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과 우정의 여정 -구원과 멸망-2021.10.27.연중 제30주간 수요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Oct 27,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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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27.연중 제30주간 수요일                                                           로마8,26-30 루카13,22-30

 

 

 

주님과 우정의 여정

-구원과 멸망-

 

 

 

지난 월요일 교황님을 방문한 독일의 루터교회 젊은 신자 500명의 순례자들 앞에서 하신 교황님의 강론 주제가 잊혀지지 않습니다. 서두에 강론을 요약한 듯한 말씀이었습니다. 

 

“여러분의 삶중에 하느님의 멜로디를 들으십시오(Listen to the melody of God in your lives).”

 

일상의 삶중에 언제 어디서나 주님의 말씀을 잘 경청傾聽하라는 말씀입니다. 오늘 복음의 주제는 ‘구원과 멸망’이며 주님은 우리 모두를 향해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좁은 문으로 들어가도록 힘써라.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많은 사람이 그곳으로 들어가려고 하겠지만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

 

구원의 좁은 문으로 들어가도록 분투의 노력을 다하라는 것입니다. 결코 값싼 구원의 은총은 없음을 깨닫습니다.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자세로 하루하루 좁은 문을 통과하라는 것입니다. 멀리 밖에 있는 막연한 좁은 문이 아니라 오늘 지금 여기서 각자 통과해야할 고유의 좁은 문입니다. 

 

살아있는 그날까지 첩첩산중疊疊山中 매일 넘어야 하는 산같은 하루이듯, 매일 온힘을 다해 통과해나가야 할 구원의 좁은 문같은 하루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기서 생각난 예전 강론시 인용했던 ‘하늘과 산’이라는 시詩와 여러 말마디입니다. 모두가 주님과 우정의 관계를 지칭한 내용들입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결정적으로 중요한 핵심 진리는 ‘주님과의 관계’입니다. 

 

다음 수도원 배경의 하늘과 불암산을 보며 쓴 24년이 지난 지금도 애송하는 ‘하늘과 산’이라는 시입니다.

 

-“하늘 있어 산이 좋고, 산 있어 하늘이 좋다

하늘은 산에 신비를 더하고, 산은 하늘에 깊이를 더한다

이런 사이가 되고 싶다, 이런 사랑을 하고 싶다.”-

 

하늘의 배경이 주님이라면 산은 우리 각자입니다. 과연 살아갈수록 우리 삶의 배경이자 영원한 도반인 주님과 날로 깊어지는 우정 관계인가 자문하게 됩니다. 또 이런 말마디도 생각납니다.

 

“나중에 남는 얼굴은 둘중 하나이다. 기도한 얼굴인가, 기도하지 않은 얼굴인가. 주님 앞에 가면 천국문 통과에 앞서 얼굴 검사후 당신 얼굴을 닮은 이들만 통과시킬 것이다. 바로 한결같은 항구한 사랑의 기도로 당신을 닮은 얼굴을 지닌 이들만 통과시킬 것이다.”

 

“자연환경이 좋아 천국이 아니라 관계가 좋아야 천국이다. 주님과의 관계, 이웃과의 관계, 자연과의 관계, 나와의 관계가 날로 깊어져야 천국이다. 아름다운 경관의 수도원에 살아도 주님과는 물론 이웃과도 무관無關한 관계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함께 사는 부부도 남남처럼 무관한 관계로 살아가듯 말이다. 참 깊은 관계의 좋아하는 이들은 빈손으로 와도 반갑듯 주님도 그러할 것이다. 우리가 주님 앞에 갖고 갈 것은 평생 키워온 주님과 우정의 관계 하나뿐이다.”

 

기도는 테크닉 기술이 아니라, 주님과 대화이자 소통의 관계를 뜻합니다. 참으로 기도하면서 주님과 깊어지는 앎의 관계와 더불어 주님의 뜻을 깨달아가면서 좁은문의 통과도 수월해질 수 있습니다. 밖에서 볼 때 좁은 문이지 주님을 사랑하는 당사자에게는 역설적으로 날로 내적으로 넓어지는 감미로운 사랑의 좁은 문이자 길일 수 있습니다. 베네딕도 규칙 머리말 마지막 부분도 이와 일치합니다.

 

“좁게 시작하기 마련인 구원의 길에서 도피하지 말아라, 그러면 수도생활에 나아감에 따라 마음이 넓어지고 말할 수 없는 사랑의 감미로써 하느님의 계명들의 길을 달리게 될 것이다.”(성규;머리말48-49)

 

예전 초등학교 교편시절, 내심 저를 못마땅해 했던 선배 여교사와의 대화도 생각납니다. 밖에서 볼 때는 힘든 좁은문 같아도 당사자에게는 쉬운 넓은문일수도 있는 것입니다.

 

“이선생, 왜 그렇게 힘들게 살아. 쉽게 살아요.”

