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 예수님 중심의 삶 -불, 세례, 분열-2021.10.21.연중 제29주간 목요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Oct 2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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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21.연중 제29주간 목요일                                                          로마6,17-23 루카12,49-53

 

 

 

그리스도 예수님 중심의 삶

-불, 세례, 분열-

 

 

 

이처럼 감동적이고 흥미진진한 평전은 처음입니다. 바로 루터교회 목사의 딸로 태어나 독일의 총리가 되어 16년간 독일은 물론 세계적 지도자로 활약하다 올해 퇴임한 앙겔라 메르켈의 ‘메르켈 리더십-합의에 이르는 힘’이란 평전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지도자’로 선정된 메르켈 평전의 끝부분을 그대로 인용합니다.

 

-‘남녀를 불문하고 많은 이들이 메르켈의 뒤를 따를 것이다. 하지만 그의 독보적인 여정을 되풀이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소련의 통제를 받는 동독의 영토인 템플린 작은 마을에서부터 세계 무대의 한복판까지 이어진 여정이 얼마나 놀라운 것인지를 잘 아는 메르켈은 자신이 택하지 않은 길들을 후회하지 않는다. 제일 높이 설정한 행동 기준이 곧 자신의 행동이 된, 가장 내면에 충실한 정치인으로서, 그는 자신이 지닌 가치들을 지키는데 타협하지 않으면서 최선을 다하고 떠난다.

 

언젠가 역사책에서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기를 바라는지 묻는 질문에 앙겔라 메르켈은 이렇게 답했다. “그는 노력했다(She tried).” 선동 정치가 판치는 시대에 앙겔라 메르켈은 자신의 묘비명으로 “겸손과 품위”를 선택했다. 이 사실이 메르켈을 대변하고 있다.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데에는 눈곱만치도 관심이 없는 인물의 인생사를 쓰는 것은, 조금의 과장도 없이,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

 

“그는 노력했다.” 말그대로 겸손과 품위가 농축된 군더더기 전혀 없는 참 멋진 말이요 매력적인 메르켈입니다. 금세기 그리스도 예수님을 가장 충실히 따랐던 세계적 정치 지도자라 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신뢰와 존경, 사랑을 한몸에 받았던 메르켈 총리입니다. 참으로 언제 어디서나 한결같이 그리스도 예수님 중심의 삶을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또 얼마나 가슴 벅찬 행복한 일인지 깨닫습니다. 바로 이의 전형적 인물이 제1독서 로마서의 바오로 사도입니다. 우리 모두를 향한 확신에 넘친 바오로의 고백입니다.

 

“이제 여러분이 죄에서 해방되고 하느님의 종이 되어 얻은 소득은 성화로 이끌어 줍니다. 이제는 자기 지체를 의로움의 종으로 바쳐 성화에 이르십시오. 그 끝은 영원한 생명입니다. 죄가 주는 품삯은 죽음이지만, 하느님의 은사는 우리 주 그리스도 안에서 받는 영원한 생명이기 때문입니다.”

 

성화의 여정중에 하느님의 종이 되어 날로 그리스도 예수님을 닮아가는 우리들이요, 이미 영원한 생명을 지금 여기서부터 이미 누리며 살고 있는 우리들입니다. 무지와 허무에 대한 결정적 답 역시 영원한 생명의 사랑임을 깨닫습니다. 오늘 복음도 그리스도 예수님 중심의 관점에서 보면 그 이해가 분명해집니다. 복음에 앞선 바오로의 고백, 복음 환호송이 복음의 이해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나는 그리스도를 얻고 그분 안에 머물려고, 모든 것을 해로운 쓰레기로 여기노라.”(필리3,8-9참조)

 

그리스도 예수님이야말로 믿는 이들의 운명이요 사랑입니다. 주님과 일치의 여정중에 있는 우리들입니다. 그리스도 예수님과 우리의 관계에 대해 살펴 봅니다.

 

첫째, 예수님의 불에 끊임없이 불붙는 삶이어야 합니다.

불은 하느님 현존의 빛나는 상징입니다. 그리스도 예수님은 하느님의 불입니다. 우리도 하느님의 불이 되어야 합니다. 산불같이 태워버리는 불이 아니라 햇볕같이 생명을 살리는 사랑의 불입니다. 모세의 떨기나무의 불처럼 태우는 불이 아니라 우리 마음을 정화하는 불입니다. 

 

“나는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 그 불이 이미 타올랐으면 얼마나 좋으랴?”

