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행복한 사람들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지키는 이들-2021.10.9.연중 제27주간 토요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Oct 09,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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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9.연중 제27주간 토요일                                                          요엘4,12-21 루카11,27-28

 

 

참 행복한 사람들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지키는 이들-

 

 

오늘 10월9일 한글날은, 1446년10월9일 한글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반포한 것을 기념하는 반포 595년이 되는 날입니다. 태극기를 게양하며 공휴일로 지내는데 오늘이 토요일이라 다음 10월11일 월요일을 대체 공휴일로 지내게 됩니다. 북한에서는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창제한 날인 1월15일을 조선글날로 정하고 있습니다.

 

한국 지폐에 등장하는 민족의 사표가 될 인물들을 아십니까? 공부하는 마음으로 살펴봤습니다. 맘몬이라 칭하는 돈의 마력은 얼마나 무시무시한지요. 이런 돈에다 정신적 가치로 맘몬을 제압하고자 사표가 될 인물들을 넣은 지혜에 새삼 감탄했습니다.

 

5만원권은 율곡 이이의 어머니 신사임당입니다. 오늘 복음과 관련되어 자녀 교육에 어머니의 역할이 얼마나 절대적인지 깨닫습니다. 맹모삼천孟母三遷이란 말처럼 맹자에는 어머니가 있었듯이, 율곡 이이에게는 신사임당이 있고, 우리 예수님에게는 성모 마리아가 있습니다. 요즘 생활성서에는 ‘어머니의 향기’란 난이 있는데 10월호에는 박재찬 안셀모 신부의 어머니가 소개되고 있습니다.

 

1만원권은 세종대왕, 5천원권은 신사임당의 아드님 율곡 이이, 1천원권은 퇴계 이황, 5백원권 지폐는 동전으로 교체되어 지금은 볼 수 없어 아쉽지만 거북선과 이순신 장군이 나옵니다. 그러니 민족의 사표가 될 분은 거의 망라하고 있음을 봅니다. 거북선이 나온 지폐에 대한 현대그룹 회장이었던 고 정주영 회장의 일화도 기억하실 것입니다. 1971년 공장도 없는 상태에서 차관을 빌리러 영국 바클레이즈 은행 관계자들 앞에서 호주머니속 500원 지폐를 꺼내 보이며 한 말입니다. 

 

“이걸 보시오. 이것이 우리 거북선이요. 당신네 영국의 조선 역사는 1800년부터 시작했다고 알고 있는데, 우리는 1500년대에 이런 철갑선을 만들어 일본을 혼낸 민족이오. 우리가 당신네 보다 300년이나 조선 역사가 앞서 있었소. 다만 그후 쇄국정책으로 산업화가 늦어져 국민의 능력과 아이디어가 녹슬었을 뿐 우리 잠재력은 고스란히 그대로 있소.”

 

참 재치있고 배포있고 통쾌한 보기 드문 전설적 인물임을 깨닫게 됩니다. 마침 한글날 세종대왕을 생각하다 보니 지폐의 인물들을 모두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광화문에는 성군聖君 세종대왕의 동상이, 성웅聖雄 이순신 장군의 동상이 순서대로 서 있습니다.

 

어제의 깨달음도 잊지 못합니다. 진리는, 해결의 진리는, 구원의 진리는 바로 오늘 지금 여기 제자리 가까이에 있다는 깨달음입니다. 인터넷 접속이 안되어 오전 2시간 동안 지체되다 원장수사의 도움으로 해결이 된 것입니다. 큰 고장이 아니라 접속 불량으로 고친 비결은 코드를 뺐다 박았던 것과 컴퓨터를 껐다 킨 것 하나였다니 지극히 단순한 것이었습니다. 컴퓨터는 견고해서 안에서는 좀처럼 고장 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제가 보낸 감사의 메시지입니다.

 

“해결의 진리는 참 단순하게도 가까이 있음을 새삼 깨닫게 되네요. 부끄럽고 감사합니다!”

 

얼마전 9월호 생활성서에서 읽은 박 안셀모 신부의 자신의 어머니를 통해 성모님을 깨닫게 된 진솔한 글도 나눕니다. 

