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7.20.연중 제16주간 화요일 탈출14,21-15.1ㄴ 마태12,46-50
“저에게 가장 큰 스승은 수도공동체입니다”
-주님 중심의 참가족-
“저에게 가장 큰 스승은 수도공동체입니다.
제 가장 가까이 있는, 제 평생 몸담고 살아가는, 제 평생 보고 배워야 할 가장 큰 스승 수도공동체입니다.
수도공동체는 ‘있는 그대로’의 저를 비춰주는 거울입니다.”
새벽 강론 쓰기를 마친후, 산책 기도중 벼락같은 깨달음의 고백입니다. ‘내 가장 큰 스승은 내 몸담고 살아가는 수도공동체!’ 아마 평생 길이 잊지 못할 깨달음이 될 것입니다.
사람은 섬이 아닙니다. 사람은 혼자 구원받지 못합니다.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이요 더불어의 구원입니다. 힘들어도 더불어 살아야 합니다. 끊임없이 겸손히 노력하면서 서로 배우는 마음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말그대로 공동체는 배움터입니다. 늘 초보자의 마음으로, 결코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공부하는 마음으로 살아가야 하는 공동체입니다.
졸업이 없는 죽어야 졸업인 '사랑의 학교'인 믿는 이들의 공동체입니다. 늘 초보자의 정신으로 영원한 학인으로 살아가야 할 평생 순례 여정중인 평생학인인 우리 수도공동체 형제들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공동체의 중심인 주님과의 관계입니다. 예전 피정지도때 늘 하던 말이 생각납니다.
“서로 좋아서, 마음이 맞아서 사는 것이 아닙니다. 정말 다 다른 사람들입니다, 공통점이 없습니다. 그래도 함께 살 수 있는 것은 믿고 희망하고 사랑하는 중심이, 바라보는 방향의 중심인 주님이 같기에 살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늘 중심인 주님과의 관계를, 형제들 상호간의 관계를 깊이하기 위해 끊임없이, 날마다, 평생 바치는 공동전례기도입니다.”
그렇습니다. 무엇보다 주님과의 관계가 한결같은 공동체 삶을 가능하게 합니다. 서로간 존중과 배려, 사랑의 관심은 필수입니다. 섬세해야 하고 디테일에 강해야 합니다. 서로간의 관계에 사소한 것은 없습니다.
-“저 오늘부터 휴가 다녀 오겠습니다.”
수도원 원로인 마르코 재무 수사님의 난데 없는 뜻밖의 휴가 출발 인사가 얼마나 고마웠던지요! 뭔가 주고 싶은 데 줄 것이 없어 마음으로 강복을 드렸고 후에 문자 메시지와 더불어 성전 사진도 선물했습니다.
“수도원 성전의 축복인사 받으시고, 즐겁고 행복한 휴가 보내시기 바랍니다. 친애하는 마르꼬 수사님!”-
-“주문한 책 잘 받았습니다. 사랑하는 도미니코 수사님! 백합꽃 감사인사 받으시고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감사합니다. 신부님! 백합꽃 감사인사를 받으니 웬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집니다. 좋은 밤 되세요.”
재무보조이자 수도원 장로인 도미니코 수사님과 주고받은 메시지와 아름다운 백합꽃 사진입니다.-
참으로 공동체 생활에 ‘겸손한 친절과 사랑’은 영적 윤활유가 됩니다. 새벽 휴게실 게시판에 소개된 종신서원을 앞둔 순교복자수도회 네 분 수사님들의 ‘한결같이’ 일치의 중심이신 주님을 고백하는 상본 성구聖句 내용들이 참 아름다웠습니다.
-“제 마음 다하여 당신을 찬송합니다”(시편138,1)
“나에게 힘을 주시는 분 안에서 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습니다”(필리4,13)
“당신께서 원하시는 이들을 가까이 부르시니 그들이 그분께 나아왔다”(마르13,3)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1,38)
얼마전 종신서원을 한 우리 아브라함 수사의 상본 성구입니다.
“아브라함아!”(창세22,1)-
평생 삶의 좌표로 삼아야 할 성구입니다. 주님 중심의 삶을 확고히 해 줄 평생 각자 삶의 닻이되고 돛이 될 주님의 말씀입니다. 참으로 신비로운 은총이 참으로 주님을 사랑하여 주님과의 관계를 깊이할수록 형제들과의 관계도 알게 모르게 함께 깊어간다는 것입니다. 참으로 혈연관계의 가족 관계를 능가하는 주님 중심의 한 가족 공동체 형제들입니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의 참가족 공동체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흡사 교회 공동체를 상징하는 듯하며 주님 중심으로 미사를 봉헌하는 장면을 상징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주님을 중심으로 에워싸고 있는 한가족같은 이들이 주님의 말씀을 듣고 있는 중, 어떤 이가 예수님의 가족이 찾아왔다는 소식을 알렸을 때 오고 간 내용들이 우리들에겐 충격적 가르침이 됩니다.
