서 이런 이상적 인간상을 봅니다.

 

첫째, 겸손한 믿음입니다.

하느님이 보시는 바 겸손한 믿음입니다. 우연은 없습니다. 중풍병에 걸린 사랑하는 종이 없었다면 백인대장은 주님을 찾지 않았고 만나지도 못했을 것입니다. 종의 중풍병이 주님을 만나게 했으니 이 또한 은총의 섭리입니다. 백인대장은 제대로 주님을 찾았습니다. 백인대장의 간절함이 마음에 와닿습니다. 주님과의 이심전심의 대화가 펼쳐집니다.

 

“주님, 제 종이 중풍으로 집에 드러누워 있는 데 몹시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내가 가서 고쳐 주마.”

“주님, 저는 주님을 제 지붕에 모실 자격이 없습니다. 그저 한 말씀만 해 주십시오. 그러면 제 종이 나을 것입니다.”

 

백인대장의 간절한 사랑, 겸손한 믿음이 잘 드러납니다. 특히 뒷부분 백인대장의 고백은 우리가 미사중 영성체전의 고백이기도 합니다. 이 은혜로운 미사시간 백인대장처럼 겸손히 믿음을 고백하고 성체를 모시는 우리들입니다.

 

“주님, 제 안에 주님을 모시기에 합당치 않사오니 한 말씀만 하소서. 제 영혼이 곧 나으리이다.”

 

참 아름답고 겸손한 믿음의 고백입니다. 이런 고백이 우리를 겸손한 믿음의 참 훌륭한 사람으로 변모시켜줍니다. 백인대장의 겸손한 믿음에 감동, 감탄하신 주님의 응답 말씀도 참 은혜롭습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나는 이스라엘의 누구에게서도 이런 믿음을 본 일이 없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많은 사람이 동쪽과 서쪽에서 모여와, 하늘 나라에서 아브라함과 이사악과 야곱과 함께 잔칫상에 자리잡을 것이다. 그러나 하느님 나라의 상속자들은 바깥 어둠 속으로 쫓겨나, 거기에서 울며 이를 갈 것이다.”

 

허투루 들을 말씀이 아닙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바로 시공을 초월하여 오늘 우리에게 주시는 영원한 현재성을 지닌 말씀입니다. 주님을 감동, 감격, 감탄케 하는 우리의 겸손한 믿음입니다. 이해는 의식을 변화시키지만 감동은 무의식까지 치유하고 변화시킵니다. 

 

감동을 통한 내적 치유와 변화입니다. 주님만 아니라 이런 주님의 반응에 백인대장도 분명 감동했을 것입니다. 참으로 주님 앞에는 일체의 기득권이 무용지물이 됨을 깨닫습니다. 주님께서 보시는 바 겸손한 믿음 하나뿐이요, 이 믿음으로 우리는 천상 잔칫상에 참여합니다. 

 

“가거라. 네가 믿은 대로 될 것이다.”

바로 그 시간에 종이 나았다 합니다. 탓할 것은 주님이 아니라 우리의 부족한 믿음입니다. 청할 것은 부족한 믿음을 더해 달라는 것 하나뿐입니다. 마치 미사가 끝나고 파견받을 때 우리에게 주시는 말씀처럼 들립니다. 겸손한 믿음에 대한 응답이 주님 치유의 은총입니다. 참으로 겸손한 믿음이 내적치유에 최고의 명약임을 깨닫습니다.

 

둘째, 말씀의 희망입니다.

겸손한 믿음과 하나로 연결된 말씀에 대한 희망입니다. 새벽부터 일어나서 주님의 말씀에 희망을 걸고 하루를 시작하는 우리들입니다. 주님 사랑은 말씀 사랑으로 표출되기 마련입니다. 말씀은 주님의 현존입니다. 말씀을 통해 살아 계신 주님을 만납니다. 말씀은 생명이요 빛이요 영입니다. 말씀이 우리를 감동케 하고 위로하고 치유합니다.

 

“그저 한 말씀만 해 주십시오. 그러면 제 종이 나을 것입니다.”

