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힘 -관계는 저절로 성장, 성숙하지 않는다-2021.7.8.연중 제14주간 목요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Jul 08,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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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7.8.연중 제14주간 목요일                                       창세44,18-21.23ㄴ-29;45,1-5 마태10,7-15

 

 

 

관계의 힘

-관계는 저절로 성장, 성숙하지 않는다-

 

 

 

“만군의 주 하느님, 우리 힘을 도로 주시고, 

부드러운 얼굴을 보여 주소서. 우리가 당장 살아나리이다.”(시편80,4)

 

“하느님은 나의 구원자시니, 나의 믿음은 흔들리지 않고, 두려움이 없나이다.

하느님은 나의 힘이시오 나의 노래이시며, 나를 구원하셨나이다.”(이사12,2-3)

 

아침 성무일도중 마음에 와닿은 주옥같은 성구입니다. 관계는 존재입니다. 내가 누구인가 아무리 물어도 답은 나오지 않습니다. 오직 관계를 통해, 하느님과의 관계, 이웃과의 관계를 통해 내가 누구인지 밝혀집니다. ‘사람답게’ 막연합니다. ‘하느님의 자녀답게’ 분명해집니다. 

 

며칠전 오랜만에 만난 분이 반갑게 다가왔지만 마스크에 변한 얼굴로 잘 알아보지 못했고 덤덤한 느낌이었습니다. 미안하게도 솔직히 무관無關한 관계처럼 느껴졌습니다. 순간 ‘아, 관계의 힘이구나! 관계도 방치放置해선 안되는 구나! 끊임없이 공을 들여야 하는구나! 관계 역시 부단히 돌보고 북돋우지 않으면 시들어 죽을 수 있겠구나! 관계는 저절로 성장, 성숙하지 않는다!’ 깨달았습니다.

 

“여기가 천국입니다!”

흔히 수도원을 방문하는 이들이 아름다운 경관에 감탄하며 하는 말입니다.

“아닙니다. 외적 환경이 좋아 천국이 아니라, 하느님과의 관계가, 형제들과의 관계가 좋아야 천국입니다. 천국과 지옥은 장소 개념이 아니라 관계 개념입니다. 관계가 좋으면 지옥같은 환경에서도 천국을 살 수 있고 관계가 나쁘면 천국같은 환경에서도 지옥을 살 수 있습니다.”

대답하곤 합니다.

 

함께 살아도 서로간의 관계의 깊이는, 또 하느님과 관계의 깊이는 천차만별입니다. 태평양 깊이의 관계도 있고 얕은 시냇물 깊이의 관계도 있습니다. 참 행복은 관계의 깊이에 달렸습니다. 하느님과의 관계, 예수님과의 관계입니다. 둘이지만 실은 하나입니다. 그리스도를 통하여, 그리스도와 함께, 그리스도 안에서 하느님과의 관계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과의 관계를 잘 드러내는 제 애송 자작시가 생각납니다. 세월이 지나 아무리 반복해도 늘 새롭게 느껴지는 시입니다.

 

-“하늘 

있어

산이 좋고

 

있어

하늘이 좋다

 

하늘은

산에

신비를 더하고

 

산은

하늘에

깊이를 더한다

 

이런 사이가

되고 싶다

이런 사랑을

하고 싶다.”-1997.2

 

하늘과 산, 바로 하느님과 우리와의 관계를 상징합니다. 날로 깊어지는 하느님과 신뢰와 사랑의 관계를 말합니다. 그러나 나홀로 하느님과의 관계는 추상이며 환상입니다. 형제들과 더불어의 관계와 함께 가는 하느님과의 관계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섬이 아니며 혼자만의 구원은 없습니다.

 

-“말없이

고요해도

가슴은

타오르는 불이다

 

요셉상 옆

붉게 타오르는

연산홍!”-2000.5.10.

 

21년전 붉게 타오르는 연산홍 옆의 고요한 얼굴의 성 요셉상을 보며 쓴 시입니다. 내면에 타오르는 사랑의 불은 그대로 하느님과의 깊디 깊은 사랑의 관계를 상징합니다. 사랑과 신뢰의 관계를! 정말 영적 성장은 이런 관계의 성장과 성숙을 뜻합니다. 절대로 저절로 관계의 성장과 성숙이 아닙니다. 간절하고 한결같은 기도와 말씀공부, 사랑 실천의 수행이 필수입니다.

 

-“날로

탁해져 가는 세상, 대기

 

날로

생명의 빛

 

초록草綠

깊어가는 

 

초목草木

같은 영혼이고 싶다”-2021.7.7.

 

바로 어제 써놓은 시입니다. 미세먼지로 탁한 세상, 대기이지만 부드럽게 빛나는 초록빛 생명의 초목들이 참 고맙습니다. 하느님과 깊은 사랑과 신뢰 관계에 있는 영혼들의 빛이 이러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불암산과 초록빛 풀과 나무들을 배경한 성전이 너무 아름다워 날마다 사진에 담곤합니다. 성전에 붙어있는 제 ‘천장암(天藏庵;공부만 하라고 하늘이 감춘 절, 서산 천장암)’ 암자庵子같은 집무실은 나무에 가려 보이지 않습니다. 

