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천사들 -찬미와 섬김-2021.9.29.수요일 성 미카엘, 성 가브리엘, 성 라파엘과 모든 거룩한 천사 축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Sep 29,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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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9.29.수요일  성 미카엘, 성 가브리엘, 성 라파엘과 모든 거룩한 천사 축일

다니7,9-10.13-14 요한1,47-51

 

 

하느님의 천사들

-찬미와 섬김-

 

 

“내 영혼아 하느님 찬양하라, 

당신의 온갖 은혜 하나도 잊지 마라.

 

 죽음에서 네 생명 구하여 내시고, 

 은총과 자비로 관을 씌워시는 분.

 

 한 평생을 복으로 채워주시니, 

 네 청춘 독수리마냥 새로워지도다.”(시편103,2.4-5)

 

아침 성무일도중 시편이 참 은혜로웠습니다. 인간 비극과 불행의 근원은 하늘과 땅, 하느님과 인간 세상의 단절에 있습니다. 하느님 자비의 표현인 하느님과 인간 세상을 잇는 다리 역할의 참 좋은 하느님의 선물들이 예수님을 비롯한 천사들과 성인들입니다.

 

오늘은 성 미카엘, 성 가브리엘, 성 라파엘과 모든 거룩한 천사 축일입니다. 우리 베네딕도회는 10월2일 수호천사 기념일까지 일괄하여 오늘 지냅니다. 참 마음 기쁘고 밝게 하는 반갑고 고마운 천사 축일입니다. 우리와 늘 함께 계시는 하느님이심을 생생히 드러내는 천사들 축일입니다. 하느님 자비하심의 표현이 바로 천사들입니다. 

 

참으로 오늘 축일이 감개무량한 것은 작년 이날 대형 교통사고를 겪은 후 만1년만에 맞이하는 축일이기 때문입니다. 십중팔구 즉사 아니면 중상이라는 고속도로에서의 대형 교통사고였는데, 구사일생九死一生, 천우신조天佑神助로 감쪽같이 살아났으니 이건 순전히 대천사들을 통한 하느님의 도우심임을 깨닫게 됩니다. 

 

사고 즉시 생각난 것은 내일 미사와 강론 걱정이었는데, 이후 다음 날부터 오늘까지 365일 날마다 첩첩산중, 산을 넘듯이 매일 밤1시 전후로 일어나 강론을 써온 기적 은총의 선물에, 하느님께 감사할뿐입니다. 끝기도 때마다 부르는 다음 시편 성구와 오늘 입당송과 화답송 시편 성구도 삭막한 광야인생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큰 위로와 힘이 됩니다. 

 

“주께서 너를 두고 천사들을 명하시어, 

너 가는 길마다 지키게 하셨으니,

행여 너 돌부리에 발을 다칠세라, 

천사들이 손으로 널 떠받고 가리라.”(시편91,11-12)

 

“주님을 찬미하여라, 주님의 모든 천사들아. 그분 말씀에 귀 기울이고 그분 말씀을 따르는 힘센 용사들아.”(시편103,20)

 

“주님, 제 마음 다하여 당신을 찬미하나이다.

제 입의 말씀을 들어 주시기에,

천사들 앞에서 찬미 노래 부르나이다.

거룩하신 성전 앞에 엎드리나이다.”(시편138.1-2ㄱ)

 

우리 모두 분발하여 자비하신 하느님을 환히 드러내는 주님의 천사들처럼 살라는 가르침과 깨우침을 주는 은혜로운 시편 성구들입니다. 오늘 미사시 천사 감사송도 참 장엄하고 은혜롭습니다.

 

“저희는 아버지께서 창조하신 천사들과 대천사들에게, 더없는 사랑과 존경을 드리나이다. 그들은 아버지의 영광과 위엄을 끊임없이 찬미하며,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아버지께서 만물 위에 가장 드높으신 분임을 드러내고 있나이다. 그리스도를 통하여 주님 앞에서, 천사들의 군대가 영원히 기뻐하며 주님의 위엄을 흠숭하오니, 저희도 환호하며 그들과 소리를 모아 주님을 찬미하나이다.”

 

이 거룩한 미사중 천사들과 함께 하느님을 찬미하는 우리들입니다. 오늘 제1독서 다니엘서를 통해서도 하느님을 찬미하며 섬기는 천사들의 소임이 환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새삼 천사들은 하느님께 찬미를 드리고 하느님과 인간을 섬기며 하느님과 인간 사이에서 다리 역할 하는 존재들임을 깨닫게 됩니다. 그러니 천사 공경의 신심은 얼마나 우리 영성생활을 풍요롭게 하는 지요!

 

특히 오늘 기념하는 대천사 미카엘은 “누가 하느님과 같은가?”라는 뜻으로 천상 군대의 장수, 악에 대한 그리스도인의 보호자, 임종자들의 수호자로 나타납니다. 대천사 가브리엘은 “하느님의 힘, 하느님의 영웅, 용사”의 뜻으로 하느님 계획의 전달자, 환시와 예언의 설명자로 나타납니다. 대천사 라파엘은 “하느님이 치유하신다.”라는 뜻으로 치유하는자, 맹인의 수호자로 나타납니다. 천사의 역할이 다 다름은 우리의 역할이 다름과 흡사합니다.

