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28.대림 제1주일 예레33,14-16 1테살3,12-4,2 루카21,25-28.34-36
대림의 기쁨
-하느님 꿈의 현실화-
우리 가톨릭 교회의 전례가 참 아름답고 고맙습니다. 하느님의 참 좋은 선물입니다. 구체적으로 전례가 우리를 구원합니다. 희망과 기쁨을 선사하고 하느님의 꿈이 실현됨을 봅니다. 대망의 대림시기가 시작되었습니다. 대림의 기쁨, 주님을 기다리는 기쁨입니다. 사순시기가 산문적이라면 대림시기는 시적입니다. 동심이 꿈처럼, 시처럼 피어나는 아름다운 대림시기입니다.
“머리 깎는 재미로 삽니다.”
아주 예전 스님께 들었던 말이 대림을 앞두고 2주만인 어제 토요일 도반과 머리를 서로 깎아줄 때 실감나게 떠오른 말입니다. 2주단위로 ‘삭발削髮하는 희망과 기쁨에 산다’는 고백이 저절로 나옵니다.
“고맙고 소중한 손입니다!”
어제 오후 대림을 앞두고 대림환에 아름다운 꽃꽂이를 해준 자매님께 새달력과 강론집을 선물하면서 꽃꽂이한 귀한 손을 감격스럽게 꼭 잡고 드린 말입니다. 요즘 “손”에 대한 감동을 새삼스럽게 깊이 느끼고 있습니다. 면담고백성사를 드리면서도 평생 고생해온 고마운 손들이 고마워 때로 한참 꼭 잡아드리곤 합니다.
서로 잡아주라 있는 따뜻한 손들임을 깨닫습니다. 33년동안 사제서품후 매일 강론을 써 온 제 손이 이렇게 고맙게 느껴지니 이 또한 전혀 예기치 못한 놀라운 기쁨이며 깨달음입니다. 참 긴 인고忍苦의 날 중에 꾸준히 일해온 귀한 손들을 보면 저절로 꼭 잡아 드리고 싶은 마음이 드니 대림시기에 앞서 주님께서 주신 참 좋은 마음의 선물입니다.
네 개의 대림초중 영롱히 빛을 발하는 대림초 하나가 잔잔한 기쁨을 선사합니다. 마침내 오매불망 꿈에 그리던 주님께서 오심을 알려 드리는 신호입니다. 대림의 뜻이 참 은혜롭습니다. 연관되어 떠오르는 강림, 왕림, 재림, 임재臨在란 “림臨”자가 들어가는 말마디들입니다. “옴”, “도착”을 뜻하는 라틴어 “Adventus”(대림待臨;오심을 기다림)이란 말마디입니다. 우리는 여기서 ‘하느님께서 우리를 찾아 오신다’는 은혜로운 진리를 깨닫습니다. 이런 깨달음을 노래한 제 짧은 자작 애송시도 생각납니다.
-“나무에게 하늘은
가도가도 멀기만 하다
아예 호수가 되어 하늘을 담자”-
‘하느님을 찾는 사람’에 앞서 ‘사람을 찾아 오시는 하느님’이라는 놀라운 진리, 바로 이것이 복음입니다. 구원의 하느님, 희망과 기쁨의 하느님, 겸손하신 하느님의 결정적 표현이 바로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님입니다. 하늘 높은 곳에서 땅 낮은 곳으로 임재하시는 하느님을 만나는 대림시기입니다.
하느님의 아름다운 꿈이 마침내 실현되고 있음을 봅니다. 다음 ‘알마 레뎀토리스---’ 라틴어로 시작되는 대림시기의 아름답고 깊은 성모찬송가도 마음을 위로와 기쁨으로 촉촉이 적십니다.
“구세주의 존귀하신 어머니,
영원으로 트인 하늘의 문, 바다의 별이시여.
넘어지는 백성 도와 일으켜 세우소서.
당신의 창조자 주님 낳으시니, 온 누리 놀라나이다.
가브리엘의 인사 받으신 그 후도 전과 같이 동정이신 이여.
죄인을 어여삐 여기소서.”
