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9.1.연중 제22주간 수요일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                 

콜로1,1-8 루카4,38-44

 

 

 

삶의 중심

-주님과의 만남인 기도-

 

 

 

지난 밤에는 반딧불을 보며 형설螢雪의 공功에 대한 일화를 생각했습니다. 계속되는 풀벌레 영롱한 찬미 소리와 함께 새벽 성무일도를 바치는 우리 수도자들입니다. 오늘은 순교자 성월인 9월의 첫날입니다. 바야흐로 기도의 계절이 시작되었습니다. 2015년 프란치스코 교황은 ‘찬미받으소서’ 회칙을 반포하면서 매해 9월1일을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로 지내기로 하였고 바로 오늘은 제7차 기도의 날이 됩니다. 

 

이제는 사랑의 이중 계명에 자연 사랑까지 포함되는 사람의 삼중 계명을 요구하는 절박한 시점에 와 있습니다. 요즘 기업 경영에 ESG가 화두라 합니다. 위기를 뛰어넘는 힘인 ESG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앞 글자를 따서 기업의 사회적, 환경적 가치를 반영하는 개념입니다. 기후위기에 호응하여 기업이 발벗고 나선 긍정적 상황을 보여 줍니다. 이젠 환경 보호가 최대의 화두로 자리 잡고 있는 긴박한 현실입니다.

 

가을 장마가 시작된 듯 어제 오후 부터는 쉼없이 비가 내렸고 빗소리를 듣고자 창문을 활짝 열고 하느님 생음악을 감상하는 마음으로 조용히 업무를 하며 지냈습니다. 문득 예전에 써놨던 ‘대화’라는 시가 생각났습니다.

 

-“바라봄의 관상만으로는 부족하다

  때로는 둘만의 긴 대화가 필요하다

  하늘님과 땅

  멀리서 보기만 했지

  못다한 이야기들 너무 많았다

 

  하루종일

  두런두런 소리내며 내리는 비

  나눠도 나눠도 끝없이 이어지는 

  하늘님과 땅의 침묵과 조화된 참 정다운 대화

  사랑의 일치

 

  아, 때로 나누고 싶다

  임과의 끝없는 기도의 대화를!”-2001.7.5

 

기도가 답입니다. 정말 영혼의 건강을 위해, 영혼이 살기 위해, 삶의 깊이를 위해 기도가 답입니다. 상황이 힘들수록 삶의 중심을 분명히 하는 데는 주님과의 만남인 기도가 절대적입니다. 어제 독서중 마음에 남아있는 구절입니다.

 

-장 폴 사르트르가 말하지 않았는가. “인생은 ‘B’ birth와 ‘D’ death사이의  ‘C’ choice다. 그래, 내가 선택할 수 없는 걸 붙들고 불평하지 말고,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걸 심사숙고하여 그 택한 일에 후회하지 말자. 나의 행복을 스스로 지켜나가자-(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장명숙 안젤라 메리치 지음)

 

소주제도 멋집니다. ‘하나뿐인 나에게 예의를 갖출 것’, 바로 이에 대한 최선, 최고의 선택이 주님과의 만남인 기도입니다. 만남중의 만남이 주님과의 만남입니다. 한 두 번의 만남이 아니라 평생 매일 끊임없이 기도중에 만나야 하는 주님입니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도 만나지 않으면 멀어지듯 주님도 기도를 통해 매일 평생 끊임없이 만나지 않으면 멀어집니다. 어제 글라라 조카로부터 받은 ‘불 성경의 말씀(THE WORD ON FIRE BIBLE)’ 책선물과 더불어 친필 편지의 앞부분도 고마웠습니다.

 

“프란치스코 신부님! 건강하시지요? 항상 그 자리에 계시다는 것이 저희들 한테는 큰 위안이 되지요.”