 

새삼 우리 믿는 이들 하나하나가 얼마나 하느님의 사랑을 받고 있는 존귀한 존재들인지 깨닫습니다. 영원한 인도자이자 동반자이신 파스카의 예수님 도반과 더불어 수호성인과 수호천사의 보호保護와 호위護衛를 받으며 살아가는 복된 존재들이기 때문입니다. 참으로 하느님의 자비하심이 놀랍습니다.

 

찬미와 섬김의 천사들입니다. 보이는 천사들뿐 아니라 보이는 찬미와 섬김의 우리 이웃 사람들 역시 하느님의 천사들임을 깨닫습니다. 수도원 주변에서도, 제 주변에서도 이런 찬미와 섬김의 하느님의 천사들을 저는 참 무수히 목격합니다. 매달 모임을 갖지 못하는 대신 예수성심회 자매들을 대표하여 심부름 역할차 수도원 주방에 선물을 한 아름 전달하고 집무실을 말끔히 정리, 청소해 주는 수산나 책임 자매 역시 저에게는 그대로 하느님의 천사입니다. 또한 사심없이 순수한 마음으로 20년 이상 매달 강론을 교정, 제본해다 주는 세실리아 자매 역시 그대로 하느님의 천사입니다.

 

하느님과 인간 세상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하는 천사들입니다. 그러니 천사들중의 천사가 바로 파스카의 예수님이심을 깨닫습니다. 그리스도 예수님과 함께 예수님을 통해서 예수님 안에서 다리 역할을 하는 무수한 천사들과 천사들 같은 착한 이웃들임을 깨닫습니다. 하느님과 인간 세상을 연결하는 이런 천사들이 없다면 세상 살이는 얼마나 고단하고 힘들겠는지요! 십중팔구 우리는 괴물이나 악마로, 폐인으로 전락할 것입니다. 

 

누가 하느님을, 천사들을 만납니까?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입니다. 참으로 하느님을 사랑하여 찬미와 섬김의 삶에 충실한, 마음 순수한 이들이 주님을, 천사들을 만납니다. “행복하여라, 마음의 깨끗한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을 볼 것이다.”(마태5,8), 말씀 그대로입니다. 순수한 마음의 우물에서 샘솟은 자비와 지혜, 온유와 겸손의 마음입니다. 바로 오늘 복음의 나타나엘이 그 모범입니다. 이런 나타나엘을 한눈에 알아 본 예수님이십니다.

 

“보라, 저 사람이야말로 참으로 이스라엘 사람이다. 저 사람은 거짓이 없다.”

 

세상에 이보다 더 고무적인, 최고의 찬사도 없을 것입니다. 수도자는 물론 주님을 믿는 모든 자들이 원하는 거짓이 없는 참사람의 모습일 것입니다. 이미 예수님은 무화과나무 아래서 진리탐구의 공부에 여념이 없던 나타나엘을 눈여겨 봤음이 분명합니다. 주님은 누구보다 우리 하나하나를 잘 보고 알고 계십니다. 이어지는 나타나엘의 즉각적 응답입니다.

 

“스승님, 스승님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십니다. 이스라엘의 임금이십니다.”

 

예수님의 정체를 알아 고백하는 나타나엘, 이 또한 마음 순수한 이에게 주어지는 깨달음의 은총입니다. 참사람과 참사람, 순수와 순수와 만남입니다. 이런 주님과의 만남이 그대로 구원입니다. 이런 만남의 기쁨, 만남의 행복을 능가할 수 있는 만남은 세상 어디도 없습니다. 순수한 영혼들에게 주어지는 천상적 만남 은총의 체험입니다. 나타나엘은 물론 마음 깨끗한 우리 모두에게 주어지는 주님의 말씀입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는 하늘이 열리고 하느님의 천사들이 사람의 아들 위에서 오르내리는 것을 볼 것이다.”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현존하심에 따라, 하늘이 열리고, 야곱의 꿈이 예고한 하느님과의 통교가 이제 믿는 이들 모두에게 항구적인 현실이 된 것입니다. 하느님 아버지와 일치중에 사신, 초월超越과 내재內在의 파스카의 예수님은 그대로 우리 모두에게 활짝 열린 하늘문이자 하늘길임을 깨닫습니다. 바로 제1독서의 다니엘 예언자의 환시를 통해 파스카 예수님의 신원이 잘 드러납니다.

 

“그에게 통치권과 영광과 나라가 주어져, 모든 민족들과 나라들, 언어가 다른 모든 사람들이 그를 섬기게 되었다. 그의 통치는 영원한 통치로서 사라지지 않고, 그의 나라는 멸망하지 않으리라.”

 

주님의 나라는 그대로 유구한 전통의 가톨릭 교회를 통해서 서서히 실현되고 있음을 봅니다. 그러니 파스카 예수님과의 관계가 얼마나 우리 영적 삶에 결정적인지 깨닫습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하느님의 천사들같은 존재가 되어 한결같이 찬미와 섬김의 천사적 삶을 살게 하십니다.

 

“주님, 저희가 주님의 말씀으로 힘을 얻고 천사들의 보호를 받아, 언제나 구원의 길로 힘차게 나아가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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