아침 성무일도의 초대송 후렴과 찬미가, 시편마다 세 후렴들, 즈카르야의 노래 후렴의 가사와 곡은 얼마나 흥겹고 감사했던지요! 주님의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마음으로 나눕니다. 오늘 하루 틈틈이 짧은 기도 노래로 부르며 지내려 합니다.
-“오실 임금께 어서 와 조배드리세”
-“맑고도 맑은소리 메아리친다, 어두움 물러가라 울려퍼진다
깊은잠 깨어나라 밝혀주시듯, 예수님 하늘에서 비춰주신다”
-“그날에 모든 산에서 단 것이 방울져 내리고, 언덕들에서 젖과 꿀이 흐르리라.”
-“들이여 주님 앞에서 흥겹게 우쭐거리고 숲을 이룬 나무들도 손뼉을 쳐라.
주께서 오시어 영원히 다스리시리라. 알렐루야.”
-“보라, 위대한 예언자가 오시어, 새 예루살렘을 세우시리라.”
-“놀라지 마소서. 마리아. 하느님의 은총을 받으셨으니 당신은 하느님의 아들을 낳으시리라. 알렐루야.”
구체적으로 이처럼 아름다운 전례의 가사와 곡이 우리 마음을 구원의 희망과 기쁨, 감사로 가득 채웁니다. 우리를 찾아 오시는 하느님! 바로 여기서 샘솟는 대림의 기쁨과 감사입니다. 마침내 아주 예전 제1독서 예레미야의 그날은 대림시기 오늘부터 실현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보라, 그날이 온다. 그날과 그때에 내가 다윗을 위하여 정의의 싹을 돋아나게 하리니, 그가 세상에 공정과 정의를 이룰 것이다. 그날에 유다가 구원을 받고, 예루살렘이 안전하게 살 것이다. 사람들이 예루살렘을 ‘주님의 정의’라 부르리라.”
대림시기 오늘이 바로 그날입니다. 바로 우리가 구원된 유다요, 안전히 살게 된, 주님의 정의가 된 예루살렘이라니 얼마나 가슴 벅찬 행복인지요! 이런 대림의 주님께서 결정적으로 오실 그날의 재림을 기다리는 우리들입니다. 재림을 기다리는 우리들에게는 사랑의 여정이 있을 뿐입니다. 바로 재림을 앞둔 우리를 향한 바오로 사도의 애정 넘치는 권고입니다.
“여러분이 서로 지니고 있는 사랑과 다른 모든 사람을 향한 사랑도, 여러분에 대한 우리의 사랑처럼 주님께서 더욱 자라게 하시고 충만하게 하시며, 여러분의 마음에 힘을 북돋아 주시어, 우리 주 예수님께서 당신의 성도들과 함께 재림하실 때, 여러분이 하느님 우리 아버지 앞에서 흠없이 거룩한 사람으로 나설 수 있게 되기를 빕니다.”
사랑이 답입니다. 우리 인생은 사랑의 여정입니다. 사랑만이 흠없는 거룩한 사람으로 만들어 줍니다. 바로 주님 재림을 기다리는 우리 삶의 자세입니다. 재림의 희망은 오늘 지금 여기서 실현됩니다. 하루하루 평생이 앞당겨 오시는 주님을 만나는 대림이요 재림입니다. 끊임없이 날마다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를 만나러 오시는 주님이십니다.
삶은 여정이요 선택입니다. 하루하루 날마다 주님을, 사랑을, 행복을, 구원을 선택하는 사랑의 여정입니다. 하느님으로부터 시작하여 하느님으로 끝나는, 대림의 주님 탄생으로부터 시작하여 주님 부활로 끝나는 여정입니다. 참으로 무수히 직면하는 삶의 실재들이요 올바른 선택이 참으로 중요합니다. 바꿀수 없는 타고난 것도 많지만 날마다 선택할 수 있는 구원의 기회들도 무궁무진합니다.
“해와 달과 별들에는 표징들이 나타나고, 땅에서는 바다와 거센 파도 소리에 자지러진 민족들이 공포에 휩싸일 것이다. 사람들은 세상에 닥쳐오는 것들에 대한 두려운 예감으로 까무러칠 것이다.”
