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8.14.토요일
성 막시밀리아노 마리아 콜베 사제 순교자(1894-1941) 기념일
여호24,29 마태19,13-15
하늘 나라의 삶
-주님의 종이 되어 어린이처럼 사십시오-
-“주님, 언제나 제가 주님을 모시어 제 오른쪽에 계시니
저는 흔들리지 않으오리다.
당신은 저에게 생명의 길 가르치시니,
당신 얼굴 뵈오며 기쁨에 넘치고,
당신 오른쪽에서 길이 평안하리이다.”(시편16,8.11)-
오늘 시편 화답송이 참 감미롭고 깊은 위로가 됩니다. 오늘은 꼰벤투알 프란치스꼬회 수도자였던 폴란드 출신의 성 막시밀리아노 마리아 콜베 사제 순교자 기념일입니다. 만47세로 순교한 성인의 삶은 늘 대해도 새로운 감동입니다. 성인의 마지막 행적을 나눕니다.
-‘제2차 세계 대전 기간중 콜베는 나치 독일의 박해로부터 보호해주기 위해 유대인 2천명을 포함한 난민들에게 수도원을 은신처로 제공해 오던중 1941년 2월17일 독일 게슈타포에 체포되어 파비악 형무소에 투옥된후 5월28일 죄수번호 16670을 부여받고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이동됩니다.
1941년 7월 말, 죄수 중 한 명이 수용소에서 사라진 일이 발생하자 수용소 소장은 죄수들에게 경고하기 위해 수용되어 있던 열명을 끌어내어 처형할 것을 명령합니다. 바로 이 순간 일어난 일입니다.
-“나는 안 돼, 나는 죽을 수 없어. 내가 죽으면 나의 처 자식은 어떻게 살란 말이냐!”
지목된 10명중 ‘프란체스코 가조우니체’라는 젊은이 한 명이 울부짖기 시작합니다. 바로 그 순간 콜베 사제가 포로들 대열을 뚫고 천천히 걸어 나와 말합니다.
“내가 대신 죽겠소. 나는 처자식도 없고 병들어 아무 쓸모없는 사람이오.”
“도대체 너는 누구냐?”
“가톨릭 사제요.”
그러자 수용소장은 충격받은 듯, 잠시 침묵했다가 신음하듯 대답합니다.
“좋다. 함께 가자!”-
콜베를 포함한 지명된 열명은 굶겨 죽이도록 지하 감옥에 감금되었고 콜베는 감옥 안에서 기도하며 같이 갇힌 사람들에게 용기를 줍니다. 3주후 기도의 힘으로 살아 있던 콜베를 비롯한 3명의 죄수를 나치는 페놀을 주사하여 1941년 8월14일 모두 살해한 후, 시신은 성모 승천 대축일인 오늘 8월 15일 아우슈비츠 수용소내 화장장에서 소각합니다.
이어 1982년 폴란드 출신의 교황 성 요한 바오로 2세는 성 베드로 광장에서 콜베 사제를 순교자로 기록하고 그의 시성식을 거행합니다’-
죽음은 삶의 요약입니다. 언젠가의 갑작스러운 선종의 죽음이 아니라 평상시 삶의 종합인 죽음입니다. 죽음을 통해 그 사람의 삶이 다 드러납니다. 하늘 나라는 장소가 아니라 사람입니다. 참으로 하느님과 깊은 관계의 신뢰와 사랑을 지니고 성인처럼 사는 이들 자체가 바로 어둠을 밝히는 하늘 나라입니다.
바로 지옥 같은 환경의 어둠을 잠시 환히 밝히며 하늘 나라를 앞당겨 보여준 성 콜베 사제입니다. 그대로 평상시 성모기사회를 조직하여 깊은 성모신심의 영적 삶을 살다가 성모승천대축일에 성모님과 함께 승천한 콜베 사제입니다. 문득 월요일 3시경시 두 번째 후렴이 생각납니다.
“어린이와 같이 되라, 그렇지 않고는 결코 하늘 나라에 들어가지 못하리라.”
바로 오늘 짧은 복음과 일치합니다. 어린이들을 데리고 와서 당신께 손을 얹어 기도해 달라고 청하는 이들이 제자들이 만류하며 꾸짖자 주님의 즉각적인 반응입니다.
“어린이들을 그냥 놓아두어라. 나에게 오는 것을 막지 마라. 사실 하늘 나라는 이 어린이들과 같은 사람들의 것이다.”
