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나라의 삶 -오늘 지금 여기, 내 삶의 자리에서-2021.9.21.화요일 한가위 ​​​​​​​

by 프란치스코 posted Sep 2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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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9.21.화요일 한가위                                  요엘2,22-24.26ㄱㄴㄷ 묵시14,13-16 루카12,15-21

 

 

하늘 나라의 삶

-오늘 지금 여기, 내 삶의 자리에서-

 

 

오늘은 어제 한국 순교 성인들 대축일 축제에 이어 오늘은 우리 민족의 큰 명절인 한가위 추석입니다. 어제까지 그 좋던 날씨가 한가위 새벽에는 많은 비가 내립니다. 빗소리 하느님 생음악을 들으며 쓰는 강론입니다. 그동안 대지가 가뭄으로 메말랐는데 촉촉이 내리는 가을비가 하늘 은총처럼 느껴집니다. 문득 ‘봄비’라는 자작시가 생각납니다.

 

-“마음을 촉촉이 적시는 

봄비!

하늘 은총

내 딸아이 하나 있다면

이름은 무조건

봄비로 하겠다”-2005.4

 

이 시를 읽은 어느 수녀님이 ‘내 아들 하나 있다면 이름은 무조건 가을비’로 하겠다는 유머에 크게 웃은 일이 생각납니다. 고요히 인생 가을을 반추하게 하는 가을비입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풍성한 수확의 계절에 맞이하는 추석이 참 고맙습니다. 코로나에 이런저런 시련과 고통이 연속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늘나라 축제인생을 살아야 하겠습니다. 아침 성무일도시 초대송과 찬미가 다음 두 연도 곱고 아름다웠습니다.

 

-“한가위를 맞이하여, 오곡 백과를 지어내신 주님께 어서와 조배드리세.”-

 

-“올해도 우리일손 축복하여서, 이모든 곡식을 거두어들여

우리삶 이어가게 힘을주시는 아버지 하느님께 감사드리세.

 

마음을 곱게곱게 가다듬어서, 이세상 열매들을 추수하면서,

천상의 주님잔치에 참여하는날, 고운옷 차여입게 보살피소서.”-

 

살만한 세상입니다. 천상의 주님 잔치는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오늘 지금 여기 내 삶의 자리에서 지상천국의 하늘 나라를 살아야 합니다. ‘하느님의 집안에 심어진 그들은 하느님의 뜰에서 꽃피리이다’ 시편이 고백이 실현되어야 할 자리는 오늘 지금 여기입니다. 오늘 연미사를 통해 봉헌되는 영혼들 또한 하느님의 놀라운 은총으로 윗 시편 그대로 하느님의 뜰에서 꽃들로 피어나고 있음을 믿습니다.

 

“주님, 눈이 열리니

온통 당신의 선물이옵니다

당신을 찾아 어디로 가겠나이까

새삼 무엇을 청하겠나이까

오늘 지금 여기가 하늘나라 천국이옵니다.”

 

행복기도의 고백 그대로입니다. 우리가 살아야 할 하늘나라는 오늘 지금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참으로 소중히 여겨야 할, 주님을 만나 하늘나라를 살아야 할 내 삶의 자리, 오늘 지금 여기입니다. 결코 고해인생이 아닌 날마다 추석날처럼 축제인생을 살아야 합니다. 바로 그 방법을 알려 드립니다.

 

첫째, 하느님 찬미와 감사의 삶입니다.

하느님 찬미에 저절로 따르는 하느님 감사입니다. 참 멋지고 아름다운 축복된 삶이 찬미와 감사의 삶입니다. 우리 영혼이 하느님 창공을 날 수 있음도 찬미와 감사의 양날개 덕분입니다. 찬미와 감사의 기쁨은 그대로 하느님의 기쁨이요 영원합니다. 

 

찬미와 감사의 삶에서 마음의 순수와 열정이요, 내적 힘도 샘솟습니다. 찬미와 감사의 빛이 두려움의 어둠도 몰아냅니다. 운명을 바꾸는 찬미와 감사의 삶이요 긍정적 낙관적 인생관을 형성해 줍니다. 그러니 ‘알렐루야’ 찬미로 살다가 ‘아멘’ 감사로 끝맺는 삶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하느님은 요엘 예언자를 통해 영적 ‘시온의 자손들’인 우리를 향해 말씀하십니다.

 

참고로 예언자 ‘요엘’의 뜻이 심오합니다. 요엘이라는 이름은 신앙고백을 담고 있습니다. 요는 야훼의 준말이고 엘은 하느님을 뜻합니다. 그래서 요엘은 “주님은 참 하느님이시다”라는 뜻입니다. 그러니 참으로 하느님을 믿는 우리들 이름 역시 또 하나의 ‘요엘’입니다.

 

“시온의 자손들아. 주 너희 하느님 안에서, 즐거워하고 기뻐하여라. 주님이 너희에게, 정의에 따라 가을비를 내려 주었다. 주님은 너희에게 비를 쏟아준다. 타작마당은 곡식으로 가득하고, 확마다 햇포도주와 햇기름이 넘친다. 너희는 한껏 배불리 먹고, 너희에게 놀라운 일을 한, 주 너희 하느님의 이름을 찬양하여라.”

 

공교롭게도 내리는 은총의 가을비가 메마른 대지와 우리 마음을 촉촉이 적십니다. 우리 모두 ‘요엘’이 되어 하느님께 찬미와 감사를 드리는 축복 가득한 한가위 추석입니다. 하루하루 날마다 이렇게 찬미와 감사의 축제인생을 사시기 바랍니다.