 

‘안주安住’가 아닌 늘 거기 그 자리에서 맑게 흐르는 강물같은 내적여정의 ‘정주定住’를 가능하게 하는 결정적 도움이 바로 끊임없이 바치는 공동전례기도입니다. 화답송 시편, “나는 하느님 집에서 자라는, 푸른 올리브 나무, 길이길이 하느님 자애에 의지하리라.”(시편52,10) 성구가 정주 수도승들은 물론 주님 안에 정주의 삶을 사는 분들에게 참 잘 어울립니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의 세활동으로 이루어졌음을 봅니다. 시몬의 병든 장모를 고치시다, 많은 병자를 고치시다, 전도여행을 떠나시다 세부분입니다. 바로 예수님의 분주한 일상의 하루를 압축한 듯 합니다. 바로 이 분주한 일상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예수님의 외딴곳에서의 아버지와의 깊은 관상적 만남의 기도였음을 다음 대목이 입증합니다. ‘날이 새자 예수님께서는 밖으로 나가시어 외딴곳으로 가셨다.’(루카4,42ㄱ). 

 

시몬의 병든 장모는 물론 많은 병자를 고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아버지와의 만남이 기도에 있었음을 봅니다. 예수님은 단체를 상대하시면서도 하나하나 눈길을 맞추십니다. 예수님은 병을 앓는 이들을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손을 얹으시어 그들을 고쳐 주셨고 마귀들은 혼비백산 달아나며 예수님의 정체를 고백합니다.

 

“당신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십니다.”

 

그러니 아드님과 아버지와의 끊임없는 관상적 만남의 기도는 필수였습니다. 자기들을 떠나지 말라 붙들며 집착하는 군중들에 대한 예수님의 단호한 분별력의 처신 이 또한 기도의 효력效力입니다. 예수님은 모두에 열려 있는 우리 모두의 주님이심을 천명하십니다. 

 

“나는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다른 고을에도 전해야 한다. 사실 나는 그 일을 하도록 파견된 것이다.”

 

분명 예수님은 아버지와의 관상적 만남의 기도중 자신의 사명을 깊이 깨달았을 것입니다. 그러니 어디에도 집착하지 않고 성령의 인도따라 곳곳에 생명의 기쁜 소식을 전하니 이 또한 기도의 분별력이자 기도의 힘입니다. 

 

오늘 제1독서 콜로새서의 바오로의 감사기도도 우리에게 깊은 위로와 평화를 줍니다. 놀라운 사실은 에페소서, 필리비서, 필레몬서와 함께 콜로새서 역시 바오로 사도가 로마의 감옥에 갇혀 있는 동안 썼던 옥중서간이라는 것입니다. 옥중에서 평온平穩, 평정平靜의 마음으로 이런 서간을 쓸 수 있었던 바오로 사도의 기도의 내공은 얼마나 깊은지요! 그대로 오늘의 우리에게 주시는 느낌이 드는 사도의 아름다운 감사기도 앞부분을 그대로 인용합니다. 

 

“하느님 우리 아버지에게서 은총과 평화가 여러분에게 내리기를 빕니다. 우리는 여러분을 위하여 기도할 때면 늘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 하느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스도 예수님에 대한 여러분의 믿음과 모든 성도들을 향한 여러분의 사랑을 우리가 전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 믿음과 사랑은 여러분을 위하여 하늘에 마련되어 있는 것에 대한 희망에 근거합니다.”

 

우리의 궁극의 희망은 하늘에 있으며, 바로 희망에 근거한 믿음과 사랑임을 깨닫습니다. 신망애信望愛의 향주삼덕向主三德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희망의 덕임을 봅니다. 과연 예수님을 닮은 기도의 달인이자 기도의 대가인 바오로 사도입니다. 주님과의 끊임없는 만남의 기도와 더불어 분명해지는 삶의 중심에 날로 깊어지는 신망애 향주삼덕임을 깨닫습니다.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한 것이 기도요, 기도에는 늘 초보자임을 깨닫습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의 영육의 아픔과 질병을 치유해주시며 새하늘과 새땅을 살게 하십니다. 제 좋아하는 고백의 기도로 강론을 마칩니다.

 

-“주님, 당신은 저의 모두이옵니다.

  저의 사랑, 저의 생명, 저의 기쁨, 저의 행복이옵니다.

  하루하루가 감사와 감동이요 감탄이옵니다.

  날마다 새롭게 시작하는 아름다운 하루의 선물이옵니다.”-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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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안젤로 2021.09.01 09:28
    너희의 몸은 너희 자신의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로부터 받은 성령이 계시는 성전이로다. 하느님께서는 값을 치르고 너희 몸을 사셨도다. 너희는 너희 몸으로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어라.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한 사람이 되어 너희 몸을 더럽혀서는 안되는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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