그리고 주님은 어린이들에게 손을 얹어 주시고 나서 그곳을 떠나십니다. 이런 예수님 자체가 그대로 하늘 나라 꿈의 실현입니다. 예수님을 닮은 어린이와 같은 성인들이 있는 곳이 바로 하늘 나라입니다. 나이가 어려서 어린이가 아니라 하느님을 사랑하여 끊임없이 회개의 삶을 사는 영적 탄력 좋은 이들이, 세월 흘러 가면서 육신은 늙어도 나날이 내적으로 그 영혼 새로워지는 이들이 바로 하늘 나라의 주인공인 어린이같은 사람들입니다.
늘 배움의 자세로 살아가는 단순하고 겸손하고 개방적이고 순종적인 깨끗한 마음의 소유자들이 진정 하늘 나라를 사는 어린이와 같은 성인들입니다. 그러니 언젠가의 그날이 아니라 오늘 지금 여기서 어린이와 같이 되어 하늘 나라를 살아야 하는 과제를 부여 받고 있는 우리들입니다.
요즘 곳곳에 만개하기 시작한, 샛노란 청초한 사랑의 향기 은은한 달맞이꽃들이 한창입니다. 아무도 가꾸고 돌보지 않아도 하느님 친히 가꾸시고 돌보시기에, 하늘 사랑만으로 행복하기에 저리도 청초한 아름다움의 달맞이꽃들 같습니다. 마침 어제 써서 나눈 자작시가 생각납니다.
-“자리 탓하지 않는다
어디든 뿌리 내리면 거기가 꽃자리 하늘 나라다
아무도 탐내지 않는 버려진 땅
샛노란 청초한 사랑! 달맞이꽃들 땅을 덮었다
오, 땅이 하늘이 되었다
꽃별들 가득 떠오른 하늘이 되었다.”-
아사 감옥에서 콜베 사제의 순교적 사랑을 통해 분명 하늘 나라를 맛봤을 동료 죄수들입니다. 성지가 있어 성인이 아니라 어린이와 같은 순수한 사랑의 성인이 있어 하늘 나라 거룩한 땅 성지입니다. 오늘로서 여호수아서는 끝납니다. 모세에 이어 등장한 여호수아가 그 역할이 끝나자 삶의 무대에서 조용히 퇴장하는 죽음입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책임을 다하며 하늘 나라를 살아 내는 모습이 참 거룩한 아름다움입니다. 책임을 다하는 일보다 숭고한 아름다움도 없습니다. 바로 하늘 나라의 구원을 살았다는 생생한 증거입니다. 역시 여호수아의 평상시 삶을 요약하는 감동적인 죽음입니다. 임종전 이스라엘 백성을 온전히 주님께 맡기며 이들의 신앙을 확고히 다지는 여호수아입니다.
-“이제 너희는 주님을 경외하면 그분을 온전하고 진실하게 섬겨라. 누구를 섬길 것인지 오늘 선택하여라. 나와 내 집안은 주님을 섬기겠다.”-
이어 다시 이스라엘 백성들의 결심을 받아 내는 여호수아입니다.
-“다른 신들을 섬기려고 주님을 져버리는 일은 결코 없을 것입니다. 그분께서는 우리가 걸어 온 그 모든 길에서 우리를 지켜 주셨습니다. 우리는 주님을 섬기겠습니다. 그분만이 우리의 하느님이십니다.”
“아닙니다. 우리는 주님을 섬기겠습니다.”
“우리는 주 하느님을 섬기고 그분의 말씀을 듣겠습니다.”-
그대로 오늘 우리의 다짐처럼 들립니다. 한결같이 주님을 섬기며 주님과 함께 살 때 바로 그 자리가 꽃자리 하늘 나라입니다. 마침내 스켐 전례 집회에서의 온힘을 다해 강론하며 백성들의 신앙을 확고히 한 후 저마다 상속 재산으로 받은 땅으로 돌려 보낸 다음, 참으로 책임을 다한 후 여호수아의 홀가분한 복된 구원의 죽음입니다.
‘이런 일들이 있은 뒤에 주님의 종, 눈의 아들 여호수아는 죽었다. 그의 나이는 백열살이었다.’
얼마나 멋지고 아름답고 거룩한 퇴장의 죽음인지요! 말그대로 나이 110세에 죽어 110세에 묻힌 영원한 현역의 주님의 전사이자 주님의 종, 주님의 벗이었던 여호수아는 오늘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과제입니다. 답은 간단합니다. 하루하루 내 삶의 자리에서 하늘 나라를 사는 것입니다.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이렇게 살도록 도와 주십니다.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날마다 자기를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기쁘게 주님을 섬기며
한결같이 주님을 따라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일일일생 하루를 처음처럼, 마지막처럼, 평생처럼 살았습니다.
저에겐 하루하루가 하늘 나라의 영원이었습니다.
어제도 오늘도 이렇게 살고 내일도 이렇게 살 것입니다.
하느님은 영원토록 영광과 찬미를 받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