-“보십시오, 스승님의 어머님과 형제들이 스승님과 이야기하려고 밖에 서 계십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당신께 말한 사람에게,
“누가 내 어머니고 누가 내 형제들이냐?”
하고 반문하신후 당신을 중심으로 하여 에워싸고 있는 제자들을 가리키시며 이르십니다. 오늘 복음의 절정입니다.
“이들이 내 어머니이고 내 형제들이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 내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다.”-
함께 있던 떨어져 있든 상관없습니다. 넓은 의미에서 눈에 보이지는 않드라도 세상에 널리 퍼져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며 주님 중심을 살아가는 이들이 모두 예수님의 한가족입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이런 공동체의 모범이 예수님 중심으로 한가족을 이루어 살아가는 우리 수도공동체입니다. 참으로 예수님의 한가족 공동체임을 실감할 때가 이 거룩한 미사전례입니다. 국적과 인종이, 문화와 언어가 달라도 미사만 함께 하면 주님의 한가족처럼 느껴져 금방 친해집니다.
주님 중심의 공동체는 살아있는 유기적 생명체요, 주님 향한 순례 여정중의 공동체입니다. 그러니 공동체의 믿음과 사랑, 희망의 내적성장과 성숙은 필수입니다. 이를 위해 날마다, 평생, 끊임없이 시편성무일도와 미사 공동전례기도를 바치는 우리 수도형제들입니다. 공동체의 중심인 주님은 물론 서로간의 우애友愛를 깊이하는 공동전례기도 은총입니다. 비단 수도공동체만이 아니라 모든 믿는 이들의 주님 중심의 일치를 위해 함께 기도해야 함은 필수입니다.
오늘 탈출기에서 이집트의 추격을 받으며 모세와 함께 이스라엘 자손들의 홍해를 건너는 과정은 그대로 순례 여정중인 공동체를 상징합니다. 그 긴박하고 절박한 생사의 갈림길에서 공동체의 중심인 주님의 보호와 도움으로 마침내 이스라엘 자손들은 바다를 건너는 탈출의 여정에 성공했습니다. 마지막 묘사가 그림처럼 눈에 선합니다.
‘이스라엘 자손들은 바다 가운데로 마른땅을 걸어갔다. 물은 그들 좌우에서 벽이 되어 주었다. 그날 주님께서는 이렇게 이스라엘을 이집트인들의 손에서 구해주셨고, 이스라엘은 주님께서 이집트인들에게 행사하신 큰 권능을 보았다. 그리하여 백성은 주님을 경외하고 그분의 종, 모세를 믿게 되었다. 그때 모세와 이스라엘 자손들이 이 노래를 불렀다.’
그대로 주님의 보호와 인도하에 있는 순례 여정 공동체를 상징합니다. 혼자가 아닌 더불어의 구원이요, 알게 모르게 세상 바다를 건너는 우리 공동체의 여정중 주님께서는 좌우에서 죄악의 공격과 유혹을 막아주는 벽이 되어 주시어 세상 바다 가운데서 마른땅을 걸어 가듯 하루하루 살 수 있게된 우리들입니다.
이어지는 탈출기 15장은 주님의 승리를 기리는 모세의 찬미와 감사의 노래입니다. 새삼 매일 영적 순례 여정중, 영적승리의 삶을 위해 공동체가 함께 바치는 찬미와 감사의 공동전례기도가 얼마나 결정적으로 중요한지 깨닫게 됩니다.
성공적인 공동체 생활을 원하십니까? 다음 제 좌우명 고백시중 한연이 답을 줍니다. 이처럼 주님을 중심으로 모두가 주님의 전사로, 주님의 학인으로, 주님의 형제로 사는 것입니다.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주님의 집인 수도원에서
주님의 평생 전사로, 주님의 평생 학인으로, 주님의 평생 형제로 살았습니다
끊임없이 이기적인 나와 싸우는 ‘주님의 전사戰士’로
끊임없이 말씀을 배우고 실행하는 ‘주님의 학인學人’으로
끊임없이 형제애를 실천하는 ‘주님의 형제兄弟’로 살았습니다
하느님은 영원토록 영광과 찬미를 받으소서.“
비단 수도공동체뿐 아니라 모든 믿는 이들의 공동체 성원들의 공통적인 필수 요소입니다. 주님 안에서 주님을 중심으로 모두가 늘 전우애戰友愛, 학우애學友愛, 형제애兄弟愛가 창조적, 긍정적 조화와 균형을 이룰 때 이상적이며 현실적인 주님 중심의 순례 여정의 참가족 공동체가 될 것입니다. 주님의 이 거룩한 공동 미사전례 은총이 이런 공동체의 성장과 성숙에 결정적 도움을 줍니다. 오늘 본기도가 강론을 요약합니다.
“주님, 주님의 종들에게 자비를 베푸시고 주님의 은총을 인자로이 더해 주시어, 믿음과 희망과 사랑으로, 언제나 깨어 주님의 계명을 충실히 지키게 하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