 

요즘 우리 요셉 수도원은 아브라함 수사의 종신서원식을 앞두고 축제의 분위기입니다. 염추기경님으로부터의 친필親筆 축하편지도 반가웠습니다. 추기경님의 소박하고 겸손한 마음을, 하느님과 늘 푸른 관계의 깊이를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정영훈 아브라함 수사님께

종신서원 하심을 축하드립니다. 

“아브라함아!”(창세22,1)

결정적으로 신앙으로 이끄시는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여, 주님께 모든 희망을 걸고, 행복하게 생활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축하합니다.

요셉의 해에 종신서원하심을 특별히 축하합니다.

2021.7.5.

+염 안드레아 수정 추기경 드림.’

 

흡사 요셉 수도원 수도자들에게 주시는 위로와 격려의 서간처럼 느껴졌습니다. 신앙으로 이끄시는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여 주님께 모든 희망을 걸고 행복하게 살아가야 하는 우리 수도자들이기 때문입니다. 참으로 날로 주님과의 깊어지는 신망애信望愛의 관계와 더불어 날로 깊어지는 진선미眞善美의 삶입니다.

 

이런 관계의 관점에서 보면 오늘 말씀의 이해도 확연해 집니다. 아브라함-이사악-야곱의 계보를 잇는 믿음이 그대로 요셉에게 전수되고 있음을 봅니다. 진짜 하느님의 꿈쟁이이자 쌈쟁이인 요셉의 깊은 하느님 믿음이 다음 감동적인 고백에서 잘 드러납니다.

 

“내가 요셉입니다! 아버지께서 아직 살아 계십니까? 내가 형님들의 아우 요셉입니다. 형님들이 이집트로 팔아넘긴 그 아우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저를 이곳으로 팔아넘겼다고 해서 괴로워하지도, 자신에게 화를 내지도 마십시오. 우리 목숨을 살리시려고 하느님께서는 나를 여러분보다 앞서 보내신 것입니다.”

 

그대로 하느님의 자비롭고 너그러운 얼굴을, 마음을, 말씀을 대하는 느낌입니다. 하느님과 절정의 깊이 관계에 있는 요셉이요 그대로 하늘 나라의 실현입니다. 마침내 하느님의 꿈이 요셉을 통해 완전히 실현됨을 봅니다. 이런 요셉을 능가하는 오늘 복음의 예수님입니다. 예수님의 말씀은 그대로 하느님의 말씀입니다. 늘 하느님과 일치 관계에 있던 예수님이기 때문입니다.

 

“가서 ‘하늘 나라가 가까이 왔다.’하고 선포하여라. 1.앓는 이들을 고쳐 주고, 2.죽은 이들을 일으켜 주어라. 3.나병 환자들을 깨끗하게 해주고, 4.마귀들을 쫓아 내어라.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

 

죄가 많은 세상이라 병도 많습니다. 주님을 만나 관계를 회복할 때 이런저런 앓는 병은 치유되고, 죽어있던 영혼들은 살아나고, 온갖 영적 나병은 깨끗해지고, 세속주의, 물질주의, 금전만능주의, 온갖 이념들과 무지와 탐욕, 허영, 교만, 나태의 무수한 마귀들은 일소됩니다. 참으로 하느님 있어야 할 중심 자리에 하느님을 모시지 않으니 온갖 마귀들이 득실 거립니다. 제가 늘 강조하는 말마디가 있습니다. “인생광야여정중에는 셋중 하나이다. 성인이 되든지, 괴물이 되든지, 폐인이 되든지 셋중 하나다.” 주님과의 관계 상실로, 또 무관한 삶으로 삶의 중심과 의미, 방향을 잃고 온갖 마귀들의 종이 되어 괴물이, 폐인이 되어 사는 이들은 얼마나 많은지요. 성인, 괴물, 폐인, 악마 이 모두는 우리 인간의 가능성입니다.

 

“전대에 금도 은도 구리 돈도 지니지 마라. 여행 보따리도 여벌 옷도 신발도 지팡이도 지니지 마라. 일꾼이 자기 먹을 것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집에 들어가면 그 집에 평화를 빈다고 인사하여라.”

 

주님과 일치의 관계가 이런 무소유의 삶을, 소유가 아닌 존재의 삶을, 모든 것에서 초연한 이탈의 삶을 가능하게 합니다. 참으로 사도들에게 보이지 않는 성령聖靈과 환대歡待의 도움은 든든한 최고의 자산입니다. 주님만으로 행복하고 부유하고 자유로운 사도들이요, 이들이 이웃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주님의 평화입니다.

 

주님과의 관계가 문제의 핵심입니다. 예닮의 여정중에 날로 주님과 깊어가는 영적여정인지 주님과 우리의 관계를 살펴보게 합니다. 날마다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날로 주님과의 관계를 깊이해 주시어 우리 모두 하늘 나라를 살게 하십니다. 우리 함께 주님께 대한 사랑을 고백합시다.

 

“주 예수님!

당신은 저희의 모두이옵니다.

저희 생명, 저희 사랑, 저희 기쁨, 저희 행복이옵니다.

하루하루가 감사와 감동이요 감탄이옵니다.

날마다 새롭게 시작하는 아름다운 선물의 하루이옵니다.”-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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