 

말씀의 은총, 말씀의 치유입니다. 제행무상의 세상에서 허무의 늪에 빠지지 않고 영원한 현재를, 영원한 생명을 살 수 있는 길은 말씀에 희망을 걸고 사는  일뿐입니다. 말씀과의 일치가 깊을수록 생생한 믿음으로 살 수 있습니다. 인간의 본질은 허무도, 무지도, 탐욕도 아닌 바로 말씀입니다. 말씀에 희망을 두고 의미충만한 삶을 살 때 건강한 영육입니다. 

 

“가거라. 네가 믿는 대로 될 것이다.”

바로 그 시간에 종이 나았으니 말씀의 위력이 잘 드러납니다. 그러나 반드시 간절하고 겸손한 믿음이 전제됨을 봅니다. 결코 일방적인 주님만의 치유는 없습니다. 지성至誠이면 감천感天이란 말도 이를 입증합니다. 겸손한 믿음 더하기 말씀의 은총이 만나 치유의 기적입니다. 

 

겸손한 믿음에 이어 말씀의 희망이 참 좋은 영육의 명약이요 우리를 굳센 정신의 사람으로 변화시켜 줍니다.

 

셋째, 환대의 사랑입니다.

백인대장의 겸손한 믿음이 우리를 감동케 하지만, 역시 창세기 아브라함의 환대의 사랑, 겸손한 사랑이 우리를 감동케 합니다. 환대의 영원한 롤모델이 아브라함입니다. 아브라함은 지극정성至極精誠의 사랑으로 손님들을 환대합니다. 세 손님은 삼위일체 하느님을 상징한다 합니다. 사람을 통해 그대로 주님을 환대하는 우리들입니다. 환대의 사랑에 이은 주님의 축복입니다. 아브라함의 환대에 감격한 주님은 아브라함을 축복하십니다.

 

“내년 이때에 내가 반드시 너에게 돌아올 터인데, 그때에는 너의 아내 사라에게 아들이 있을 것이다.”

 

바로 환대의 사랑, 환대의 축복입니다. 믿는 이들의 빛나는 덕이 환대의 덕입니다. 우리 분도회 정주서원과 직결된 환대의 영성입니다.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말씀하신대로 환대의 원조는 주님이심을 깨닫습니다. 봄-여름-가을 끊임없이 활짝 피어나는 꽃들 역시 주님의 환대를 상징합니다. ‘환대는 꽃처럼!’ 제 모토이기도 합니다. 환대의 사랑에 충실할수록 주님을 닮습니다. 환대의 집인 수도원이요 환대의 사람들인 수도자들입니다.

 

“찾아오는 모든 손님들을 그리스도처럼 맞이할 것이다.”

 

이미 수도규칙에 명문화되어 있습니다. 환대의 위로, 환대의 치유입니다.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좌우명시중 한연이 생각납니다.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활짝 열린 앞문, 뒷문이 되어 살았습니다.

앞문은 세상에 활짝 열려 있어

찾아오는 모든 손님들을 그리스도처럼 환대하여 영혼의 쉼터가 되었고

뒷문은 사막의 고요에 활짝 열려 있어

하느님과 깊은 친교를 누리며 살았습니다.

하느님은 영원토록 영광과 찬미 받으소서.”

 

누가 참으로 훌륭한 사람입니까? 

누가 보람있고 행복한 참으로 사는 사람입니까?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위엄있고 품위있는 삶을 살 수 있고 이런 청정욕은 얼마든 좋습니다. 바로 겸손한 믿음의 사람이 되어 사는 것입니다. 말씀에 희망을 걸고 사는 사람입니다. 환대의 사랑을 사는 사람입니다. 

 

이렇게 겸손한 사람, 말씀의 사람, 환대의 사람이 되어 살아갈 때 날로 주님을 닮아 진정 훌륭한 사람이, 하느님의 자녀가, 빛의 자녀가 될 것입니다. 바로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입니다.

 

"좋으니이다 지존하신 님이여, 주님을 기려 높임이, 그 이름 노래함이 좋으니이다.

아침에는 당신의 사랑, 밤이면 당신의 진실을 알림이 좋으니이다."(시편92,2-3).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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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안젤로 2021.06.26 09:55
    "하느님의 아들 주예수 그리스도님 죄인인 저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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