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9.8.수요일 복되신 동정 마리아 탄생 축일
미카5,1-4ㄱ 마태1,1-16.18-23
우리 믿는 이들의 영적靈的 족보族譜
-뿌리 살이 없이는 꽃도 없다-
요즘 유난히 밤마다 계속되는 가을 풀벌레 영롱한 찬미 노래입니다. 제 집무실 안에서도 들려 오는 언젠가 들어 온 풀벌레 찬미 노래입니다. 역시 가을은 찬미와 감사의 기도의 계절입니다.
“복되신 마리아의 탄생을 기뻐하며 경축하세.
정의의 태양, 그리스도 우리 하느님을 낳으셨네.”
입당송이 참 마음 상쾌하게 합니다. 아마 프란치스코 교황님 보다 부지런한 분은 없을 것입니다. 86세 고령에 날마다 한결같이 노력하시는 늘 새로운 모습이 참 아름답고 감동적입니다. 날마다 새로운 뉴스가 교황님 홈페이지를 장식합니다. 두 기사 내용이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교황과 교회일치의 지도자들; 하느님의 피조물에 대한 돌봄은 실천을 요구한다’, ‘교황은 피난민들과 집없는 이들에게 가까이 있음을 표현하다. 피난민들을 위한 교황의 환영과 경청과 이해에 감격한 이의 고백’; “교황의 현존은 미래를 직면하는데 우리들에게 얼마나 새로운 희망을 주는지 모른다.”-
참으로 믿는 이들의 현존 자체가 이웃에겐 새로운 희망이 됩니다. 오늘 축일을 지내는 동정 마리아는 물론 교회의 모든 성인들이 우리들에게는 늘 새로운 희망의 표징이 됩니다. 희망의 현존! 이보다 더 좋은 선물도 없습니다.
오늘은 복되신 동정 마리아 탄생 축일입니다. 이미 9개월 전, 이날 작년 12월8일 우리는 ‘한국 교회의 수호자,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을 지냈습니다. 그러니 오늘은 참 기쁜 성모님 탄생 축일입니다. 물론 성모 마리아의 탄생에 관한 역사적 기록은 없지만, 이미 교회는 아주 예전부터 성모님이 수태되는 순간은 물론 전생애 동안 죄로부터 자유로웠음을 믿어왔습니다.
교회는 마리아의 부모님께 요아킴과 안나라는 이름을 드렸고 7월26일에 양친의 축일을 지냅니다. 동방의 콘스탄티노플과 서방의 로마에서는 이미 6-7세기부터 성모님의 축일을 성대히 지내왔으며, 서방에서는 1955년 교황 비오 12세 때, 8부 축일에서 오늘처럼 단순한 축일로 축소되어 지금까지 지내오고 있습니다.
그동안 얼마나 교회가 마리아 성모님 탄생을 중요시 했는지 깨닫게 됩니다. 뿌리 없이는 꽃도 없습니다. 우연은 없습니다. 지나고 나서 되돌아 보면 모두가 굽이굽이 하느님 섭리의 역사임을 깨닫습니다. 성경역사든 교회역사든 수도회역사든 가정공동체역사든 개인역사등 다 그렇습니다. 참으로 하느님을 닮아 우리의 영적 시야를 날로 확장해 갔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복음은 마태복음 시작으로 예수님의 족보와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에 대해 알려 줍니다.
예수님의 족보가 지금도 계속되는 하느님의 살아 있는 뿌리처럼 생각됩니다. 면면히 계승되어온 예수님의 족보에서 하느님의 한없는 인내와 기다림, 겸손과 섬세한 사랑의 섭리를 배웁니다. 바로 이 뿌리에서 꽃처럼 폈다 졌던 수많은 사람들이요 지금도 계속 폈다 지는 ‘파스카의 꽃’같은 우리 믿는 이들입니다.
구약의 족보에서 특히 주목되는 네분의 여인들입니다. 참 기구한 운명의 여인들을 당신 구원 섭리의 도구로 사용하시는 하느님의 섬세함이 놀랍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믿는 이들은 어느 하나 쓸모 없다 버리지 않으시고 다 섭리의 도구로 쓰십니다. 다말과 라합은 가나안 원주민이요 룻은 모압 출신이고 솔로몬의 어머니이자 다윗의 아내인 바세바는 우리아의 아내였습니다.