미래에 있을 사건들이 아니라 언제나 일어나고 있는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언제나 당대 사람들은 자기 세대를 말세라 했습니다. 바로 여기서 우리는 이런 혼란을 넘어 오시는 희망과 구원의 주님을 바라봐야 합니다. 구원의 주님을 선택하여 허리를 펴고 머리를 들어야 합니다. 바로 지금이 그때입니다.
“그때에 ‘사람의 아들’이 권능과 큰 영광을 떨치며 ‘구름을 타고 오는 것’을 사람들이 볼 것이다. 이러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하거든 허리를 펴고 머리를 들어라, 너희 속량이 가까웠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이들은 아주 현실적이 되어 깨어 오늘 지금 여기를 삽니다. 걱정하든 않든 언젠가는 죽을 것이니 왜 미리 걱정합니까! 오늘 지금 여기서 누려야 할 행복도 사랑도 아름다움도 무궁무진한데 왜 과거의 아픔을 되살립니까! 왜 미래의 두려움과 불안을 앞당겨 삽니까! 오늘이 과거를 치유하고 내일을 만듭니다. 오늘 잘 살면 내일은 내일이 잘 해결해 줍니다. 바로 복음의 다음 말씀을 선택의 중요성을 깨닫게 합니다.
“너희는 스스로 조심하여, 방탕과 만취와 일상의 근심으로 너희 마음이 물러지는 일이 없게 하여라. 그날이 너희를 덫처럼 갑자기 덮치지 않게 하여라. 그날 온 땅 위에 사는 모든 사람에게 들이 닥칠 것이다. 너희는 앞으로 일어날 이 모든 일에서 벗어나 사람의 아들 앞에 설 수 있는 힘을 지니도록 늘 깨어 기도하여라.”
대림시기는 더욱 그렇고, 일년내내, 아니 평생을 올바른 선택으로 이렇게 살아야 홀가분하고 초연한 사랑, 행복한 삶입니다. 언제 어디서나 허리를 펴고 머리를 들어 오시는 주님을 바라보면서, 주님 앞에서 설 수 있는 힘을 지니도록 늘 깨어 기도하라는 것입니다.
방탕과 만취와 일상의 근심을 단호히 뿌리치고 오시는 구원의 주님을 바라보며 선택하라는 것입니다. 이에 대한 최고의 처방은 늘 깨어 기도하는 것임을 깨닫습니다. 사랑도 행복도 구원도 선택입니다. 이런 선택 또한 은총입니다. 이점에서 우리가 탓할 대상은 하느님도 그 누구도 아닌 내 자신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살 줄 몰라 불행이요 살 줄 알면 행복이라는 것이 만고불변의 진리입니다. 그러니 오늘 지금 여기서 대림의 꿈과 기쁨이신 주님을 선택하여 사는 것입니다. 저절로 무지의 어둠에서 기인한 방탕과 만취, 일상의 근심과 불안 두려움의 유혹은 흔적없이 사라질 것입니다. 마치 떠오르는 태양 빛에 사라지는 밤의 어두움과 안개처럼 말입니다.
바로 이 거룩한 미사시간 태양처럼 떠오르는 대림의 주님을 마음 안에 모셔 들이는 시간입니다. 주님을 환대하는 우리들이요 우리를 환대하는 주님이십니다, 우리의 환대와 주님의 환대가 만날 때 비로소 행복의 완성이요 참 나의 실현과 성취입니다. 끝으로 14년전(2007.11.) 써놨던 “온 세상 제대로 삼아”라는 자작 애송시를 사랑하는 여러분 모두에게 대림 선물로 드리며 강론을 끝맺습니다.
-‘사랑하는 임께서도
아침마다 미사를 드리신다
불암산 가슴 활짝 열고
온 세상 제대로 삼아 모든 피조물 품에 안고
미사를 드리신다
하늘 높이 들어 올리신 찬란한 태양 성체
“오,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분이시니
이 성찬에 초대 받은 이는 복되도다.”
태양은 하느님
가슴마다 태양 성체 모시고 태양 성체되어 살아가는
태양의 자식들인 우리들이다.’-2007.11. 아멘.