 

“얼마전부터 교우분들이 어머니 드리라고 선물을 주곤 하십니다. 그러면서 한결같이 이 말씀을 하십니다. ‘어머니께서 안셀모 신부님을 낳아주셔서 너무 고마워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문득 이것이 우리가 성모님을 공경하는 이유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예수님을 너무 사랑해서 예수님을 낳아주신 성모님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성모님을 바라보면 바라볼수록 성모님은 사라지고 예수님께로 나아가게 되니 참 신비롭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어머니만 있지 이름을 찾지 못했습니다. 안셀모 신부가 어머니 이름을 깜박 잊었던 듯 합니다. 미사봉투에 봉헌자 어머니 이름이 없는 이치와 흡사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농작물을 키워내는 흙이 농작물에 가려 보이지 않듯이 흙처럼 생명의 자식들을 키워내는 어머니들입니다. 오늘날의 비극이자 불행은 이런 흙같이 숨겨진 겸손한 사랑과 믿음과 지혜의 어머니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의 행적을 목격하며 경탄한 한 어머니의 반응은 모든 어머니들의 공통된 참 절실한 부러움의 표현처럼 들립니다. 잘 난 자식이야 말로 어머니의 보람이요 행복이요 희망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잘 난 남의 자식들과 이에 훨씬 못미치는 자식들을 둔, 심지어 지체장애자나 정신장애자 및 무수한 문제 자식을 둔 어머니들, 또는 아이를 갖지 못해 평생 어머니란 호칭을 들어보지 못한 여인들의 마음은 평생 얼마나 쓰리고 아프겠는지요. 혹시 복음의 어머니는 이런 어머니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선생님을 배었던 모태와 선생님께 젖을 먹인 가슴은 행복합니다.”

 

이에 대한 예수님의 답변이 참 기막히게 좋습니다. 구원의 답변입니다. 질문한 어머니에게 구원의 희망을 가득 안겨준, 어뒀던 마음을 환히 밝혀준 생명의 빛같은 말씀입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지키는 이들이 오히려 행복합니다.”

 

물론 이 말씀에는 성모 마리아가 전제되어있습니다. 평생 끝까지 아드님과 함께 하면서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지키며 “예yes”로 일관했던 성모님의 생애였기 때문입니다. 행복의 진리, 구원의 진리는 멀리 있지 않고 바로 가까이 있음을 보여줍니다. 바로 오늘 지금 여기가 구원의 제자리라는 것입니다. 모두에게 열려 있는 구원의 진리, 행복의 진리라는 것입니다.

 

하느님이 보시는 바, 그 사람의 학력도, 성별도, 가족관계도, 재물도, 지위도, 그 무슨 배경도 아닌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지키는 사람 하나만 보신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누구나에게 활짝 열려 있는 하늘 나라임을 깨닫습니다. 우리가 할 일은 다만 오늘 지금 여기서 주님을 말씀을 듣고 지키는 것 하나뿐이요 바로 이것이 참행복이라는 것입니다. 

 

사실 잘 들여다 보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내가 확실히 할 수 있는 일 하나는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지키는 일입니다. 그러다 보면 하느님께서 때가 되면 진실한 소망도 이뤄주실 것입니다.

 

그러니 영혼의 참 보물이자 치유제는 하느님의 말씀과 더불어 희망뿐임을 깨닫습니다. 참으로 하느님께 희망을 두고 하느님의 말씀을 묵묵히 한결같이 우보천리의 자세로 듣고 지키며 참된 수행자로 사는 것입니다. 바로 성인들이 그러했고 오늘 희망의 예언자, 요엘이 그러합니다. 

 

요엘의 예언은 그대로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지키는 이들을 통해 실현됩니다. 바로 주님의 말씀을 듣고 지키는 오늘 지금이 구원의 그때, 그날이요 이 자리가 거룩한 산 시온입니다. 시온이 상징하는 바, 물리적 장소가 아닌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지키는 이들이 머무는 바로 오늘 지금 여기, 내 삶의 제자리입니다. 시공을 초월하여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실천하는 우리 모두를 향한 요엘 예언자의 희망의 메시지입니다.

 

“그때에 너희는 내가 나의 거룩한 산 시온에 사는, 주 너희 하느님임을 알게 되리라. 그날에는 산마다 새포도주가 흘러내리고, 언덕마다 젖이 흐르리라. 유다의 개울마다 물이 흐르고, 주님의 집에서는 샘물이 솟아 시팀 골짜기를 적시리라.”

 

그대로 오늘이 그때 그날이요, 오늘 지금 여기 우리 삶의 자리가 하느님의 나라가 실현된 시온산이자 유다요 주님의 집임을 깨닫습니다. 바로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미리 맛보는 하느님 나라의 행복입니다.

 

“의인에게는 빛이 내리고, 마음 바른 이에게는 기쁨이 쏟아진다. 의인들아, 주님 안에서 기뻐하여라. 거룩하신 그 이름 찬송하여라.”(시편97,11-12).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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