 

둘째, 늘 심판의 죽음을 눈앞에 환히 둔 삶입니다.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마지막 시험이자 시련이요 심판이 죽음입니다. 마지막 순종이자 봉헌이 죽음의 심판입니다.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우리들이요 아무도 최후 죽음의 날은 모릅니다. 그러나 갈수록 분명한 사실은 우리 모두 늙는다는 것과 죽는다는 진리입니다. 

 

바로 오늘 제2독서 요한묵시록은 우리 모두 최후의 심판날을 상기시킵니다. 참으로 하느님 찬미와 감사의 삶에 항구했던 믿음의 사람들에게 심판은 그대러 구원임을 말해 줍니다. 요한은 물론 우리 모두에게 하늘에서 울려 오는 주님의 목소리입니다.

 

‘“이제부터 주님 안에서 죽는 이들은 행복하다.’고 기록하여라. 성령께서 말씀하신다. “그렇다. 그들은 고생 끝에 이제 안식을 누릴 것이다. 그들이 한 일이 그들을 따라가기 때문이다.”’

 

그렇습니다. 주님 안에서 주님을 믿다가 죽는 이들은 행복합니다. 이제 이들은 안식을 누릴 것이며, 그들이 한 일도 그들을 따라갑니다. 새삼 우리 인생이 맺어온 열매들을 생각하게 합니다. 가을에는 우리 인생 가을을 묵상함이 참으로 유익합니다. 과연 찬미와 감사의 믿음의 삶중에 잘 익어가고 있는 신망애의 가을 인생 열매들인지요. 

 

속절없이 세월은 흐르는데 가을 인생이 되고도 열매 부실한 노년이라면 그 인생 얼마나 허무하고 쓸쓸하고 마음 쓰리고 아프겠는지요. 텅빈 허무가 아닌 텅빈 충만의 기쁨의 가을 인생을 맞이하기 위해, 늘 심판의 죽음을 눈 앞에 환히 두고 하루하루 처음이자 마지막처럼, 거품이나 환상이 사라진 찬미와 감사의 본질적 믿음의 삶에 충실하시기 바랍니다.

 

셋째, 섬김과 나눔의 삶입니다.

섬김과 나눔이 구체적 사랑의 구원입니다. 탐욕의 무지의 병에 대한 유일한 예방제와 치유제는 섬김과 나눔의 사랑뿐입니다. 교황님 말씀처럼 우리가 하느님과 이웃을 섬길수록 하느님의 현존을 더욱 깊이 깨닫게 되며 하느님의 사랑과 포옹을 발견합니다. 예수님이 강력히 경고하시는 바 탐욕입니다.

 

“너희는 주의하여라. 모든 탐욕을 경계하여라. 아무리 부유하더라도 사람의 생명은 그의 재산에 달려 있지 않다.”

 

악마는 탐욕을 통해 우리를 유혹합니다. 우리를 눈멀게 하는, 노예로 만드는 탐욕입니다. 탐욕의 맹목이라 탐욕에는 눈이 없습니다. 오늘 복음의 어리석은 부자의 비유는 우리 모두에 해당됩니다. 보편적 무지의 사람들임을 보여줍니다. 무지의 탐욕에 눈멀으니 완전히 탐욕에 갇힌, 이기적 나의 감옥에 갇힌 불통의 수인같습니다. 

 

위로 하느님과 좌우사방 이웃과의 관계가 완전히 차단된, 스스로 자초한 고립단절의 혼자의 삶, 바로 이것이 지옥입니다. 세상과 유리된 고립단절의 혼자의 은둔형 젊은이들이 무려 37만에 육박한다 합니다. 복음의 부자와 양상은 다르지만 참으로 우려스러운 현상입니다.

 

섬김과 나눔의 사랑의 실천은 바로 하늘에 보물을 쌓는 지혜로운 삶입니다. 그러나 복음의 부자는 땅에 보물을 쌓고 자족하며 스스로 독백합니다. “자, 네가 여러 해 동안 쓸 많은 재산을 쌓아 두었으니, 쉬면서 먹고 마시며 즐겨라.” 바로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에서 많은 부자의 모습일 수 있습니다. 곧장 이어지는 하느님의 말씀입니다.

 

“어리석은 자야, 오늘 밤에 네 목숨을 되찾아 갈 것이다. 그러면 네가 마련해 둔 것은 누구의 차지가 되겠느냐?”

 

자신을 위해서 재화를 모으면서 하느님 앞에서는 부유하지 못한 자가 바로 이러합니다. 이 또한 시공을 초월하여 독자들인 우리의 회개를 촉구하는 말씀입니다. 탐욕의 자기 감옥에서 탈출하여 쌓고 모으는 삶이 아니라 나누고 비우는 삶으로의 구원의 초대말씀입니다. 시간 되시면 프란치스코 성인의 ‘태양의 찬가’를 감상하며 하늘나라의 삶을 맛보시기 바랍니다.

 

“오 감미로워라 가난한 내 맘에 
한없이 샘솟는 정결한 사랑
오 감미로워라 나 외롭지 않고 
온 세상 만물 향기와 빛으로
피조물의 기쁨 찬미하는 여기
지극히 작은 이 몸 있음을
오 아름다워라 저 하늘의 별들 
형님인 태양과 누님인 달은
오 아름다워라 어머니신 땅과
과일과 꽃들 바람과 불
갖가지 생명 적시는 물결
이 모든 신비가 주 찬미 찬미로
사랑의 내 주님을 노래 부른다”

 

주님은 이 거룩한 한가위 추석미사 강론을 통해 오늘 지금 여기서 하늘 나라 삶을 살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주셨으니 바로 찬미와 감사의 삶, 섬김과 나눔의 삶입니다. 이런 이들에게 주시는 주님의 축복입니다.

 

“뿌릴 씨를 들고 울며 가던 사람들 곡식 단 안고 환호하며 돌아오리라.”(시편126,6).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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