 

성령의 불, 말씀의 불, 사랑의 불입니다. 과연 성령의 불, 말씀의 불, 사랑의 불, 주님의 불로 끊임없이 타오르고 있는 우리의 영혼인지, 세상인지 묻게 됩니다. 불꺼진 어둡고 차가운 영혼이요 세상 삶은 아닌지 묻습니다. 참으로 그리스도 예수님 중심의 삶이 날로 깊어 갈수록 끊임없이, 한결같이 타오르는 사랑의 불같은 삶이요, 이웃 역시 사랑에 불타오르게 할 것입니다. 

 

둘째, 예수님의 세례에 끊임없이 일치하는 삶이어야 합니다.

예수님의 세례가 가르키는 바 고통과 수난, 죽음입니다. 그리스도 예수님의 세례에 깊이 동참하는 것입니다. 죽음의 세례를 늘 염두에 두고 죽음을 준비하며 사셨던 주님이심이 분명합니다. 누구나 건너야 할 세례의 강입니다. 고난과 죽음의 세례가 마지막이 아니라 부활의 영광에 이르는 관문으로서의 세례입니다.

 

“내가 받아야 할 세례가 있다. 이 일이 다 이루어질 때까지 얼마나 짓눌릴 것인가?”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의 세례를 예감한 고뇌가 얼마나 깊은지 깨닫습니다. 결코 값싼 파스카의 신비, 파스카의 기쁨이 아님을 깨닫습니다. 우리 모두 세례를 받았고, 나름대로 고통의 세례를 받고 있으며, 언젠가 마지막 관문과도 같은 죽음의 세례를 통과해야 할 것입니다. 

 

주님과 함께 겪는 고통과 죽음의 세례요 주님과 함께 기쁨으로의 부활이 우리의 희망입니다. 그리스도 예수님과의 일치가 깊어질수록 고통과 죽음의 세례중에도 끊임없이 피어날 희망과 기쁨입니다. 

 

바로 성인들이 그 생생한 증인입니다. 파스카의 시련과 죽음의 세례중에도 그리스도 예수님과 깊은 일치를 이뤘기에 내적 기쁨과 평화를 누렸던 성인들입니다. 그 무슨 병고도, 죽음의 세례도 성인들의 영혼을 다치지 못했습니다. 내적 영혼의 희망을, 기쁨을, 평화를 앗아가지 못했습니다. 

 

셋째,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는 궁극의 선물은 참 평화입니다.

거짓 평화가 아닌 참 평화를 주러 오신 주님이십니다. 그리스도 예수님 자체가 생명이요 진리요 빛입니다. 그리스도 예수님과 더불어 저절로 생명과 죽음, 진리와 거짓, 참 평화와 거짓 평화, 빛과 어둠은 뚜렷이 드러나게 되니 외관상 분열은 필연입니다. 예수님 삶 자체가 우리에게 구원이자 심판이 됩니다.

 

“내가 세상에 평화를 주러 왔다고 생각하느냐? 아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오히려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

 

그리스도 예수님의 도래와 더불어 실상은 그대로 드러납니다. 거짓은 저절로 폭로되기 마련이요 자연히 뒤따르는 분열입니다. 참 평화에, 참 진리에 이르기 위한 과정상의 분열이요, 파괴적 분열이 아니라 진리와 사랑에 이르는 창조적 분열임을 깨닫습니다. 진인사대천명의 자세로 진리와 사랑에 충실하면서, 한없는 인내의 기다림의 여정중에 분열을 견뎌내고 버텨내야 하겠습니다. 

 

호랑이한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삽니다. 하늘을 스스로 돕는자를 돕습니다. 모든 것은 과정입니다. 고통과 죽음의 세례도 과정이요, 분열과 불화도 일치의 참 평화에 이르는 과정입니다. 이런 일련의 과정중에도 끊임없이 타올라야 할 열정의 불, 사랑의 불입니다. 

 

날로 깊어져야 할 그리스도 예수님과 사랑의 관계! 바로 여기 답이 있습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끊임없이 성령의 불, 사랑의 불을 붙이시어 우리 영혼이 끊임없이 당신 사랑에 불타오르게 하시어 ‘따뜻하고 빛나는 삶’, ‘희망과 기쁨의 삶’, ‘일치와 평화의 삶'을 살게 하십니다. 그러니 우리가 바칠 고백 기도는 단 하나뿐입니다.

 

“그리스도 예수님!

당신은 저희의 전부이옵니다.

저희 사랑, 저희 생명, 저희 기쁨, 저희 평화, 저희 행복이옵니다.

하루하루가 감사와 감동이요 감탄이옵니다.

날마다 새롭게 시작하는 아름다운 선물의 하루이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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