네 여인의 공통점은 정상적 부부관계가 아니라 매우 기이한 인연으로 아들들을 낳았다는 것입니다. 심모원려深謀遠慮의 하느님은 결정적 순간에 개입하셔서 이들을 구원 섭리의 도구로 사용하신 것입니다. 마침내 불가사의의 극치는 신약의 동정녀 마리아 성모님을 통한 예수님의 탄생입니다.
‘야곱은 마리아의 남편 요셉을 낳았는데, 마리아에게서 그리스도라고 불리는 예수님께서 태어나셨다.’
하느님의 한없는 인내와 기다림이 놀랍습니다. 남자들이 족보의 주인공이었는데 마리아에게서 여자 마리아로 주인공이 바뀝니다. 바로 오늘 우리는 이런 마리아 성모님의 탄생 축일을 지냅니다. 뿌리 없이는 꽃도 없습니다. 예수님 족보의 뿌리에서, 마리아의 뿌리에서 영원한 생명의 구원의 꽃으로, 파스카의 꽃으로 활짝 피어난 예수님입니다. 문득 오래 전에 써놨던 ‘뿌리 없이는 꽃도 없다’란 시를 읽으며 마리아 성모님을, 또 평생을 뿌리로 사셨던 제 육친의 신 마리아 어머니를 생각했습니다.
-“뿌리 살이 없이는 꽃도 없다
뿌리로 살아야지
세월속에 묻혀 뿌리로 사는거야
꽃사랑으로 피어날 때 까지
끝없이 기다리며 뿌리로 사는 거야
뿌리 살이 고달플 때
꽃사랑 추억으로 갈증 축이며
하늘 사랑 꽃으로 피어날 그날 그리며
뿌리로 사는 거야
뿌리 살이 없이는 꽃도 없다.”-1999.1.2.
예수님 족보의 뿌리에서, 마리아 성모님의 뿌리에서 온 인류의 희망의 꽃으로 피어남을 상징하는 예수님 탄생입니다. 성모님의 탄생과 예수님의 탄생이 오버랩되는 느낌입니다. 오늘 따라 배경의 뿌리인 마리아 성모님이 참 고맙고 사랑스럽습니다.
“마리아가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예수라고 하여라. 그분께서 당신 백성을 죄에서 구원하실 것이다. 보아라, 동정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니, 이름을 임마누엘이라고 하리라.”
오늘 복음의 절정입니다. 마리아 성모님을 통해 우리와 늘 함께 계신 임마누엘 예수님 탄생하시니 바로 이사야 예언의 성취입니다. 이사야뿐 아니라 이미 예언자 미카 예언의 성취이기도 합니다.
“너 에프라타의 베들레헴아, 너는 유다 부족들 가운데에서 보잘 것 없지만, 나를 위하여 이스라엘을 다스릴 이가, 너에게서 나오리라. 그는 주님의 능력에 힘입어, 목자로 나서리라. 그러면 너희들은 안전하게 살리니, 이제 그가 땅끝까지 위대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자신이 평화가 되리라.”
미카 예언자의 예언은 그대로 실현되어 우리는 ‘그리스도는 우리의 평화’라 고백합니다. 하느님 덕분에, 한결같은 뿌리살이에 충실하셨던 성모 마리아님 덕분에 구세주 예수님을 모시고 살게 된 우리들입니다.
오늘 우리는 성모님 탄생을 경축하며 우리의 영적 족보를, 영적 뿌리를 새롭게 환기하며 주님 안에 우리의 영적 뿌리를 깊이 내리는 날이기도 합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당신께 깊이 뿌리내리게 하시며 당신의 평화가 되어 살게 하십니다. 복음 환호송으로 강론을 마칩니다.
“거룩하신 동정 마리아님, 복되시나이다. 정의의 태양, 그리스도 우리 하느님을 낳으셨으니, 온갖 찬미를 마땅히 받으시리이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