“저는 이게 쉽게 사는 것인데요.”

 

바로 그분을 참 놀랍게도 수도원 입회후 8년후 1990년 사제 서품 다음해 요셉수도원에서 만났고, 저를 피하는 불편한 분위기였습니다. 그동안 신자가 되었고 당시 안토니오 원장을 돕는 후원자가 되었던 것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오늘 복음 후반부의 이해도 확연해 집니다. 구원문으로의 입장이 거부된 자는 바로 우리일 수도 있습니다. 나름대로 잘 살았다 생각했는데 주님과 무관한 일방적인 짜사랑이었던 것입니다. 평생을 주님과 함께 살았다 자부했는데 주님은 나를 모른다 하시니 완전히 헛 산 것입니다. 대화를 들어보십시오.

 

“저희는 주님 앞에서 먹고 마셨고, 주님께서는 저희가 사는 길 거리에서 가르치셨습니다.”

 

우리 식으로 말해 외적으로 주님과 함께 아주 모범적 신자로 잘 살아왔다는 고백입니다. 주님으로 상징되는 집주인의 반응이 청천벽력의 충격입니다.

 

“너희가 어디에서 온 사람들인지 나는 모른다. 모두 내게서 물러가라, 불의를 일삼는 자들아!”

 

나는 주님을 잘 안다 자부했는데 주님은 나를 모른다 하니 완전히 착각속에 살았던 것이니 얼마나 큰 충격이었을까요. 아무리 회개해도 후회해도 이미 늦었습니다. 유비무환입니다. 젊고 힘있을 때부터 기도와 사랑의 수행을 통해 주님과 소통의 관계에 힘을 기울여야 했습니다. 주님과 서로의 앎을 깊이했어야 했습니다. 바로 이점에서 완전히 실패한 실패인생을 산 사람을 상징합니다.

 

반면 하느님 나라의 잔치에 참여한 이들은 아브라함, 이사악, 야곱과 모든 예언자들이니 이들은 분투의 노력으로 주님의 뜻에 따라 주님과 사랑의 앎의 관계를 깊이하면서 각자 주어진 좁은 문들의 여정을 통과해온 사람들입니다. 이어지는 말씀도 이들에게는 충격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동쪽과 서쪽, 북쪽과 남쪽에서 사람들이 와 하느님 나라의 잔칫상에 자리 잡을 것이다. 보라, 지금을 꼴지지만 첫째가 되는 이들이 있고, 지금은 첫째지만 꼴찌가 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방심이나 장담은 금물입니다. 누가 구원받을지는 눈밝은 주님만이 아십니다. 바로 각자 삶의 자리에서 좁은 문을 통과하도록 주님의 뜻에 따라 참으로 겸손히, 한결같이, 끝까지, 온갖 분투의 노력을 다하라는 말씀입니다. 천국에 가면 세 사실에 놀란다 합니다. 

 

‘첫째 나같은 부족한 사람이 천국에 왔다는 사실에  놀라고, 둘째 천국에 도저히 올 거라 생각 못한 사람이 천국에 와 있다는 사실에 놀라고, 셋째 천국에 분명히 올 거라 생각했던 이들을 볼 수 없다는 사실에 놀란다’는 웃어 넘길수만 없는 예화가 지금도 생생합니다. 

 

좁은 문을 굳이 찾아나설 필요가 없습니다. 나름대로 각자 고유의 십자가를 져야 하듯 각자 하루하루 날마다 오늘 지금 여기 주어진 좁은 문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래서 삶이 참 외롭고 힘들고 고독한 것입니다. 누가 대신 져줄수 없고 내가 져야 하는 제 십자가 이듯, 누가 대신 통과해 줄 수 없고 내가 통과해야할 제 좁은 문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희망이 있습니다. 바로 성령이 우리의 희망이자 결정적 도움이 됩니다. 성령께서는 나약한 우리들 도와주십니다. 성령께서는 하느님의 뜻에 따라 우리들을 위하여 간구하고 계십니다. 참으로 하느님을 사랑하는 우리들, 그분의 계획에 따라 부르심을 받은 우리들에게는 모든 것이 함께 작용하여 선을 이룬다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 바로 성령께서 무지한 우리들을 깨우치시어 주님을 알고 또 나를 알게 해 주십니다. 

 

하느님께서는 미리 뽑으신 우리들을 당신의 아드님과 같은 모상이 되도록 정하셨습니다. 그러니 성령의 인도하에 주 예수님과 우정의 사랑과 앎을 날로 깊이하면서 구원의 좁은문을 잘 통과해 갈 때 주님을 닮은 본래의 참 내가 될 것입니다. 주님은 날마다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당신과 우정의 사랑을 날로 깊이해 주시면서 구원의 좁은문을 잘 통과할 수 있도록 도와 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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